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솔드 : 흩어진 조각들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3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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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면서 흥미로운 인물들을 보고 싶다. 

닐 셔스터먼의 책에서 그런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 코너, 레브, 리사. 

한 권이 끝날때마다 흥미로운 인물들이 추가된다. 악당은 악당이고, 선한 인물들은, 복잡하다. 


1권부터 꾸준히 등장하는 코너, 레브, 리사가 그런 인물들이다. 

반면, 로렌스, 스키너, 스타키, 넬리 등은 악당이고, 

어느 쪽에 발을 들일지 자신의 눈 앞의 이익을 위해 휩쓸려 가는 사람들과 주도적으로 선하고나 악한 많은 주변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시리즈를 긴 휴가때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 너무나 만족스러울 것 같다. 

이제 시리즈의 마지막 권을 남겨둔 3권이 되도록 (원서는 다섯 권인데, 마지막 권이 시리즈로 안 나온 이유를 네 권 다 읽으면 알 수 있을까?) 계속 새로운 상황들과 인물들이 지루할틈 없이 나온다. 


2권이 1권보다 더 재미있어서 3권이 더 재미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라고 썼는데, 2권 읽고, 3권 읽을즈음에는 이미 이 시리즈에 몰입해서 더 재미있고, 덜 재미있고 그런것 없이 이 시리즈에 완전히 빠져들게 된다. 이미 빠져들었더라도 더. 


언솔드 (Unsoueld 였다. 한글 제목만 보고 unsold 인줄) 에서는 언와인드 기술을 발명한 과학자 부부가 나오고, 1권에서부터 익숙한 이름 하나가 튀어나온다. 


어떻게 언와인드 기술을 만들게 되었는지 그 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비인류적인 방향으로 급속도로 흘러갔는지에대한 배경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뉴스에서는 이제 그들을 <무법자>라 부른다. 10대 무법자라고, <이 전쟁이 낳은 10대 무법자들에게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입법부라는 울타리 안에서 푸념한다. 아니, 교육 예산을 전쟁용으로 돌려놓고서도 이럴 줄 몰랐다는 건가? 어떻게 공교육이 실패하리라는 걸 모를 수 있단 말인가? 학교도, 직업도 없이 손에 쥔 것이라고는 시간뿐인 저 아이들이 말썽을 부리는 것 외에 무슨 일을 한다고?" 


" 전쟁은 힘의 균형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유지됐던 거야. 당국이 애들을 언와인드하기 시작한들, 애들한테 뭐가 있겠어?" 


디스토피아물인데, 이 이야기를 현실 뉴스에서 분명 봤던 것 같은 섬뜩함과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픽션의 '언와인드'라는 끔찍한 기술이 섞여서 당장 뭔가 하지 않으면 도래할, 혹은 이미 다른 방식으로 도래한 현실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읽는 내내 든다. 


6부까지 있는 이야기의 매 부 처음에 나오는 뉴스는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끔찍하고 잔인한데, 현실의 뉴스이다. 

너무 과한 소재이지 않은가? 이런 이야기 해도 되나? 라고 처음 이 소설을 접할 때 생각했던 것이 우스워질정도로 현실은 이미 충분히 잔인하고, 셔스터먼은 그걸 순화한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누구라도 이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주 작은 먼지 같은 존재로 여겨질 때에도 자신의 역할을 해냈을 때 커다란 세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굴러갈 수 있다. 


이 책에서 처음 나온 그레이스와 아터전 남매. 그 중 그레이스가 멋졌다고. 


"코너는 자신이 탈출을 주도하리라 생각했지만, 그레이스가 앞장서도록 둔다. 그는 지금까지 그레이스가 해낸 일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제독이 언젠가 말한 적이 있다. <진정한 지도자는 절대 자산보다 자의식을 앞세우지 않는다>라고. 그레이스 스키너는 가장 높은 순위의 자산이다. 


"어떤 게임을 하려고, 그레이스?" 코너가 경찰의 바지를 입으며 묻는다. 

"우리가 이기는 게임." 그레이스는 단순하게 말한다. " 


그들의 앞날에 이기는 게임이 더 많길. 많이 졌지만, 더 많이 이기고, 마지막에는 확실하게 이기는 게임이길.




출판사 이벤트 신청 제공 도서. 

이제 마지막 권 남았다. 원서 5권은 어떻게 되는거지. 아,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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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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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다 사회탓이다. 


개인의 액션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여성들의 식이장애를 개인의 탓으로만 볼 수는 없다. 여성들을 향한 사회의 거대한 외모 강박 그물에 걸리지 않는 여성들일지라도 그물에 상처 받는다. 


