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안나는 신성한 권능을 갖고 있었고, 삼라만상의 총체적인 질서를 잡고 있었으며, 지혜의 정수를 누리고 있었다. 인간의 창조주이자 구세주인 엔키에게서 넘겨받은 권위와 권능이었고, ‘신물(神物)’이었다. 그랬음에도 여신은 하늘과 땅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저승으로 내려갔다. 더 큰 운명결정권을 손에 쥐기 위해 현실의 권세와 욕망을 버리고 저승으로 내려갔다. 여신은 저승에서 죽었고,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했다. 그리고 가장 위대한 신이 되었다.

태양신 미트라를 섬기고 있던 로마 제국의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유대인 예수를 새로운 태양신으로 옹립하여 그리스도교의 실질적인 창시자가 되었다. 곧이어 로마교회는 수메르의 신년 축제와 제의로부터 시작된 고대 태양신들의 탄생을 축하하는 제전을 그리스도교의 크리스마스와 부활절로 바꾸어놓았다.

세상천지의 기운을 몽땅 손아귀에 넣고도 성이 차지 않았다. 그것이 인안나였다. 권세와 부귀를 모조리 누려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것이 인안나의 심보였다. 사랑을 차지하고 야망을 이루기 위해 남신과 남성 들을 한껏 농락했어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인안나의 삶이었다. 수메르의 운명을 제 마음대로 좌지우지했다. 그래도 속이 근질거렸고, 그래도 오금이 쑤셨으며, 그래도 안달이 났다. 그것이 인안나의 기질이었다.

‘메’의 본질은 신성한 권능이고, 삼라만상의 총체적인 질서이며, 지혜의 정수였다. ‘메’를 통해서 문명이 일어났고, 문화가 형성되었으며, 미개와 무질서가 사라졌다. 도시가 생겼고, 신전과 가옥이 높고 튼튼하게 올라갔으며, 길이 넓혀졌고, 재물이 쌓였고, 직업이 늘어났고, 강의 물줄기가 잡혔으며, 단단한 그릇을 빚어냈고, 멋진 옷을 지어 입었고,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메’로부터 얻은 혜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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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UM(숙명)에 관한 논쟁도 우리의 여러 다른 논쟁거리 가운데 섞여 든다. 그리고 미래의 일들과 우리의 의지까지 결정적이고 불가피한 필연성에 결부시키려고 우리는 여전히 해묵은 논리에 의지한다.

신중하고 분별 있게 벌을 내려야 벌을 받는 사람이 더 잘 수용하고 더 좋은 결과를 낳는다. 반면 벌주는 사람이 노여움과 분노에 사로잡혀 있으면 벌받는 자는 정당하게 처벌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행동과 말이 함께 간다면 그것은 분명 아름다운 조화이고, 말이란 행동이 따를 때 가장 권위 있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나는 부인하고 싶지 않다

분노란 저 혼자 장구 치고 북 치며 부풀어 오르는 정념이다. 그릇된 이유로 흥분한 나머지, 누가 우리에게 정당하게 반박하거나 변명을 제시해도, 진실 자체에 대해, 그리고 엉뚱한 것에 대해 분통을 터뜨린 일이 얼마나 많은가?

정념은 밖으로 표출됨으로써 약화된다. 감정의 화살촉이 안을 향해 꺾이게 하기보다 밖으로 작용하게 하는 편이 낫다. "밖으로 드러나는 결함은 가장 가벼운 것들이다. 그것들이 건전한 척하는 외양 뒤에 숨어 있을 때 제일 위험하다."(세네카)

모든 여성과의 관계를 딱 끓고 사는 것이 아내와 함께 모든 면에서 올바르게 처신하는 것보다 아마 더 쉬울 것이다. 꼭 알맞게 절제하며 풍요 속에 사는 것보다 가난하게 살 때 더 근심 없는 나날을 보낼 수도 있다. 합리적으로 쓰는 일이 아주 없이 지내는 것보다 더 고달프다. 절제는 고통을 겪는 것보다 더 힘이 드는 덕목이다.

많은 탁월한 인물들이 그랬듯이, 남을 위해 삶으로 돌아오는 것, 그것은 마음이 위대하다는 증거요. 늙은 생명(그것의 가장 큰 이점은 얼마나 더 살 것인가에 대한 조바심이 없고, 목숨을 보다 하찮게 여겨 더욱 과감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오.)을 보존한다는 것은, 그 봉사가 지극히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달갑고 기쁘고 유익하다고 생각된다면 특별한 선행이 되는 것이오.

