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자유주의를 편협하게 영국과 미국의 독점물로 다루지 않고 프랑스와 독일의 자유주의 전통에도 마땅히 비중을 둠으로써, 이 네 나라 모두를 대표적이지만 배타적이지 않은 핵심으로 다룬다. 논쟁의 에너지는 자유주의의 목표와 이념이 엄밀하게 말해서 서구적이고, 세속적-계몽적이고, 부르주아적-개인주의적이고, 친자본주의적 혹은 (남용되는 유행어를 사용하자면) 어설프게 세계주의적임을 드러내 보이는 데 집중된다.

자유주의는 자본주의적 근대성의 곤경에 대한 실천적 대응으로 생겨났다. 이는 과도한 권력에 의지하지 않는 동등한 시민들 사이에서의 인간적 진보라는 윤리적으로 수용 가능한 질서를 제시했다. 그것은 국가든 부든 사회든 우월한 권력에 의해 휘둘리거나 괴롭힘을 당하지 않으려는 근대적이고 냉정한 사람들에게 특히 설득력을 발휘했다. 자유주의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것을, 그리고 사람들과 사람들의 기획을 동등하게 존중할 것을 제안했다.

자유주의는 희망과 악몽을 사회에 대한 바람직한 그림 속에 용해시켰다. 즉, 상충하는 이해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신념들이 제거되지는 못하지만 행운과 현명한 법 덕분에 부단한 충돌이 혁신과 논의와 교류라는 환영할 만한 결과로 전환될 수 있는 그런 공간, 자연적 조화가 부재하는 비친교적 공간으로서의 사회를 그리는 데 용해시킨 것이다. 충돌이 평화로운 경쟁으로 이어지는 그림은 어떤 혼란스럽고 유동적이며 늘 놀라움을 안겨주는 사회를 자유주의자들에게 이해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주었고, 따라서 어느 정도는 정당화하고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었다.

자유주의의 지도 이념 가운데 저항과 시민적 존중은 서로를 보강했다. 시민적 존중과 진보는 긴장 속에서 서로를 끌어당겼다. 첫 번째 쌍의 경우, 저항과 시민적 존중 각각은 권력과 국민의 적절한 관계에, 단 서로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 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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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면역학 교과서 - 내 몸의 면역력을 높이고 싶을 때 찾아보는 인체 면역 의학 도감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스즈키 류지 지음, 장은정 옮김, 김홍배 감수 / 보누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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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는 자기(自己)와 비(非)자기를 엄격하게 인식하여, 면역 기능을 통해 비자기를 제거하고 자기의 존재를 확립한다. 비자기로서 인식되는 세균 등의 항원에 대해서는, 특이적으로 대응하는 림프구(B세포)를 증식시켜 항체를 만들고, 항원을 몸에서 제거하여 원래 상태로 되돌리려 한다. 또, 자기를 구성하고 있는 성분에 대해서는 자기라는 사실을 인식, 감시한다. 이때 조금이라도 변화된 자기가 발견되면 비자기로 파악하여 즉시 공격한다. _ 스즈키 류지, <인체 면역학 교과서> , p21

<인체 면역학 교과서>에서 정리하는 면역 활동의 본질은 '자기와 비자기를 식별하여 비자기를 공격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자기로 인식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실제로는 자기만 비자기로 인식되었을 때 생겨나는 '자기 면역 질환', 이와 반대로 실제로는 비자기지만, 자기로 인식하기 위해 일어나는 '모체-태아 간의 면역 관용'은 이러한 물음의 실례일 것이다.

자연 면역과 적응 면역은 림프구(T세포, B세포)의 관여 방식에 따라 구별하는데 각각은 독립된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여 작동한다. 자연 면역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큰 포식세포는 림프구에 항원을 제시해주는 능력(항원 제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들 항원 제시 기능을 가진 세포는 항원과 대적할 때 활성화되어 자연 면역과 적응 면역의 성립에 중요한 생리 활성 물질을 생산하고, T세포의 활성화를 촉진한다. _ 스즈키 류지, <인체 면역학 교과서> , p24

그런 면에서 면역 체계의 활동은 존재의 문제가 아닌 인식의 문제라 생각된다. 그리고, 적지 않은 면역 관련 질환이 이러한 인식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인체 면역학 교과서>를 통해 알게 된다. 물론, 암(癌)과 같이 면역 능력의 감퇴로부터 빚어지는 병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기능의 감소는 필멸(必滅)의 인간이 받아들어야 하는 숙명이라 하더라도, '자기-비자기'와 관련된 인식의 문제로부터 건강한 습관에 대한 배움을 받는다.

