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의 시대 - 공포정의 끝인가, 출구인가 Liberte :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10
주명철 지음 / 여문책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동자들은 아시냐 지폐의 가치가 폭락하고 빵값이 치솟고 돈을 주고도 사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지 못한 채 계속 참기만 했던 빈곤층이었다. 최고가격제를 법으로 정했지만, 농민들이 법을 준수하지 않았고 생산량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늘 허덕이게 마련이었다. 참다못한 노동자들이 행동에 나섰다. 그들은 청원서를 작성해서 참석자들에게 서명을 받은 뒤 대표단을 뽑아 시정부에 제출했다. _ 주명철, <반동의 시대> , p20

모든 수단이 국내외의 적을 물리치는 투쟁을 정당화시켜주었다. 연합국과 대적하는 일도 벅찬 바람에 남부에서는 방데의 반란자에 비할 만큼 극렬하게 저항하는 세력이 남아 있었다. 반혁명 세력이 힘없는 농부와 일꾼들을 납치해서 죽이기도 했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최고가격제를 전국적으로 강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만세력이 더욱 늘었다. _ 주명철, <반동의 시대> , p306

주명철 교수의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중 제10권 <반동의 시대 - 공포정의 끝인가, 출구인가 Liberte>는 로베스피에르(Maximilien Francois Marie Isidore de Robespierre, 1758 ~ 1794)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된다. 1789년 어려워진 경제상황으로 폭발된 혁명은 혁명사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남는다. 결국 테르미도르 반동(Convention thermidorienne)으로 인해 혁명은 더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혁명정부는 지지부진하게 유지되다가 결국 나폴레옹(Napoleon Bonaparte, 1769 ~ 1821)의 쿠데타로 프랑스는 제정으로 넘어가게 되었음은 이미 역사를 통해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혁명은 왜 실패했는가.

전통적 달력으로 7월 27일(일요일), 공화력 2년 테르미도르 9일, 프랑스 혁명에서 또 한 고비를 넘기는 날이 왔다. 의원들은 이 모든 죄목을 열거한 뒤, 막시밀리엥 로베스피에르가 국민공회를 모욕했으므로 체포하라고 사방에서 성화였다. 과연 로베스피에르와 그 측근은 하룻밤 사이에 적들이 이렇게까지 단합할 줄 상상이나 했을까? 의원들은 당장 로베스피에르를 체포하기로 의결했다(p338)... 이제 몽타뉴파가 갈가리 찢어졌고, 그 속에서 로베스피에르의 적들이 생겼다. 로베스피에르가 적을 만들었다. 임지에서 무자비하게 권력을 휘두르고 남용한 의원들을 소환한 뒤, 이들은 위험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으니, 결국은 로베스피에르가 만들어낸 적이었다. _ 주명철, <반동의 시대> , p339

직접적인 원인은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한 불만이 컸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자본주의 독점체제가 자리하고 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제1차 대불동맹 이후 고립된 프랑스의 상황을 악용하여 개인의 부(富)를 축적하는 지도층과 부르주아 계급의 행태에 대한 불만이 본질이었다. 또한, 이들 거상(巨商)들은 항구도시와 생산지를 장악하여 파리의 지배권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연방주의와 결탁하여 혁명의 중심지 파리를 고립시키려 했다. 대외적으로는 영국,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등 대불동맹세력, 대내적으로는 부르주아-연방주의자를 중심으로 한 일단의 세력이 반(反)혁명세력으로 심각한 위협이 되었다.