강화길의 책은 늘 잘 읽히지만, 내 경우 등장인물 누구에게도 이입하기 힘들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자 아이들간의 사랑과 시기와 애증과 갈등과 권력과 질투 이야기는 요즘 많이 보이는 이야기다. 뭔지는 알겠는데, 어릴때부터 늘 내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이 느껴졌던 이야기다. 하지만 잘 읽힘. 


가까이는 가족이나 친구부터 학교, 일터, 사회, 미디어, 우리가 숨쉬고 사는 모든 곳에서 '여자는 ㅇㅇ야 해' 의 압박이 자신의 가치관이 형성되기 전부터 공기처럼 둘러싸고 있는데, 영향 받지 않을 수 없다. 주인공 또한 부모로부터의 압박에 식이장애를 앓고, 그것이 알 수 없는 통증으로 연결되었다고 생각한다. 


식이장애인 주인공과 그가 좋아하는 인기 많은 반 친구와 그 친구의 친구와 반장. 이들의 어린 시절과 어른이 되어서의 이야기가 교차로 나온다. 


알 수 없는,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인해 괴로워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은 그 어린 시절 사이비였던 곳이 대체의학 비스무리하게 오픈한 단식원 비슷한 곳이다. 


원인을 알 수 없고,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인한 괴로움 또한 식이장애만큼 괴로운 일이다. 연결되는 이야기이긴 한데, 다른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내게는 그 두 가지가 잘 섞이지 않는 것 같은 것이 이 이야기의 흠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매력적으로 흠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 이야기가 그렇지만, 소재와 그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익숙하고, 사회적 소재를 깊이 다루고 있기도 한데, 그 뻔한 면 때문에 찜찜한 기분이 남았다. 아마, 그 부분이 인기 있는거겠지만. 


사회적 문제들만 보이고, 결과는 지극히 소설적이어서, 사회파 소설이나 르포가 취향인 내게는 미진하게 남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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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끝, 파랑
이폴리트 지음, 안의진 옮김 / 바람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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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희망들 속의 절망 


올해의 책이다. 


작은 보트에 몸을 맡기고 목숨 걸고 망망대해로 나온 난민들을 구조하는 구조선 '오션 바이킹' 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내용도, 그 내용을 옮기는 그림과 글도 세심하다. 

번역도, 상황에 따라 변하는 우리말 폰트도 아름답고, 생생하다. 





원래도 쉽지 않은 난민 구조선의 일은 코로나로 인해 불가능과 가능의 선을 오가게 된다. 

저자인 이폴리트는 기자의 자격으로 오션 바이킹의 눈과 입이 되어 바다에서 목격하고, 경험하는 일들을 세상에 전한다. 

복잡한 정치적 그물 끄트머리에서 삶과 죽음을 오가는 난민들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한다. 


일이 되게 만들기 위해, 바다 위에 떠다니는 난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가장 예민하게 각자의 할 일들을 끊임없이 다듬고, 협력한다. 모든 준비들은 완벽해야 하고, 분과 초를 다투는 구조 순간을 대비하는 동시에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의 일들이 일어나는 구조 상황에 마음을 단단히 다져야 한다. 이 부분이 가장 힘들다. 그와 같은 감정의 고저를 겪으며 떠나는 사람들, 추스리고 돌아오는 사람들,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망망대해에서 그들은 희망이고, 절망이다. 군해경들로 인해 무력하게 지켜보기만 해야할 때도, 구조 하는 순간에 바다로 휩쓸려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을 때에도. 너무 늦어버려 구조 가방보다 바디백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할 때도 있다. 


'난민' 꼬리표를 달고, 살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허름한 보트를 타고 바다 위에 떠다니며 육지를, 구조선을 기다리는 그들을 각국은 갖가지 핑계로 외면한다. 바다라는 공간이 배경이어서 세계가 '국가' 단위로 나누어져 있지만, '지구' 라는 행성의 인류라는 종이라는 것이 조금 더 실감났다.  








근래 이 책 포함 '난민', '이주 노동자' 에 대한 책들을 연속해서 읽었다. 출판사 이벤트 신청해서 받은 도서들이었는데, 

생각해보지 못했던 주제의 책들을 현장에서 경험한 눈으로 알려줘서 좋았다. 


