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역(國譯) 송은(松隱) 박익(朴翊)선생 문집
박현문 지음, 신계재 감수 / 글로벌콘텐츠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역사를 좋아하다보면 늘 아는 이야기들이지만 뭔가 새롭게 해석되거나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면 기대감과 함께 흥분되기도 한다. 그동안 내가 알았던 것들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아는것이 새롭고 나의 무지에 반성도 하게 되며 이런분들이 계셨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에 아쉬움이 느껴질 때가 많다. 그만큼 나의 무지는 생각보다 깊고 역사적인 인물은 너무도 많았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실감하는 것이다. 너무 유명한 사람들만 알아서 그 세계가 전부인 줄 알았고 그 세계속의 이야기만 알면 된다고 생각했었던 것이 스스로도 안타까울때가 많다.

개인적으로 이 책 소개를 봤을때 '박익??' 이라는 분의 이름조차 생소해서 이런경우는 정말 알고 싶어 책을 읽는 경우가 많다. 책 받아보고 몇장 읽어보다가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박익 선생은 고려말 조선초 충신으로 팔은 중 한분이었다. 정몽주, 길재 같은 유명한 분들과 친분이 두터웠으며 그 분들과 주고받은 편지들도 많았다. 아니, 근데 나는 이분 성함조차도 몰랐단 말이네. 워낙 길재나 정몽주 같은 분들이 유명하다보니 그쪽으로 편중된 역사만 배워왔던 것 같다. 특히 고려말에서 조선초는 위화도 회군이나 선죽교의 이야기, 이방원의 왕자의 난 등 격동적인 이야기들이 많다보니 드라마도 그렇고 조선 역사의 이야기도 그쪽으로 많이 가르치다보니 나 역시도 그런쪽으로만 치우쳐 있었다. 그 속에 숨어있던(?) 역사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는 뒷전이었던 게다. 이 책은 박익선생의 후손들이 새로이 그분의 글들을 모으고 길재나 정몽주 같은 분들과 주고받은 글들을 모아 내었는데 생각보다 글이 많이 남아있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그분의 글보다 그분을 추모하고 후대에 그분을 기억하는 글들이 많아서 그 글들을 엮어 놓은 그런 내용이 많았다.

그래도 정몽주와 주고 받은 글이나, 변계량 등의 글도 보니 새롭기도 하고, 역시 고려말 조선초의 시기다 보니 모든것이 한문으로 되어 있는 터라 쉽게 읽히도록 번역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각주를 읽느라 오히려 그부분에 더 시간을 할애해야 했단것은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요즘은 일상에서 쉽고 편한 우리의 한글을 사용하다보니 한자로 쓰여진 글을 읽어내는 것은 뜻을 찾아 헤매는 것만으로도 꽤 힘든 시간을 보내게 한다. 물론 이 책에서 전부 해석을 달아 놓았지만 그 부분마져 읽어가며 이해하는게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역사를 알아간다는 그 의미 자체 하나만으로 읽을 가치는 충분하지만 말이다.



박익선생은 고려가 망하자 포은 정몽주와 같이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하여 고향으로 낙향한다. 밀양쪽이 고향이어서 고향으로 오셨으나 그의 명망과 인물됨을 아는 태조가 다섯번을 불러 관직을 주고자 하였으나 모두 거절했다. 자신은 눈과 귀가 제대로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는 거절의 의사였지만 그게 오롯이 이유만은 아니었으리라 본다. 하지만 태조 또한 박익선생의 마음을 받아들여 그분에게 벌을 내리거나 하시지는 않았다. 다른 부분은 다 떠나서 돌아가시기 전에 본인은 왕씨를 섬겼으나 자식들은 이씨를 왕으로 모시는 상황이 되었으니 신하로서 정성을 다해 섬기라는 말씀은 감동 그 자체다. 세상이 바뀌어 섬기는 임금이 세대에 따라 달라지니 그에 받들어 모시라는 것은 생각의 트임이 있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런지 그 후대의 자손들 또한 훌륭한 분들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게다가 박익선생의 묘에서 나온 벽화는 희귀한 벽화 중 하나라 해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 다는 사실에 나는 왜 이런 건 이제껏 정녕 몰랐던가 싶었다. 네 다섯곳에서 그분을 모시는 제사를 지내고 후대 자손들의 칭송글이 자자하니 얼마나 대단한 분이었는지 어렴풋이 나마 알 거 같기도 하다.