우리를 이렇게 눈멀게 만드는 것은 죽음과 고통에 대한 공포, 아픈 것을 참지 못하는 조급함, 낫고 싶은 광적이고 과도한 욕망, 바로 그것이다. 우리의 마음이 그렇게 물러터져서 조종당하기 쉬운 것은 순전히 비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히 대다수는 의학을 믿는다기보다 그저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의학에 대해 불평하며 우리처럼 말하는 소리가 들리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어쩔 수 있나?" 하면서 결정을 내린다. 여하간 안달이라도 하는 것이 참는 것보다 좀 나은 치료법이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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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9-07 16: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꾸준히 열독하시는군요. 저도 에세1을 오늘 몇 장 읽었어요. 아침마다 읽고 하루를 시작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사례가 풍부하여 읽는 재미를 더하는 것 같아요. 인용한 문장도 명언처럼 빛나 보이더군요. 인용의 대가라 할 만해요.
읽다 보면 인간의 민낯을 보게 되어 인간에 대한 공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대단해요.^^

겨울호랑이 2022-09-07 18:27   좋아요 0 | URL
페크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에세>는 마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는 느낌을 주는 책이라 빠르게 읽기보다 행간 사이에 머물며 잠시 머무는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분량은 적지 않지만, 완독하는 재미보다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반동의 시대 - 공포정의 끝인가, 출구인가 Liberte :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10
주명철 지음 / 여문책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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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은 아시냐 지폐의 가치가 폭락하고 빵값이 치솟고 돈을 주고도 사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지 못한 채 계속 참기만 했던 빈곤층이었다. 최고가격제를 법으로 정했지만, 농민들이 법을 준수하지 않았고 생산량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늘 허덕이게 마련이었다. 참다못한 노동자들이 행동에 나섰다. 그들은 청원서를 작성해서 참석자들에게 서명을 받은 뒤 대표단을 뽑아 시정부에 제출했다. _ 주명철, <반동의 시대> , p20

모든 수단이 국내외의 적을 물리치는 투쟁을 정당화시켜주었다. 연합국과 대적하는 일도 벅찬 바람에 남부에서는 방데의 반란자에 비할 만큼 극렬하게 저항하는 세력이 남아 있었다. 반혁명 세력이 힘없는 농부와 일꾼들을 납치해서 죽이기도 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최고가격제를 전국적으로 강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만세력이 더욱 늘었다. _ 주명철, <반동의 시대> , p306

주명철 교수의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중 제10권 <반동의 시대 - 공포정의 끝인가, 출구인가 Liberte>는 로베스피에르(Maximilien Francois Marie Isidore de Robespierre, 1758 ~ 1794)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1789년 어려워진 경제상황으로 폭발된 혁명은 혁명사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는다. 결국 테르미도르 반동(Convention thermidorienne)으로 인해 혁명은 더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혁명정부는 지지부진하게 유지되다가 결국 나폴레옹(Napoleon Bonaparte, 1769 ~ 1821)의 쿠데타로 프랑스는 제정으로 넘어가게 되었음은 이미 역사를 통해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혁명은 왜 실패했는가.

전통적 달력으로 7월 27일(일요일), 공화력 2년 테르미도르 9일, 프랑스 혁명에서 또 한 고비를 넘기는 날이 왔다. 의원들은 이 모든 죄목을 열거한 뒤, 막시밀리엥 로베스피에르가 국민공회를 모욕했으므로 체포하라고 사방에서 성화였다. 과연 로베스피에르와 그 측근은 하룻밤 사이에 적들이 이렇게까지 단합할 줄 상상이나 했을까? 의원들은 당장 로베스피에르를 체포하기로 의결했다(p338)... 이제 몽타뉴파가 갈가리 찢어졌고, 그 속에서 로베스피에르의 적들이 생겼다. 로베스피에르가 적을 만들었다. 임지에서 무자비하게 권력을 휘두르고 남용한 의원들을 소환한 뒤, 이들은 위험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으니, 결국은 로베스피에르가 만들어낸 적이었다. _ 주명철, <반동의 시대> , p339

