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자유주의를 편협하게 영국과 미국의 독점물로 다루지 않고 프랑스와 독일의 자유주의 전통에도 마땅히 비중을 둠으로써, 이 네 나라 모두를 대표적이지만 배타적이지 않은 핵심으로 다룬다. 논쟁의 에너지는 자유주의의 목표와 이념이 엄밀하게 말해서 서구적이고, 세속적-계몽적이고, 부르주아적-개인주의적이고, 친자본주의적 혹은 (남용되는 유행어를 사용하자면) 어설프게 세계주의적임을 드러내 보이는 데 집중된다.

자유주의는 자본주의적 근대성의 곤경에 대한 실천적 대응으로 생겨났다. 이는 과도한 권력에 의지하지 않는 동등한 시민들 사이에서의 인간적 진보라는 윤리적으로 수용 가능한 질서를 제시했다. 그것은 국가든 부든 사회든 우월한 권력에 의해 휘둘리거나 괴롭힘을 당하지 않으려는 근대적이고 냉정한 사람들에게 특히 설득력을 발휘했다. 자유주의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것을, 그리고 사람들과 사람들의 기획을 동등하게 존중할 것을 제안했다.

자유주의는 희망과 악몽을 사회에 대한 바람직한 그림 속에 용해시켰다. 즉, 상충하는 이해관계와 일치하지 않는 신념들이 제거되지는 못하지만 행운과 현명한 법 덕분에 부단한 충돌이 혁신과 논의와 교류라는 환영할 만한 결과로 전환될 수 있는 그런 공간, 자연적 조화가 부재하는 비친교적 공간으로서의 사회를 그리는 데 용해시킨 것이다. 충돌이 평화로운 경쟁으로 이어지는 그림은 어떤 혼란스럽고 유동적이며 늘 놀라움을 안겨주는 사회를 자유주의자들에게 이해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주었고, 따라서 어느 정도는 정당화하고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었다.

자유주의의 지도 이념 가운데 저항과 시민적 존중은 서로를 보강했다. 시민적 존중과 진보는 긴장 속에서 서로를 끌어당겼다. 첫 번째 쌍의 경우, 저항과 시민적 존중 각각은 권력과 국민의 적절한 관계에, 단 서로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 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