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지브리 이야기
스즈키 도시오 지음, 오정화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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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추억의 힘은 강력한 것 같아요.

그때 그 시절에 봤던 만화들, 아마 제목만 대면 다들 "아하! 그거."라는 반응을 하지 않을까 싶네요.

바로 그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했던 스튜디오 지브리에 관한 책이 나왔어요.

《스튜디오 지브리 이야기》는 '명작의 산실 스튜디오 지브리 40년의 역사'를 담은 책이에요.

이 책은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스물일곱 편의 작품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우리가 모르는 스튜디오 지브리만의 창작비법과 제작, 경영의 모든 과정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첫 번째 작품은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인데 지브리 설립 전에 제작되어 '스튜디오 지브리' 탄생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애니메이션 잡지 <아니메주>를 출간하는 출판사 도쿠마 쇼텐이 영화 기획을 검토하면서, '원작이 없는 작품은 영화화할 수 없다'라는 결론을 내리자 미야자키는 원작 만화를 그려보겠다며 만화 연재를 시작했고, 반년이 지날 즈음 10분짜리 파일럿 필름을 제작 발표하여 본격적인 영화화가 이루어졌대요. 프로듀서를 맡은 다카하타는 미야자키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면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톱 크레프트의 제작진과 외부 제작진들이 함께 참가하여 수준 높은 작품이 완성되었고, 영화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다음 작품인 <천공의 성 라퓨타> 제작과 더불어 스튜디오 지브리의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하네요. 회사명 '스튜디오 지브리'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제안한 것인데, 지브리(GHIBLI)는 사하라 사막에 부는 뜨거운 바람이라는 뜻과 제1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 군용기의 이름으로도 사용된 단어라고 해요. 원래 이탈리아어 발음은 '기브리'인데 미야자키가 '지브리'라고 생각해서 그대로 '지브리'라는 발음으로 굳혀진 거래요. 뭔들 어떠하리, 애니메이션 명작의 산실은 누가 뭐래도 지브리인 것을.

지브리의 생생한 역사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시간순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천공의 성 라퓨타>도 호평을 받으면서 다음 작품은 <이웃집 토토로>와 <반딧불이의 묘> 두 편이 동시 상영되었고, 그 다음은 <마녀 배달부 키키>를 거쳐 줄줄이 명작들을 선보이다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열두 번째 장편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감독의 은퇴 철회 등 우여곡절을 지나 2023년 7월 14일 개봉했는데 전혀 홍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해외에서 모두 크게 흥행하였고, 이 작품으로 세 번째 오스카상을 받았으니 그야말로 영광의 40년이네요. 현재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이사이자 프로듀서인 스즈키 도시오는 후기에서, "'지금=여기'에 산다. 그것이 미야 씨가 삶을 대하는 태도다. 그런 미야 씨이기에 그는 지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미야 씨와 만난 지 올해로 45년. 하지만 우리는 옛 추억에 젖어 과거의 이야기를 나눈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화의 주제는 언제나 지금과 가까운 미래에 관한 이야기뿐. 그래서 질리지도 않고 싸우지도 않아 사이가 좋다. 나와 미야 씨는, 과거는 모두 물에 흘려보냈으며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불어온다. 그렇게 미야 씨는 어느새 82세가 되었고, 나도 곧 75세가 된다. 미야 씨가 항상 '중요한 것은 스즈키 씨가 기억해 줘.'라는 말을 했기 때문에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려면 지금밖에 없어서 그런 경위로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 (520-521p) 라고 했는데, 이것이 미야 씨와 스튜디오 지브리의 핵심인 것 같아요.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틀을 만든 스튜디오 지브리, 수많은 명작들을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들어온 지브리의 사람들을 만나는 특별한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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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 역사 3 - 고대·고려사 사물궁이
최승이 지음, 사물궁이 잡학지식 기획 / arte(아르테)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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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역사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초등학교 때 시작해서 고등학교까지, 범위도 넓고 외울 것도 많아서 공부하기 힘든 과목으로 꼽히지만 생각을 바꾸면 훨씬 즐거운 공부가 될 수 있어요. 먼저 역사 공부에 관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보는 거예요. 이번에 읽은 역사책은 "왜?"라는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상에서 발견하는 호기심을 역사 공부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어요.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역사책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역사 3 : 고대·고려사》는 사물궁이 잡학지식에서 기획하고 한국사 전공 강사인 최승이님이 쓴 책이에요. 저자는 "모든 위대한 연구는 어린아이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왜'라는 순수한 호기심에서 시작된다고 믿으며, 역사에 작지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은 한국사 중에서 고대, 고려 시기의 궁금증 40가지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어요.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만든다고 하잖아요.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던 고대사 이야기 편에서는 "첨성대 안으로는 어떻게 들어갔을까?" (35p)라는 질문이 나오는데 실제로 첨성대를 처음 봤을 때 떠올랐던 궁금증이에요. 별을 관측하는 건축물이라면 응당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있어야 하는데 문도 없고, 높이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니라서 독특한 형태의 탑처럼 보이거든요. 첨성대를 처음 만든 선덕여왕 재위 시기 기록이 없어서 정확하게 판단하긴 어렵지만 조선시대 기록을 통해 천문을 관측하는 건축물이며, 중간에 있는 네모난 창에 외부 사다리를 설치하여 내부로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한 번쯤은 궁금했던 고려 문화 이야기에서는 "고려시대에 제작된 팔만대장경은 어떻게 아직까지 썩지 않았을까?" (265p) 라는 질문이 흥미롭네요. 나무로 제작된 대장경이 800년 동안 썩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제작 과정과 보존 환경이 탁월했기 때문인데, 새삼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움에 감탄하게 되네요. 흥미로운 질문 덕분에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기고, 즐겁게 역사 지식을 얻을 수 있었네요. 흥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역사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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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 어스 - ‘또 다른 지구’와 미지의 생명체를 찾아서
리사 칼테네거 지음, 김주희 옮김, 이정은 감수 / 쌤앤파커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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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우주의 신비를 양파껍질마냥 한겹씩 매우 신중하게 벗겨내고 있는 이들이 있어요.

