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그렇듯 우리는 만난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떠나온 사람들을 위한 존재다.


- 그에게는 이런 매력이 있었다. 누구와 함께 있든 그는 항상 당신과 함께 있고 싶다고 느끼게 했다. 


- 얼굴에는 베테랑의 황량한 미소가 담겨 있었다.


- 나는 이런 부류의 사람을 알고 있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동시에 자신도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의 호의를 베풀어 주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독특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 말이다.


- 맙소사! 왜 사람들은 항상 인생을 되풀이할 수 있는 것처럼 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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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가벼운 마음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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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와 비틀즈가 나오는
나만의 수호천사가 될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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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4-07-19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진짜!! 나는 보뱅의 다른 책 처음 읽고 그거 하나로 충분하다 싶었는데.. 너무 감성이 풍부해서.^^;; 이거 치니가 이렇게 쓰니 궁금하네!! 일단 보관함으로.

치니 2024-07-19 20:37   좋아요 0 | URL
음악 얘기 나오면 맥을 못 추는 저인지라; ㅎㅎ 바흐에 대한 표현이 어찌나 제 마음과 같은지! 그때부턴 거리두기가 안 되더라고요 😅
 
















'두렵게 만드는 건 이름이다. 이름이 없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며, 실체 자체도 없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를 즉시 좋아하거나 혹은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우울증이 뭔지 아니? 우울증은 월식 같은 거야. 달이 마음 앞에 슬며시 끼어드는 거야. 그러면 마음은 자신의 빛을 더는 내지 못해. 낮이 밤이 되는 거란다. 우울증은 부드러우면서 캄캄해.'


'꼬마야, 과자를 만드는 것과 사랑하는 건 비슷하단다. 얼마나 신선한지가 문제거든. 그리고 모든 재료는 제아무리 씁쓸한 재료라 해도 달콤한 걸로 바뀌지.'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방랑자, 정착민, 그리고 어린 아이.'


'이탈리아에서 사람들은 안에 있는 것으 밖으로 꺼내놓는다. 말려야 할 옷가지와 빨아야 할 마음. 그들은 이 모든 걸 창문 두 개를 이은 줄 위에 걸고, 거리에 내보인다.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외침과 웃음으로 뒤범벅된 끝없는 오페라 속에서 이웃들 앞에 널어야 할 것들을 찾는다. 겉으로 보기엔 흥겹다. 단지 겉으로 보기에만. 사실 이탈리아인들은 슬프다. 그들은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 과도하게 모방하는 삶을 살며, 죽음과 연극의 냄새를 풍긴다.'


'원은 단순하다. 당신이 사랑받을수록 사람들은 당신을 더 사랑한다. 사랑받기 위한 비법은 관계가 시작될 때에 있다. 무엇보다 사랑받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도, 갈구하지도, 원하지도 말아야 한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뚱보가 나와 함께 있다. 그는 내게 말하고, 나는 듣는다. 매우 작은 방이지만 뚱보는 많은 자리를 차지하지 않 는다. 그는 카세트테이프와 카세트플레이어 속에 있다. 뚱보는 바흐 다. 요한 제바스티안. 나는 내게 무언가를 주는 것들에 언제나 이름 을 다시 붙였다. 뚱보는 내 인생 전반에 걸쳐 내게 많은 것을 주었 다. 바흐의 초상화를 본 적이 있는가? 불룩한 배를 보면 임신한 암고 양이가 떠오른다. 그의 영혼은 자신의 육체를 따라가는 것만 같다.

새끼 고양이 수천 마리를 배고 있는 배처럼 뚱뚱한 영혼. 그는 일생 동안 수천 개의 음표들을 낳았다. 먹고자 하는 욕구가 육체에 있듯 이 창작의 욕구는 영혼 안에 있다. 영혼은 배고픔이다. 세월이 흐르 면서 나는 두 부류, 오직 두 부류뿐인 창작자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되 었다. 그들은 마른 자들과 뚱뚱한 자들로 나뉜다. 줄이고 버리고 최 소한의 손길로 창작하는 사람들, 이들은 자코메터, 파스칼, 세잔이 다. 축적하고 확장하고 병적인 허기를 가지고 창작하는 사람들은 봉 테뉴, 피카소다. 그리고 음표로 가득 채워진 바흐 또한 이 부류에 속 한다. 내가 다른 작곡가들보다 바흐의 음악을 유독 좋아하는 까닭은 그의 음악이 감정을 해방시켜 주기 때문이다. 슬픔도 후회도 우울함도 없이, 단지 똑딱거리는 벽시계 추 같은 음표의 수학만 있을 뿐이다. 


