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의 뇌 - 갑질, 괴롭힘, 공격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뇌과학
가토 토시노리 저자, 박은주 역자 / 링크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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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근 끔찍한 뉴스를 봤네요.

동거하던 여자친구를 지속적으로 폭행하여 숨지게 한 가해 남성의 사건을 다룬 내용인데 전문가들이 고문 살인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잔혹했네요. 감정적인 흥분이 전혀 없는 시종일관 차분한 목소리로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때리는 모습은 인간이라고 볼 수 없었네요.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인간 같지 않은 존재들의 뇌를 연구한 책이 나왔네요.

가토 도시노리 박사의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의 뇌》는 저자가 4년간의 연구를 중간 보고의 형태로 정리한 책이라고 하네요.

'뇌 영역 트레이닝'을 개발한 뇌내과 의사이자 의학박사인 가토 도시노리 박사는 뇌과학과 MRI 전문가로, 알츠하이머병과 ADHD, 의사소통 장애 등 발달장애와 관련한 연구를 해왔고, 최근에는 '괴롭힘'이라는 행위의 근간에 자리한 '뇌'에 주목하여 비정상적인 뇌 기능과 메커니즘을 밝혀냈네요. 이 책은 괴롭힘이라는 행위를 유발하는 뇌의 여러 작용 원리를 살펴보고, 괴롭힘을 일삼는 가해자의 머릿속 풍경을 보여준 뒤 그들로부터 나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뇌과학적 대처법을 알려주네요. 우선 첫 장에 나오는 '가해 모드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가 점검을 할 수 있네요. 열한 가지 항목인데 내용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네요. 다행히 중간에 나오는 '가해 모드 자가 진단'을 보면서 안심을 했네요.

"괴롭힘의 위험성을 자각하는 것은

'가해 모드'에 빠지지 않기 위한 첫걸음이다."

(10p)

대부분 타인의 갑질, 괴롭힘, 공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두고 이 책을 펼칠 텐데, 어쩌면 본인이 가해 모드에 빠진 사람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될 것 같네요. 타인을 공격하거나 상식 밖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감정 조절, 타인에 대한 공감, 객관적 상황 판단을 담당하는 특정 뇌 영역의 발달이 미숙하거나 기능 저하가 원인이네요. 괴롭힘은 단순하게 악의로 볼 게 아니라 뇌의 성향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거죠. 뇌과학적 관점에서, 뇌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우뇌의 감정 분야 또는 좌뇌의 감정 분야가 미숙하면 과활동이 나타날 수 있고, 가해 모드로 이어질 위험도 높일 수 있다는 가설인데, 과활동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네요. MRI 영상 검사에서도 분명한 손상이 드러나지 않지만 발달 과정에서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뇌 기능에 일시적인 불균형이 생기면서 과잉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네요. 가해 모드의 뇌에 자극에 쉽게 반응하는 과활동이 더해지면 죄책감을 느끼는지와 관계없이 괴롭힘을 반복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예요. 태어날 때부터 고정된 인격 장애가 아니라 뇌의 작동 원리나 환경적 스트레스에 의해 나타나는 후천적 기능 저하에 가깝다는 거죠. 괴롭힘은 지속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멈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조기 대응이 중요하네요. 따라서 가해 모드를 정확히 아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대처법이네요. 솔직히 가해 모드에 빠진 사람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는데 저자의 말처럼 뇌과학적 관점에서 가해 모드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네요. 가해 모드는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일 수도 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우리의 뇌는 스스로 문제를 인지하면 다시 훈련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이네요. 가해 모드를 예방하기 위한 '뇌 훈련 십계명'을 읽으면서 매일 스스로를 점검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네요. 건강하고 성숙한 뇌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들을 배울 수 있는 유익한 뇌과학 실전지침서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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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1분 재활 - 근육의 연결과 움직임을 이해하면 통증이 사라진다
최우영 지음 / 빅피시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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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통증이 생기면 진통제를 먹고 쉬는 경우가 많네요.

근데 아프다고 해서 다 똑같은 통증이 아니라는 거죠. 어깨나 허리 통증은 종종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지금 내 몸 상태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아직 큰 통증은 없지만 묵직한 느낌이나 뻐근한 증상과 같은 신호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됐네요.

《기적의 1분 재활》은 최우영 임상 물리치료사의 인생 재활 지침서네요.