바로 과학자들, 천문학자들이에요. 우주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지식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다듬어진, 아직도 진행형의 지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어릴 때는 UFO, 외계인 등등 온갖 미스터리, 공상과학에 빠져서 당연히 외계인의 존재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이제보니 근거 없는 믿음이었더라고요. 지금까지 외계인을 목격하거나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사례들은 그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고, 천문학자들도 외계 문명의 전파 신호를 찾고 있으나 아직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것만으로 우주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우주 생명체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무모한 믿음이 아닌 위대한 도전 과제로 바라보게 되네요.

《에일리언 어스》는 세계적인 천문학자 리사 칼테네거의 책이에요.

저자는 행성 모형 제작과 빛 지문 연구의 선구자로 현재 코넬대학교 천문학과 교수이자 태양계 안팎에서 생명체가 거주 가능한 행성과 위성을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인 칼 세이건 연구소 소장이라고 하네요. 외계 행성에서 생명체를 발견하는 방법을 알아낸다는 목표로 우주 탐사에 특화된 도구를 개발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우주 생명체 탐사라는 놀라운 여정을 소개하고 있어요.

먼저 과학자들이 우주 탐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관심을 가질 순 있지만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건 지구가 보호막을 두른 격리된 행성이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가까운 우주를 탐사하면서 주위 환경에 내재한 위험을 알게 됐고, 인류 문명의 극적인 종말을 막기 위한 우주 프로그램이 필요해진 거예요.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소행성을 의도적으로 밀어내는 데 성공했고, 행성을 탐사할 때는 탐사 경로를 신중히 계획하고 목표 행성을 지나치지 않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요.

이 책은 천문학자가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우주 탐사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주의 경이로움과 흥분을 느꼈던 저자의 어린 시절이 빛의 시간과 맞물려 '인터스텔라' 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네요. 오늘 밤 망원경으로 이웃 항성 프록시마켄타우리를 관찰한다면, 우리가 보게 될 빛은 현재 네 살 아이가 태어났을 당시 방출된 빛이라는 것, 밤하늘을 수놓은 별의 빛은 우리 눈에는 '현재'인데 별의 입장에서는 '과거'인 거예요. 우주를 건너 온 빛은 우리 과거와의 연결고리라는 점이 신비롭고 아름답게 느껴져요. 재미있는 건 우주에서 생명체를 탐색하기 위한 열쇠가 지구인데, 정작 우리가 지구에 대해서도 알아내야 할 것들이 많다는 점이에요. 또한 생명체란 무엇인지, 모든 과학자가 동의하는 생명체의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는 게 너무 의외였어요. 훌륭한 과학자들 덕분에 수많은 퍼즐 조각들을 구했지만 거대한 퍼즐이 언제 완성될지는 알 수 없어요. 오스트리아 작은 마을 출신의 소녀가 현재 최고의 국제적인 연구팀에 소속되어 우주 생명체를 탐사하고 있듯이, 우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어요. 새로운 행성들은, 어쩌면 자신을 발견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 우주 생명체 탐사로 출발하여 지구, 인류, 그리고 나로 돌아오는 멋진 여정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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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주의보 - 제8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이금이 고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양양 그림 / 밤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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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동화는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 근데 아이들의 마음이 궁금한 사람들이 읽어야 할 이야기인 것 같아요.

'난 아이도 없는데 굳이 아이의 마음까지 알아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아이'가 본인 마음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읽어보니 알겠더라고요, 가장 선명하게 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동화라는 걸 말이죠.

《건조주의보》는 이금이 작가님의 동화집이에요.

이 책에는 모두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각 이야기마다 다섯 아이의 마음이 잘 담겨 있어요.

<건조주의보>에서는 가족 모두가 건조증인데 혼자만 건조증에 걸리지 않아 속상한 '건우'의 마음이, <닮은꼴 모녀>에서는 엄마와 티격태격하면서도 엄마를 꼭 닮은 '민지'의 마음이, <요술 주머니>에서는 신기한 복주머니 때문에 천사인지 악마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를 듣게 된 지유의 마음이, <이상한 숙제>에서는 '아름다운 사람 찾아보기' 숙제를 하는 해빈의 마음이, <사료를 드립니다>에서는 캐나다 유학 때문에 반려견 장군이를 임시 보호로 맡긴 장우의 마음을 만날 수 있어요. 어떤 마음인지 너무 잘 알 것 같아서 속상했다가 슬며시 웃었다가 고개를 끄덕이게 됐네요.


