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비, 한양에 가다 - 옛날 교통과 통신 처음읽는 역사동화 1
세계로 지음, 이우창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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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특정 제품의 이름이 그와 비슷한 제품류 전체를 읽컫는 대명사가 되는 경우 많지요?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의 경우는 기차하면 KTX, KTX하면 기차라고 생각하면서 자라는 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지금의 직장에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교육이다 뭐다 하면서 본사에 한 번 갈려면 새마을호 기차를 타고 4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답니다. 오전 회의 시간에 맞춰가기 위해서는 새벽 4시 기차를 타야하고, 전날 저녁부터 싱숭생숭 잠을 설치기도 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고속철이 있어서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그렇다면 예전에 우리 조상님들은 지방에서 한양까지 먼 길을 여행할 때 어떻게 이동했을까요? 그리고 지금처럼 전화나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중요한 일이나 개인적인 편지는 어떻게 보냈을까요?

 

 <이선비, 한양에 가다> 이 책은 과거 우리 조상님들이 사용했던 교통수단과 통신에 관한 이야기랍니다. 지금처럼 기차와 비행기, 자동차가 없던 시절에는 한양까지 가려면 가장 흔한 방법이 그냥 걸어가는 방법이었어요. 쉬지 않고 부지런히 걷더라도 짧게는 15일에서 길게는 20여일 이상 걸린다고 하니 얼마나 힘들고 불편했을지 짐작이 가지요. 경제적으로 여건이 되었던 사람들은 가마를 타거나 말을 타고 이동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이렇게 힘들게 이동해야 했답니다. 뿐만 아니라 말대신 소를 타거나 배나 수레를 이용하기도 했어요. 오늘날의 우편 역할을 했던 방법으로는 봉수와 역참이 있어서 봉화를 올려 나라의 위급한 상황을 알리거나 말을 달려 편지를 전하기도 했어요.

 

 책에 소개된 내용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신호연' 이었어요. 이순신 장군이 고안해 낸 것으로 '충무연'이라고도 한다는데요 연에 새겨진 무늬를 통해 암호를 주고 받았다고 해요. 연날리기는 추운 겨울날 하늘 높이 연을 날려 연싸움도 하고 연줄을 끊어 화를 날려보내는 우리의 전통 놀이에요. 말그대로 재미있는 놀이로만 알고 있었는데 나라가 위급할 때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아이디어를 냈다는 사실이 놀랍지요. 이순신 장군에 앞서 신라시대 김유신 장군도, 고려의 최영 장군도 연을 이용했다고하니 그 유래가 아주 깊다고 하겠습니다.

 

요즘 아이들 자라는 것 보면 엄마 세대의 어린시절과는 여러가지 면에서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땐 초등 저학년 까지는 동요를 부르며 자랐는데 요즘 아이들은 일찍부터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점도 그렇고 이성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지적 수준, 체격 등 모든 면에서 조숙한 것 같아요. 초등 2학년인 울 아들도 요즘들어 부쩍 닌텐도를 사달라고 조르고 컴퓨터 게임같은 첨단 문화에 익숙한 편이랍니다.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아니 세상이 급변할 수록 우리의 뿌리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우리가 배워야하고 지켜가야할 것이 무엇인지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선비, 한양에 가다>는 우리 아이와 비슷한 또래이거나 친숙한 형아로 보이는 세로가 등장합니다. 세로는 어린 시절부터 집안의 개구쟁이였으나 소과를 치를 만큼 어엿한 선비가 되었어요. 책의 내용은 세로가 소과를 치르기위해 부산에서 한양까지 가는 여정을 보여주는데, 굵직한 스토리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교통과 통신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어요. 아이는 세로의 여행길을 통해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면서도 역사를 배우게 되는 것이지요.  여행을 통해 만난 세로의 친구들과 없는 형편에도 기꺼이 말을 내어준 사람들, 세로의 충정과 애국심이야말로 책을 통해 얻는 지식만큼이나 소중한 부분이라 생각되어 흐뭇하더군요. '풍부한 정보와 즐거운 책읽기'라는 의도에 잘 맞아 떨어지는 역사동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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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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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들어 신모씨 등의 도박문제로 연예가가 시끌시끌 하다. 혹자는 돈을 벌어도 당사자가 번 것이고, 돈을 날리거나 혹은 빚을 지고, 법률적인 처벌을 받더라도 개인의 문제라며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왈가왈부할 것이 못된다고 하더라. 하지만 도박 뿐 아니라 어떤 문제든 마찬가지다. 그저 오락처럼 즐기는 수준을 넘어서 한 개인을 폐인으로 몰아가고 가족과 지인을 고통 속에 몰아넣고 대중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겨주는 행위가 어떻게 개인의 문제란 말인가, 라는 것이다.  