그건 마치 삶에서 사라져 가는 인생과 같다'


'별들한테는 아주 늙은 여자들에게만 있는 유쾌함이 있으니까.'


'뚱보의 음악을 들으며 깨달은 게 있다. 행복은 분리된 음이 아니라, 두 음이 서로 퉁겨 튀어 오를 때 생기는 기쁨이라는 것이다. 불행은 당신과 상대방의 음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이탈할 때 찾아온다. 우리가 겪는 가장 심각한 분열은 다른 어디도 아닌 리듬에서 나온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그들은 세상이 그들 것이라 느끼게 만들고, 자기가 벌이는 법석을 꽤나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사람은 사랑받을 때 세상에 무관심해지며 둘러볼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나는 글을 쓸 때 잉크로 쓰지 않는다. 가벼움으로 쓴다. 설명을 잘했 는지 모르겠다. 잉크는 구매할 수 있으나 가벼움을 파는 상점은 없다.

가벼움이 오거나 안 오는 건 때에 따라 다르다. 설령 오지 않을 때라도, 가벼움은 그곳에 있다. 이해가 가는가? 가벼움은 어디에나 있다. 여름비 의 도도한 서늘함에, 침대맡에 팽개쳐 둔 펼쳐진 책의 날개들에, 일할 때 들려오는 수도원 종소리에, 활기찬 아이들의 떠들썩한 소음에, 풀잎 을 씹듯 수천 번 중얼거린 이름에, 쥐라산맥의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모 퉁이를 돌아가는 빛의 요정 안에, 슈베르트의 소나타에서 언뜻언뜻 보 이는 가난 속에, 저녁마다 덧창을 느릿느릿 닫는 의식에, 청색, 연청색., 청자색을 입히는 섬세한 붓질에, 갓난아기의 눈꺼풀 위에, 기다리던 편 지를 읽기 전에 잠시 뜸을 들이다 열어 보는 몽글봉글한 마음에, 땅바닥 에서 '팡'하고 터지는 밤껍질 소리에, 꽁꽁 언 호수에서 미끄러지는 개의 서투른 걸음에. 이 정도로 해두겠다. 당신도 볼 수 있듯, 가벼움은 어디에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벼움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드물고 희박해서 찾기 힘들다면, 그 까닭은 어디에나 있는 것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기술이 우리에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냥 목소리에 다정함이 사라지고 무성의한 익숙함만 남았던 거지. 말하자면 사소한 거였어. 하지만 사랑은 다른 어디에도 아닌 사소한 것들에 깃들어 있거든.'


'아가야, 가장 중요한 건 즐거움이야. 누구도 너한테서 즐거움을 빼앗아 가지 못하게 해라.'


'나는 이런 슬픈 독서가 좋다. 다양한 분야의 안내 책자, 약 포장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설명서, 통조림 라벨, 전자 제품 설명서. 천천히 읽어 내려가지만 문장 끝에 도달하기도 전에 앞서 읽은 것을 잊어버린다.'


'때로는 가장 깊은 감정이라 할지라도, 우리의 모든 감정에는 지울 수 없는 희극적 요소가 존재 하는 것처럼 보인다. 감정의 깊이는 사랑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 때가 많 고, 모두 이기심과 연관되어 있는 게 틀림없다. 우리가 우는 것은 자기 자신 때문이고,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뿐이다. 이 생각 자체 는 그리 어리석지 않지만, 그런 생각 뒤에 슬픔이 따라온다면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다. 나는 진실이란 게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슬픔에 관해서는 알고 있다. 슬픔은 다른 무엇도 아닌 허구라는 걸.'


