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영혼의 연대기 - 왜 그들은 윤석열을 선택했나
배수찬 지음 / 통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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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무현의 뮤비 동영상을 보고 화가 난다면 당신은 86세대나 4050이다. 조롱의 의도를 이해하거나 공감하면 2030이다. 뜻도 모르고 깔깔대면 10대 급식충이다. _ <2030, 영혼의 연대기>, p103

배수찬 교수의 <2030, 영혼의 연대기>는 4050세대가 바라본 2030세대들의 현실인식과 사회갈등 문제를 다룬 책이다. 당사자들인 2030세대의 입장에서는 4050의 언어로 풀이한 세태에 대해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저자와 같은 세대들에게 그들의 언어로 세대갈등, 성별 갈등의 문제에 대해 알기 쉽게 풀이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1999년 초고속인터넷의 등장부터 2025년 윤석열 파면에 이르기까지 사반세기 동안 있었던 여러 전환점을 중심으로 이 문제들을 저자의 방식들로 풀이한다. 사건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대체로 2030 남성들에게 온정적이다. 기성세대들이 이해할 수 없는 지점에서 그들의 선택이 갖는 의미와 시사점을 찾아내어, 주로 4050들이 다수인 독자들에게 새로운 인식을 알려준다는 것이 이 책이 갖는 장점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이러한 장점이 2030세대들에게는 또 다른 위선이 될 수도 있겠지만.

왜 청년들의 분노는 민주당에만 쏟아지는 것일까? 민주당은 억울하다고 생각하기 전에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문재인과 민주당은 청년들에게 평등, 공정, 정의와 같은 듣기 좋은 슬로건을 주입시켰다. 청년들은 희망고문을 당했다. 아무것도 실현되지 않자 청년들은 민주당을 두배로 패대기쳤다. _ <2030, 영혼의 연대기>, p103

그대들은 억울했다. 억울한 마음을 온라인의 하수구에서 혐오의 언어로 배출했다. 그대들이 온라인에서 쌓아올린 조롱의 언어들은 바벨탑이 되어 하늘나라에 닿았다. _ <2030, 영혼의 연대기>, p278

저자와 같은 세대인 독자로서, MZ세대 이전의 X세대로서 당시를 떠올려 본다.
대학교 입학 시기, 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이전 복학생들은 015B의 <신인류의 사랑>의 가사에 나오는 '신세대'로 X세대를 대했고, 그들 앞에 X세대 90년대 학번들은 철없는 마마보이에 불과했다. 사회에서는 신세대를 압구정동의 오렌지 족과 연결시켜 허세 많고 과소비에 열중한 돌연변이 취급하면서도, 이병헌-김원준의 트윈 X 광고처럼 이들을 겨냥한 상품을 쏟아내던 시기. 돌이켜 보면, X가 MZ로 바뀌었을 뿐 새로운 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시간이 흘러 X세대가 4050으로 기성세대가 된 현 시점에서 같은 세대를 다시 본다. 운동권 세대에 대한 반발 때문에 이기적이며 정치적으로 관심이 없던 세대라 불리던 X세대가 지금은 어느 세대보다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을 보면 섣부르게 2030의 미래에 대해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흘러 자신의 자리에 올라선다면, 자리가 사람을 만들 것이기에.

한국사회에서 세대 간 소통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그대들도 언젠가는 나이가 들고 꼰대가 된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갖고이 없다면 외로운 자기 한 몸이라도 건사하며 살아야 한다. 영원히 조롱의 언어만으로 세상과 적대할 수는 없다. _ <2030, 영혼의 연대기>, p278

얇은 한 권의 책으로 2030의 생각과 문제를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것도 아니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기성세대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인정한다면, 그 인정으로부터 소통의 시작이 되리라는 기대를 가지며 독서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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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궁극적으로 판사 전체 규모가 더 커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제 비교를 했을 때 국민 1인당 판사 수가 적은 나라다. 이는 OECD 하위권의 사법 신뢰도라는 결과로도 이어진다"라고 말했다. 2023년OECD 조사에서 한국의 법원과 사법시스템 신뢰도는 조사 대상 20개국 중 15위로 나타났다. 인력 부족에 따른 하급심의심리 부실 및 지연이 사법 불신과 높은 상고율로 인한 대법원에서의 병목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 P13

