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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중사를 만든 목소리들- 미국사에 감춰진 저항과 투쟁, 자유와 해방의 언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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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민중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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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세계사
크리스 하먼 지음, 천경록 옮김 / 책갈피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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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기술은 사람들의 협동 형태를 바꾸었다. 예컨대, 쟁기를 사용하면서 성별 분업이 강화됐다. 쟁기를 사용하는 노동은 임신했거나 아이를 기르는 여성에게는 벅찬 중노동이었기 때문이다. 상설적인 관개 시설을 건축하고 보수하려면 수십 가구나 수백 가구의 협동이 필요했다. 이것은 직접 노동하는 사람과 노동을 감독하는 사람의 분업을 부추겼다. 먹을 것을 저장하게 되면서 저장한 음식을 지키고 관리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잉여가 생겨나자 처음으로 일부 사람들이 농사에서 해방돼 수공업, 전쟁 준비, 아니면 한 지역의 생산물을 다른 지역의 생산물과 교환하는 일 등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p48)... 잉여를 창출한 생산방식의 도입과 계급 분화는 동전의 양면이었다. 매우 비옥한 토양이 있는 지역들에서 출현한 최초의 농경 사회는 계급 분화를 수반하지 않았다. 그러나 농경 사회가 확대되면서 이들을 훨씬 더 열악한 조건에 처하게 됐고, 그런 상황에서 생존하려면 사회 관계를 재편해야 했다. _ 크리스 하먼, <민중의 세계사>, p56


 크리스 하먼(Chris Harman)의 <민중의 세계사 A People's Story of the World>는 지배계층 중심의 정치, 경제사라는 기존의 관점 대신 인류의 다수를 차지하지만 주인공은 되지 못했던 이들의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본다. 다소 생소한 관점에 선 저자는 책에서 신석기 혁명과 도시 혁명의 산물인 문명(文明)의 어두운 측면에 집중한다. 이 어두운 측면으로부터 모든 문제는 시작된다. 


 계급 분화, 상근 관료와 무장 집단에 기반을 둔 영구적 국가 기구의 확립, 여성의 종속 등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요소들 대부분은 여전히 출현하지 않았다. 그런 요소들은 고든 차일드가 '도시혁명'이라고 부른 변화, 즉 사람들의 생계방식에 일어난 두 번째 중대한 변화가 '신석기 혁명'에 바탕을 두고 일어난 다음에 출현했다. _ 크리스 하먼, <민중의 세계사>, p45


 저자는 수렵 - 채집 문화에서 농경 문화로의 이행이 반드시 좋은 선택만은 아니었음을 말한다. 농경 사회로 인해 사회는 안정화될 수 있었지만, 잉여 산출물로 인해 빚어지는 부작용은 다른 종류의 불안을 가져왔고, 이는 강력한 권력 기관이 출현의 배경이 된다. 강력한 권력 기관은 소수의 지배계급과 다수의 피지배계급의 분화를 가져왔으며, 민중은 피지배계급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민중의 세계사>에서 고대와 중세에 걸쳐 민중들의 경제 기여에 비해 자신의 권익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빵과 서커스 제공에 만족해야 했던 고대 로마 시대는 그렇다 하더라도, 중세 후반에 나타난 농민들의 적극적인 반항이 사회 변혁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못한 원인은 무엇 때문일까?


 제국은 안정을 찾았을지 모르지만 사회의 밑바탕에 있는 주요한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았다. 지배 계급과 지배 계급의 문명은 도시를 중심으로 하고 있었지만 경제는 압도적으로 농촌에 기반을 두었다. "경제에서 무역과 제조업은 매우 한정된 구실만 했다... 기본 산업은 농업이었고, 제국 주민의 압도 다수는 농민이었으며, 상층 계급의 부는 주로 지대에서 나왔다." 농업 생산에서 나온 수익은 무역과 공업의 20배에 달했다. _ 크리스 하먼, <민중의 세계사>, p125


