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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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한 커뮤니티에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너무 마음이 힘들어요. 이런 저에게 책 한 권만 추천해주세요!" 줄줄이 달린 댓글 들 중 가장 많이 언급된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쇼코의 미소>

  최은영?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기대반, 우려반으로 책을 펼쳤다. 나와 동시대의 작가. 그래서일까? 책을 읽으면서 이상한 순간에 공감하기도, 마음이 찌릿하기도 했다. 단편임에도 매 작품, 잔상이 오래남아서, 한편, 한편 아껴가며 오래도록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 편까지 다 읽고나서야, 왜 사람들이 이 책을 추천해주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후기로,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고 했는데, 나는 한번도 울지는 않았다. 하지만, 울려고 마음 먹고 읽으면 실컷 울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을 했다.


  응웬 아줌마는 나에 대해 많은 것을 물어봤다. 한국에서 다니던 학교는 어땠는지, 베를린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러웠는지, 바다를 가보았는지, 한국의 바다는 어떤 색인지, 가장 좋아하는 독일 음식은 무엇인지, 아줌마의 질문은 공부는 잘하냐, 왜 이렇게 키가 작냐, 커서 뭐할거냐 물어대는 다른 어른들의 것과는 달랐다. (p.75)

  나는 줄곧 그렇게 생각했다. 헤어지고 나서도 웃음지을 수 있는 사이가 있는 한편, 어떤 헤어짐은 긴 시간이 지나도 돌아보고 싶지 않은 상심으로 남는다고.(p.90)

  이제 나는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생의 행복과 꼭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엄마가 우리 곁에서 행복하지 못했던 건 생에 대한 무책임도, 자기 자신에 대한 방임도 아니었다는 것을.(p.92)


  크게 싸우고 헤어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주 조금씩 멀어져서 더이상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후자다. (p.115)

  "영주, 그거 알아? 나 외국은 처음이야. 그리고 한국인도 처음 만났어. 너는 나의 첫번째 한국인이야. 영주."(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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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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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좋아하는 책이 뭐니? 라고 누군가 물으면, 늘 대여섯 권의 책을 답했는데, 그 중 이 책도 꼭 들어갔다. <자기 앞의 생>. 아이러니한 점은, 나는 이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성장소설이라는 점. 모모라는 소년이 주인공이라는 점. 주인공과 교감하는 할아버지가 한 분 있었다는 정도만 어렴풋이 말할 수 있을 뿐. 그런데도 늘 누가 좋아하는 책을 물으면 <자기 앞의 생>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러다가 이대로는 뭔가 이 책에게도, 좋아하는 책을 물어주는 사람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제대로 줄거리를 기억할 수 있게끔 이 책을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난 책의 첫 문장들을 좋아하는 데, 이 책의 시작은 이렇다.

 먼저 말해두어야 할 것은우리가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의 칠층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6층 건물을 연이어 두 번이나 왕복할 일이 있었고, 그래서 위 구절을 더 절절히 공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과거 내가 다녔던 중학교는 6층 건물이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었고, 나는 그 중에서도 6층에 위치한 교실에서 공부를 했다. 체육시간이면 쉬는 시간 10분 만에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집합해야 했고, 체육시간이 끝나면 10분 만에 교실로 돌아가서 교복으로 갈아입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걸 해냈지, 싶다. 심지어 쉬는 시간이라고 운동장으로 놀러 나가는 위대한(?) 친구들도 있었다.

 모하메드너를 낳아준 사람이 있다는 유일한 증거는 너 자신뿐이란다하지만 너는 참 좋은 아이야네 아빠는 알제리 전쟁에서 죽었다고 생각하렴그건 훌륭한 일이란다독립의 영웅이지.”

하밀 할아버지나는 영웅 같은 것보다 그냥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요아빠가 훌륭한 뚜쟁이여서 엄마를 잘 돌봐주면 좋을텐데 말예요.”(p.47)

널 보니 우리 아들 생각이 나는구나모모야방학이라서 엄마와 함께 니스 해변엘 갔는데내일 돌아오지녀석의 생일이거든생일 선물로 자전거를 사줄까 하는데우리 아들녀석하고 놀고 싶으면 우리집에 오도록 해라.”