청결한 위생 관리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보다 근원적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로 포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 기준은 자연적으로 외부와 접촉, 백신을 통해 세워지고 강화된다면 건강한 면역체계의 수립을 위해서는 무조건 차단이 아닌 자연스러운 외부와의 접촉이 더 유용한 것은 아닐런지. 그리고, 그러한 유용함은 건강한 몸 뿐이 아니라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면역 체계는 침입한 유해 물질이나 세균, 바이러스 등을 자기가 아닌 것으로 인식하여 공격, 제거한다. 자가 면역 질환은 이 체계가 이상을 일으켜 원래 공격하지 말아야 할 자기 유래 단백질(세포 표면의 막 단백질 등)을 공격하여 염증과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_ 스즈키 류지, <인체 면역학 교과서>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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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 와서는 헌법 9조의 명문 개정이 없이, 일본이 직접 공격받지 않았는데도 타국 간의 전쟁에 참가할 수 있게 될 정도로 평화헌법이 왜곡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180도 전환을 감추는 키워드가 된 것이 ‘적극적 평화주의’였다.

원래는 오자와 이치로가 전수방위를 독선적인 ‘소극적 평화주의’, ‘일국 평화주의’라고 규탄하면서 그 반대급부로 대치된 개념이었다. 하지만 공식적인 정의가 없기 때문에 자칫 그 내용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었다. 포인트는 제멋대로 ‘평화주의’의 일종이라 자칭하면서 헌법 해석을 변경해버리면 이에 따라 정반대의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일본에서의 역사수정주의의 고양은 바야흐로 국제적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복고적국가주의 경향이 비단 일본만의 일은 아니라 해도 야스쿠니 사관에 대한 공감이나 찬동이 해외에서 얻어질 전망은 전무하며 금후 일본이 고립되어버릴 단초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에 비해 경제 정책이나 안보 정책의 ‘개혁’ 면에서 아직 일본은 세계적으로 봤을 때 뒤처져 있으며 불충분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국내적으로 보면 이미 격세지감이 솟구칠 정도로 이러한 분야에서도 일본은 이미 우경화되었지만, 국제적으로는 아직 ‘보통 국가’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냉전의 종언과 함께 55년 체제의 보혁 대립이 해동되자 정당 시스템의 유동화를 거쳐 소선거구제의 작용에 의해 양대 정당제가 등장하고 유권자들에 의한 정권 선택을 통해 신우파 전환이 강화시킨 국가권력에 대한 체크 & 밸런스 기능이 행해질 거라고 기대되었다. 그러나 대체정당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했던 민주당의 붕괴에 의해 전후 한 번도 볼 수 없었을 정도로 정치 시스템이 밸런스를 상실하고 수상관저에 집중된 거대한 권력만이 고삐 풀린 형태로 신우파 통치 엘리트들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다. 지금 그것이 심지어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자유나 권리를 좀먹는 반자유 정치로 바뀌어가고 있으며, 도에 넘치는 역사수정주의로 자칫 일본의 국제적 고립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경화하는 일본 정치의 현실이지 않을까

두 번째는 리버럴 세력이 신자유주의와 결별하는 것이다. 기업주의나 이기적 욕망이나 정념 추구를 정당화하는 도그마에 빠진 신자유주의는 실은 자유주의도 그 무엇도 아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개혁이 초래한 정치 경제의 과두 지배는 폭력이나 빈곤, 격차 등 오늘날 개인의 자유나 존엄을 위협하는 최대 원인이 되고 있다.

신우파 전환이 시간을 들여 파괴해온 자유민주주의의 여러 제도들을 다시금 만들어 세우는 동시에 리버럴 세력이 신자유주의 도그마와 결별하고 좌파 세력이 자유화·다양화를 한층 추진함으로써 민중적 기반을 넓혔을 때, 비로소 리버럴 좌파 연합에 의한 반전 공세가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검찰청이 주도하고 매스컴이 부채질했던 ‘정치와 돈’의 문제는 야당 시절부터 거의 일관되게 민주당만을 계속 뒤흔들었고 하토야마가 수상을 사임하는 한 요인이 되었을 뿐 아니라 결국에는 오자와의 처우를 둘러싸고 민주당을 완전히 갈라놓는 데 성공했다.