 

  핑계없는 무덤 없다고 당사자들이야 나름 할말은 많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금전적인 문제에 있어서 쉽게 벌기 때문에 더 큰 욕심이 생기는 것이고 쉽게 유혹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땀 흘려 벌어들인 돈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그것을 사용함에 있어서도 가치를 따질줄 안다. 적어도 내 생각은 그렇다.  

 

  문득 1980년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이 생각난다. 경제계발 5개년 계획, 새마을 운동 등 주민들을 집단으로 동원하던 각종 사업들이 넘쳐나고 자고 일어나면 우리 나라가 발전된 모습이 눈에 확확 들어오던 시절...  우리도 이제 미국이나 영국같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이 곧 오리라 어린 마음이 설레던 시절이 있었다. 비만 오면 흙탕물을 튀기면서 놀던 집앞 도로는 깨끗하게 포장이 되었고 연탄보일러가 기름보일러로 대체되고 인근의 한옥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더니 깨끗한 양옥으로 다시 빌라, 아파트로 바뀌었다. 하지만 빨리빨리... 문화 속에 세워진 '고도성장'은 숱한 부실과 비리를 주춧돌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땐 정말 알지 못했다.  

 

 <강남몽> 이 책은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던 시점을 중심으로 급속한 경제 성장에 가려진 대한민국의 어두운 한 면을 그대로 대면하게 해준다. 그러고 보니 서울 한복판에서 아파트가 무너진지가 벌써 15년 전이다. 성수대교의 충격이 아직 잊혀지지도 않은 시점에 또 한차례의 '무너짐'을 겪어야 했던 국민들의 심정은, 그 충격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언젠가 누군가 한번쯤은 그 시절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것이라 추측만 했었는데 결국 황석영님이 그 역할을 맡은 샘이다.

 

첫 부분은 90년대 중반, 좀 산다하는 집 사모님의 전형적인 일상으로 그려진다. 일하는 아줌마가 집으로 들어서자 사모님의 외출이 시작되고 사우나에 마사실에 거기다 젊은이들의 몇달치 월급과 맞먹는 돈을 가방 하나로 가뿐히 소비해 주신다. 연세 지긋한 김회장의 후처로 살면서 자기와는 나이가 비슷한 자식, 며느리들을 챙기는 주인공 선녀의 일상이야말로 위화감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 같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던 선녀는 순식간에 붕괴된 백화점에 깔려버리고, 정신이 몽롱한 가운데 지나온 과거를 회상한다. 

 

  평범한 집의  맏딸로 태어나 아버지의 병수발로 기우는 가정형편, 어머니의 강요에 못이겨 여상에 진학하고 반반한 얼굴로 화류계에 진출하여 잘나가는 마담이 된다. 부자집 도련님과 불장난같은 동거도 하고 진심어린 첫사랑도 겪고 어깨들의 보호를 받으며 물장사로 부를 쌓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사상누각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건 또 뭔가 싶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김회장의 과거때문이다. 김의 가난했던 어린시절과 만주에서의 생활, 큰 뜻을 펼쳐 보려했던 꿈과 조국애를 뒤로하고 시대에 편승하여 승승장구하는 그의 모습이야말로 어찌보면 선녀의 인생과도 흡사하다.   

