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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아신경외과 의사입니다 - 생사의 경계에 있는 아이들을 살리는 세계 최고 소아신경외과 의사 이야기
제이 웰론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4월
평점 :
우리는 수술실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환자로서, 수술대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 수 없어요.
본인이 수술을 받는 것도 떨리고 무섭지만 가장 작고 연약한 존재인 미숙아, 신생아가 환자인 경우라면 부모의 입장일 테니 오직 하나의 마음뿐일 거예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아이들을 살리는 의사의 이야기라서 끌렸어요. 병원이라는 공간과 의료진은 심리적으로 멀고도 가까운, 묘한 관계라서 '알고 싶다'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나는 소아신경외과 의사입니다》는 세계 최고의 소아신경외과 의사 제이 웰론스의 책이에요.
저자는 소아신경외과 병동에서 25년간 일하면서 수술실 안밖에서 경험한 삶과 죽음, 고통과 기쁨, 심오한 영적 위기와 기적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어요. 소아신경외과 의사는 뇌와 척수에 문제가 있는 모든 연령대 아이들의 수술을 하는데, 수술받는 환자는 곧 성인이 될 10대도 있고 몸무게가 채 1킬로그램도 나가지 않는 미숙아인 경우도 있다고 해요. 외과 실습을 하면서 내 손으로 직접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끌려 레지던트 전공을 결정했지만 신경외과 의사들은 자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다고 여겼대요. 하지만 의대 시절 내내 봐왔던 모습은 응급실의 인산인해가 홍해처럼 갈라지고 그 사이로 신경외과 레지던트가 등장하는 모습이었고, 몇 주 내내 신경외과 수술실을 지나갈 때마다 발걸음을 멈추고 실내를 들여다보다가 문득 저들과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재미있는 건 미국 소아신경외과 학회에 메인 세션의 발표자로 참석했을 때, 당시 의대생이었던 아내 멀리사가, "당신이랑 똑같은 사람들이 다 모였네." (32p)라고 말했다는 거예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북미 전역을 통틀어 소아신경외과 의사는 250명 정도밖에 되지 않고, 그 중 20퍼센트는 여성으로, 이는 신경외과의 어느 부전공보다 더 많은 인원에 해당하며 이 수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는 거예요. 갈수록 감소 추세라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무척 부러운 상황인 거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이기는 해도 의사,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은 사명감 없이 일하기는 어려운 직종인 것 같아요. 더군다나 유능한 외과의사라고 해도 매번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에 긴장감과 불안이 최고조에 이른다는 사실은 의사로서의 마음가짐이라는 점에서 놀랍고 존경스럽네요. 안타까운 점은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잘못된 정보와 사이비 과학으로 향했어야 할 불신이 의사, 간호사, 생명을 살리는 의학 연구자들을 겨냥하면서 발생한 일들이네요. 신경외과에서 환자들과 함께 하는 과정 속에서 저자가 깨달은 사실은 우리는 연약한 존재이며, 우리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통과 고난에 면역이 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다만 우리가 지닌 회복력과 치유에 대한 놀라운 능력이 발휘할 때 비로소 두려움으로부터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네요. 차갑게만 느껴졌던 병원 수술실, 소아신경외과 의사 선생님의 회고록을 통해 뜨거운 감동으로 바뀌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