단지, 앞서도 말 했듯이 박익 선생의 글이 별로 없어서 그부분이 아쉬웠다. 짧게 주고 받은 글 외엔 많이 없어서... 그분의 생애나 그런부분에 대한 전기를 읽어도 괜찮을 거 같은데 사료가 그리 많치 않은 듯 하다. 그부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문으로 된 어려운 글을 번역해 읽게 되니 기쁘면서도 기억에 크게 남지 않는 나의 무지도 좀 탓하게 된다. 이런 역사적인 인물들에 대한 새로운 글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사의 사다리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헐.. 글감 검색도 안되는 책을 이제서야 읽은것이냐 나는..-_-;; 네이넘들도 너무하네. 어쨌거나 아무리 오래된 책이라도 글감첨부는 되게 해야지. 검색해도 나오질 않다니......

뭐 이십여년 썩혀 읽은 내가 잘 못 이다만.. 그래도 책이란게 어차피 품절, 절판되더라도 늘 남아있는데 말이야 말이야.

그나저나 난 이 책 시리즈를 왜 샀을까? 겁나 궁금하네. 그때의 나를 내가 알 수가 있나. 한동안 에쿠니파식의 신파에 취해서 이런 사랑놀음의 이야기를 즐겨 읽었던 건가. 아니면 표지가 맘에 들었던 건가...



여튼 이 책은 얼마전 읽었던 <천사의 알> 후속편이다. 그야말로 후속편. 이 책만 읽어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천사의 알>을 읽고나면 그때 그 인물들이 누구고 지금의 이 인물이 누구고 이해가 된다. 그리고 그 옛날의 사랑이야기도..... 그렇다고 굳이 나는 두권다 딱히 추천하고픈 생각은 없다. 그냥 이제 이런 로맨스는 예전엔 모르겠지만 지금은 내 스타일이 아닌 모양이다. 읽는데 생각보다 지루했다. 뭐 이런 사랑을 딱히..-_-;;;;

일단 자신이 고등학교 2학년때 1년정도 담임을 했었던 나츠키를 우연히 대학입학하고 아르바이트하는 커피숍에서보게된다. 하지만 고딩 남자애들이 변하는건 순식간인지라 나츠키는 자신의 제자지만 알아보지 못하고 그렇게 몇달을 지내다 나츠키가 자신의 남친과 격한 싸움을 벌이며 헤어지는 와중에 그녀를 도와주면서 제자임이 밝혀지고 어쩌구 저쩌구.. 그래서 둘이 연상연하 연인이 되는건데.... 뭐 둘다 성인이니까, 게다가 나츠키는 이제 선생님도 아니고 일반 회사원이고... 그들이 연인이 되는게 딱히 문제될 건 없는데 나는 왜 거부감부터 드는걸까. 나도 편견을 좀 버려야하는데..... 쉽지 않네.

암튼, 그와중에 아유타라는 남자가 신경쓰이는 주인공. (얘 이름이 뭐였니? 아..진짜 주인공 이름 기억못하는건 내가 제일 1등일껴) 자신의 여자 나츠키가 다른 남자에게 신경쓰이는게 걱정되고 불안하다.

여기서 말하는 아유타는 <천사의 알>에서 주인공이었던 남자이기도 하다. 뭐 후반부에 가서 모든 오해와 이야기들이 풀어지지만 나는 딱히 이들의 사랑을 이해하기도 그렇고.... 뭔가 설렘설렘하며 와닿치도 않았고.. 그냥 심심했다고나 할까.