저자는 우리 몸은 가만히 버티기보다 움직이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자세라도 오래 유지하면 몸이 굳는다면서, 조금이라도 자주 움직여보라고 이야기하네요. 병원에 가기에는 애매하지만 몸 여기저기가 늘 찌뿌둥한 사람들을 위해서, 만성피로와 뻐근한 통증을 잡을 수 있는 내 몸 관리법을 알려주는 책이네요. 우선 아픈 부위만 풀어주면 계속 통증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우리 몸이 관절, 인대, 힘줄, 근육, 신경 등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시스템처럼 움직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한 부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다른 부위가 부족한 움직임을 대신 떠안아 과부하가 쌓여 통증이 나타날 수 있고, 통증이 느껴지는 곳과 원인이 시작된 곳이 다를 수 있다는 거예요.

가장 눈에 띄는 '1분', 정말 1분만 따라 해도 통증이 줄어드는지 궁금했는데, 물리적인 시간의 의미보다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의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심리적 트리거로 보면 될 것 같아요. 운동을 아예 하지 않던 사람한테 헬스장 등록을 권하거나 30분 이상의 스트레칭을 제안하면 시도조차 안 할 확률이 높으니까요. 근데 '1분'은 아무리 바빠도 틈을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이니까, 저자의 말대로 1분 동안 고개를 돌리거나 등을 움직이는 등의 스트레칭은 충분히 시도할 수 있네요. 늘 이런저런 핑계로 운동을 미뤘던 사람에겐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턱과 목부터 시작해서 목과 어깨, 어깨와 등, 등과 허리, 허리와 고관절, 고관절과 무릎, 무릎과 발목, 발바닥, 팔꿈치와 손목, 손가락 순으로 몸 전체를 쭉 연결하여 증상별 마사지와 스트레칭, 운동법을 알려주네요. 첫 장에 '근막 연결 도감'이 나와 있어서 몸의 근막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확인한 다음, 일상에서 겪는 통증 상황별로 그림과 사진으로 설명되어 있는 동작들을 따라하면 되네요. 하루 1분이라는 문구 자체가 기적 같은 효과가 있네요. 복잡하고 어려운 동작이 아니라서 쉽게 따라할 수 있고, 실제로 1분이면 충분히 할 수 있어서 열심히 돌리고 움직이고 있네요. 다만 혼자서 스트레칭과 마사지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통증과 전문 의료기관에서 치료가 필요한 통증을 잘 구분하는 것이 중요해요. 겨우 이 정도 동작으로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살짝 있었는데, 직접 해보니 다르네요. 그만큼 운동 부족이었구나 싶네요.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자가 관리법이라서 확실히 도움이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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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쉽게 푸는 공사계약 실무
박유왕 지음 / 가나북스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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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실무 현장에서 겪는 막막함은 먼저 경험한 선배들의 노하우로 해결할 수 있네요.

학교 시험에서도 족보가 존재하듯이, 건설 분야의 공사 계약에 관한 실무 지침서가 나왔네요.

《그림으로 쉽게 푸는 공사계약 실무》는 현직 기관에서 계약 담당 업무를 하고 있는 박유왕 님의 책이네요.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복잡하고 까다로운 공사 계약의 전 과정을 그림으로 그리고, 다양한 시각 자료를 활용하여 쉽게 풀어낸 실무 지침서네요.

책 표지에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이라고 적힌 문구를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났네요. 마치 동화책처럼 쉽게 표현해냈다는 점에서는 동의하지만 실제 계약 업무에 적용되는 복잡한 내용들을 재미있게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어찌됐건 현업 실무자나 계약담당관들이 공사 계약 일반조건, 설계변경, 금액 조정 등 난해한 법률, 행정적 문제 때문에 겪는 시행착오를 미리 알려준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는 내용이네요. 물론 수록된 사례와 해설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이기 때문에 각자 실제 업무에서는 최신 법령 및 예규를 꼭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하네요. 계약 당사자, 즉 계약 담당 공무원과 계약 상대자가 준수해야 할 근본적인 원칙과 계약 집행의 규정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공사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법적 해석과 분쟁을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실무 지식이네요. 생생한 계약 현장부터 공사 실무를 공사 계약 일반조건 조문으로 세분하여 설명하고, 현장 맞춤형으로 사례가 나와 있어서 언제든지 필요한 내용을 찾아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네요. 아직 계약 업무가 낯선 실무자 입장에서는 어려운 공사 계약 법률과 약관을 그림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든든한 실무 가이드북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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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석의 과학하는 마음 - 불확실성의 시대를 건너는 삶의 태도
장하석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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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과학하는 마음이란 뭘까요.