 (유럽 봉건 사회에서) 농민 봉기는 사회를 뒤흔들었지만 농민은 문맹인데다가 시골 곳곳에 흩어져서 각자의 촌락과 토지에만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현실적인 사회 재편 강령을 스스로 생각해 낼 수 없었다. 아직 경제가 충분하게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시에서든 농촌에서든 혼란스럽게나마 그런 강령을 제시할 수 있는 계급은 아직 형성되지 못했다. 언젠가는 그런 계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씨앗은 이미 존재했다.... 그러나 그들은 유망한 씨앗이었지만 사회 전체를 파괴하고 있던 위기를 끝낼 수 있는 계급은 아직 아니었다. _ 크리스 하먼, <민중의 세계사>, p213


 그것은 변혁의 주체가 될 중핵(中核)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한 '싸우는 방법을 이해하고 동료들에게 그 방법을 납득시킬 수 있는 충분한 '중핵 계층이 싹트기까지는 아직 수백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18세기 유럽에서 근대 혁명이 가능했던 것은 '부르주아 bourgeois'로 대표되는 계층의 역할이 컸던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 혁명이 실패했음도 우리는 찾을 수 있다. 


 20세기는 단지 공포의 세기만은 아니었다. 우리가 살펴봤듯이, 그것은 공포의 주범들에 맞서 노동 계급이 이끈 거대한 반란들이 아래로부터 분출해 나온 세기이기도 했다.(p775)... 거대한 사회 갈등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미리 알 수는 없다. 그 결말은 단지 한 계급의 객관적 발전 수준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처럼 거대해진 '보편적' 노동 계급 중에서 싸우는 방법을 이해하고 동료들에게도 그 방법을 납득시킬 수 있는 중핵이 얼마만큼 존재하느냐에도 달려 있기 때문이다... 20세기의 역사가 보여 주듯, 그런 반체제 세력들은 오직 체제의 모든 측면에 맞서 싸울 태세가 돼 있는 혁명적 조직이라는 결정체로 응고되어야만 진정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 _ 크리스 하먼, <민중의 세계사>, p784


  이러한 저자의 '중핵'의 역할에 대한 근거를 우리는 18세기 인도의 마라타족 반란과  19세기 중국의 태평천국운동을 통해 찾을 수 있다. 동양에서의 실패는 사회 불평등에 대한 반발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계층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혁명은 사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었고 동양의 두 제국은 유럽 제국주의의 제물로 전락하면서, 저자 주장의 논거가 된다.


 (마라타족의 반란)에서 농민들의 반감은 곧 반란군의 전투력이었다. 그러나 반란의 지도부는 보통 자민다르나 지방의 다른 착취 계급에서 나왔는데, 그들은 잉여의 더 큰 부분을 무굴 제국의 지배 계급이 가져가는 것이 불만이었다... 상인과 장인은 반란에서 핵심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들은 무굴 제국 지배자들의 사치품 시장에 의존했고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 도시 계급들이 농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해 준 지역 시장들의 연결망이 없었다. 낡은 사회는 위기에 빠졌지만, '부르주아지'는 그 사회를 변화시키는 투쟁에서 독립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결국 사회는 진보할 수 없었다. _ 크리스 하먼, <민중의 세계사>, p303


 태평천국 운동의 지도부가 이상을 포기하는 과정은 과거에 중국에서 일어난 농민 반란들의 패턴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었다. 광대한 지역에 흩어진 채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무지한 농민들은 운동의 지도부와 그 군대를 통제할 수 있을 만큼 응집력이 강한 세력이 아니었다. 또한 태평천국 운동의 지도자들은 "모든 사람을 위한 풍요"라는 이상을 구현하기에는 물질적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이에 대한 손쉬운 대응은 전통적 지배 방식과 그에 수반되는 전통적 특권 사회로 되돌아가는 것뿐이었다. _ 크리스 하먼, <민중의 세계사>, p465


 그렇다고 해도, 근대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의 변화가 민중들을 역사의 주체로 바로 끌어올린 것은 아니었다. 유럽과 북미에서 민중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대표자들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억압받는 계층으로 존재하게 된다.  <민중의 세계사>에서 민중은 고대의 억압받는 노예에서, 중세의 억압받는 농민, 근대의 억압받는 노동자로. 자본주의 사회인 현대에서는 3S로 억압받는 소비자의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저자는 비관하지 않는다.