로맨스 글이 이러기도 쉽지 않은데 굳이 후속작까지 나왔어야 했나 싶은 느낌적인 느낌.

그리 뭔 큰 감동이 있는것도 아닌데 비슷한 이야기가 나올 필요없었다.. 라는게 내 결론.

아마 표지에 반한게야. 그래서 사지 않았나 싶다.

읽어도 딱히 사랑에 대한 감흥도 크게 없는게 나도 이제 로맨스는 바이바이인가 보다.

이런 심심한 글 읽고나면 너무 피곤하단 말이지.

예전엔 이런 로맨스를 어찌 이리 많이 읽었나 몰라. 간혹 머리 시킬 용도면 모르겠는데 이제 로맨스 읽기는 쉽지 않을꺼 같다. 별 느낌도 없이 그냥저냥이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놀고 싶지만 불안합니다 - 얼떨결에 어른이 되어버린, 당신에게 보내는 마음 처방전
주서윤 지음, 나산 그림 / 모모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우~ 미나토 가나에 책이 재미나긴 했지만 피폐해진 나의 정신을 정화시키기 위해 에세이 한스푼.

이렇게 정화시켜가며 돌려 읽어야지 안그럼 정신이 더더욱 피폐해진다. 물론 또 이런 에세이 읽다가 너무 심심해서 다시 도돌이표로 장르소설을 찾긴 하지만, 암튼 이런 식의 책읽기가 나름 괜찮은 방법인 듯 하여 요새는 이런 방식으로 많이 읽는 편이다.

사실 에세이야 늘 하는 말이지만 리뷰쓰기 쉽지 않고 책 속 내용이야기 하기 쉽지 않고.... 그래도 킬링타임용으로 글 맛 괜찮으면 나으니 읽기는 한다만 늘 보면 제목이 다하는 느낌이 올때가 많다.

아마 이 책도 분명 나는 제목때문에 골랐을꺼다. 놀기에 미래는 늘 불안하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놀기엔 빚때문에 어쩔수없이.... 그러고보니 그게 그건가? 돈이 없으니 놀 수 없고, 그러니 빚도 갚을 수 없으니? 생각해보면 그게 그거구만.. 이 넘의 빚은 언제 갚아지는 거야.

어쨌거나 놀기에 불안한 나나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왜 일해야 하는가 뭐 그런건 있으니까...

이 책도 결국 그런 이야기들이 있는 편이고 자신이 퇴사를 하게 된 이야기, 다시 재취업을 하게 된 이야기 등등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진중한 이야기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밝히고 있다.

아직 젊은 20대구만.. 나는 뭐 그 젊음이 부럽다만... 그래도 또 20대때는 그 나름의 많은 고민과 고통이 수반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가 나보다 훨 어리지만 뭔가 공감도 된다. 역시 에세이는 나이를 떠나 얼마나 공감있게 글을 써 내느냐에 따라 다른 거 같다. 이런 정도의 에세이라면 내가 읽다가 집어던지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바쁜 우리들의 삶속에서 굳이 굳이 놀아도 된다고 하진 않는다. 그래, 돈 없이는 결국 살아 갈 수 없는 세상이기도 하고... 하지만, 그 속에서 소소하게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들이 들어있어서 그걸로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우리들 삶이 다 거기서 거기인 거고...... 뭐 특출한 사람 아니면 크나큰 뭔가가 있는것도 아니고..

로또를 맞아 벼락부자가 되는 확률도 그리 높지 않고.. 그냥 이러구로 저러구로 살아가는거 아니겠는가.

제목 그래도 나도 놀고싶다. 하지만 불안하다. 나도 빚 못 갚았으니까... 애들 학교도 다녀야 하니까....

노후 준비도 못했으니까... 하지만 무작정 노는것만이 또 정답은 아니지 않겠는가. 사는건 또 고기서 고기다.

