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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퀴디데스, 역사를 다시 쓰다 - 역사의 고전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어떻게 탄생했나
도널드 케이건 지음, 박재욱 옮김, 한정숙 감수 / 휴머니스트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서양고대사에 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리스와 로마에 대한 로망이 있을겁니다. 다산과 연암에 대한 책을 사는데 이달의 역사책에 있는 내용을 보고 앞서 말한 로망이 생각나서 덥석 구매했습니다(덕분에 저의 지갑은 점점 얇아지고요.^^).
책을 보다가 역사의 사전적 의미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더군요. 기록으로서의 역사라는 것은 과거의 사실이 그 사실을 전달하는 역사가에 의해 선택되고 그에 맞게 해석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예전에 학교에서 역사시간에 배운 주관적 의미의 역사라는 단어가 떠오르는데 그 만큼 역사기록이 상대적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투퀴디데스는 그런 측면에서 주관적의미로서의 역사를 몸소 실천한 역사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 중요한 전쟁 중 하나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대해 그 시대에 통용되는 해석을 수정하고 재구성하여 본인 나름대로의 결론을 제시했으니까요. 그리고 이런 수정이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객관적인 사실을 토대로 자신의 의견을 담아냈기 때문이고 그것이 투퀴디데서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가 가진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투퀴디데스가 바라보는 펠로폰네스스 전쟁사에 대한 내용을 들려주고 그에 대한 해석과 함께 작가의 반박이 이어지는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머리속에서 다양한 생각과 주장이 서로 싸우면서 그 당시 역사를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할 수 있기에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출퇴근시간이 지루하지가 않더군요.
예전에 <고대그리스의 영광과 몰락>이라는 책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재미는 각각 다른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고대 그리스의 영광과 몰락>은 역사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쓰인 책이다 보니 다양한 사실을 알 수 있는 재미가 있지만 워낙 다양한 내용을 다루다 보니 집중적으로 파고 드는 맛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는데 이 책은 투퀴디데스의 해석에 대해 이런 저런 사실을 들어 반박하고 파고 드니 출퇴근시간의 지하철 압박속에서도 꽤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흔히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는데 딱 그말이 어울리는 책입니다. 투퀴디데스가 전쟁을 해석하면서 적용한 현재가 지금은 과거가 되고 그 과거를 현재의 역사가인 도널드 케이건이 다시 해석하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아테나이의 강렬한 전성기가 이 전쟁으로 인해 마무리되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성자필쇠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리게 했습니다. 역시 페리클레스는 치명적 매력의 지도자라는 것도 다시 느꼈구요.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가 분량이 상당한데 그 방대한 내용도 핵심적으로 요약해주고 해석도 같이 딸려있어서 좋았는데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으로 투퀴디데스의 역사를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