 도시의 종교개혁은 독일 남부와 스위스의 도시들을 휩쓸었다. 이들은 여러 세대 동안 지방 의회를 지배하고 있었고, 심지어 일부 형식적인 민주적 구조가 갖추어진 곳에서도 그랬다. 많은 과두 지배자는 나름대로  교회에 불만이 있었고 지방 제후들의 힘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기존의 사회, 종교 질서와 수없이 많은 연계를 맺고 있기도 했다... 대체로 그들은 커다란 격변을 겪지 않고서도 자신들이 도시의 종교 생활을 더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고 교회 기금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게 해 줄 점진적 변화를 추구했다. _ 크리스 하먼, <민중의 세계사>, p251


 (남/북전쟁에서) 북군이 부르주아 점령군이었기 때문에 결코 할 수 없었던 일이 하나 있었다. 토지를 몰수한 뒤 해방된 노예들에게 재분배함으로써 그들이 옛 주인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대다수 흑인들은 과거의 노예 수유주들 밑에서 소작농이 되거나 노동자로 일해야 했다. 과거에는 억압받는 노예 계급이었다가 이제는 억압받는 농민, 노동자 계급이 된 것이다. _ 크리스 하먼, <민중의 세계사>, p455


 저자 크리스 하먼은 책의 결론부에서 과거의 모순을 극복하고 새롭게 거듭나려는 움직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 민중들의 각성과 움직임을 강조하면서 다행스럽게도 역사 속에서 중핵들이 끊임없이 확장되어 왔음을 밝힌다. 이러한 움직임이 역사 속에서 1215년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에 의해 영국에서 왕권에 귀족들에게 넘어가고,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 귀족 계급에서 자본가 계급으로 권력이 넘어가는 과정 속에서 의식은 확장되었고, 그 기반은 넓혀져 왔음을 <민중의 세계사>는 알려준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계속될 때 과거 신석기 혁명과 도시 혁명 이전의 평등 사회로 우리는 회귀(回歸)할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사회 계급들은 결코 서로 완전히 분리돼 있지 않다. 상층 계급의 정서는 중간 계급의 정서에 영향을 주며, 중간 계급의 정서는 하층 계급의 정서에 영향을 준다.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 유럽 지배 계급들의 의지는 수많은 방식으로 중간 계급과 노동 계급의 일부에게 전염됐다. _ 크리스 하먼, <민중의 세계사>, p521


 21세기에 인류가 멸망하지 않으려면 어마어마한 규모로 확대된 오늘날의 노동 계급에게도 그런 결정체가 끊임없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필요는 오직 사람들이 그 과업에 몸소 뛰어들어야만 충족될 수 있다... 과거를 이해하는 것은 미래를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내가 이 책을 쓴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_ 크리스 하먼, <민중의 세계사>, p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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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20-09-10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중의 세계사를 보다 간소화 한 책을 찾는다면 아마 ‘좌파세계사‘겠죠.

겨울호랑이 2020-09-10 19:42   좋아요 1 | URL
네 그렇습니다.^^:) 역시 NamGiKim님 이시네요.

NamGiKim 2020-09-10 19:49   좋아요 1 | URL
그책도 분량은 많은 편이지만 중간중간 사진과 그림이 많이 있어 읽기 수월했죠.^^

겨울호랑이 2020-09-10 20:05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대중적으로 민중의 역사를 조망했다는 점에서 좋은 「The Left」, 「미국 민중사」 , 「민중의 세계사」입문서로 생각됩니다^^:)
 

 나는 경제학부터 도시 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의 글을 써왔다. 나의 글은 복합적응체계(Complex Adaptive System) 이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이는 세상을 다양한 사건들이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흘러가는 곳으로 보는 입장이다. 여기서는 어떤 사건의 원인과 개별 행위자 사이의 관계가 예측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복합적응체계의 예로는 생태계, 금융시장, 경제, 영어권, 도시, 기상 시스템, 관습법 체계, 그리고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힌두교까지 포함시킬 수 있다. _ 산지브 산얄, <인도양에서 본 세계사>, p32