그러자 재판부는 "무장한 군인이 출동했는데, 그것을 막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했냐고 묻는 것"이라며 재차 추궁했다. 촌각을 다투는 시간 속에서 국무총리로서 국민의 안전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했는지, 당시 국무총리로서 행사할 수 있는 다른 권한에 대한 적극적인모색을 해보지 못했는지 따져 묻는 질문이었다. 한 전 총리는 이 질문에 대해 "국무위원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결국 국무위원에게 주어진 국무회의라는 것을 통해 본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국무총리의 역할을 국무회의 참석자 정도로 국한하는 답을 내놓았다. - P15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위협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국은 이 선언으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첨단산업공급망이 중국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정치적 성과를 거뒀다. - P23

특히 2차 대전 이후 급격히 발전한 한국·일본·EU 같은 동맹국들이 "적국보다 더 나빴다"라고 인식한다. 트럼프가동맹국들에게 강제하고 있는 천문학적 규모의 대미 투자, 고율 관세 부과 등은
‘배상금‘에 가깝다. 그동안 동맹국 때문에 미국이 엄청난 피해를 보았으니 ‘배상‘하라는 것이다. - P25

미국적 가치로 설립한 국제 시스템을 미국이 스스로 부정하는 불확실성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화약 냄새가 대륙을 가로지르고, 동맹의 가치가 급속히 쇠퇴하는 지금은 전간기(1차 대전과 2차 대전 사이의 기간)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현재의 체제적 혼란은 통제 불능 지도자에 의한 일시적 퇴행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를 다시 대통령으로 선출한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과, 주권국가들의 다양한 욕망을 다스리며 손상된 자유주의 질서를 복구할 수 있는(예전의 미국 같은) 강력한 단독자가 나올 수 없다는 예측은, 우리가 받아들여야할 현실에 가깝다.  - P27

그리하여 원래 마케팅 목적에서 호출되었가 이젠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펌훼 목적에서 재호출된 세대의 실제 ‘연령대‘와는 무관하지만, 대충 눈 껌벅대며 서로 다 알고 있다는 시늉을 한다. 영포티가 가리키는 건 ‘생물학적 40대가 아니라면서 말이다. 하기야, 애당초 혐오에 무슨 용어적 정확함 같은 게 필요했겠는가, 혐오하는 감정만 퍼뜨리면 그만인 것을. 언어와 정보를 다룬다는 자들마저도 이렇다. 참으로 가관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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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시대 2 - 세계 제국과 문명의 교차로 케임브리지 세계사 12
제리 벤틀리.산자이 수브라마니암.메리 위스너-행크스 엮음, 류충기 옮김 / 소와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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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0년경의 세계는 주요 제국들의 주도 아래 놓여 있었다. 대서양을 장악한 유럽의 제국들, 이슬람 화약 제국(Gunpowder Empires)들,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청)이 있었다. 그와 같은 제국 체제에서 지식인들은 핵심 경전에 근거한 정통 신앙의 충성심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강화해갔다.... 한편 군사, 농업, 제조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17세기 말엽에서 18세기 초엽으로 넘어가는 동안 세계 무역은 다시 뛰어올랐다. _ <세계화의 시대 2 : 세계 제국과 문명의 교차로>, p360


 케임브리지 세계사 12권의 주제는 제국(帝國)과 문명의 교류다. 15세기 후반 이베리아 반도를 회복한 에스파냐, 포르투갈을 선두로 한 해양 세력과 시베리아, 중앙아시아로 뻗어가는 러시아와 청의 확장은 이 시기 제국의 전형이다. 이들 제국들은 종교와 학문적 우월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제국 내 다양한 민족의 충성심과 자원을 확보하려 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그렇지만, 종교, 중앙집권적 권력 구조와 군사력의 결합만으로 이루어진 초기 제국의 힘은 주변부를 완전히 종속적으로 만들기에는 미약했는지,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세계 제국의 영향력이 교차하는 지역에서는 종교, 인종, 언어 등이 혼합되어 저마다의 황금기를 영위하는 시기가 바로 ACE 1400-1800년 경이라 여겨진다. 물론, 카리브해(海)에서는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이, 중앙아메리카에서는 은(銀)의 수탈이 있었고, 이를 위해 아프리카의 해안에서 사람 사냥이 시작된 것이 이 시기였지만, 모든 세계가 제국주의 체제로 들어가기 전인 이 시대에 아직까지 힘의 압도적인 차이가 크게 보여지지는 않았다. 


