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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청소부 마담 B
상드린 데통브 지음, 김희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2월
평점 :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어요.
화려한 치장이나 유난스러운 언행 때문이라면 매우 의도적이라서 그리 특이하다고 볼 순 없어요.
근데 전혀 드러낼 의도가 없어 보이는데도 뭔가 끌린다는 건 분명 그 사람만의 매력이 있다는 뜻이겠죠. 소설은 우리를 낯선 누군가에게로 데려가 그의 삶 속으로 깊숙히 빠져들게 만들어요. 첫 장을 펼쳤을 때, 주인공과의 첫 대면이 이후의 모든 감정을 결정짓는 것 같아요. 베일에 가린 듯, 뭔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에게 뭔가 홀린 게 아닌가 싶어요.
마담 B.
그녀에게 처음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몇 가지 단서로 직업을 맞춰보라는 퀴즈 때문이에요.
나이는 서른아홉 살, 거주지는 프랑스 파리 14구, 경력은 15년(92건), 가족관계는 어머니(자살), 양아버지(실종), 보유 질환은 경미한 정신착란 증세, 좋아하는 것은 일을 끝내고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이에요. 하나 더, 머리카락을 질끈 묶고 있는 뒷모습이 있네요.
호기심이 생겼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녀의 얼굴을 상상해봤어요. 꾸준히 15년 동안 92건의 일을 완수했다면 일년에 대략 6건이니 일반적인 직장인이 아니라 의뢰를 받아서 뭔가를 해결해줄 거라고 짐작했어요. 역시나 그녀의 직업은 결코 평범하지 않네요. 범죄자들의 의뢰를 받아 범행 현장을 완벽하게 치우는 범죄 청소부였네요.
《범죄 청소부 마담 B》는 프랑스 추리소설 작가인 상드린 데통브의 일곱 번째 소설이라고 해요. 프랑스에서는 차세대 스릴러의 여왕으로 유명한 작가님이라고 하네요.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스릴러의 여왕다운 작품이라고 느꼈네요. 주인공 마담 B의 이름은 블랑슈 바르작, 그녀는 15년 동안 그 어떤 실수도 없이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해왔는데 어떤 물건 하나 때문에 아주 곤란해졌어요. 그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무엇이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는지, 과연 그녀에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아마 자신도 모르게 그 궁금증을 좇게 될 거예요. 보통 평정심을 잃는 경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문제와 관련이 있기 마련이죠. 이상한 이끌림, 마담 B를 향한 나의 시선이 독특한 그녀에게서 한 명의 인간으로 옮겨가네요. 살면서 거의 만날 확률이 없을 것 같은 존재를 이토록 깊숙하게 마주할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소설을 읽는 독자만의 특권이 아닐까 싶네요. 블랑슈 바르작의 긴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특별한 시간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