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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 이후의 중국
프랑크 디쾨터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류츠신의 소설 <삼체>를 읽을 때는 굉장히 독특한 설정과 전개에 빠져들었고, 놀라운 SF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최근 미국에서 제작한 드라마 <삼체>를 보면서 전혀 다른 관점에서 큰 충격을 받았네요. 정작 중국에서는 이 작품을 시청할 수도 없는데 중국 내에서는 문화대혁명 시절을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표현한 것을 비판하고 있더라고요. 원작 작가인 류츠신은 문화대혁명과 홀로코스트는 인류 역사상 인간성을 거스르고 일어난 두 개의 큰 사건이라면서 이 때문에 문화대혁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적이 있어요. 비단 이것은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부 주도로 자국 국적의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는 사례는 시대를 막론하고 독재정권의 특징이었으니 말이에요.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지난 40년 동안 수많은 변화들이 있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은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눈부신 경제성장의 성과들이었어요. 최근에는 디지털 시대로의 빠른 전환을 보여주는 간편결제 시스템이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안면인식기술의 상용화는 편리함보다는 섬뜩함을 느꼈네요. 중국은 사실상 휴대전화를 가진 모든 국민의 얼굴 생체 정보를 축적하여 전국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들이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정보화 결합해 거대한 감시 국가가 되었다는 점에서 빅 브라더의 현실판이 된 것 같아요. 시 주석 집권 직후 대대적인 반부패 캠페인이 벌어지면서 파벌을 무력화시키고, 헌법 개정으로 국가주석 연임 규정이 철폐되면서 시 주석의 권력이 더욱 공고해졌다는 것은 마오 시대로의 회귀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요.
《마오 이후의 중국》은 독보적인 중국 현대사 연구자로 알려진 프랑크 디쾨터의 책이에요.
저자는 마오 치하에서 일반인들의 삶을 다룬 소위 <인민 3부작>으로 알려진 세 권의 책을 썼는데, 이번 책에서는 중국의 <개혁 개방>의 시기를 되짚어가며 그들이 감추고 있는 실상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어요. 1976년부터 2012년까지, 우리가 몰랐던 중국 내부의 변화들을 확인할 수 있네요.
"중국 관찰자 제임스 파머가 말했듯이 <중국 정부를 포함해 그 누구도 중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모든 정보가 신뢰할 수 없거나 불완전하거나 왜곡되어 있다." (7p)
다음 주제는 2013년 집권한 시 주석의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시 주석은 마오쩌둥 이래 최초로 세 번째 연임을 하고 있는데, 과연 그와 관련된 분석이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네요. 마오쩌둥은 한때 펜이 총만큼이나 위험한 도구라고 단언한 적이 있었고, 외신 기자들이 점점 더 많은 협박과 추방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현지 기자들은 절대적인 충성을 요구받았다고 해요. 시진핑은 중국 언론 매체가 <당을 사랑하고, 당을 보호하고, 당 지도부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고, 대학교수들은 학생들이 보는 외국 교과서를 제한하면서 그들의 머릿속에 마르크스주의의 가치관을 직접 주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하니, 이 모든 것들이 디지털 통제전략 하에서 디지털 독재로 향하고 있다고 밖에는 설명하기 어렵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