나중에 많이 놀아야지 뭐. 은퇴하고...ㅋㅋ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 표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우 주위에서 입소문이 어찌나 나던지..... 이곳 저곳에서 <인간 표본> 얘기가 막 들려.

근데 어차피 나는 내용을 막 알고 책을 읽는걸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그러면서 너는 왜 줄거리를 쓰냐고 한다면 딱히 할말이 없고..ㅡㅡ;;;; 그냥 내 기억용으로 쓴다는 변명을 해 봄)

내용은 알지도 못하면서 미나토 가나에가 최고의 걸작을 썼느니 어쩌느니 해서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약간(?) 전작하고픈 욕심도 있는 작가라서 어차피 언젠가는 읽게 되겠지 싶은 기분은 있었다.

근데 갑자기 책이 살 일이 생겼고, 아 그럼 이참에 신간을 바로 구매해 볼까? 뭐 이런거라나 어떤거라나...

문제는 내가 신간 사서 구간 만드는 인간인지라 이 책을 이리 빨리 읽을 줄 몰랐다는 사실.



주말내내 겔겔 되면서도 뭔가 빤딱빤딱하는 나비 표본에 끌려 책을 들었는데, 와~ 왜이렇게 진도 잘나감?

와~ 왜 이렇게 재미짐? 게다가 뭐랄까. 그동안 미나토가나에식의 고백체, 속죄체...ㅋㅋㅋ 이런 시그니쳐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마치 다른 사람이 쓴 느낌이 들 정도로 색다른 맛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15년 작가 생활중 가장 재밌는 작품이라고 작가가 말 할 정도니 오~~~~ 그럴수도... 라는 생각도 들지만 <고백> 자체도 워낙 재밌게 읽어서 둘 중 경중을 가리긴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재밌고 진도도 빠르다.

초반 가나에 특유의 고백체 느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이어나가는 주인공.

너님 진짜 어린시절 아빠랑 나비표본 만들던 느낌이 들어 인간을 표본화 하고 싶어진 거임?

와..이런 괴물이 있나. 사람이 아니야. ㅠㅠ 어릴때부터 싹이 노랗구나. 속으로 막 욕하면서 읽었다.

그게 뭔 자랑이라고 이런 고백을 인터넷에 올리기까지 했누. 욕도 하고...

나비에 미친 인간이 결국은 사람을 나비에 비유하며 완벽하게 나비표본을 인간표본으로 바꾸었구나 싶은 느낌적인 느낌.. 그것도 미소년들, 특히 자신의 아들까지... 아.. 끔찍했다. 이런 미친인간의 글을 읽고 싶지 않았다.

미쳐도 보통 미친게 아니야....

그래, 중반부까지 나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으헉... 뭐지? 이 새로운 이야기는??



스포는 할 수 없으니.... 일단 기본적인 나비표본을 만드는 사패 정도의 느낌만 비추는 걸로..

그리고 그 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나를 충격의 나락으로 휘릭휘릭~!!!

뭐 이리 세상에 미친 인간들이 이리 많누.

자신의 연구와 예술과 삶을 위해서는 이런 짓 따위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미쳐야 미친다 라는 말은 알지만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일들을...

암튼, 입이 있고 손이 있어 글을 쓰고 싶어 근질근질하지만 스포따위 개나줘버려.

그냥 일단 읽어봐야 알지. 그럼 1차 충격 멘붕, 2차 충격에... 3차 4차도 있으려나?

도대체 미나토 가나에 당쉰 뭐 이리 이야기의 화수분을 만들었냐고.

물론, 제일 마지막 반전이 너무 꼬아 힘을 잃을뻔 하긴 했지만 그래도 간만에 좋았구만.

잼났다 잼났어. 오랜만에 내가 워낙 피철철이를 만났어.