직접적인 원인은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불만이 컸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자본주의 독점체제가 자리하고 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제1차 대불동맹 이후 고립된 프랑스의 상황을 악용하여 개인의 부(富)를 축적하는 지도층과 부르주아 계급의 행태에 대한 불만이 본질이었다. 또한, 이들 거상(巨商)들은 항구도시와 생산지를 장악하여 파리의 지배권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연방주의와 결탁하여 혁명의 중심지 파리를 고립시키려 했다. 대외적으로는 영국,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등 대불동맹세력, 대내적으로는 부르주아-연방주의자를 중심으로 한 일단의 세력이 반(反)혁명세력으로 심각한 위협이 되었다.

거물급 도매상들은 국가의 번영을 막는 핵심세력이었다. 그들은 매점매석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다. 무역에 대한 감시가 소홀한 기회를 이용해서 식료품을 외국으로 빼돌렸다. 지주들은 토지를 팔아서 돈이 될 만한 상품을 산 뒤 그것을 가지고 외국으로 망명했다. 프랑스에 남기고 간 것은 쓸모없는 문서조각일 뿐... 이에 더해 연방주의도 문제였다. 프랑스를 갈기갈기 찢고 마지막에는 한 사람 밑으로 권력을 모으려는 연방주의는 교환, 상업, 신뢰, 인간관계를 무너뜨린 범죄다. 프랑스의 각 부분이 자기 이익에 빠져 공공의 관계를 끊고 공화국을 와해시킬 지경이 되었다. _ 주명철, <반동의 시대> , p266

연방주의자들은 지롱드파 지도자들이 많이 도피한 북쪽의 캉, 동쪽의 프랑슈콩테, 서남쪽의 보르도, 남쪽의 리옹, 그리고 지중해 연안의 마르세유와 툴롱의 다섯 곳을 중심지로 국민공회에 저항했다. 프랑스가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에스파냐, 영국을 상대로 전쟁을 하는 상황에서 다섯 곳의 반란군과 어떻게든 연계해서 파리를 고립시킨다면 혁명은 끝나고, 유럽 열강의 이익에 부합하는 왕정으로 돌아갈 판이었다. _ 주명철, <반동의 시대> , p59

로베스피에르, 당통(Georges Jacques Danton, 1759 ~ 1794)을 중심으로 한 급진적인 몽타뉴파들은 반(反)혁명 세력의 본질을 '자유주의 세력'으로 해석한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일련의 행위들이 존재하는 한 인민들의 고통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들은 '자유' 대신 '평등'을 우선 순위에 두고 혁명을 진행시켜나갔다. 그런 면에서 국민공회시기는 '자유 VS 평등'의 대결이라 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이들은 인민들의 인내심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과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공포정'을 통해 혁명을 빠르게 진행시키려고 무리하게 정적을 숙청하면서 스스로 자멸의 길을 가고 만다. 결국 '평등'의 몰락과 함께 프랑스 대혁명도 사실상 종말을 고하고, '자유주의' 시대가 산업화와 결합되면서 자유지선주의 시대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지금도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로베스피에르도 바를레의 말을 반박했다. 따지고 보면 구국위원회와 국민공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로베스피에르의 생각도 과격파와 비슷했다. 그는 혁명의 적을 악인과 부자들이라고 보았다. 적들은 중상비방과 위선으로 무지한 상퀼로트를 쉽게 속인다. 인민에게 이러한 진실을 깨우쳐주어야 하겠지만, 적들은 돈으로 작가들을 매수해서 거짓과 파렴치한 글로 인민을 오도한다. 자유를 확립하는 일을 방해하는 대외전쟁과 내란도 빨리 끝내야 한다. 로베스피에르는 국내의 위험이 부르주아 계층에서 오며, 그들을 이기려면 인민을 규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_ 주명철, <반동의 시대> , p42

"인민은 공포정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것은 올바른 의견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공포정이 진정한 목표를 지향하기를 원합니다. 귀족주의자/이기주의자/음모자/반역자를 겨냥해야 합니다. 비록 자연으로부터 큰 힘을 받지 못했지만 미약하나마 조국에 여러모로 헌신하는 인민을 두려워서 떨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당통의 의도는 이처럼 분명했다. 국민공회가 혁명정부를 조직해서 인민을 불안한 상태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 _ 주명철, <반동의 시대> , p113