거물급 도매상들은 국가의 번영을 막는 핵심세력이었다. 그들은 매점매석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다. 무역에 대한 감시가 소홀한 기회를 이용해서 식료품을 외국으로 빼돌렸다. 지주들은 토지를 팔아서 돈이 될 만한 상품을 산 뒤 그것을 가지고 외국으로 망명했다. 프랑스에 남기고 간 것은 쓸모없는 문서조각일 뿐... 이에 더해 연방주의도 문제였다. 프랑스를 갈기갈기 찢고 마지막에는 한 사람 밑으로 권력을 모으려는 연방주의는 교환, 상업, 신뢰, 인간관계를 무너뜨린 범죄다. 프랑스의 각 부분이 자기 이익에 빠져 공공의 관계를 끊고 공화국을 와해시킬 지경이 되었다. _ 주명철, <반동의 시대> , p266

연방주의자들은 지롱드파 지도자들이 많이 도피한 북쪽의 캉, 동쪽의 프랑슈콩테, 서남쪽의 보르도, 남쪽의 리옹, 그리고 지중해 연안의 마르세유와 툴롱의 다섯 곳을 중심지로 국민공회에 저항했다. 프랑스가 오스트리아, 프로이센, 에스파냐, 영국을 상대로 전쟁을 하는 상황에서 다섯 곳의 반란군과 어떻게든 연계해서 파리를 고립시킨다면 혁명은 끝나고, 유럽 열강의 이익에 부합하는 왕정으로 돌아갈 판이었다. _ 주명철, <반동의 시대> , p59

로베스피에르, 당통(Georges Jacques Danton, 1759 ~ 1794)을 중심으로 한 급진적인 몽타뉴파들은 반(反)혁명 세력의 본질을 '자유주의 세력'으로 해석한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일련의 행위들이 존재하는 한 인민들의 고통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들은 '자유' 대신 '평등'을 우선 순위에 두고 혁명을 진행시켜나갔다. 그런 면에서 국민공회시기는 '자유 VS 평등'의 대결이라 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이들은 인민들의 인내심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과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공포정'을 통해 혁명을 빠르게 진행시키려고 무리하게 정적을 숙청하면서 스스로 자멸의 길을 가고 만다. 결국 '평등'의 몰락과 함께 프랑스 대혁명도 사실상 종말을 고하고, '자유주의' 시대가 산업화와 결합되면서 자유지선주의 시대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지금도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로베스피에르도 바를레의 말을 반박했다. 따지고 보면 구국위원회와 국민공회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로베스피에르의 생각도 과격파와 비슷했다. 그는 혁명의 적을 악인과 부자들이라고 보았다. 적들은 중상비방과 위선으로 무지한 상퀼로트를 쉽게 속인다. 인민에게 이러한 진실을 깨우쳐주어야 하겠지만, 적들은 돈으로 작가들을 매수해서 거짓과 파렴치한 글로 인민을 오도한다. 자유를 확립하는 일을 방해하는 대외전쟁과 내란도 빨리 끝내야 한다. 로베스피에르는 국내의 위험이 부르주아 계층에서 오며, 그들을 이기려면 인민을 규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_ 주명철, <반동의 시대> , p42

"인민은 공포정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것은 올바른 의견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공포정이 진정한 목표를 지향하기를 원합니다. 귀족주의자/이기주의자/음모자/반역자를 겨냥해야 합니다. 비록 자연으로부터 큰 힘을 받지 못했지만 미약하나마 조국에 여러모로 헌신하는 인민을 두려워서 떨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당통의 의도는 이처럼 분명했다. 국민공회가 혁명정부를 조직해서 인민을 불안한 상태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 _ 주명철, <반동의 시대> , p113

뒤푸르니가 연단에 올라 제안했다. "우리는 모든 공식 문서의 첫머리에서 자유, 평등을 읽습니다. 이 말 때문에 대개 자유로워야 평등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상 평등해야 자유롭습니다. 따라서 나는 자코뱅 회원들이 모든 프랑스인에게 한목소리로 이렇게 외치자고 제안합니다. "평등 만세! 하나이며 나눌 수 없는 공화국!" 또한 모든 공문서의 첫머리에 '자유, 평등' 대신 '평등, 자유'라고 씁시다. 이제는 평등이 자유의 앞으로 나왔다. 자유를 억압받는 공포정 시기에 '평등 아니면 죽음'이라는 구호가 생길 판이었다. _ 주명철, <반동의 시대> , p212