억울하고 슬퍼도 눈물 안 나오게 안구 건조증은 내가 걸리고 싶다.

그런데 아빠와 엄마도 건조증에 걸렸다. 아빠는 온몸이 가려운 피부 건조증, 엄마는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구강 건조증.

"엄마, 나는 왜 아무 건조증에도 안 걸려?"

한 가족인데 나만 괜찮으니 이상했다.

"네가 뭐 하는 게 있다고 걸려?"

엄마가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17p)


언제부턴가 눈도 건조하고, 피부도 건조해지면서 마음도 바짝 말라버린 것 같아요. 정말 세상이 점점 메말라가는 느낌이 들어요. 근데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제 마음이 촉촉해졌어요. 마지막에 실려 있는 작가의 말을 보니, 이 책은 2012년 출간된 『사료를 드립니다』의 개정판인데, 다섯 편의 이야기를 잘 아우르는 것이 "건조주의보"라서 제목을 바꾸었다고 하네요. 우리 일상에서 '건조주의보'는 건조한 날씨로 산불 등 화재 위험이 높아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데, 마음 날씨도 건조해지면 건조주의보를 발령해서 신경써야 할 것 같아요. 서로 싸우거나 미워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나누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이금이 작가님의 동화 덕분에 반성하고 다짐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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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의 내가
현호정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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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의 내가》는 현호정 작가님의 소설집이에요.

책을 펼치기 전, 묘하게 번쩍이는 표지 위에 그림을 한참 바라보았네요. 붉은 동공, 속눈썹, 푸른 눈물 방울... 그리고 날아가는 새들.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했는데, 신기하게도 처음 책표지 그림을 봤을 때의 느낌이 겹쳐져서 더욱 선명해진 그림이 보였어요. 모두 일곱 편의 단편이 있는데, 저마다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네요. 나뉘어져 있지만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진 듯, 감정의 거대한 강물이 흘러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인지를 설명하려면, 약간의 도움이 필요한데 각 이야기의 첫 문장을 소개하고 싶어요. "흰 새들이 언 땅에 내려앉는다." (9p) _ <라즈베르 부루 , Raspberry BorO>, "애초에 금조 청과에서 점원이 할 일은 없었다." (31p) _ <돔발의 매듭 , Dombal's oooooooooooooooooooOO>, "세상은 끝장날 힘마저 잃었음을 부정했어요." (53p)_ <~~ 물결치는 ~ 몸 ~ 떠다니는 ~ 혼 ~~, ~~ Oo ~~>, "꿈에 연필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83p)_ <연필 샌드위치 o=O Sandwich>, "이번 생의 나는 웅덩이인 모양이었다." (105p)_ <한 방울의 내가 , As O of you>, "...... 당신에게 가려구요." (136p)_ <청룡이 나르샤 , drag On blues >, "민나는 민나의 어머니보다 먼저 태어났다." (175p)_ <옥구슬 민나 , Minnah O lord> 까지 단편 제목도 한글과 영문을 같이 봐야 해요. 알파벳 소문자와 대문자의 위치,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o', 물결 (~) 표시와 수학 기호 중 등호(=)가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지, 각자 자유롭게 짐작할 수 있어요. 소설이라서 가능한 상상들, 어쩌면 소설처럼 쓰여졌지만 실은 '아직 끝나지 않은 연작 시' 같다고 느꼈어요. 시를 읽는 것 같기도 하고, 난해한 그림을 보는 것 같기도 해서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기억과 생각들이 쏟아졌네요. <~~ 물결치는 ~ 몸 ~ 떠다니는 ~ 혼 ~~, ~~ Oo ~~>에 나오는 부랑자와 K의 대화를 보다가 어린 시절에 혼자 상상했던 유체이탈의 느낌이 떠올랐고, <한 방울의 내가>를 읽을 때는 중학교 시절 국어시간에 친구가 나를 '물'에 빗대어 쓴 글이 생각났어요. 현호정 작가님의 소설은 감정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는 것 같아요. 미간을 찌푸리며 잔뜩 집중해서 볼 때는 하나도 안 보이다가 눈동자의 초점을 풀고 흘깃 바라볼 때 보이는 찰나의 그것, 근데 그걸 뭐라고 설명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훅 빨려들어온 공기마냥 가슴 속 어딘가에 묘한 감정을 남겼네요. <모래 위의 H , H on the O> 라는 제목의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H를 통해 현호정이라는 사람은 어떤 내면 아이를 품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네요. 어찌됐든 한 방울의 '나'를 자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네요. 작년 5월 연극으로 올린 <한 방울의 내가> 희곡이 마지막에 실려 있는데, 웅덩이 상태의 물인 '나'의 대사를 보니 소설보다 더 입체적으로 '나'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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