이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절망들 속의 희망이 될지, 희망들 속에 절망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희망적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쓸 수 없는 현실) 모든 사회 문제의 첫걸음은 아는 것(awareness) 이다. 이 책을 읽고, 이 책에서 알게 된 상황과 사람들의 시야를 공유해보는 것이 희망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는 길일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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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홀리 : 무단이탈자의 묘지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2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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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세계관이 더욱 깊어지고, 넓어지는 2권, 무단 이탈자의 묘지, <언홀리> 

1권보다 더 재미있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더 재미있고, 3권이 이 책보다 더 재미있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1권의 주요 인물이었던, 각각의 상황에서 언와인드 되기로 한 아이들, 문제아 코너, 십일조 레브, 보호소의 리사가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그들을 언와인드되게 만들었던 세계에 대항한다. 그들은 계속되는 언와인드 아이들에게 우상시 되고, 도전을 받게 된다. 더 개성 강한 새로운 주인공들로 2편은 진행되는 걸까 궁금해할때즈음 성장한만큼 지치고, 그러나 성숙해진, 그러나 여전히 싸우는 세 명을 만날 수 있다. 


새로 등장한 인물들 또한 흥미롭다. '언와인드'라는 소재를 읽었을 때 떠올리게 된 '프랑켄슈타인' 이야기가 캠이라는 인물로 <언홀리>에서 나온다. 캠의 이름을 기관에서는 카뮈-> 캠으로 생각하는데, 카뮈까지 가게 된 계기가 뜬금없이 웃기다. 유머가 섞여 있는 소설은 전혀 아니지만.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든 박사의 이름이다. 꼭 같은 욕망과 무시된 의료 윤리로 만들어진, 그러나 발전한 의료 기술로 조형된 캠. 


"그날 밤, 캠은 손목을 따라 난 흉터를 본다.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팔찌 같다. 이제 붕대는 풀었고, 흉터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는 가슴 중앙을 따라 내려가다가 완벽하게 조각된 복근 위에서 좌우로 갈라지는 선을 본다. 두꺼운 밧줄 같다. 조각이다. 인간의 형상을 본뜬 대리석 조각 같다. 미술가가 상상한 완벽함이다. 그제야 캠은 절벽 위의 이 대저택이 그저 갤러리일 뿐이며, 자신은 그 안에 전시된 작품이라는 걸깨닫는다. 아마 특별해진 기분이 들어야겠지만, 그가 느끼는 것은 외로움뿐이다." (91) 


닐 셔스터머의 책들의 악역은 그들만의 이유가 있더라도 선해하기 어려운 확실한 악역들이다. 언와인드 아이들 사이의 갈등은 더욱 증폭되지만, 애초에 그들을 언와인드로 만든 어른들의 세계의 더 큰 악은 소설의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설정 같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디스토피아 세계에 지금을 대입하기는 어렵지 않다. 


낙태를 반대하는 진영의 의견을 충족시키기 위해 낙태를 지연시키는 모습은 산 자들의 편의와 생명을 위해 새로운 의료 소재를 발굴하는 결과가 되었고, 맘에 안드는,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삭제하는/언와인드하는 편리한 무책임함까지 곁들인다.

낙태에 대해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만, 태어난 아이들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지금과 별반 차이 없게 느껴진다. 

언와인드의 설정은 소설로 봐도 끔찍하지만, 그 결과만은 현실과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다. 


그와 같은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결정을 내리는 어른들의 사회에 균열을 내기 위해 싸우는 주인공들은 모두 그 결정의 오랜 희생자였던 아이들이다. 책의 시작과 끝에 훌쩍 성장하고, 변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그들이 아직 언와인드 될 수 있는 나이인 17세 미만/이하의 아이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홀리'로 다시 짓는다. 디테일이 추가되고, 등장인물들과 함께 이야기가 성장한다. 


"무단이탈자라는 말은 놈들이 우리를 부르는 이름이고." 헤이든이 말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완전한 존재, 홀리Wholey 라고 불러." (119) 


1권을 재미로만 읽는다면, 이 책을 추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2권은 재미로만 읽는게 안 될만큼 현실을 많이 건드린다. 분량도 훌쩍 늘어난 600여페이지지만, 단숨에 읽힌다. 