 제국의 변두리에서 국경이라고 정의되는 곳은, 실제로 무슨 경계선이 그어져 있어서라기보다는 종교적, 언어적, 민족적 집단이 국경의 양쪽에 서로 마주 보는 위치에 형성되어서, 서로 오래도록 교류해온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p295)... 길이 교차하는 곳에 도시가 성장했고, 도시가 투자와 기술 및 원거리 연결을 촉진했기에 무역을 진작할 수 있었다. _ <세계화의 시대 2 : 세계 제국과 문명의 교차로>, p299


 케임브리지 세계사 12권 <세계화의 시대 2 : 세계 제국과 문명의 교차로>에서 독자들은 초기 근대(early modern) 시기 유럽과 비유럽의 우열이 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1690년 무굴 제국 황제 아우랑제브에게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했던 영국 동인도 회사가, 불과 150년 뒤에 인도 제국을 식민지로 삼은 사실이나, 1499년 인도 고아에 먼저 도착한 포르투갈 대신 인도양 무역의 주도권을 네덜란드가 가져간 급격한 변화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이러한 물음을 독자들에게 던져준다. 

이베리아 반도의 무역은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었고, 이는 또한 세계적 규모의 행정 및 제도적 구조와 일치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모두 수도와 해외 영토가 멀리 떨어져 있었고 , 그래서 신속한 정치적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다. - P54

초기 근대(early mordern) 시기 중국과 러시아는 저마다 제국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도전 과제에 직면했고, 나름대로 문제를 해결해갔다. 예를 들면 국경 지역 민족들과의 관계 개선, 신규 정복지에 통치 체제 수립, 영토의 지도 제작, 다양한 주민의 등록, 국내외적 제국 체제 과시를 위한 문학-예술의 창작 지원 등이었다. - P75

초기 근대에는 제국 체제 유지를 위해서 많은 것이 필요했다. 일단 여러 민족의 충성심을 확보해야 하고, 제국 내 최고 보물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기존에 알려진 세계 최고의 학문을 보유해야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통합 지휘할 수 있는 제국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했다. 러시아와 청 제국에서도 원활한 조공 체제 유지와 최신 과학 기술 후원이 반드시 필요했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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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에 소바주 시리즈 세트 - 전5권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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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성 인류학- 무의식에서 발견하는 대안적 지성, 카이에 소바주 5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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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발명- 인류의 지知와 종교의 기원, 카이에 소바주 4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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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경제의 로고스 - 물신 숭배의 허구와 대안- 카이에 소바주 3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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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 - 카이에 소바주 1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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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화는 종교의 열광과는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신화는 비합리적인 논리를 매우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 보면 비합리의 경계선 바로 앞까지 접근하면서도 그 선을 넘어버리는 일은 없습니다. 사고의 힘이 철저하게 작용해서 신화를 이성의 영역에 묶어두고 있습니다. 이런 특징은 국가라는 형태가 갖추어지지 않았던 사회에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_ 나카자와 신이치,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 p31 


 나카자와 신이치는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에서 신화를 인류가 최초로 도달했던 가장 위대하고 심오한 철학으로 규정한다. 저자는 본문을 통해 근대적 이성(reason)이 잃어버린 총체적 사유, 즉 '야생의 사고(pensee sauvage)'의 원형이 신화 속에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으며, 이를 향한 근본적 회귀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저자는 '신화=인류 최고의 철학'라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근거로 든다. 계모와 이복동생에게 구박받는 주인공, 마법을 사용하는 조력자, 왕궁 무도회, 그리고 '신발'이라는 신표(信標)를 통한 신원 확인. 저자는 이런 구체적이고 복잡한 구조가 여러 문화권에서 우연히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났을 리 없다고 단언한다. 하나의 강력한 원형 이야기가 시공간을 넘어 퍼져나가며 각 문화의 옷을 입고 변주되었고, 그 원형의 핵심에는 자연과 영혼의 세계를 넘나들던 샤먼적 존재의 통과 의례가 자리한다. 여기에서 한 가지 자연스러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어쩌면 이것은 지나친 비약이 아닐까? 


