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린 아직 인터루드에 있어
엘 캐피탄 지음 / 비에이블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수많은 재능들 가운데 내 것이 아니라서 슬픈 것이 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그건 음악적 재능이에요. 좋은 곡을 쓰고 노래 부르는 사람들을 보면 고마운 마음과 동시에 부러운 마음이 크네요. 음치 수준이라 일찌감치 노래는 부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어서 노래로 감동을 주는 이들은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요즘 아이돌 그룹을 보면 외모, 실력,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어서 감탄하게 되는데, 매년 수십 개 이상의 그룹들이 데뷔하지만 몇 년 뒤에 살아남는 팀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에요. 아예 재능이 없으면 바로 포기할 수 있지만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도 대중의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경우는 진짜 슬프고 괴로울 것 같아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히스토리'라는 보이그룹을 알지 못했어요. 그 시기는 개인적으로 바쁘고 피곤해서 음악과는 담을 쌓고 지낼 때라서 모르는 거라고 핑계를 대고 싶네요.
《우린 아직 인터루드에 있어》는 장이정이자 엘 캐피탄의 음악 에세이네요. 저자의 본명은 장이정, 2013년 보이그룹 히스토리로 데뷔해 2017년까지 활동했고, 그룹 해체 이후 프로듀서 엘 캐피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음악을 시작하여 현재는 프로듀싱 팀 벤더스프로덕션의 대표라고 하네요.
이 책에는 저자가 작업한 음악 리스트를 소제목으로, 음악을 작업할 때의 에피소드뿐 아니라 본인의 음악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저에게 롤로코스터는 결국 사람입니다. 돌이켜 보면 해체를 선택하게 되었을 때는 저부터 살기도 벅차 팬들한테 '고맙다', '사랑한다'라는 인사 한마디조차 제대로 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이제 생긴 팬들한테라도 잘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저는 아이돌도 아니고 프로듀서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저의 매력을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말랑한 마음을 주고 싶습니다." (54p)
우리 인생이 롤로코스터가 아닐까 싶어요. 오르락내리락, 중요한 건 앞으로 나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책 제목처럼 우린 아직 인터루드, 고통스러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곧 좋은 날이 올 거라고, 그러니 지치지 말고 꿈을 향해 나아가라고 말해주고 있네요. 인생은 언제나 라이브, 우린 여전히 더 많은 트랙을 남겨두고 있다는, 프로듀서 엘 캐피탄의 이야기가 진심으로 와닿았네요.
"제 이름은 장이정이고, 2013년에 5인조 보이그룹 '히스토리'로 데뷔해서 4년간 활동했습니다.
부끄럽지는 않지만 아픈 기억입니다. 스스로 '망한 아이돌'이라 생각하던 시절이라서요.
지금은 엘 캐피탄 EL CAPITXN 이라는 이름으로 하이브와 함께 일하는 프로듀서이자 작곡가 매니지먼트인 벤더스프로덕션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이유의 <금요일에 만나요>라는 노래에 피처링을 한 남자로 조금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노래를 부르기보단 만들며 살아가고 있지만요.
··· 저는 저의 이야기가 독백으로 끝날 줄 알았습니다. 아무리 노래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기회가 오기도 합니다. 괴로운 순간은 잠깐 지나가는 인터루드일 뿐입니다. 괜찮은 아웃트로를 기다리며 천천히 걷는 것도 위로가 되어줍니다."
_ 장이정 그리고 엘 캐피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