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수업 - 예일대 감정 과학자 마크 브래킷 교수의 마음 관리법
마크 브래킷 지음, 정지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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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힘든 순간에서 벗어나 마음이나 감정을 회복시키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감정 수업》은 예일 대학교 감성 지능 센터의 센터장이자 아동연구센터의 마크 브래킷 교수가 알려주는 마음 관리법 책이네요.

최근에서야 스스로의 감정을 살피고 돌보는 데에 신경쓰고 있네요. 이전에는 수시로 바뀌는 감정에 휩쓸리는 나 자신이 싫어서 애써 외면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감정을 숨기고 모른 척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잖아요. 차곡차곡 켜켜이 쌓여서 원하지 않는 순간에 존재를 드러내어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죠. 감정은 우리가 삶을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느끼는 감정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현명하게 다룰 수 있네요.

저자는 힘겨웠던 코로나 시기에 잊지 못할 교훈을 얻었다고 해요. 장모님의 방문이 원래 예정된 몇 주에서 무려 여덟 달로 늘어나면서 부담이 컸는데, 지쳐 있는 자신에게 "마크, 자네 감성 지능 센터 책임자 아니었나?" (16p)라는 장모님의 말이 신경을 건드렸고 급기야 짜증이 터져버렸던 거죠.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니, 장모님의 말씀이 옳다는 걸 깨달은 거죠. 감성 지능 센터 책임자가 이 정도로 감정을 다루지 못한다면,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겠느냐고, 그래서 다짐했고, 다음 날 아침 장모님에게 사과하고 커피를 내어드렸다는 거예요. 우리는 완벽하지 않지만 얼마든지 그 부족함을 채워나갈 수 있고, 특히 감정을 다루는 방법은 누구든지 배우고 익힐 수 있네요.

이 책에서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고 관계를 살리는 감정 조절의 기술을 알려주네요.

저자는 감정 지능을 기르기 위한 다섯 단계 프레임워크 '룰러 RULER'와 그 핵심 도구인 '무드 미터 Mood Meter'를 감성 지능 센터 연구진과 함께 개발했다고 하네요. '무드 미터'는 X축과 Y축을 기준으로 화면을 4개의 사분면, 각각 4가지 색상인 노란색(활력 높음, 쾌적함 높음), 빨간색(활력 높음, 쾌적함 낮음), 파란색(활력 낮음, 쾌적함 낮음), 초록색(활력 낮음, 쾌적함 높음)으로 나누어 감정을 에너지 활력 수준과 쾌적함의 정도를 측정하고 인식하는 감정 내비게이션이네요. 첫 장에는 '무드 미터' 표가 있어서 현재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네요. 그동안 늘 어렵게 느껴졌던 감정 조절에 대해 그 의미와 원리, 구체적인 실천 기술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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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 - 복종 본능에서 깨어나 주체성을 회복하는 행동과학
수니타 사 지음, 이윤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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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불의에 맞서는 용기야말로 저항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네요.

저항은 크고 대범하며, 뭔가 영웅적이고 초인적인 특징이라고 말이죠. 그러니 소소한 일상에서는 저항 대신 순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겼네요. 다수의 의견을 따르고,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하는 것이 마땅한 줄 알고 살아 왔네요. 근데 이 책을 통해 그것이 엄청난 착각이자 오류였음을 깨달았네요.

의사 출신 조직심리학자 수니타 수의 《저항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는 저항하는 법에 관한 책이에요.

우리가 왜 저항하는 법을 배워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저자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적혀 있는 '저항'의 뜻 대신에 새롭게 정의하고 있네요. "저항이란 그 어떤 압박에도 자신의 참된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30p)

가정에서, 일에서 인간관계에서, 집과 일터에서, 살아가는 모든 곳에서 우리는 '순응할 것인가, 아니면 저항할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이때 주변의 시선이나 압박에서 벗어나 오직 자신의 가치관에 따르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그러한 선택과 결정이 옳기 때문이에요.