 

 단락이 바뀔수록 전혀다른 카드를 꺼내보는 것처럼 선녀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주변인물들의 과거사가 하나씩 드러난다. 신기하게도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모두가 비슷한 틀 안에서 자란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각각의 스토리는 정신없이 전개되는듯 하면서도 흔들림없이 하나의 축을 향해 연결되어 있고, 미군정 하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들을 마치 병풍처럼 펼쳐보인다. 이승만 정권의 집권, 여운영 암살, 제주민주항쟁, 5.16쿠데타, 제 5공화국, 삼김시대, 경제성장과 부동산 폭등, 정경 유착 등 아마도 작가는 이 한권의 소설속에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모두 담으려 했던 것이 틀림없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저자가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던 때가 떠오른다.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으시던 천진난만한 모습과 이처럼 무거운 주제가 매치되지 않아 당혹스럽긴 한데, 현대사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면서 거친 풍파에 시달려온 저자의 인생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나서 조금은 이해가 된다. 책 읽는 내내 암흑가의 전문용어(?)들이 과한듯 하여 조금은 껄끄럽기도 했지만 대한민국의 문학사에 있어서 거목이라할 수 있는 인생 전반을 뒤돌아보며 제대로 지나세월 가슴속에 꽁꽁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을 마침내 쏟아내고야 말았구나 싶은...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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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2 : 세계와 나
MBC 'W' 제작팀 지음 / 삼성출판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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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가 많이 어렵다고, 먹고 살기 너무 힘들다고들 한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100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은 세계인들에게 낯선 나라일 뿐이었고 50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이 오늘날과 같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리라 믿었던 이들은 거의 없었다는 몇줄 카피를 떠올리며 아직은 우리에게 희망이 있음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된다. 

 
 과거에 우리가 세계인들에게 생소한 나라였던 것 처럼 오늘날 지구상에는 수많은 나라와 민족이 살고 있고 그들중 많은 부분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함을 인정해야만 할 것 같다. 그러고보니 안젤리나 졸리가 샤일로를 낳기위해 아프리카로 갔을 때 나미비아라는 나라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2006년 월드컵 때에야 토고라는 나라를 알게 되었으며 지금도 러시아에서 분리독립된 나라들이 생소하기만 하니 말이다.
 
 하지만 세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미처 알지 못했던 나라들에 대해 알아가고 배워간다는 것에 한정해서는 안될 것이다. '세계속의 한국'은 우리가 발전한 만큼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나아가 세계의 정치, 경제, 문화를 비롯해 기아와 가뭄, 내전, 환경 문제등 지구촌의 평화와 미래를 향한 발판을 마련하는데 앞장선다는 의미가 더 크다.
 
 [W]는 전부터 즐겨보던 시사프로였는데 개인적으로 우리의 발전과 자긍심을 느끼게 해준 프로였다. 다시말해 예전에는 국제 시사를 다룬 다큐나 '동물의 왕국'같은 환경다큐를 외국에서 수입해서 틀어주는데 만족해야 했는데 이젠 '아마존의 눈물'과 같은 대작도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고 'W'같은 국제적인 심층 시사프로도 우리 손으로, 그것도 '잘'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었다. 
 
 <세계와 나 W 2> 이 책은 방송에서 소개되었던 내용을 책으로 엮은 두번째 이야기로 세상을 바라 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발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나라들, 중국의 개발과 분노하는 철거민들, 언론 탄압, 기아와 경제적 궁핍, 지구 온난화로 사라지는 섬나라 등 남의 나라 일이라고 덮어두기엔 과거, 현재, 미래의 우리 모습을 보는 것처럼 안타까움에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다.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라는 코미디언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이탈리아의 정치를 풍자하던 그는 당시 부패 혐의를 받고 있던 총리에 대해 언급했다는 이유로 방송에서 퇴출되었는데 그 후에 공연장에서 더욱 사랑받는 인물이 되었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면서 특정 연예인이 방송에 제약을 받는 우리 현실이 겹쳐져 더욱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집트의 경우는 식량 자급율을 낮추면서 세계 최대 밀수입국이 되었으나 국민들 대다수가 굶주림에 시달리며 고통받는 현실이 두려움으로 와닿았다. 우리가 신토불이를 외치면서 우리 농산물을 지키려 애쓰는 것, 가을이면 정부차원에서 추곡수매를 해가면서 우리쌀, 우리 농업을 지키려는 것도 식량 자급율을 낮추었을 때 어떤 결과가 올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 농축산 꼭 지켜야한다! 그외에도 호주를 상징하는 캥거루를 죽여 가죽을 얻고 고기를 먹는 호주인들과 연구 목적이라고 우기면서 고래를 죽이는 일본이 서로를 비난한다는 글을 읽으면서 그저 헛웃음만 나기도 했다. 
 