뒤푸르니가 연단에 올라 제안했다. "우리는 모든 공식 문서의 첫머리에서 자유, 평등을 읽습니다. 이 말 때문에 대개 자유로워야 평등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상 평등해야 자유롭습니다. 따라서 나는 자코뱅 회원들이 모든 프랑스인에게 한목소리로 이렇게 외치자고 제안합니다. "평등 만세! 하나이며 나눌 수 없는 공화국!" 또한 모든 공문서의 첫머리에 '자유, 평등' 대신 '평등, 자유'라고 씁시다. 이제는 평등이 자유의 앞으로 나왔다. 자유를 억압받는 공포정 시기에 '평등 아니면 죽음'이라는 구호가 생길 판이었다. _ 주명철, <반동의 시대> , p212

이와 함께 프랑스 혁명사 10부작의 마지막 <반동의 시대>는 프랑스 혁명정신과 국민공회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자유, 평등, 우애'를 혁명 정신으로 삼았지만, 프랑스 혁명을 통해 살아남은 가치는 '자유'다. 로베스피에르의 죽음으로 '평등'의 반격이 좌절될 때까지, 혁명기간 프랑스를 지배했던 것은 부르주아들의 '자유'였다. 이런 면에서 결국 1789년 프랑스대혁명은 '성공한 부르주아 혁명'이라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반면, '실패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라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한 부분이 있다고 여겨지는데 이는 아직 프랑스에 충분한 노동자계층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화된 자본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혁명의 의의는 이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1848년 혁명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이 기간동안 확대된 자유와 평등의 불균형은, 결국 양 차 세계 대전으로 인한 체제의 붕괴 후에야 균형점으로 수렴하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카리에의 사례는 역사가들이 공포정의 본질에 대해 계속 토론할 거리를 제공한다. 혁명은 폭력 그 자체라는 주장, 아니 특별한 상황 때문에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폭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이 끊임없는 논쟁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식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도 생산적이다. 죽이는 방법밖에는 대안이 없었는가? 단지 부역자의 가족이라는 이유가 죽어 마땅한 죄인가? 더 나아가 인간이 원래 악마인가, 아니면 '인간관계' 속에 악마가 숨었다가 위기의 순간에 불쑥 나타나는가? _ 주명철, <반동의 시대> , p90

다른 한편으로 로베르스피에르의 공포정의 결과는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1469 ~ 1527)는 <군주론 The Prince>를 통해 주장한 미덕(美德)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랑의 대상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편이 안전하고, 현명한 잔인함이 진정한 자비라는 마키아벨리의 주장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아니면 지속된 공포가 대중들을 공포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든 것이었을까...

프랑스 혁명사 10부작은 로베스피에르의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저자의 의도가 담겨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5년의 프랑스 혁명시기를 보면서 촛불항쟁 이후 문재인 정부 5년을 계속 비교하게 된다. 저자는 프랑스 대혁명과 다르게 성공한 혁명이 되길 원했지만, 역사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우리는 그것을 가슴아프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미 꺼져버린 프랑스 혁명과는 다르게 우리가 촛불의 불씨를 간직할 수 있다면, 아직 끝나지 않은 혁명으로 끌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미처 챙기지 못한 무엇인가를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다. 실패한 혁명의 아쉬움을 다시 생각하며 시리즈 리뷰를 갈무리한다...

국민공회는 중대한 음모를 계속 차단하고 범죄자들을 단죄했지만 아직도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여태까지 모든 범죄는 덕을 공격하는 행위였다. 모든 범죄를 추적하고 단죄하는 동시에 윤리를 타락시키고 공공의 번영으로 나아가는 모든 통로를 막은 원인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정부를 중심으로 모든 헌법기관이 협력하는 평화적 수단을 강구하고 적용해야 한다. 적들이 고갈시키려고 노력하는 번영의 원천을 풍부하게 개발하고 지켜야 한다 _ 주명철, <반동의 시대>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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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9-08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윤짜장이 생각나네요.

겨울호랑이 2022-09-08 22:56   좋아요 1 | URL
인류의 역사는 반복되고, 역사의 등장인물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합니다...

