검은 눈
김재훈
가장 위험한 상처는 적막 속에서 태어난다
총성이 울리고
공중의 새가 통째로 떨어지는 밤에는 어떤 짐승이든
전속력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아름다운 옛 애인들은 항상 전속력으로 떠났고
아름답다는 말 속에는
숨 가뿐 동물들이 살고 있다
숨:
한 아름다움이 다른 아름다움 속으로 파고드는 것
(당신은, 당신이 잠결에 스스로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모습 본 적 있는지)
혹은
갑자기 열리는 하나의 상처,
구름들
구름이 하나 흘러가고
나는 구름에 취해
감정,
그리고 감정의 정치를 감정적으로 생각해본다
입술을 물게 하는 어떤 감정은,,
生을 통째로 삼키거나 차라리 던져버리겠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뭉쳐진 눈과 흙 속의 감자와 우리의 뿔을
동일한 각오로 단단하게 만들지
무엇이든 상하게 하고 싶은 날이 있다
몸통보다 커다란 뿔을 세우고 돌진하는 짐승들
마치 그 뿔이 부러지길 바라는 듯이
하지만 누구도 다치지 않길 바라면서
그런 걸 정말 각오라 말해도 좋을까
간신히 희미해지는 구름의 전속력
겨우 그만한 각오를 품고
내가 나를 뭉쳐 공중으로 던져버릴 수 있다면
해 저무는 늦은 오후의 주택가에
아무도 모르게 검은 눈이 날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