신자유주의든 국가주의든 실제로는 이미 간판이 다 떨어져 버렸다. 이미 트랜스내셔널한 엘리트들에 의한 글로벌한 과두 지배가 국민 국가를 공허하게 만드는 현실을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된 지금, 금후 반미 복고주의에 의해 일본을 더더욱 ‘되찾자’라는 목소리가 우경화에 박차를 가해갈 것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대로 대체정당 없이 신우파 연합의 폭주가 계속된다면, 우경화의 다음 스테이지는 대미 추종 노선으로는 도저히 억누를 수 없을 데까지 복고주의적 국가주의 정념이 분출하게 되는 것이다.

첫 번째 조건은 선거제도의 재검토, 즉 소선거구제 폐지를 중심으로 한 선거제도 개혁이다. 애당초 일본에서 소선거구제를 도입한 경위를 보면 의도적으로 사표가 많은 제도를 만들어 정당제 과점화를 ‘양대 정당제화’라는 미명 아래 추진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것은 이른바 고의적으로 과점 시장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유권자와 정당 정치가의 관계를 자유 시장에서의 매매에 비유하는 유추analogy는 처음부터 파탄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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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오해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 / 사회평론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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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학적 결정론에 대한 비판은 언제라도 의미가 있지만, 나름대로 적절한 시기가 있다. 우선 언제나 좋은 까닭은 생물학적 결정론의 오류가 매우 뿌리 깊고 음험하며, 우리들이 공유하는 본성의 최악의 현시(顯示)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환원주의, 물화(物化, reification), 이분법(二分法, dichotomization), 계층화(hierarchy) 등 일반적인 오류를 범하는 경향과 흔히 외국인혐오증(xenophobia)이라고 불리는 사회정치적 실재를 결합하면, 생물학적 결정론이 사회적 무기로서 갖는 잠재적인 힘이 어느 정도인지 이해할 수 있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 p24


 스티븐 제이 굴드 (Stephen Jay Gould, 1941 ~ 2002)의 <인간에 대한 오해 The Mismeasure of Man>는 생물학적 결정론에 대한 통계학적 오류를 짚은 책이다. 뇌의 용량은 지능과 비례하는가? 남성의 뇌 용량은 여성의 뇌보다 크고, 백인의 뇌는 유색인종의 뇌보다 크며, 현대인들이 선사시대를 살았던 선조들에 비해 더 크다면, 이로부터 우열(優劣)을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은 생물학적 결정론의 역사에 얽힌 많은 자료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 책은 지능이 단일하고, 선형적이며, 서열화할 수 있고, 선천적이며, 최소한의 변화가능성만을 가지고 있다는 이론의 기원과 그 이론에 대한 옹호의 역사 속에 들어 있는 뿌리 깊고 교훈적인 오류의 연대기(年代記)이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 p22


 저자인 굴드가 비판 지점으로 삼는 것은 바로 정량분석(Quatitative Analysis)이며, 그 중에서도 요인분석(Factor Analysis)에 집중된다. 추상적인 개념의 실체화, 현실에 존재하는 수많은 실체로부터 자연의 법칙(law)을 얻어내는 과학적 방법(scientific method)의 과정 중에는 수많은 오류가 존재한다.


 이 논의는 하나의 오류에서 시작한다. 그것은 '물화(物化, refication)' 즉 추상적인 개념을 실체(reality)로 변환시키려는 경향을 가리킨다. 우리는 삶의 정신적인(mentality)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특징으로 삼기를 원한다. 우리는 이 놀랄 만큼 복잡하고 다면적인 인간의 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지능(intelligence)'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 때문에 이 축약된 선호가 물화되고, 지능은 단일한 실체(unitary thing)라는 의심스러운 지위를 얻게 된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 p71


 모델링(modeling)과정에서 빚어지는 투입 변수와 이상치(Outlier)의 보정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개입되는 연구자의 자의성은 언뜻 객관적으로 보이는 연구과정의 가설(Hypothesis)이 이미 기각될 수 없는 연구자의 선험적 판단의 결과물이며, 모든 연구결과는 이러한 판단의 백데이터에 불과하다는 것이 저자의 비판이다.