디스토피아라는 장르는 현재를 기반으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끔찍한 망한 미래에 대한 상상의 세상을 보여줌으로써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데, 생명법이니 황새법이니 무단이탈자니, 청소년 전담 경찰이니 하는 새롭게 쓰이는 용어들의 본질은 현실의 상황들과 같은데, 우리가 이 소설과 같이 각자의 자리에서 현실을 (해피 엔딩으로) 이끌 (YA 소설의 엔딩은 해피 엔딩이거나 그에 걸맞는 확실한 성장소설임을 믿는다!) 주인공들이 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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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 기존의 호혜, 증여, 분배 이론을 뒤흔드는 불확실성의 인류학
오가와 사야카 지음, 지비원 옮김 / 갈라파고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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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논픽션계의 아쿠타가와상, 나오키상이라 불리는 오야 소이치 논픽션상과 명성 높은 가와이 하야오 학예상을 동시 수상했다는 소개글을 보고, 논픽션상이라고? 재밌겠다! 출판사에서 마침 이벤트하길래 신청해서 받았다.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논픽션, 홍콩의 청킹맨션이라는 키워드만 보고 읽기 시작했는데, 아, 이런 책들 진짜 많으면 좋겠다. 많겠지? 이 책처럼 대중들에게 소설보다 더 재미있게 읽히는 책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탄자니아인지는 알 기회 없었지만, 아프리카 대륙에서 와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아마도 본 적 있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예멘 난민들을 볼 기회들이 있었다.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관심 가져 본 적 없었지만, 이 책을 보고난 후에는 다를 것이다. 


청킹맨션이라는 장소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았고, 청킹맨션에 살고 있는 탄자니아인들의 '돈벌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리뷰 제목에 쓴 '사랑과 우정의 비결은 돈벌이'는 6장의 제목이다. 최종장 뺀 마지막 장이다. 홍콩에서 살고, 일하는 탄자니아인들을 관찰하고 쓴 이 책의 가장 큰 키워드는 '돈벌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써야 나쁘게 들리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중국도 아프리카도 상업에서 뭔가 바가지 쓰고, 사기 당할 것 같은 선입견이 있다. 탄자니아인들의 공유 경제에 비해 해외 나가면 한국인 조심하라는 말들 더 디테일하게 들으니 말그대로 경험에서 온 부풀린 선입견이겠다. 


지구가 망하면 망했지, 자본주의는 망하지 않을거라고 하는데, 그 결과 지구와 자본주의가 사이좋게 같이 망하고 있는 지금. 지중해가 절절 끓고, 폭염과 한파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지금, 새로운 형태의 기존의 자본주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새로운 방식의 경제 모델을 시도하는 것은 필요한 일일 것이다. 


읽으면서 생각나는 부분들이 많아서 재미있었다. 처음 읽는 이야기이지만, 낯익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들의 호혜성은 여러 사정이 있으니 세세하게 따지지 말고, 무임승차도 오케이, 기부금도 상황에 따라 받는다. 인간은 언제나 변할 수 있으며, 그의 과거가 아닌 지금의 상황에 따라서만 판단하고, 상황과 문맥에 따라 한정적 신뢰를 주고 받는다.


"타자의 복잡한 사정은 알 수 없는/알고 싶지 않은" 것이라는 기본 마인드로 '겸사겸사' 서로를 도와주고,

그 과정에서 '윈윈'의 기회를 찾아 기브 앤 테이크를 이루고자 한다. 

'내가 누군가를 도와주면, 누군가가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타지에서 죽으면, 본국으로 보내줄 수 있게 힘을 합친다.


"청킹맨션의 탄자니아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미래 인류 사회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모색하는 이들, 공유, 연결, 특이점singularity, 기본 소득에 관심을 두는 모든 이에게도 흥미로울 것이다. 이들은 '아무도 신용하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삼는 세계에서 누구에게나 열린 호수성 reciprocity을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과 생활 보장 구조를 동시에 구축하고 있다. " (31)


선한 시민이거나 선한 친구, 선한 이웃이 아니어서 '서로를 신뢰할 수 없다' 고 단언하지만, 서로 돕는 구조와 논리에 대해 청킹맨션, 가장 가난한 자들이 모이는 곳에서 카라마라는 자칭 타칭 보스이자 중고차 브로커를 통해서 그 겉모습이나마 볼 수 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동료에게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이들에게 강한 '독립독행'의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것은 각자의 독립독행 정신, '자력으로 살아가기' 와의 균형 위에서 모색된다. 자력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정말로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 그 균형을 잡는 것은 매우 어렵다. 


늘 실리를 따지지만, 본래의 목적은 '인심을 쓰는 기쁨', '동료와의 공존', '놀고 싶은 마음과 장난치고 싶은 마음', '자영업의 자유로운 정신'과 같은 즐거움이다. 


신뢰가 무너진 비즈니스계에서 신뢰를 코인으로 돈을 벌고, 고국인 탄자니아와 홍콩의 삶이 평행적인 삶을 산다. 탄자니아는 돌아가야 할 집이지만, 홍콩에서의 삶 또한 돌아가야 할 또 하나의 삶의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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