"너무 자주, 무심결에 주체성을 포기한다. 원하지 않는데도 '네'라고 말한다. 반드시 '아니요'라고 말해야 할 때는 입을 닫는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저항에 반대한다." (30p)

저자는 우리가 저항하지 못하는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하고 있어요. 첫째는 타인이 원하는 바를 행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어서, 둘째는 대부분 사람들이 순응과 저항의 무엇인지 제대로 몰라서, 셋째는 저항하기로, 참된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기로 결심한다 해도 어떻게 실천할지 몰라서, 내면의 저항을 외적인 행동을 옮길 능력이 부족해서라는 거예요.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고 주저하다가 마지못해 '네'라고 답했을 때, 일종의 무력감과 함께 목덜미의 긴장감, 두통, 위경련, 땀 내지 불편한 느낀 적이 있을 거예요. 그런 느낌을 무시하고 싶겠지만 그 불편함이야말로 저항하는 힘의 열쇠라고 할 수 있어요. 단순히 개인적 불평 불만을 표시하라는 게 아니라 불의한 상황에서 어떻게 맞설 것이냐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따라서 진정한 '아니오'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가치관을 아는 데서 시작해야 해요. 책 속에 '저항 나침반'이라는 간단한 도식이 나와 있는데,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가치관'을 세우고, '이것은 어떤 종류의 상황인가?'라는 질문으로 안정성과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긍정적 영향력을 평가한 다음, 마지막으로 '이런 상황에서 나 같은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까?'를 통해 자신의 책임과 가치관에 부합하는 행동을 선택하는 거예요. 이러한 행동이 뒤이어 자기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가 끊임없는 성찰과 행동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면서 자신의 정체성이 현실에 반영되는 거예요. 처음으로 목소리를 낼 때는 비틀거릴 수 이씾만, 반복을 통해 점점 더 자신감을 얻고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는 거예요. 저항의 힘은 한순간의 결단을 통해 자신을 비롯한 하나의 상황을 바꾸는 일시적 대응이 아니라, 삶 전체를 지배하는 지속적인 실천으로써의 힘이네요. 건강한 저항 연습은 우리가 입장을 드러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대비하도록 만드네요. 저항이 가장 필요한 순간은 대개 이성적인 판단이 가장 어려운 순간일 때가 많아요. 신경과학자들은 우리가 새로운 과업을 익힐 때 뇌의 전전두엽에서 실제로 뇌의 배선이 바뀐다는 걸 발견해냈네요. 꾸준한 훈련으로 저항을 위한 새로운 신경회로가 생성되면 저항은 더 쉽고 밀접한 것이 되어 나중엔 저항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그야말로 저항이 우리 자신 그 자체가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 저항하기 위해 다른 사람으로 바뀔 필요 없이, 오히려 더욱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해요. 우리가 지향하는 자아, 더 나다운 사람이 되기만 하면 돼요. 올바른 가치관을 뿌리에 두고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저항은 내면에 강력한 힘으로 발휘될 거예요. 저항은 나를 가장 나답게,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수단이네요. 어른들이 나서 반드시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할 내용이네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주체성을 회복하는 행동과학의 지침서라는 점에서 강력 추천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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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섹스의 역사 - 20억 년간 작동해온 생존과 욕망의 진화
데이비드 베이커 지음, 김숲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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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쩌다 이 주제가 부끄럽거나 불편하다는 감정을 유발하게 되었을까요.

본질은 '자연'인데, 우리의 반응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으니 말이에요.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이 주제를 대단히 흥미롭게 여길 거라고 짐작하네요. 다만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할 뿐인 거죠. 네, 그 주제는 바로 '성 SEX'이네요. 학창 시절에 받았던 어설픈 성교육 말고는 제대로 배운 기억이 없는 데다가 암묵적으로 꺼리는 주제라서 속시원하게 궁금증을 해소하진 못했던 것 같아요. 여기, 인류 역사 속 성을 경이로운 진화적 관점에서 풀어낸 책이 나왔네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너무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꽤나 거친 여행을 하게 될 테니 말이다.