. 2022-09-09 20:01   좋아요 1 | URL
왜이리 기운이 없으신가요.. ㅎㅎ겨호님 힘내세요.. ㅎㅎ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ㅎㅎ

겨울호랑이 2022-09-09 20:21   좋아요 1 | URL
아, 저는 괜찮습니다.^^:) 연휴 즈음이라 조금 바쁘긴 했습니다만...논리야놀자님께서도 즐거운 추석 연휴 되세요! 감사합니다
 

본받을 만한 데가 있거나 삶과 사상이 모범이 될 만한 사람이 아니면 자기를 알린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카이사르나 크세노폰이야 반듯하고 견고한 토대처럼 자기가 이룬 업적의 위대성을 기초 삼아 자기들의 이야기를 단단하게 세워 볼 만했다.

거짓말은 비천한 악덕이다. 한 고대인은 거짓말이 신을 멸시함과 동시에 인간을 두려워하는 증거라고 매우 수치스럽게 묘사했다. 거짓말의 가증스러움, 천박함, 파렴치함을 이보다 더 완벽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

아이들이 애꾸눈, 절름발이, 사팔뜨기, 그 밖에 이런저런 신체적인 결함을 흉내 낼 때, 엄마들이 야단을 치는 것은 잘하는 일이다. 그렇게 연한 몸이 그 때문에 어떤 나쁜 름을 갖게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쩐지 운수는 우리 말대로 되게 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아픈 척하다가 병자가 되어 버린 예를 많이 들었다

우리 밖에서 우리네 병을 찾지 마세나. 병은 우리 안에, 우리 내장에 들어 있네. 게다가 우리가 병든 줄도 모른다는 것이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하네.

나는 충동적이고 튀는 성정(性情)에서 나온 행동과 결단과 참을성에서 나오는 태도 사이엔 큰 차이가 있음을 경험을 통해 발견한다. 또 나는 우리가 못할 일이 없음을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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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9-07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래에서 세 번째 문단. - 말이 씨가 되는 거군요.

겨울호랑이 2022-09-07 18:28   좋아요 0 | URL
언어에 힘이 있다는 또 다른 표현일아 생각합니다. 자기계발서 <시크릿>의 실증이 될까요? ^^:)
 

일단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는 다른부문에서처럼 부동산에 대해서도 ‘시장자유주의‘와 ‘작은 정부‘를 천명한다. 지나친 집값 급등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고 인위적 개입,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가 다시 되살리거나새로 만든 각종 규제들이 그 문제를 더심화시킨다고 본다. 이런 기조에 따라 8월16일 내놓은 첫 대책도 공급 확대·규제완화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재개발·재건축 사업 관련 규제를 풀고 도심내 주택 공급에 민간업체가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5년간 270만 호 주택 공급이라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런데 이 모든 계획의 토대는 ‘현재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전제였다. 그 전제는 전 정권에게 선거 패인의 요인이자 윤정부에게 정권 창출의 디딤돌이었다.  - P16

그런데 그 전제가 지금 흔들리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전국아파트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수억 원씩 떨어진 실거래가가 속출하고 중개업소에 매물이 쌓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의 과열기가 무색하게 부동산 시장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윤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부동산 딜레마‘에 직면하게 되었다. - P16

특정 신도시 지역에 특혜를 주겠다던대통령의 약속은 정치권에 일파만파 확산됐다. 정부가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공개하겠다는 2024년 총선이 예정되어있다. 지금으로서는 정부 마스터플랜이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선을 치르게될 가능성이 크다. 자연스럽게 총선 때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신도시 재정비 이슈는 각 정치인들로 하여금 공약을 남발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원희룡 장관이이를 노렸든 노리지 않았든, 정치적 논란은 2년 내내 지속되리라 보인다.  - P19

"문제는 대통령에게 있다." 국정 운영 긍정 평가가 20%대로 내려앉으며 정치권관찰자들 사이에 내려진, 합의에 가까운결론이다. 위기 징후에 둔감하거나 문제예측에 실패했거나 문제가 닥쳤는데도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대통령의 통치 기능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더 늦기 전에달라져야 하고, 달라지겠다는 의지를 밝혀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 앞에 ‘쇄신‘이라는 단어가 놓였다. - P20