이제 정신 정화 좀 시켜야 겠다. 너무 피폐해졌어. ㅠ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정 너머 한 시간
헤르만 헤세 지음, 신동화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 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시절 나름의 정신적 고통을 보내며 나는 헤세아저씨의 글을 읽으며 위로 받았고, 살아갈 의지를 얻었다. 물론 글을 읽어가되 내가 정녕 이 분의 글을 오롯이 이해하고 있는 건지 어떤건지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나는 그렇게 헤세아저씨를 좋아했다. 고등학교적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으며 삶의 의지를 느꼈고 <데미안>을 읽으며 인간의 가치를 생각했으며 <유리알 유희>를 읽으며 좀 더 그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아련함과 <지와사랑>으로 그 분의 숭고한 부분을 더 이해하고 자 노력했다. 물론 마지막 <싯다르타>에서 나의 한계는 여지없이 드러나고 말았지만......

아니, 그전부터 사실 헤세아저씨를 좋아한다고 하긴 했지만 나는 그의 글을 알지 못했던 거 같다. 그냥 그분의 글이 좋기에 읽기는 하되 이해는 못하니 그냥 글자 그대로 받아 들이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그마져도 쉽게 허용하지 않는 그분의 글이지만 말이다.



어느샌가 요즘은 쉬운 책들에 빠져 깊이 고찰하고 고민하는 책들은 좀 멀리하게 됐다. 좋아하지만 의식적으로 머리아픈 세상에 헤세 아저씨의 글마져 나를 힘들게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스물스물 자라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전에 받아 들였던 사실들을 또 다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느낌이 강해서 오히려 좋아하면서 더 피해왔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하지만, 또 언젠간 그 글속에 묻히고 싶은게 헤세아저씨 만의 글 맛이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 속에 들어앉아 그가 느끼며 적어내려간 글자 하나하나를 음미하고자 한다. 어떤 의미로 와 닿아서 이런 글을 써 냈는지 나는 또 파고들려고 한다. 여전히 쉽지 않치만.....

이번 산문집은 초기작이라 해서 오히려 더 힘들었던 부분이 많았던 듯 하다. 그의 깊은 심연이 더 자리 잡기 전이고 가라앉기 전에 피어오르는 글인지라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지 알았는데 아직은 자신만의 감정속으로 잠식한 헤세아저씨만의 산문집은 더더욱 파고들기 힘들었다. 물론, 초기작이라 그 속에서 언뜻 <유리알유희>의 탄생을 직감했고 스치듯 <싯다르타>의 깊은 깨달음의 글들이 보이긴 했지만 역시나 오롯하게 전해져 오지는 않았다. 그리고 산문집이지만 마치 본인의 글인양 보이는 <수레바퀴 아래서>의 글맛은 다른 작품보다 더 잘 보였던 듯 하다. 그 책이 탄생하기 직전의 글이 보여 뭔가 반가운 느낌이 와 닿기도 했다. 그가 토해내는 모든 글들이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또 모든것에 의미를 가진다면 아마 헤세 아저씨의 책은 읽기 힘들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절반의 절반만 이해하고 그외는 그저 흐르는대로 두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어찌한다고 그의 깊은 내면의 글을 내것으로 받아들이기엔 나의 그릇이 너무 작기도 하다.



이 글의 전체적 산문의 줄거리를 이어 쓰기는 뭣보다 힘들다. 그저 그의 글을 읽어왔다면 그 기분으로 받아들이고 그만의 세계속으로 들어가 같이 느껴보는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의 글을 사랑하고 버겁지만 뱉어내지 못하며 늘 애정으로 바라본다. 이 산문집 덕분에 갑자기 헤세아저씨의 <유리알유희>와 <지와사랑(나르치스와골드문트)>가 읽고 싶어졌다는 사실이 기쁨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자정 너머 비록 한시간으로 정해진 그의 책제목이지만 그 자정을 넘어선 어딘가의 경계에 그의 글들이 촘촘히 틀어와 박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