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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생의 마지막이라면 - 청년 아우렐리우스의 제안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3년 11월
평점 :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신작이 나왔어요.
저자는 우리에게 삶이 힘든 지금, 읽어야 하는 지침서로 《명상록》을 소개하고 있어요.
지금으로부터 2천여 년 전, 로마의 황제 아우렐리우스는 오직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하기 위해 글을 썼는데 그 분량이 열두 권이 되었다고 해요. 바로 그 명상록을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우렐리우스가 자신을 불완전한 존재로 자각하고 내면의 나약함을 인정하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뇌하고 노력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일 거예요. 저 역시 처음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었을 때 가슴에 확 와닿는 문장들에 감명 받았고, 훌륭한 인생 지침서이자 명언집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하지만 다시 꺼내볼 생각은 못했어요.
《지금이 생의 마지막이라면》은 기시미 이치로와 함께 읽는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 책은 단순히 명상록을 번역한 게 아니라 기시미 이치로의 이야기와 해설이 어우러져 새로운 철학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어요.
저자가 대학원에 들어간 시기에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입원하셔서 대학에 가는 대신 병원에 머물며 어머니를 간병하게 됐는데, 그때 읽은 책이 《명상록》이었대요. 매주 플라톤 독서회가 있는데 어머니를 간병하느라 참여하지 못할 것 같다고 간사였던 선생님에게 전화했더니,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철학이야" (243p)라고 말해서 놀랐고, 철학은 쓸모없다고 세간에서 떠드는 소리만 듣다가, '쓸모가 있다'는 뜻밖의 말을 들어서 그 말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다고 해요. 의사는 어머니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했고, 아들 입장에서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인간은 이런 상태에서도 살 가치가 있는지,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명상록》을 읽었고,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대요. 병원에서 매일 명상록을 읽으며 짧은 글을 썼는데, 그것이 자신만의 명상록이 되었고 어머니의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었대요. 그런 의미에서 철학은 자신에게 쓸모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 사는 게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꼭 《명상록》을 읽으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다만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해요. 아무리 훌륭한 고전이라고 해도 무작정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거예요. 《명상록》은 아우렐리우스가 사색하고 성찰하며 실천한 결과물이니, 우리도 스스로 생각하며 자신만의 철학을 발견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동안 《명상록》을 몇 번 읽었지만, 이 책처럼 아우렐리우스가 누구이며,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의 말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토록 깊이 있는 해설은 처음인 것 같아요. 아우렐리우스는 살아가는 힘이 영혼 속에 있다고 썼는데, 이는 인간에게 고난을 받아들이는 힘이 있다는 믿음을 의미해요. 모진 운명일지라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자기 나름대로 이겨낼 거라는 믿음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
끊임없이 파도치는 땅 위에 서 있어라. 버티고 서서 그 주변에 부서지는 물보라를 잠재워라.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나는 불행하다.' 그렇지 않다.
'그런 일이 일어났는데도 쓰러지지 않고 미래를 두려워하지도 않고, 힘들어하지도 않고
멀쩡하게 있을 수 있다니 나는 행복하다.' 그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힘들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너에게 슬픈 일이 찾아들 것 같으면 늘 다음의 원리가 작동된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것은 불행한 일이 아니다. 품격 있게 견뎌낼 수 있으니 외려 행복한 일이다. (4.49)
◆ 슬픈 일이 일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앞서 인용한 글에서는 힘들어하지 않고 멀쩡하게 있을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해 놓고,
여기서는 '품격 있게 견뎌내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합니다.
견디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마음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뜻이죠.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그 파도를 품격 있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이윽고 물보라는 잠잠해집니다.
(119-120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