이 책의 목표는 성을 '기본부터' 탐구하고, 인간의 성을 둘러싼 모든 것이 어디에서 유래했으며,

인간의 이해할 수 없는 욕망과 충동, 페티시가 어째서 이런 모습을 띠게 되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데 있다.

우리는 대략 20억 년 전 성이 탄생한 순간부터 시작해 진화의 계보를 따라 내려오며 현재에 이를 때까지

기나긴 여행을 떠날 것이다." (8p)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섹스의 역사》는 세계 최초 '빅 히스토리 박사' 학위를 가진 베스트셀러 작가 데이비드 베이커의 책이네요.

성적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과 달리, 이 책은 우주적 관점인 빅 히스토리의 시선으로 20억 년에 걸친 성과 진화의 대서사를 다룬 과학교양서네요.

어쨌거나 20억 년을 관통하는 거대한 스케일을 한 권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매우 '짧은' 분량이라고 볼 수 있겠죠. 단순한 생물학적 접근을 넘어, 미생물에서부터 공룡, 영장류 그리고 인류의 수렵 채집, 농경,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성이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했는지, 이러한 진화적 경향이 문화와 결합한 성의 현주소와 미래의 잠재적인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있네요.

최초의 섹스는 서로를 잡아먹으려던 굶주린 포식자의 DNA가 실수로 우연히 얽히면서 교환이 이뤄졌다는 이론이 가장 믿을 만하네요. 데본기 후기(약 3억 7천5백만 년 전에서 3억 5천8백만 년 전 사이)는 우리의 조상들이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와 완전한 양서류로 진화하여 섹스를 하던 시기였고, 1억 2천5백만 년 전 태반을 지닌 포유류와 유대류가 분리되었으며, 1천7백만 년 전에 일부일처제를 하는 유인원이 처음으로 등장했으며, 31만5천년 전에는 문화로 인한 다양한 성행위, 독특한 성적 취향이 탄생하는 시기였네요. 성 연대기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정리한 연대표가 나와 있어서 변화의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네요. 인류의 성에 일어난 거대한 혁명은 최근 반세기 동안 벌어졌는데, 그 변화 속도가 전례가 없는 수준인 데다가 자연계 그 어디에서도 이런 예를 찾을 수 없다는 거예요. 호모 사피엔스의 섹스와 사랑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네요. 역설적이게도 성적 자유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이 인류 역사상 가장 외롭고 가장 행복하지 않은 시기라는 거예요. 소셜 미디어의 과도한 사용과 포르노 콘텐츠가 현실의 섹스를 대체하고 있고, 인구는 점점 감소하는 추세네요. 저자는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에서 '말 도 안 되는 미래'에 도달할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는데, 그건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거예요. 중요한 건 인간의 성적 욕망이 단순한 본능을 넘어 진화와 생물학적 기원에서 비롯되었고, 거시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거예요. 저자의 말처럼 성에 관한 부끄러움이나 당황스러움을 납득 가능한 맥락으로 정리할 수 있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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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와 시 클래식 리이매진드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데이비드 플렁커트 그림, 윤정숙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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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절묘한 조합으로 색다른 감동을 주는 책이 있네요.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 명작과 현대 미술의 세련된 감각이 만났어요.

앗, 책 표지가 기괴하죠. 빨간 가면 뒤에 인물은 에드거 앨런 포, 아마 <검은 고양이>를 쓴 작가로 많이들 알고 있을 거예요.

저 역시 어릴 때 처음 접한 공포 장르라서 꽤나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알고 보면 그는 공포 소설뿐 아니라 추리 문학의 특징적 원형을 만들어낸 현대 탐정소설의 창조자이자 미국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 시인이었네요. 단편 소설은 익숙하게 봐왔지만 시까지 포함하여 종합적으로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세계를 색다르게 소개하는 책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독특한 디자인과 이미지 구성이 현대 미술 작품을 관람하는 느낌이네요.

