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것일수록 작은 목소리로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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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마마 최고! 잔잔하면서 따스한 울림을 주는 힐링 그 자체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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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일수록 작은 목소리로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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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잔잔하게 밀려오는 감동이 때로는 더 크게 와닿는 것 같아요.

《소중한 것일수록 작은 목소리로》는 모리사와 아키오 작가님의 감성힐링 소설이네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들이 '히바리'라는 작은 바와 '사브'라는 헬스클럽에서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예요. 이들 중에 곤다는, 평범하다고 말하기엔 너무나 눈에 띄는 존재인데 외적인 요소뿐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특별한 인물이네요. 굳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게요. 일단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곤다의 놀라운 면들을 속속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암튼 곤다는 헬스클럽 바로 옆에 있는 전철역 근처 뒷골목에서 '히바리'라는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데, 운동을 끝낸 뒤부터 해 뜰 무렵까지 카운터를 지키고 있네요. 헬스장 친구들이나 술집 손님들은 친밀감을 담아 '곤마마'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는데, 그만큼 친해져야 곤다가 사용하는 농밀하고 끈적이는 어휘와 표현들을 재미있게 웃어넘길 수 있어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거든요. 보이지 않는 내면이 더 아름답고 멋진 곤다, 곤마마 덕분에 웃을 수 있었고, 그 마음 씀씀이에 감동했네요. 어쩐지 판타지 세계에서 현실로 급히 오느라 변신 마법에 오류가 생긴 게 아닐까라는 상상을 해봤네요.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치유의 요정!

곤다는 가게 간판을 걸지 않고, 입구 벽에 'Bar 히바리'라고 적혀 있는 엽서 정도 크기의 플라스틱판을 붙여 놓았어요.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말이죠. 다들 이렇게 작으면 잘 안 보일 거라고 걱정하니까, "괜찮아요. 소중한 것일수록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야 하거든. 그래야 상대 마음 깊숙이, 정확하게 전달되니까. 간판도 마찬가지죠." (39p) 라고 말했는데, 그게 곤다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늘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곤마마는 작은 목소리로 모두를 기쁘게 하고, 자신도 기쁘게 사는, 진짜 거대한 사람이네요. 큰 사람의 작은 목소리가 따뜻하고 깊은 울림을 주네요.



최악.

이 최악의 세계를 만든 어른들이야말로 무엇보다 최악이라는 사실은 중학생 때 깨달았다.

어른이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하양을 까망이라고 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회색이라 말할 수 있는 동물이다.

더 웃기는 건 그 모순에 대해 지적하면 '사회란 원래 그런 거야'라며 마치 모든 걸 다 안다는 듯 충고한다는 사실이다.

... 부모도 친척도 교사도 정치가도 직장인도 연예인도 인터넷상에 악플을 다는 무리도, 모두 하나같이 최악이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 뒤로 한 가지 신선한 발견을 했다. 이런 최악의 세상에도 때로는 예외가 있다는, 나쁘지 않은 발견이었다.

헬스장에서 만난 ... 다른 최악의 어른들과는 근본적으로 뭔가가 달랐다. 뭐랄까, '냄새'가 다르다. 바보스럽긴 해도 거짓이 없다고 말하면 좋을까? 주위 어른들이 모두 하양을 까망이라 해도 그들만은 틀림없이 '하양은 하양이지'라며 크게 웃을 것 같다. 그들과 함께하는 헬스장이라는 공간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외톨이가 아니어도 되는 곳······ 슌스케에겐 마음속의 '가정'이었다. (130-132p)


"내가 말할게. 럼콕의 의미는······."

"'좀 더 의욕적으로!'란 의미죠. 모두 고마워요. 정말 너무너무 사랑해. 그럼, 건배!"

"건배!"

럼콕은 다른 말로 '쿠바 리브레'라고도 한다. 같은 술이라도 이 이름으로 부르면 조금 의미가 달라진다. 쿠바가 스페인에게서 독립을 쟁취한 날을 축하하는 의미로 '자유'나 '혁명'을 상징하는 술이 된다.

자유, 혁명, 그리고 좀 더 의욕적으로! (3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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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천자문 - 흔들리는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천년의 지혜
허경진 지음 / 빌리버튼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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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 속에 담긴 삶의 지혜와 철학을 배우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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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천자문 - 흔들리는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천년의 지혜
허경진 지음 / 빌리버튼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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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천자문 하면 자동으로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 집 우 집 주 넓을 홍 거칠 황"을 읊었더랬죠.