 나는 브로카가 보정을 이용한 점을 비난하지 않지만, 자신의 입장이 위협받을 때에만 보정이라는 칼을 휘두르는 그의 탁월한 기술에 주목한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 p173


 요인분석은 차원을 감소시켜 보다 적은 차원에서 정돈된 구조를 인식하기 위해 부분적인 정보 손실이라는 비용을 치르고 데이터의 큰 집합을 단순화시키는 방법이다. 단순화의 도구로서, 요인분석은 여러 학문분야에서 높은 가치를 가진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많은 요인분석가들은 단순화를 넘어 요인을 인과적 실체로 정의하려고 시도했다. 이러한 물화의 오류가 탄생 이래 계속 이 방법을 괴롭혀왔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 p411


 농구선수 하승진은 키가 크다. 그의 발사이즈도 클 것이며, 상체도 클 것이다. 상체가 큰만큼 큰 사이즈의 셔츠를 입을 것이다. 마약 하승진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신체 사이즈를 기초 데이터로 상관분석을 실시한다면, 그의 신발 사이즈와 셔츠 사이즈의 상관관계는 거의 틀림없이 (+)의 상관관계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신발 사이즈와 셔츠 사이즈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입증(하승진의 신체는 크다는)하지만, 이들 결과로부터 인과관계를 도출한다면 이는 논리적 오류일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요인분석 수행을 통해 숨겨진 속성을 찾아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분명 더 주관적인 작업이 될 것이지만, 피어슨 상관계수(Pearson Correlation Coefficient ) 등으로 은폐된 주관성 안에 여러 종류의 차별을 포함되고, 이들이 과학의 방식으로 법칙화되어 사회화 되었을 때 우리 삶에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에 대한 오해>를 본다면 자칫 어렵게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정량분석이라는 숫자에 질려 과학탈을 쓴 또다른 종교의 위험성을 저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예리하지만 따뜻하게 분석하고 있다. 칼 세이건과는 조금은 다른 따뜻한 과학자의 시선을 느끼고 싶다면 일독(一讀)을 권한다...


 일반적으로 많은 예외가 있지만, 한 종류의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다른 테스트에서도 점수를 잘 받는 경향이 있다. 요인분석은 수학적 의미에서, 테스트 사이의 이러한 변량집합(變量集合) 속에 있는 공통요인을 포락하는 일반축을 검출할 수 있다... 나는 요인분석의 주성분이 수학적 추상개념으로 경험적 실재(實在)가 아니라는 사실, 나아가 요인 분석의 대상이 되는 모든 매트릭스는 다른 의미를 갖는 다른 성분에 의해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낼 수 있으며, 특이한 사례에 적용된 요인분석의 방식에 의존한다는 것도 알았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는지는 주로 연구자의 선호 문제이기 때문에, 주성분이 경험적 실재를 가진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_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 p48


생물학적 결정론이라는 이 책의 주제는 길고 복잡하게 뒤얽힌 논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추상적이고 학문적인 논쟁의 와중에서 자칫 길을 잃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된 주장에 의해 위축된 생명으로서의 인간의 의미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에서 엉뚱한 사회적 목적으로 오용된 과학의 오류를 드러내야 한다는 결의를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 P58

많은 연구자들은 인간의 뇌 크기가 그룹마다 차이가 있다는 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집중해왔다. 그러나 그들이 아무런 해답을 얻지 못한 것은 애당초 해답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답을 얻기가 지극히 힘들고, 선험적인 신념이 너무도 분명하고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 P198

물화에 대한 유혹은 참으로 강하다. 큰 집합의 상관계수의 존재라는 외부성(externality)에 ‘내재하는‘ 무언가, 아마도 표면적인 측정보다 더 실재에 가까운 무언가를 찾아냈다는 생각은 충분히 매혹적일 것이다. 그것은 플라톤이 말하는 본질이고, 표층적 외관의 근저에 깔려 있는 추상적이고, 영원한 실체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저항해야 할 유혹이다 - P408

요인분석의 역사는 물화를 향한 잘못된 시도의 파편들로 점철되어 있다. 나는 인과율의 패턴에 식별가능하고, 근본적이고, 물리적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내 불만의 대상은 단지 요인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마치 인과적 추측의 면허장이라도 얻은 양 가정하는 관행이다. 요인분석가들은 일관되게 이러한 가정에 경고해왔지만, 근본적인 본질을 발견하려는 우리의 플라톤적 충동은 계속 그 적절한 경고를 압도해왔다. - P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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