얼핏 과학자에게 필요한 조건일 것 같은데, 이 책을 보니 그보다 더 큰 개념이었네요.

《장하석의 과학하는 마음》은 장하석 교수의 생애 첫 산문집이라고 하네요.

저자는 케임브리지대학교 과학사-과학철학과 석좌교수이며 주요 연구 분야는 18세기 이후 화학과 물리학의 역사와 철학, 과학적 실천의 철학, 실재론, 다원주의, 실용주의, 측정, 증거 등이라고 하네요. 과학철학 분야는 과학의 방법, 기초, 그리고 과학적 인식의 타당성을 비판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인데, 과학을 하는 방법을 몇 가지 간단한 규칙으로 요약하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고 해요. 그래서 주목한 것이 '과학하는 마음'이라는 거예요.

과학철학에 관한 이론을 설명하는 책이었다면 선뜻 펼치지 못했을 텐데, '마음'이라고 해서 기꺼이 읽을 수 있었는데, 역시나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를 이야기하고 있네요. 저자가 말하는 '과학하는 마음'의 핵심은 항상 끝없이 배우려는 태도와 무지를 인정하는 겸허함, 호기심, 열린 마음이며, 지식을 얻는 배움의 과정은 경험을 토대로 한다는 것, 즉 경험주의가 과학하는 마음의 근본이라는 거예요.

이 책은 2021년 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칼럼들을 다시 다듬어 엮은 것이라고 하네요. 지난 5년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엄청난 변화를 겪어왔는데, 바로 그러한 시기에 쓴 글들이라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네요.

"민주화를 하면서 우리는 사회적 차원에서 불확실성을 택했으며, 그것은 실로 고귀한 선택이었다. 국민들에게 특정한 무엇을 강요하지 않고 여러 방법으로 설득해가며 공익을 위한 선택을 하도록 합의하는 일은 힘겹지만 값진 과정이다. 불확실성은 과학지식의 본질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이 중요한 문제에 대한 확답을 주지 못하는데 왜 과학을 신봉해야 하느냐'라는 반발일 수 있다. 그러나 과학은 확실성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완벽하지 못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과학자와 그들이 얻어낸 지식에 기반해 정책을 세우는 정부를 기본적으로 신뢰하고, 이들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지면서도 따라주는 것이 성숙한 시민이 보여주어야 할 태도다. 이러한 태도는 전문가들이 완벽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낫다는 것을 인정하는 겸허함을 포함한다." (47p)

요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비전문가가 근거 없는 헛소문을 진실인양 떠든 것이 확산되고 정작 전문가의 의견은 묻히면서 성숙한 토론의 장이 축소된 느낌이네요. 기본적인 사회적 신뢰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믿어야 할 건 의심하고, 따져봐야 할 건 맹신하면서 합리적인 기준이 뒤바뀌는 현상이 벌어지네요. 변화하는 현실과 불확실한 정보 속에서 고집을 부리며 반대 의견을 비난하는 태도를 버리고, 객관적인 증거를 보면서 유연하게 생각을 고치는 사고방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네요.

"우리나라는 학문을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와 이과로 양분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 이러한 경향은 동아시아에서 좀 심한 편이지만 사실 체계적인 현상이다. 영국의 화학자이자 소설가인 찰스 퍼시 스노우는 1959년 <두 문화>라는 저서를 통해 문과적 문화와 이과적 문화가 서로를 배격하며 사회적 분열을 가져오고 있는 사태를 한탄했다. ··· 역사를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스노우보다 훨씬 더 명망 있는 지식인들이 문과와 이과의 분리를 비판하고 그 장벽을 뛰어넘고자 시도했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중 한 예는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다. ··· 이과생도 문과생도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이 괴테가 굉장히 진지한 과학자였다는 점이다. 독일 낭만파 지식인들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양분하지 않았다. 시를 쓰는 것은 인간의 자연적 본질을 탐구하는 일이었고, 그와 같은 정신으로 괴테는 식물학에 심취했으며 물리학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광학에서 그는 뉴튼의 이론에 정반대로 맞서는 독창적인 이론을 펼쳤다." (189-191p)