 <인도양에서 본 세계사>는 인도를 중심으로 인근 동남아시아사, 아라비아 해 인근, , 오세아니아 대륙과 북동아프리카 해안을 중심의 세계사를 서술한다. 저자 산지브 산얄 (Sanjeev Sanyal)은 <인도양에서 본 세계사>에서 인도양(印度洋, Indian Ocean) 문화권을 연속성 관점에서 구분하고, 주요한 기준은 힌두교의 영향과 모계사회 여부다. 이런 관점에서 인도양을 바라보기에, 자연스럽게 책의 중심은 인도와 동남아시아 사회가 주가 된다.  


 인도양 연안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 몇 가지 연속성이 발견된다. 끊임없이 사람들의 이주부터 수백 년동안 구전된 전설에 이르기까지, 연속성의 사례는 다양하다... 연속성의 두 번째 주제는 모계사회다. 즉 인도양의 역사에서 모계 관습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먼저 "모계(matrilineal)"는 개념적으로 "모권(matriarchal, 가모장제)'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모권사회는 관습적으로 여성이 통치자/지도자의 지위에 오르는 사회를 말한다. 이와는 달리 모계사회란, 계보가 어머니를 거쳐 여성 조상들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p35)... 인도 서해안을 제외하면 모든 모계사회가 동남아시아에 몰려 있다는 사실에 일단 주목해보자... 왜 어떤 사회는 모계 시스템을 선택하고 다른 사회는 그렇지 않은지를 비교해보면 자못 흥미롭다. 인도 남서부 해안 지역의 사례를 보면, 이러한 관습은 아마도 원거리 해상 무역의 결과로 진화했던 것 같다._ 산지브 산얄, <인도양에서 본 세계사>, p32


  <인도양에서 본 세계사>에서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상호관계를 말하지만, 저자 자신이 인도인이어서 갖는 인도 중심주의라는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을 받는다. 책에서는 인도양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하지만, 책 내용은 '인도를 갖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에 가깝다는 점에서 대국(大國)중심의 교양 역사서라 하겠다. 다만, 인도와 동남아시아사에 대한 역사책 자체가 드문 현실을 생각한다면 크게 흠이 될 정도는 아니라 여겨진다.   


 개인적으로  <인도양에서 본 세계사>에서 관심이 가는 부분은 '모계사회'라는 기준을 갖는 저자의 문화권 분류 방식이다. 역사적으로 탐라국(耽羅國)으로 알려져 한반도 여러 나라와 교류를 한 것으로 알려진 제주도. 내륙 지방과는 언어, 문화 면에서 차이가 있는 제주도 지역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주체는 여자라는 점에서 모계 중심의 동남아 국가들과 공통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 <삼국유사 三國遺事>  속의 김 수로왕(首露王, 42 ~ 199)의 이야기 속의 부인 허황옥(許黃玉, 32 ~ 189) 이야기를 통해 동남아시아 문화권과의 연계성을 찾으려 한다면 지나치게 나간 것일까.


 갑자기 완하국(玩夏國) 함달왕(含達王)의 부인이 임신했는데, 달이 차자 알을 낳았다. 알이 화해서 사람이 되었으니, 이름은 탈해(脫解)였다. 그가 바닷길을 따라 (가야에) 왔는데, 키가 석자에다 머리 둘레가 한 자나 되었다. 그가 흔연히 대궐로 가서 왕에게 말했다. "나는 왕의 자리를 빼앗으러 왔소." "그렇다면, 술법으로써 겨뤄보는 것이 좋겠소." 왕이 "좋다"고 했다... 탈해가 마침내 엎드려 항복했다.(p209)... 건무 24년 무신(48) 7월 27일 , 왕이 왕후와 더불어 침전에 들자 (왕후가) 조용히 왕에게 말했다.  "저는 아유타국(阿蹂陁國)의 공주입니다. 성은 허(許)이고 이름은 황옥(黃玉)인데, 나이는 16세입니다. 본국에 있을 때인 올해 5월에 바다에 떠서 멀리 증조를 찾고, 하늘로 가서 반도를 좇으며, 진수로써 외람되게도 왕을 모시고 용안을 가까이 하게 되었습니다." _ 일연, <삼국유사>, p212 