이와 함께 프랑스 혁명사 10부작의 마지막 <반동의 시대>는 프랑스 혁명정신과 국민공회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자유, 평등, 우애'를 혁명 정신으로 삼았지만, 프랑스 혁명을 통해 살아남은 가치는 '자유'다. 로베스피에르의 죽음으로 '평등'의 반격이 좌절될 때까지, 혁명기간 프랑스를 지배했던 것은 부르주아들의 '자유'였다. 이런 면에서 결국 1789년 프랑스대혁명은 '성공한 부르주아 혁명'이라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반면, '실패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라 해석하기에는 다소 무리한 부분이 있다고 여겨지는데 이는 아직 프랑스에 충분한 노동자계층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화된 자본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혁명의 의의는 이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1848년 혁명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이 기간동안 확대된 자유와 평등의 불균형은, 결국 양 차 세계 대전으로 인한 체제의 붕괴 후에야 균형점으로 수렴하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카리에의 사례는 역사가들이 공포정의 본질에 대해 계속 토론할 거리를 제공한다. 혁명은 폭력 그 자체라는 주장, 아니 특별한 상황 때문에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폭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이 끊임없는 논쟁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식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도 생산적이다. 죽이는 방법밖에는 대안이 없었는가? 단지 부역자의 가족이라는 이유가 죽어 마땅한 죄인가? 더 나아가 인간이 원래 악마인가, 아니면 '인간관계' 속에 악마가 숨었다가 위기의 순간에 불쑥 나타나는가? _ 주명철, <반동의 시대> , p90

다른 한편으로 로베르스피에르의 공포정의 결과는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1469 ~ 1527)는 <군주론 The Prince>를 통해 주장한 미덕(美德)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랑의 대상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편이 안전하고, 현명한 잔인함이 진정한 자비라는 마키아벨리의 주장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아니면 지속된 공포가 대중들을 공포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든 것이었을까...

프랑스 혁명사 10부작은 로베스피에르의 죽음으로 마무리된다. 저자의 의도가 담겨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5년의 프랑스 혁명시기를 보면서 촛불항쟁 이후 문재인 정부 5년을 계속 비교하게 된다. 저자는 프랑스 대혁명과 다르게 성공한 혁명이 되길 원했지만, 역사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우리는 그것을 가슴아프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미 꺼져버린 프랑스 혁명과는 다르게 우리가 촛불의 불씨를 간직할 수 있다면, 아직 끝나지 않은 혁명으로 끌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미처 챙기지 못한 무엇인가를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다. 실패한 혁명의 아쉬움을 다시 생각하며 시리즈 리뷰를 갈무리한다...

국민공회는 중대한 음모를 계속 차단하고 범죄자들을 단죄했지만 아직도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여태까지 모든 범죄는 덕을 공격하는 행위였다. 모든 범죄를 추적하고 단죄하는 동시에 윤리를 타락시키고 공공의 번영으로 나아가는 모든 통로를 막은 원인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정부를 중심으로 모든 헌법기관이 협력하는 평화적 수단을 강구하고 적용해야 한다. 적들이 고갈시키려고 노력하는 번영의 원천을 풍부하게 개발하고 지켜야 한다 _ 주명철, <반동의 시대> , p265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커피소년 2022-09-08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윤짜장이 생각나네요.

겨울호랑이 2022-09-08 22:56   좋아요 1 | URL
인류의 역사는 반복되고, 역사의 등장인물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합니다...

커피소년 2022-09-09 20:01   좋아요 1 | URL
왜이리 기운이 없으신가요.. ㅎㅎ겨호님 힘내세요.. ㅎㅎ 추석 연휴 잘 보내세요.. ㅎㅎ

겨울호랑이 2022-09-09 20:21   좋아요 1 | URL
아, 저는 괜찮습니다.^^:) 연휴 즈음이라 조금 바쁘긴 했습니다만...논리야놀자님께서도 즐거운 추석 연휴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