엄마도 아빠도 자전거도 없이 지낸 지 벌써 몇 년째인데이제 와서 이 작자가 나를 못 견디게 만들다니여러분은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중략하여튼 그 사건이 내 감정을 건드렸고나는 너무 열이 올랐다. (중략발길로 엉덩이를 차인다든가 하는 밖으로부터의 폭력은 도망가버리면 그만이다그러나 안에서 생기는 폭력은 피할 길이 없다그럴 때면 나는 무작정 뛰쳐나가 그대로 사라져버리고만 싶어진다. (p.62)

모모야그곳은 내 유태인 피난처야.”

알았어요.”

이해하겠니?”

아뇨하지만 상관없어요그런 일엔 익숙해졌으니까.”

그곳은 내가 무서울 때 숨는 곳이야.”

뭐가 무서운데요?”

무서워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나는 그 말을 결코 잊은 적이 없다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진실된 말이기 때문이다. (p.69)

 암만 생각해도 이상한 건인간 안에 붙박이장처럼 눈물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다그러니까 인간은 원래 울게 돼 있는 것이다인간을 만드신 분은 체면 같은 게 없음이 분명하다.(p.91)

 하밀 할아버지는 빅토르 위고도 읽었고 그 나이의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경험이 많았는데내게 웃으며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p.93)

 나는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그들을 내 곁으로 불러올 수 있었다원하기만 하면 누구든 내 곁으로 불러올 수 있었다킹콩이든 프랑켄슈타인이든 상처 입은 붉은 새떼라도그러나 엄마만은 안 된다그러기에는 내 상상력이 부족한 모양이다. (p.119)

 나는 아이스크림을 핥아먹었다기분이 별로였다그럴 때면 맛있는 것이 더욱 맛있어졌다여러 번 그런 적이 있었다죽고 싶어질 때는 초콜릿이 다른 때보다 더 맛있다. (p.138)

 조물주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잘 만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조물주는 아무에게나 무슨 일이든 일어나게 하는가 하면자기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기도 한다꽃이며 새를 만들기도 하지만 이젠 칠층에서 내려가지도 못하는 유태인 노파를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p.164)

 신 얘기는 이제 지겨웠다신은 언제나 남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니까. (p.172-173)

 왜 세상에는 못생기고 가난하고 늙은데다가 병까지 든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나쁜 것은 하나도 없고 좋은 것만 가진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어요너무 불공평하잖아요.(중략)

나도 크면 불쌍한 사람들’ 이야기를 쓰려고 해요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글을 쓸 때면 늘 불쌍한 사람들 이야기를 쓰잖아요.(p.244)

  나는 화가 났다. 늙고 병든 여자에게 나쁘게 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니까. 하나의 자로 모든 것을 잴 수는 없지 않은가. 하마와 거북이 다른 모든 것들과 다르듯이 말이다.(p.276)

 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는 가능한 안락사가 왜 노인에게는 금지되어 있는지 말이다. 나는 식물인간으로 세계 기록을 세운 미국인이 예수 그리스도보다도 더 심한 고행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십자가에 십칠 년여를 매달려 있은 셈이니까. 더이상 살아갈 능력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은 사람의 목구멍에 억지로 생을 넣어주는 것보다 더 구역질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p.295-6)

  사람을 사귈 때, 좋아하는 책을 묻곤 하는데, 그럴 때 내가 알고 있는 책, 혹은 좋아하는 책을 답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이 책도 그랬다. 유독 <자기 앞의 생>을 가장 좋아한다는 사람들을 살면서 많이 만났고, 그들과는 늘 그 한가지만으로도 이미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곤 했었다. 

  책의 결말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던 건, 어쩌면 결말이 내가 원하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기억하지 않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기억나는 결말의 내용도, 언젠가는 또 가물가물 해질 날이 올 것이고, 그러면 아마도 나는 이 책을 다시 펼쳐보겠지. 그때의 나에게 도움을 주고자, 인상깊었던 구절들을 남겨둔다. 


+ 이 책을 읽다가, 레미제라블이란 단어의 뜻이 "불쌍한 사람들"이란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제목 한번 잘 지었네. 레미제라블에는 정말 온통 불쌍한 사람들이 등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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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반윙클의 신부
이와이 슌지 지음, 박재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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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순지 감독의 <러브레터>란 영화를 참 좋아한다. 처음 개봉했을 때는 물론, 재개봉 할 때마다 극장에 찾아가서 부지런히 보았다. 그런데 <러브레터>란 영화를 만들었을 때, 감독의 나이가 고작 30대 초반이었다는 사실을 최근 알고 좌절했다. 나는 그 시절 무엇을 했나, 싶어서.