근데 딱 거기까지, 유행하는 노래처럼 많이 들어봐서 익숙해진 것이지 제대로 배워 본 적은 없네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훈장님이 아이들에게 천자문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서 따라했던 기억이 나네요. 처음엔 한자를 쓸 줄 모르면서 그냥 음으로 익혀서 얼추 흉내내다가 나중에 기본 한자들을 배우면서 각각의 한자 뜻은 알게 되었지만 천자문의 내용까지는 살펴보지 못했네요. 알지만 아는 게 아닌, 바로 그 천자문을 제대로 읽고 음미할 수 있는 책이 나왔네요.

《마흔에 읽는 천자문》은 허경진 교수가 <주해 천자문>을 바탕으로 천 개 글자에 담겨 있는 깊은 뜻을 쉽게 풀어낸 책이네요.

저자는 천자문을 왜 마흔에 읽어야 한다고 했을까요. 고교 시절부터 대학원에 입학할 때까지 시를 썼고, 대학원에서는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목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를 거쳐 퇴임할 때까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저자는 마흔이 되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다시 본 천자문 속에서 삶의 지혜를 얻었다고 하네요. 어린 시절엔 뜻도 모르고 암송하던 문장인데, 마흔에 다시 읽으니 그동안 놓쳤던 진정한 의미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대요. '흔들리는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천년의 지혜'라는 부제에서 짐작하듯이, 천 글자 속에는 삶을 이루는 거의 모든 주제가 응축되어 있기에 단순한 한자 교재를 넘어 인생의 교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해주네요. 천자문은 그냥 1,000개의 한자가 아닌 네 글자를 한 구절로 하고 다시 여덟 글자 두 구절이 한 문장으로 완성되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천자문의 첫 네 글자인 '하늘 천 天, 땅 지 地, 검을 현 玄, 누를 황 黃'은 '천지현황 天地玄黃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이라는 한 구절을 만들고, 다음에 나오는 네 글자인 '집 우 宇, 집 주 宙, 넓을 홍 洪, 거칠 황 荒'은 '우주홍황 宇宙洪荒 (우주는 넓고도 거칠다)'이라는 한 구절을 만들어서, 이 두 구절이 합쳐진 하나의 문장이 완성되는 거예요. 이렇듯 각각의 뜻과 의미를 담고 있는 250개의 구절과 125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문장의 내용이 중국의 신화와 역사 그리고 동아시아 문명의 탄생과 발전 과정은 물론 논어, 맹자와 같은 고전의 정수를 담고 있으니 천년의 지혜라고 표현한 거예요. 천자문의 첫 여덟 글자, 즉 첫 문장은 하늘과 땅의 이치를 뜻하며 세계와 우주가 인간의 탄생 이전에 존재했던 천지창조와 광활한 우주 이야기로 시작하여, 옛 성군들의 역사, 인간 도리와 군자의 미덕, 현명한 삶의 지혜, 위대한 제국을 세우고 걸출한 영웅들이 등장하는 역사 이야기와 평온한 삶을 위한 가르침, 세상의 이치를 다루고 있네요. 각 문장의 뜻을 헤아리며 사유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배움이 싹트네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천자문은 중국 위진남북조시대 양나라의 황제였던 무제가 신하 주흥사를 시켜 만든 서책으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널리 읽힌 한자 입문서였네요. 조선 시대에는 아이들이 다섯 살이 되면 서당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책이었고, 명필들에게는 글씨를 연습하는 본보기 책이었으며, 성인들에게는 평생을 함께하는 귀한 삶의 지침서가 되었다는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변하지 않는 삶의 가치와 지혜를 전해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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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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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눈에 확 띄는 연두색 바탕에 전통 문양, 붉은 빛의 다다미 방 너머로 보이는 기괴한 무언가로 단번에 분위기를 장악하네요.

바로 온다 리쿠 작가님의 《커피 괴담》의 표지네요. 공포 호러 장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면서도 어둑어둑한 조명 아래에 뭔가 감춰져 있을 것 같은 느낌이 괴담에는 딱 어울리네요. 맛있는 커피와 괴담의 조합이라니, 둘 다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대환영이네요.