 최근에 [W]에 관해 씁쓸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초기부터 최윤영 아나운서의 단아한 외모와 차분한 진행, 탁월한 주제 선택과 완성도 높은 편집이 돋보였던 잘 만들어진 프로라고 생각했는데 배우 김혜수 씨가 새MC로 발탁되었다기에 새로워진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프로 자체가 폐지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동시간대 시청율도 높은 편이라고 하던데 달리 이유야 있겠는가. 결국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들인 비용만큼 방송사에 남는 것이 없다는 그런... 결국은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고 본다. TV가 아무리 '바보상자'라고는 하지만 언제부턴가 아이돌 그룹이 방송을 장악하고 MC인지 게스트인지 불분명한 사람들이 우르르 출연해서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난리치는 것을 구경하는 시스템으로 흘러 버리더라. 그런데 그나마 몇 안되는 진실을 담은 프로가 없어질지로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그리고 책으로 만나는 [W] 그 세번째, 네번째...  이야기도 계속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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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잡학 박물관
이문정 지음 / 삼양미디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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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들어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책을 가까이 한다는 것, 나 자신을 위해 글 한 줄 읽는다는 것은 정녕 사치란 말인가! 하는 생각말이다. 오늘로 생후 92일된 딸, 육아와 직장생활의 병행, 초등 2학년인 아들 챙기기, 그리고 우리 집의 큰 아들 남편까정... 어느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안그래도 바쁘다, 정신없다 라는 말을 달고사는 내가 요즘은 거의 무념무상의 경지에 오를 정도로 육체와 정신이 분리된 생활을 하고 있다. ㅋ 둘째가 생겨도 그까이꺼 일주일에 책 한 권이야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지난 2달동안 책이랑은 담을 쌓고 살아야만 했다. ㅠ.ㅠ

 

 내가 왜 이러지? 한참 책에 빠져 있을 때만 해도 시간없어서 책을 못 읽는다는 말은 변명일 뿐이라고 몰아부쳤던 난데...  언제 어디서든 짬은 나기 마련이라고 부르짖던 난데 말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말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만큼은 확실하다. 나의 관심사와 잠깐의 시간이 생겼을 때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우선순위가 달라졌던 것이다. 어쨌거나 지난 시간들을 찬찬히 되짚어 보다가 오늘에서야 서서히 제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내 생활을 어떻게 컨트롤해야 할지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는 생각에 많은 위로가 된다. 후훗~

 

 책장에는 읽어달라고 줄서있는 책들이 꽤 된다. ^^;; 그 중에서 <잡학 박물관>은 제일 만만해 보여서 꺼내든 책이다. 우선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이라는 타이틀로 출간된 책을 10여권 넘게 읽었었는데 간혹 실망스런 책도 있긴했지만 대체적으로는 평균이상의 점수를 줄 만큼 괜찮은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스토리 자체가 연속성이 없는 구성으로 나온 책이라 말그대로 틈날때마다 읽을 수 있으며 목차와 상관없이 읽을 수도 있어서 좋다. 한동안 정체되었던 책읽기 습관에 다시 불을 지피기위해서, 워밍업 용으로 이보다 더 좋은 책을 없을 것이다. ^^

 

  <잡학 박물관>이라는 제목과 함께 표지를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난번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잡학 상식>을 읽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목차나 구성면에서 비슷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표지와 삽화를 같은 분이 그려서인지 과연 어떤 내용일까 하는 궁금증보다 <잡학 상식>과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하는 의문이 먼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잡학 상식>은 인체와 음식, 문화, 역사 등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과 생활을 중심으로 하고 있고 <잡학 박물관>은 '박물관'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세계 최고에 관한 상식'이 가장 먼저 나오는데 어쨌거나 두 권은 이런저런 상식들을 엮었다는 점에서 쌍둥이같은 책이다.