 <삼국유사> 속에서는 아유타국에서 온 허왕후 이야기와 함께 석탈해(昔脫解, BC 19 ~ AD 80)이야기도 나온다. 석탈해가 가야(伽倻)를 빼앗으려 했으나, 수로왕과의 술법 대결에서 패배한 후 떠나갔다는 이야기는 <삼국유사> 속의 다른 전승과도 연결된다. 비록 두 이야기가 내용 상 충돌하는 면이 있으나, 그가 왜(倭)의 동북쪽 천리되는 곳(캄차캬 반도 ?)에서 왔다는 이야기 속에서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충돌이 가야에서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이를 고대 '초원의 길' 세력과 '바다의 길' 세력 간의 충돌로 보면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인도양의 역사 속에서 아직도 수수께끼인 고대사를 상상해 보는 것도 역사를 공부하는 재미가 아닐까 한다.


 탈해잇금(脫解齒叱今)은 남해왕 때 가락국 바다 가운데 배를 타고 와서 닿았다. 그나라 수로왕이 신하 및 백성들과 함께 북 치고 시끌벅적하게 맞이해 머물게 하려 했지만 배가 나는 듯이 달려서 계름 동쪽 하서지촌(下西知村) 아진포(阿珍浦)에 이르렀다... 배를 끌어내어 찾아가보았더니 어떤 배 위에 까치들이 모여 있었다. 배 안에 하나 궤가 있었는데 길이가 20자에다 너비는 13자쯤 되었다. 하늘을 향해 아뢴 뒤에 조금 있다 열어보니 단정한 사내아이가 있었고, 일곱 가지의 보물과 노비가 그 속에 가득 차 있었다. 이레 동안 대접하자 그가 말했다. "나는 본래 용성국(龍城國) 사람입니다." _ 일연, <삼국유사>, p93


 과거에 대한 상상은 이 정도로 하고, 아직은 잘 알지 못하는 동남아시아 역사를 마저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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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10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사회도 점점 모계사회로 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여자 자매들 중심으로 많이 모여요.
사어머니보단 장모님을 모시고 여행 가는 가족도 많고요. 우리 시댁도 그렇답니다.

겨울호랑이 2020-09-10 13:55   좋아요 1 | URL
친가보다 외가 친척이 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저도 그렇습니다. 이는 어머니를 따라 외가에 자주 가다보니 더 깊은 유대감이 형성된 결과로 여겨집니다. 그런 면에서 페크님 말씀에 일리가 있다 생각됩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이렇게 형성된 친밀감이 육아를 여성이 전담하는 사회분업의 결과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부계사회의 결과물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함께 듭니다...
 
기적에 관하여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28
데이비드 흄 지음, 이태하 옮김 / 책세상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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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자연 법칙의 위반이다. 확고하고 불변하는 경험은 자연의 법칙을 확립해왔으며, 따라서 모든 경험에 입각한 추론이 완벽한 것처럼 기적에 상반되는 증거 역시 그 성격상 완벽하다... 자연의 일상적인 과정에 따라 일어난 것이라면 어떤 것도 기적이 될 수 없다. 건강해 보이는 어떤 사람이 갑자기 죽었다면 그것은 기적이 아니다. 그러한 종류의 죽음은 일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종종 목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은 사람이 살아났다면 그것은 어떤 시대에도 어떤 지역에서도 목격된 적이 없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기적이다. 따라서 모든 기적적인 사건에는 그것에 상반되는 일양(一樣)적인 경험이 있게 마련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 그 사건은 기적이라 불릴 수 없을 것이다. _ 데이비드 흄, <기적에 관하여>, p19