이제는 50대 중반이 된 감독이 지난해 오랜만에 신작을 들고 찾아왔다. <립반윙클의 신부>.

내가 본 영화는 3시간짜리 본편이 아닌, 2시간으로 편집된 작품. 영화에서 아쉬웠던 점을 해소하고자 책을 펼쳤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주인공 미나미의 저 대사였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요.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이제 어디로 가야 될까요?"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SNS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마주보고 앉은 상대방과도 (심할 경우) 핸드폰으로 대화를 나누고, 더 심한 경우, 마주보고 앉아서도 (핸드폰으로) 각기 다른 이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낯선 이와 SNS를 통해 친구가 되기도 하고, 이를 계기로 오프라인상에서 만나 진짜 인연을 맺기도 한다. 요새는 남·녀간의 만남을 소개하는 어플도 속속 등장하여, 어플로 만나 연인이 되고, 결혼까지 이르기도 한다.


(스포일러 있음)


주인공 미나미에겐 친구가 없다. 기댈 가족도 없다. 부모님은 어린 시절 이혼한 뒤, 지금은 각자 재혼하였고, 그래서 미나미는 명절에도 돌아갈 집이 없다. 도쿄에서 사범대학을 졸업하였지만, 학교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인력사무소를 통해 시간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근래 도급업체가 너무 많이 생겼다. 마치 물건을 파는 것처럼 중간상인 도급상들만 배불러지는 이상한 분위기)

그러던 어느 날 SNS를 통해 알게 된 남자에게 청혼을 받은 미나미는 조금은 두려운 맘으로 그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결혼하기로 결심한 그에 대해 완벽한 신뢰를 갖지 못한다. 믿지 못하겠으면 아예 결혼을 하지 말았어야 했고, 결혼을 결심했으면 그를 믿었어야 하거늘, 이도 저도 아니었던 것이다.

결혼 후 청소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여자 귀걸이 때문에 그의 외도를 의심하게 된 미나미. 이때라도 직접 그에게 물었어야 한다. "이 귀걸이가 뭔지 아냐고, 오늘 방바닥에서 나왔는데, 내 것은 아니고 여자귀걸이라고. 이것 때문에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든다고. 나의 오해를 풀어달라고." 만약 그때 그렇게 말했더라면 모든 일이 시작되지 않았을 텐데.

그러나 미나미는 남편을 믿지 못하였으므로, SNS를 통해 만난 정체불명 남자에게 남편의 뒷조사를 의뢰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녀의 비극이 시작된다.

그 남자는 미나미에게 들은 정보를 토대로 남편이 아닌 미나미가 외도한 것처럼 조작하여, 이 정보를 역으로 남편에게 팔아넘기고 이 때문에 미나미는 이혼을 당하게 된다.

졸지에 갈 곳 잃은 처지가 된 미나미는 다시 SNS를 통해 알게 된 그 사기꾼에게 전화하여 묻는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라고.

그 후로 벌어지는 미나미 삶의 비극. 매 순간 안타까웠지만, 점점 그녀는 되돌릴 수 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우리 주변에도 아마 미나미가 살고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친구일텐데. 이땅의 미나미들이 SNS에서 벗어나서 진짜 친구를 만날 수 있기를.


+책에서, 영화에서 자세히 다룬 부분이 차이가 있어서 책에서 든 의문점은 영화가, 영화에서 든 의문점은 책이 해결해주었다. 이 작품의 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책과 영화를 모두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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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힘든 말
마스다 미리 지음, 이영미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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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더 좋아한다.

마스다 미리는 역시 에세이보다는 만화로군, 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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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말 ) "저 사람, 틀림없이 '가정환경'이 나쁠 거야."

(마스다 미리의 생각)'험담이라도 그 사람의 본성이 드러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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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라디오
이토 세이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영림카디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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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에 책을 읽어서였을까. 기대감이 너무 컸던 걸까.

솔직히 이 책은 집중해서 읽기가 조금 많이 어려웠다.


내용도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지명이나 인물명 등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뒤엉켜서 온전히 내용을 따라가기가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책 앞에 인물 소개가 간략하게 나왔거나,

이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 대한 지도 등이 삽입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원작에 없었더라도, 한국에서 발간할때 추가로 삽입했다면 어땠을지..)


기대보다는 살짝 아쉬웠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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