 신화적 사고의 가장 중요한 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신화는 서로를 변형시켜서 이루어진 것으로, 이런 방식에 의해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가 있습니다. 이본(異本)들끼리 만들어 가는 변형의 프로세스는 전체적으로 거대한 군群을 이루고 있습니다. 어떤 신화든 이 거대한 군 속에서 자기 전개를 이루어 가는 것이 신화의 커다란 특징입니다. _ 나카자와 신이치,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 p113 


 가령 우리나라의 <콩쥐팥쥐>는 계모-자매 갈등 구조에서, <심청전>은 기적적 구원이라는 측면에서 신데렐라 이야기와 파편적인 유사성을 갖는다. 하지만 이 개별 이야기들의 단편적인 모티프를 엮어 '거대한 하나의 원형'을 설명하는 방식은, 어쩌면 저자가 흩어진 증거들을 '유비(Analogy)'적으로 재구성하여 자신만의 이론을 세운 것은 아닐까. 저자는 유비라는 강력한 도구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인류의 거대한 정신적 네트워크를 그려낸다. 그렇지만 유비는 때로 차이를 무시하고 유사성만을 부각시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위험을 내포하며, 지나친 비약이 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저자는 인류의 심연에 숨겨진 원형을 '발견'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만의 철학을 '창조'한 것일까?


 개인적으로 저자는 후자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국가 간 불평등이 그리 심하지 않던 근대 이전 세계 곳곳의 공동체들은 정도의 차이는 다르겠지만, 공통된 사회문제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가족 구조, 신분제도, 경제적 불평등 등.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인식과 나름의 해결책이 각 지역의 전승 신화라고 한다면, 그 안에 담겨 있는 개별성 대신 전체성만을 바라보고 보편철학을 발견하고자 하는 것은 다른 의미에서 절대성 추구가 아닐까. 각 신화에 아로새겨진 크고 작은 흔적들이야말로 사람들과 공동체의 역사가 들어있는 구체성이며, 문화 DNA이며 밈(Meme)이 아닐까. 쪼갤 수 없는 원자가 개별 이야기라면, 개별 이야기를 쪼개어 본래의 원형을 찾아낸다는 작업 자체가 이미 새로운 창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저자가 본문에서 다소 비판적으로 언급한 종교에 대한 부분을 옮겨본다. 


 신화는 항상 현실의 구체적인 존재나 사실이나 현상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신화의 소재는 오감이 파악하는 현실이며, 창조의 재료는 현실의 사회의 구조나 환경이나 자연의 생태입니다. 신화는 그런 구체적인 현실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곳에서 만들어지고 또한 구전되었습니다. 하지만 종교는 현실의 대응물을 발견할 수 없는 곳에서도 추상적인 사고력이나 환상의 능력으로 관념의 왕국을 창조할 수가 있습니다. 종교는 아마도 '국가'와 같은 구체적인 인간관계 속에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는 것을 구체적인 인간관계 속에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는 것을 구체적인 인간관계 속에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는 구체적인 사회의 상위 부분에 만들려고 했던 관념의 운동과 연동해서 생겨난 것일 겁니다. _ 나카자와 신이치,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 p225


 본문에서 저자는 추상적이고 관념의 산물인 종교와 비교하여 구체적 인간관계의 산물로 신화를 말한다. 그렇지만, 각 지역에 담긴 신화의 개별성을 자르고 인류의 공통 분모를 추구하는 저자의 노력 역시 다른 의미에서 종교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비록 저자 자신이 스스로 교주가 되겠다는 의도는 없겠지만. 그런 면에서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은 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저자의 생각들로 꿰놓은 구슬처럼 다가온다. 신데렐라 이야기의 다른 버전인 미크마크 인디언의 이야기에서 저자는 죽음과 삶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샤먼의 역할을 말한다. 반면, 이 주제는 샤를 페로의 작품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데, 그렇다면, 이들 이야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원본이 아니라, 이러한 다른 이본이 나타나게 된 이유가 아닐까. 오랜 이야기 안에 담긴 고대인의 생각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 생각이 어떤 이유로 바뀌어왔는가를 되돌아보는 과정에 오히려 신화의 진정한 뜻이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 서두에서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차례다. 저자는 인류의 심연을 '발견'했다기보다, 자신의 철학이라는 면도칼로 또 다른 신화를 '창조'해낸 것에 가깝다. 그가 제시하는 죽음과 삶, 샤먼이라는 주제가 결코 가볍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여정은 인류의 보편적 심연이 아닌 저자 개인의 사상으로 향하는 여행처럼 느껴진다.


원형이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절대적인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유물이 시대의 풍경과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을 때 비로소 위대한 문화유산이 되듯, 신화의 진정한 가치는 각 문화의 옷을 입고 변주된 '이본(異本)' 그 자체에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그 다채로운 이야기 속에 녹아든 구체적인 삶의 흔적과 역사가 바로 신화의 본질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저자의 모든 주장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처럼 흥미로운 질문을 통해 독자들을 신화라는 깊고 광활한 숲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훌륭한 신화학 입문서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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