점점 계몽됨에 따라 우리는 개국 역사에는 기적적이거나 초자연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고, 기적적이거나 초자연적인 것들은 신비한 것을 향한 인류의 일상적인 성향에서 야기된 것이며, 이 같은 성향이 식견과 학식을 통해 종종 제어를 받기는 하지만 인간 본성에서 철저히 근절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_ 데이비드 흄, <기적에 관하여>, p24

데이비드 흄(David Hume, 1711 ~ 1776)은 <기적에 관하여 Of Miracles> 에서 자연 법칙을 위반하는 현상을 기적이라고 정의하고, 이러한 자연 법칙의 위반이 종교의 토대가 될 수 없음을 비판한다. <기적에 관하여>에서 흄은 경험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사건보다 일상에서 발생할 가능성을 높은 사건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주장하면서 종교란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신앙의 측면에서 다가가야함을 말한다.

흄의 기적에 대한 비판과 관련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흄이 정의한 기적이 바로 자연 법칙을 위반하는 기적, 즉 위반 기적이라는 점이다. 기적이란 종교를 지지하는 합리적인 토대이기보다는 오히려 신앙의 표현임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흄의 기적에 대한 비판이 갖는 철학적 의의를 종교의 참된 토대는 이신론자들이 신뢰했던 경험과 이성이라는 인간의 자연적인 인식 능력이 아니라 신앙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_ 데이비드 흄, <기적에 관하여> 해제, p113

이 기적이 어떤 새로운 종교 체계와 연관될 경우, 사리 분별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거부할 뿐 아니라 심지어 아무런 확인 없이도 거부할 만큼 거짓임이 명확한 우스꽝스러운 거짓말에 모든 사람들이 속아왔다... 어떤 다른 사태에 관한 증언에서보다 종교적 기적에 관한 증언에서 진리의 위반이 좀더 흔한 일이기에 종교적 기적에 관한 증언의 권위는 훨씬 더 약화될 수밖에 없다. _ 데이비드 흄, <기적에 관하여>, p35

이성만으로 기적의 진실성을 확증시키는 것은 역부족이다. 신앙에 의해 기적에 동의하는 사람은 누구나, 인간 이해력의 모든 원리를 전복시키며 관습과 경험에 어긋나는 것을 믿게 만드는, 자신의 인격 안에서 지속되고 있는 어떤 기적을 의식한다. _ 데이비드 흄, <기적에 관하여>, p38

사실, <기적에 관하여>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신앙심이 깊은 모든 사람들에게 기적이 생긴다면 우리 삶은 제대로 영위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죽지 않거나 죽어서도 살아나고, 모든 병에서 낫고, 하는 일마다 잘 된다면 더이상 기적이 아닌 일상일 것이고, 기적으로 인해 우리 삶은 그보다 더 불안해질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과연 신은 원할까?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렸을 때 기적을 바라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을 피하게 해달라는 바람. 여기에 더해 만약 기도를 이루어 준다면, 다른 무언가를 하겠다는 흥정까지. 인간이기에 당연하게 드는 마음이겠지만, 참된 기적은 그것을 넘어선 것이 아닐까.

큰 시련이 왔을 때, 어려움이 닥쳤을 때 사람의 마음을 한데 모을 수 있다는 것. 완고했던 마음을 풀고 나보다 남을 더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이것 자체가 안정을 추구하는 생명의 본성을 거슬리는 위대한 기적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우리는 언제나 바라는 기적을 얻지는 못하지만, 기적 안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흄이 말한 신앙의 토대 위에 선 종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결국 기적이란 신앙의 다른 이름이며 올바른 신앙이란 올바른 기적관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흄의 지적처럼 인간은 본성적으로 기적을 바라는 성향을 지니고 있어서 오늘날과 같이 고도로 문명화된 시대에도 여전히 우리는 기적을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기적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오직 요행을 바라는 위반 기적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이는 우리의 일상적인 삶의 토대를 붕괴시킬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기적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참된 종교와 사교(邪敎)를 구별하는 하나의 시금석이 되며, 이러한 점에서 흄의 기적에 대한 소론은 참된 종교와 사교가 혼재하며 서로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종교다원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_ 데이비드 흄, <기적에 관하여> 해제,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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