온다 리쿠 작가님이 한국 독자들을 위해 쓴 서문을 보면, "친애하는 한국의 독자 여러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아마도?) 괴담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괴담이라는 장르는 모든 세대를 초월하여 가장 보편적인 감각을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장르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 역시 괴담이란 장르는 읽을 때나 직접 쓸 때나, 마음이 따뜻하게 치유되는 느낌이랄까, 어쩐지 '안심이 되는' 장르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문득 오싹해지면서 마음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공포'라는 감각. 『커피 괴담』을 통해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바로 여러분 곁에 있는 비일상의 세계를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 (7p)라고 적혀 있는데, 이 말에 완전 공감했네요. 평소에 아주 드물긴 하지만 악몽을 꾸다가 잠이 깬 순간,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꿈이라서 다행이다!'라는 거예요. 악몽을 꿔서 기분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현실이 아닌 꿈이라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괴담, 공포 장르를 즐겨 읽는 것도 멀쩡히 깨어 있는 상태에서 악몽을 꾸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저자의 말처럼 '어쩐지 안심이 되는 장르'가 된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는 네 명의 중년 남성들이 함께 교토, 요코하마, 도쿄, 고베의 찻집을 순례하며 각자의 괴담을 들려주고 있어요. 다 큰 어른들, 아니 제법 나이 먹은 남자들의 대화가 은근히 재미있어요. '맞아, 정말 그렇네.'라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아, 생각났다." 다몬이 멈춰 서자 미즈시마와 오노에가 뒤를 돌아 보았다.

"뭐가?"

"아까 중정을 보고 연상한 영화 말이야. 로만 폴리스키의 「혐오」야."

"폴란스키? 그 학교의 어디서 그 영화를 연상했다고?"

"주연 여배우인 카트린 드뇌브가 사는 집 맞은편에 수도원이 있는데, 그 수도원 건물과 중정이 딱 그런 느낌이었어. 아아, 속 시원해. 생각해낼 수 있어서 다행이야." 다몬이 안도의 웃음을 지으며 가슴을 쓸어내리자 두 사람의 표정도 누그러졌다.

"이번엔 뭘 보고 생각난 거야?" 미즈시마가 질린 표정으로 묻는다.

"저거야. 팔손이나무 잎사귀." 다몬이 손으로 가리켰다. 길가에 있는 개인 주택의 현관 근처에서 팔손이나무가 햇살을 받아 새까맣게 빛나고 있었다.

"그건 왜?"

"영화에 나오잖아. 벽에서 손이 잔뜩 나오는 장면. 저걸 보고 생각이 났어." (26-27p)


어딜 가든지, 새로운 뭔가를 볼 때마다 기존에 알고 있는 익숙한 것들을 연상하는 버릇이 있어서 이들의 대화가 친근했네요. 다몬은 폐교된 학교 건물이 다른 용도로 바뀐 모습을 보다가, 뻥 뚫려 있는데도 사방이 막힌 듯한 느낌을 주는 네모난 공간에서 기시감을 느꼈던 거예요. 이전에 봤던 영화를 떠올리고 있지만 정확하게 내면에 뭔가를 건드리는 트리거가 아니었을까요.


"으음, 교토는 여름의 낮 시간이 괴담에 딱 어울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 다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난 뭐가 무섭냐면, '찜통더위'라는 말이 무서워."

··· 오노에가 수궁했다. "왠지 내가 길바닥에서 푹 쓰러지는 장면을 상상하게 돼. 조금만 더 가면 그늘이 있는데 도중에 힘이 빠져서 거기까지 가지 못하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조용하고, 멀리서 매미 소리가 들리고, 태양이 이글거리는 소리만 나고, 통닭구이처럼 그을려 가는 거야. 그게 무섭지 않아?"

"위험해. 화상과 탈수 증상이야. 중증 열사병이지." 미즈시마가 냉정하게 의견을 말한다.

다몬은 몸서리를 쳤다. "뭐가 무섭냐면, 그런 더위를 '찜통더위'라고 이름 붙인 언어 센스가 무서워. '솜으로 목을 조르는 듯하다'는 표현에 필적하는 무서움이야." (30-31p)


아저씨들의 흔한 대화 같지만 흘러가는 양상을 보면 신기하게도 쭈뼛 소름 돋는 요소들이 있어요. 소소한 괴담의 매력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온다 리쿠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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