우리는 문과와 이과로 나누는 방식에 익숙해져서 많은 것들을 흑백 논리로 판단하다 보니, 사회 전반에 정치, 세대, 성별, 지역 등으로 나누어 서로를 적군과 아군으로 규정하는 진영 논리가 만연해진 것 같아요. 이러한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여러 대안과 다양한 시선을 열어놓는 다원주의가 필요하며,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 스스로 관찰하고 질문하며 직접 경험하는 능동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내용이었네요. 결국 지금 혼란한 시기를 가장 유연하고 지혜롭게 건너는 길은 우리 모두가 과학적 삶의 태도를 체득하는 것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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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벚꽃
유즈키 유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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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낯설지 않은 사건이네요.

스토킹 신고에 대한 경찰의 부실 대응으로 인한 살인 사건.

피해자가 보낸 수차례의 구조 신호가 묵살됐고, 가해자가 흘린 범행의 전조 증상이 무시됐던 예견된 비극이라는 점에서 분통을 터뜨리게 되네요.

"오늘 아침 신문 봤는데 말이야. 경찰이 이래도 되는 거야!

사실이고 나발이고 경찰이 태만해서잖아. 우리가 낸 세금으로 먹고사는 주제에 시민을 못 지키면 어쩌자는 거야!"

(7-8p)

유즈키 유코 작가의 장편소설 《지지 않는 벚꽃》은 스토킹 피해를 신고했으나 경찰의 안일한 대처로 여대생이 살해당한 사건이 지역 신문사의 톱기사 헤드라인으로 뜨면서 경찰청에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장면으로 시작되네요. 스물아홉 살의 모리구치 이즈미는 현경(현립 경찰) 현민안전상담계 소속 홍보과 직원인데 아침부터 항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네요. 악질적인 스토킹 행위를 목격한 여대생의 부모가 경찰을 찾아가 상의하고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다른 사건 수사로 바빠다는 이유로 신고서 수리가 일주일 미뤄졌고, 일주일 후에 피해 신고서를 수리한 이틀 뒤에 살해된 거예요. 언론의 공격을 받은 관할서 직원은 다른 사건을 수사하느라 바빴다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피해 신고서를 제출한 시기에 관할서 직원들의 워크숍이 예정되어 있어서 담당 직원이 신고서를 수리하지 않았던 거예요. 근데 경찰 내부에서는 수리가 늦어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수리를 미루고 워크숍에 갔던 사실이 어디서 샜느냐를 따지고 있으니 기가 막히네요. 이른바 내부 스파이 색출에 혈안이 된 상황에서 이즈미는 가슴이 철렁, 그 이유는 절친이자 요네자키 신문사 기자인 쓰무라 지카에게 사건의 내막을 언급한 바가 있었고 분명 입단속을 시켰는데 지카는 그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네요. 언제나 약속을 철저히 지켰던 지카가 이번에는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있었네요. 그걸 알 리 없는 이즈미는 워크숍 기사가 신문에 실린 그날, 지카를 만나 다그쳤고, 그게 마지막이 되었네요. 왜냐하면 지카는 그날로부터 일주일 후 강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기 때문이네요. 뭔가 다른 내막이 있는 것 같다면서 좀 더 조사하겠다고 했던 지카였기에 그녀의 죽음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였고, 수사권이 없는 이즈미가 독자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네요. 하나의 단서를 잡았을 뿐인데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엮여 나오는 거대한 은폐된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네요. 한낱 미약한 개인이었던 이즈미가 진실을 목도한 뒤의 변화가 인상적이네요. 나라면 어땠을까, 쉽지 않은 선택이네요. 부조리 앞에 눈을 감거나 침묵하는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용기야말로 지지 않는 마음이네요.


"누가 일본인의 정신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아침 햇살에 빛나는 산벚꽃이라 답하리.

이 시는 일본의 국민성을 벚꽃에 비유하고 있다고 일컬어지지. 

벚꽃은 그 옛날부터 일본을 표현할 때 쓰였어.

일본을 상징하는 꽃이지. 백 명의 목숨과 한 명의 목숨, 그건 저울로 잴 수 없어.

그렇지만 저울질해야만 하는 사람도 있어. 이상론만으로는 국가를 유지할 수 없거든."

(400-401p)

"······ 누군가의 희생 위에서 국가의 안녕이 유지되어서는 안 된다."

(4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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