 

 <잡학 박물관>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은 잘못된 역사와 상식에 관해 짚어준 것이다. 나폴레옹의 키는 실제로 작지 않다 라는 부분이라든지 샌드위치의 시초는 샌드위치 백작이 아니라는 점, 링컨은 원래 노예해방에는 관심이 없었고 간디가 정말 피폭력 평화주의자였는가 하는 의문은 앞으로도 좀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가장 유용했던 파트는 '경제상식' 분야이다. 요즘은 뉴스나 인터넷 기사를 보더라도 우리말 부연설명 없이 전문용어, 신생용어로 설명을 하니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는데 금융 전반에 관한 용어들에 대해 설명해 주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가벼운 마음으로 펼쳐들었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의외로 진지하게 읽었다. '상식'이란 것이 이런저런 잡다한 정보를 모아 놓으면 재미와 흥미 위주의 이야기 거리가 될 수도 있고 생활에 정말 유용한 정보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와 비슷한 종류의 책들이 워낙에 많고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나오는 시대에 살다보니 때론 무릎을 치고 때론 뿌듯함을 느낄 정도의 내용이 있는가 하면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내용도 약간은 포함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취약했던 스포츠, 과학, 수학상식에 관한 부분과 앞서 말한 것 처럼 경제상식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어 좋았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무겁지만 절대 가라앉지 않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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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vs 역사 -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
볼프강 헤를레스.클라우스-뤼디거 마이 지음, 배진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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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역사를 뒤돌아 보았을 때 '기록 문화'라는 것이 없었다면 과연 오늘날의 문명을 이루어 낼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고대의 동굴 벽화에서 시작해서 상형문자를 이용해서 무언가 흔적을 남기려 했던 노력은 '문자'를 만들어냈고, 후대에 전하고자 하는 말을 명확하게 남길 수 있게 했다.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나 양피지의 발명은 기록하고자하는 내용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해주었고, 종이의 발견은 기록 문화가 획기적으로 발전하는데 기여했다.  

 

 <책 VS 역사> 이 책은 고대에서 현대까지 통틀어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50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생각할 것도 없이 오늘날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가? 그리고 한 사람이 평생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이 과연 몇 권이며, 또한 그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책도 얼마나 많은 것인가?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모래알 처럼 많은 인쇄물들 중 단 50여권만 고른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이 책에 소개된 '책 속의 책'이 가지는 의미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구약성서>와 <신약성서>, <코란>, 마르틴 루터의 <독일어 성서>와 같이 종교와 관련된 책이 유난히 눈에 띈다.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역사를 통틀어 50여권의 책 중에 4권이라면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을 꼽으라면 단연코 '성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서양사의 밑바탕이 된 문화, 종교, 철학, 법률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성서가 바탕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이스라엘의 역사가 중앙아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이슬람과 동양 역사의 밀접한 관계를 생각한다면 성서가 서양사 뿐 아니라 동양의 역사와도 밀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개된 대부분의 책들은 철학, 종교, 사상, 정치 등 장르를 따지자면 주로 인문학과 관련된 책이 대부분이다. 과거에는 책을 오락거리로 생각하기 보다 후대에 전할 말을 남긴다는 개념이 컸던 까닭일 것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야 말할것도 없지만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루소의 <사회계약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같은 책은 제목은 수도 없이 들었지만 살면서 제대로 읽을 기회가 올까 싶은 책들이다. 반면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와 같은 책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인문학과 관련된 책 만큼이나 모험과 판타지를 추구하는 인간 본성도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듯 하다. 

 

 우리가 아는 역사,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거의 대부분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다. 구전은 한계가 있지만 책은 그 자체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다시말해 입으로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구전되는 과정에서 변경되거나 왜곡되기 쉽다. 하지만 인류가 글을 남기기 시작한 무렵부터는 모든 것이 명확해지고 분명해 진다. 비록 승자의 역사라고 우리에게 전달된 기록물 자체가 이미 한번 걸러지는 과정을 거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모든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오래도록 메아리되어 머리 속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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