또 다른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그래서 지금의 싸움을 조금 더 긴 안목에서봐야 한다고 말한다. "국회의원은 무엇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인가? 본인들이 살아남는 게 핵심이다. 지금이야 윤 대통령 집권 초이니 바람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지켜보고 있지만, 당장 중도층 여론이 중요한 곳에 출마하는 의원들 입장에선 총선때 분위기가 중요하다. 인기 없는 대통령을 등에 업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준석 대표가 독려하는 당원 모집을 눈여겨보라. 당원이 얼마나 들어와서 체질개선이 되는지에 따라, 지금의 싸움이 어떻게 정리되든지 간에 불씨는 2024년이다가올수록 다시 커질 수 있다." - P25

오랜 세월 정부 차원에서 형제복지원장 박인근의 범죄를 비호하고 진실을 은폐한 배경에는 뿌리 깊은 공안 유착이 자리 잡고있었다. 박정희 정권은 형제복지원 원생들을 처음부터 잠재적인 공안 위해 사범으로 간주했다. 박인근 원장은 1975년 하반기부터 형제복지원 수용 인원이 갑자기 늘어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주장했다. "1975년 광복절에 조총련 공작원 문세광에 의해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이 발생하자 북한이 대남 공작으일환으로 조총련을 간첩으로 훈련시켜 양아치와 부랑아로 가장해 활동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 당국이 반공방첩 차원에서부랑아를 집중 단속해 형제복지원으로 보냈다." - P33

수가 사용처를 의사 고용이나 처우개선으로 제한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일단 수가 개선의 기준이 모호하다.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되어 있는데, 아무리 보험료를 올려도 다른 과목 수가를 적절히 조정하지 않는 이상 필수의료 수가만 무한정 올리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피부과나 성형외과가 인기 있는 것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필수의료행위의 수가개선을 비급여 진료의 시장가격 기준으로 할 경우, 그 가격의 적정성은 차치하고가격 자체가 제대로 공개되어 있지도 않다. 의사들은 비급여 가격 공개에 동의하지도, 비급여를 중심으로 수익을 내는 피부과·성형외과 의원 개원을 줄일 방법을내놓지도 않고 있다.  - P42

특히 배상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당사국이 해야 할 적극적조치로서 ‘원상회복(restitution), 금전적 배상(compensation),
재활(rehabilitation), 만족(satisfaction), 재발방지 보장(guaranteeof non-repetition)‘을 규정하고 있다. 채권자는 빚을 받으면 그만이지만, 유엔이 정한 피해자 권리 기본원칙에 따르면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서 가해자 혹은 사회가 해야 할 일이 많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받아야 할 배상은 돈만이 아니다. 배상금과 함께 재활과 만족, 재발방지 보장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 P48

두긴이 러시아 전역에 이름을 알리기시작한 계기는, 1991년 극우 신문 <덴>에 쓴 ‘대륙들 간의 거대한 전쟁‘이란 기사다. 소련 몰락 이후 초강대국의 지위를잃고 박탈감에 시달리는 러시아인들에게다시 거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당대 세계 질서의 구도는 선(善)과 악을 각각 대표하는 두 글로벌 세력의투쟁이다. ‘악(惡)‘은 개인주의와 물질주의를 숭상하는 미국 등 서방국가다. 두긴은 이들을 해양세력 (영원한 카르타고)이라고 부른다. 이에 대항하는 ‘선(善)한대륙 세력은 개인과 물질이 아니라 국가와 공동체, 공공선을 개인의 이익보다 중시하는 문명이다. 그 대표인 러시아는 고대 로마에서 동로마제국 (비잔티움으로이어진 ‘기독교 적통(러시아 정교회)‘을이어받은 ‘영원한 로마‘다. 두긴은 양대세력의 투쟁이 오직 한쪽의 파멸로만 종료된다고 봤다.
선 (러시아) 이 악(미국)을 파멸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이 기사에서 두간의 대안은 ‘보수혁명 (conservativerevolution)‘이다.  - P50

NBC 뉴스는 "기소되면 오히려 지지층에 박해 이미지를 심화시켜 정치적으로 득이 된다고 트럼프는 생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하버드 대학과 여론조사기관 해리스가 2024년 대선을 가상해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45%를 얻어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4%포인트 앞섰다.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와도 7%포인트나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FBI 압수수색이 트럼프에겐 치명타가 아닌 정치적 ‘생명줄‘이 된 셈이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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