《에드거 앨런 포의 이야기와 시》는 소소의책에서 출간된 클래식 리이매진드 시리즈예요.

이 책은 추리 공포 문학의 거장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 작품들 가운데 열두 편의 이야기와 시들을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데이비드 플렁커트의 그림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요. 첫 번째 이야기인 <악마에게 네 머리를 걸지 마라>부터 뭔가 기선제압을 하듯, 기묘하고 섬뜩하네요.

"나는 그를 차버려야 할지 불쌍해해야 할지 마음을 정할 수 없었다. 드디어 다리를 거의 다 건넌 우리는 다리 끝에 다가갔다. 그때 어느 정도 높이의 회전식 문이 우리를 가로막았다. 나는 평소처럼 문을 밀고 조용히 나아갔다. 하지만 미스터 대밋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층계형 출입구로 뛰어올라 허공에서 멋지게 피전 윙(공중에 뛰어올라 두 다리를 부딪치는 댄스 스텝) 동작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양심적으로 말해 나는 이제 그가 피전 윙을 해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멋지게 피전 윙을 하는 사람은 내 친구 미스터 칼라일이다. 나는 토비 대밋이 그렇게 춤출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분만 아니라 춤출 수 있다고도 믿지 않았다. 그래서 그더러 허풍쟁이라고 했다. 그렇게 말한 것이 후회스럽다. 즉시 그가 자신의 머리를 악마에게 걸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17p)

기시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얼마 전에 봤던 드라마 <기리고>의 장면들이 떠오르더라고요. 토비 대밋은 허풍이나 거짓말보다 더 최악의 말을 내뱉았고, 그 대가를 치르고 말았으니까요. 그 장면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언뜻 동화 같은 그림체로 보이지만 계속 보면 볼수록 기분이 이상해지네요. 다음은 <홀로>라는 시의 전문인데, 에드거 앨런 포의 깊은 내면을 보여주는 듯하네요.

"어린 시절부터 나는 / 다른 사람들 같지 않았다 ㅡ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 보지 않았다 ㅡ나는 / 슬픔을 가져왔던 ㅡ / 바로 그 샘에서 / 열정을 가져올 수 없었다 ㅡ 나는 내 심장을 같은 음조의 기쁨으로 깨울 수 없었다 ㅡ / 그리고 그때 ㅡ 나의 어린 시절에 ㅡ / 가장 심한 폭풍이 몰아치던 삶의 새벽에 / 내가 사랑했던 ㅡ 내가 홀로 사랑했던 것은 ㅡ 새벽이었다. / 선악의 모든 깊이에서 / 나를 여전히 묶고 있는 미스터리 ㅡ / 급류 또는 분수에서 ㅡ / 붉은 절벽에서 ㅡ/ 가을의 금빛 색조를 띠고 / 내 주위에서 구르는 태양에서 ㅡ / 날아서 나를 지나간 / 하늘의 번개에서 ㅡ / 천둥과 폭풍, 그리고 ㅡ / (하늘의 나머지 부분이 파란색일 때)/ 내 눈에 악마의 / 모습을 띠는 구름에서 ㅡ" (244-245p)

작가로서 인정받고 잡지 편집인으로도 일했지만 비참할 정도로 궁핍했고, 젊은 아내는 결핵을 앓다가 세상을 떠나면서 포는 우울증을 앓았다고 하네요. 두 번째 결혼을 앞두고 갑자기 사라졌던 5일간의 행적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걸 보면, 어둠 속 미로 같은 인물이네요. 우리는 그가 남긴 작품들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 공포 심리와 겹겹이 숨겨진 마음들을 엿볼 수 있네요. 여기에 데이비드 플러커트의 그림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아요. 명작과 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클래식 리이매진드' 작품전시회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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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사랑하고 꽃피운 윤동주 김소월 필사북 - 뮤지컬, 영화, 노래가 된 동주·소월 시 108선
윤동주.김소월 지음 / starlogo(스타로고)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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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 기념 필사북이라고 하네요.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 시인들, 윤동주 시인과 김소월 시인의 시 가운데 108편을 엄선하여 아름다운 필사책으로 완성했네요.