'부부 생활은 더딘 죽음을 견뎌 내는 커다란 짐승과 같다.'


'굴욕의 경험은 사랑의 경험과 마찬가지로 잊히지 않는다. 나는 영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영혼이 육체의 어느 부분에서 증발하여 완전히 사라지는지는 아주 구체적으로 안다. 그곳은 눈동자 속의 가장 작고 어두운 부분, 바로 경멸이 자리 잡은 곳이다.'


'하나가 끝나려면 다른 하나가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나 시작하는 것들은 보이지 않는 법이다.'


'음악은 기다림, 피곤, 지루함으로 이루어진 투박한 삶을 사로잡고, 평범한 날들의 실체를 잊으려 굳이 애쓰지 않은 채 그런 날들을 자신의 기반과 자양분과 비상의 토양으로 만든다.'


'웃음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눈물이므로.'


'그가 말하길, 지금은 첼로 연주를 준비 중이며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잎사귀를 하나하나 구별할 수 있을 때까지 단풍나무를 응시하면서 자신의 연주를 생각하는데, 그건 실제 연주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한다. 나는 그 연주, 잘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주가 마음에 든다.'


'나의 늑대를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눈에 비치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죽음을 향해 가고 있으며, 그들이 다가오는 것 같을 때라도 실은 우리에게서 멀어진다는 것과, 모든 건 처음부터 사라지며 소멸해 간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절망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건 단순한 생각이다. 그 때문에 오히려 주저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으며, 그 생각으로 나는 이 순간에도 노래 부를 수 있다.'


'어쩌면 행운이란 지금껏 깨닫지 못했고 심지어 자신한테 그런 게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어도, 자신에게 이미 내재되어 있었던 어떤 것 아닐까.'


'어쩌면 우리가 무언가를 하는 것은 결코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와 닮았을 다른 무언가에 다다를 시간을 스스로에게 주려고 하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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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행을 할 때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아마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소리일 것이다. 그러면서 자꾸자꾸 사진을 찍어대듯이 사람이 한세상 살고   나서 남길 수 있는 게 사랑밖에 없다면 자꾸자꾸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70년대 산업화 정책과 함께 대규모 공단이 여기저기 생겨나면서 소녀들은   다시는 식모살이도 버스 차장도 안 하게 된 대신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산업의 역군이 되었다. 소녀들이 제공한 양질의 값싼 노동력 없는   7,80년대의 경제성장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나라   속담에 첫딸은 세간 밑천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때 이 나라의 모든 딸들은 아들의 공부 밑천이기도 했다. 이렇듯 딸들은 우리가 극빈했을 때는 한   식구라도 덜어내는 최우선 순위로, 경제성장기에는 밑거름으로 두루 희생양 노릇을 해왔던 것이다. 무엇을 위한 희생이었나. 결국은 남자들 기 살리기   위한 희생이었다.

IMF시대라는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난국을 맞아 우리의 여론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남자들 기를 살려줘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게다가 거의 날마다라고 해도 좋을 만큼 집을 나와 노숙露宿하는 남자들을 TV를 통해 보다 보니, 마치 실직한 남편들이 아내의   눈치를 살피느라 집에 못 들어가고 거리에서 방황하는 것처럼 보인다. 남편 기 살리기와   노숙자가 교묘하게 맞물려 남편들에게는 무책임한 현실도피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대신 아내들에게는 근거 없는 죄의식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나 아닌지. 도대체 남편들은 얼마나 못났고, 아내들은 얼마나 기가 세고 넘쳐 그렇게 시시때때로   기를 북돋아줘야 하는지. 기도 가까이 있어야 살리지, 기 살리기가 요술이나 도술이 아닌 바에야 행방불명된 사람의 기를 무슨 수로 살린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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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설랑 로망 컬렉션 11
윤이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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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가벼운 로맨스 소설로만 읽히다가도, 가끔 ‘소설가의 각오‘에서와 같은 면모가 삐죽 솟는데 그게 또 나쁘지 않다. 굳이 퀴어 소설이라는 장르적 한계를 둘 필요 없는 연애소설이고 왠지 드라마로 제작하면 재미있겠다 싶게 그려지는 그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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