《한글을 사랑하고 꽃피운 윤동주 김소월 필사북》은 뮤지컬, 영화, 노래가 된 윤동주와 김소월 시들로 구성된 필사책이네요.

그동안 다양한 필사책들이 출간되었지만 이번 책은 엄혹한 시절에 우리말과 글을 목숨처럼 지켜낸 시인들의 맑은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요즘은 K컬처 열풍으로 한글을 배우려는 세계인들이 많아지고 있기에 우리 스스로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는 노력이 필요하네요.

이 책을 잘 활용하는 방법은 시를 필사하기 전에 먼저 소리 내어 낭독하여 입술과 혀 위에서 굴러가는 우리말의 결을 느끼고, 언어에 담긴 뜻을 음미하며, 천천히 써내려가면 되네요. 편안하게 눈으로 읽고, 입으로 운율을 살려 읽고, 조용히 의미를 곱씹은 다음에 손끝을 통해 시의 여운을 남기는 거예요. 예쁜 글씨가 아니어도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네요. 글씨는 쓰면 쓸수록 잘 쓰고 싶어져서, 저절로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필사를 시작한 다음부터 우리말, 한글에 대한 사랑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이 없이 /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 봄은 다 가고 ㅡ 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 ㅡ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66p)

윤동주 시인의 <사랑스러운 추억>이라는 시예요. 쓸쓸하고 외로운 순간에 시인은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희망과 사랑이 올 거라고, 마치 올 것처럼 그리워하며 기다리고 있네요. 마지막 구절을 읽으면서 스물여덟 나이에 세상을 떠나간 시인을 떠올렸네요. 우리에겐 영원히 젊은 시인으로 기억될 거예요. 시인이 그토록 기다리던 희망과 사랑은, 여기 이 시대를 밝히고 있네요.

"하루라도 몇 번씩 내 생각은 / 내가 무엇하려고 살려는지? / 모르고 살았노라, 그럴 말로 / 그러나 흐르는 저 냇물이 / 흘러가서 바다로 든댈진댄. / 일로조차 그러면, 이 내 몸은 / 애쓴다고는 말부터 잊으리라. / 사노라면 사람은 죽는 것을 / 그러나, 다시 내 몸, / 봄빛의 불붙는 사태흙에 / 집 짓는 개아미 / 나도 살려 하노라, 그와 같이 / 사는 날 그날까지 / 살음에 즐거워서, / 사는 것이 사람의 본뜻이면 / 오오 그러면 내 몸에는 / 다시는 애쓸 일도 더 없어라 / 사노라면 사람은 죽는 것을." (162p)

김소월 시인의 <사노라면 사람은 죽는 것을>이라는 시예요. 사람은 언젠가 죽을 테지만 살아 있는 동안에는 시인의 말처럼 '살음에 즐거워서' 사는 것이 삶의 의미가 아닐까 싶네요. 스스로 무엇하려고 살았느냐고 묻는 것은, 나라를 빼앗긴 채 암담한 현실 속에서 고뇌하는 마음일 거예요. 서른세 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젊은 시인의 삶이 헛되지 않았음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네요. 남김 없이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애쓰며 살았던 시인들의 삶을 기리며, 마음이 뭉클해졌네요.

이 필사북은 단순히 글씨를 옮겨 적는 일만이 아니라 두 시인의 언어 속에 담긴 시대 정신과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한글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네요. 2026년은 훈민정음 반포 580돌이지 '가갸날'로 시작된 한글날 제정 100돌, 시각장애인을 위한 훈맹정음(한글 점자) 반포 100돌이 겹치는 상징적인 해라서 더욱 뜻깊은 것 같아요. 필사를 통해 그 의미들을 되새길 수 있어서 마음 뿌듯해지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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