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유라시아 견문 2 - 히말라야에서 지중해까지 유라시아 견문 2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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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인식된 이슬람 문명의 이미지는 ‘한 손에는 코란, 다른 한 손에는 칼‘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 이슬람 경제에 대한 일반의 이해 역시 ‘이자 없는 은행‘ 정도가 전부 아닐까. 공급과 수요, 저축과 소비로 인간 경제 활동을 설명하는 현재의 경제학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슬람 경제를 독특한 종교 문화로 바라봐야 할 것인가, 아니면 21세기의 새로운 대안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이슬람 은행의 목표는 인간의 복리 증진에 있습니다. 그 복리에는 물질적 만족도 포함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평안과 행복입니다. 따라서 생산의 최대화, 소비의 극대화가 이슬람 은행의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정신의 건강함과 생활의 경건함, 사회적 공정과 공평의 실현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즉 이슬람 경제는 경제적 고려를 도덕적 고려에 종속시킵니다. 이자 없는 은행이라는 특수성에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 기층에 깔려 있는 이슬람적 가치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은행의 활동마저도 결국은 알라의 뜻을이 땅에 실현하는 것, 지상을 천국으로 만드는 것이 궁극의 목표인것입니다.
- P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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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여 명은 될 것입니다...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님께 알려드려야 제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 어쩌면 오늘 죽을 지 모릅니다. 쌍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 그럼.  - 소년병 이우근의 일기(포항여중 앞에서 전사) _ 윤태호, <인천상륙작전 5>, p68


 <인천상륙작전 4>에서 시작된 한국전쟁은 무섭게 남북측 모두와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비극으로 던져 넣는다. 한국 민중의 삶을 대변하는 주인공 두 형제와 이들의 가족들 또한 이로 인해 가슴아픈 일을 겪으며 작품은 마무리된다. 


 (1950년 부산 임시정부) 당시부산의 풍경은 두 가지였다. 하루 한끼를 겨우겨우 해결하는 극빈층의 삶과 전쟁 중에도 방종한 생활을 하는 사회 지도층 또는 유지층의 삶이 그것이었다. 한국 유엔대표단이 외교적으로 어떤 수고를 감내하고 있는지, 이제 겨우 제 나라를 찾은 약소국의 외교관이 머나먼 타지에서 어떤 고초를 겪으며 국제원조를 끌어내려 노력했는지 댄스홀의 그들은 알 턱이 없었을 것이다._ 윤태호, <인천상륙작전 5>, p55


 <인천상륙작전>에서는 두 세계가 교차된다. 일반 민중의 삶과 지배층의 삶. 두 형제의 모습으로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일반 민중의 삶은 고되지만, 짧은 서술로 표현되는 당시 국내외 정세와 지배층의 모습은 오늘날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가가 설정한 이러한 구도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결정사항이 실제의 삶을 좌우하는 모습을 연상시켜, 이데올로기 전쟁이었던 한국 전쟁의 비극을 더 잘 전달한다. 


 인천 앞바다에 떠다니는 배들 본 적 있어요? 돛대에 빨간 천 매달고 다니잖소. 그게 다 우린 빨갱이 편이오~라는 표식이오. 근데 그중에 진짜 빨갱이가 몇이나 되겠소? 솔직히 고기 잡는 것밖에 모르던 우리가 뭘 알아서 누구 편을 들겠냐고?_ 윤태호, <인천상륙작전 5>, p84


 영화 <남부군>을 보면 과거 1940년대 말 지리산 일대에는 아침에는 국군이, 밤에는 빨치산이 점령하면서 그 사이에 놓인 힘없는 이들이 부역을 했다는 이유로 많은 피해를 보는 장면이 나온다. 또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나오는 보도연맹 학살 사건과 같은 비극은 이데올로기와 무관한 이들이 엮은 비극이 잘 표현된다. <남부군>의 문제가 <태극기 휘날리며>에서처럼 전국으로 확대된 것이 한국전쟁의 어두운 면이자 최대의 비극임을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다시 생각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인천상륙작전 1>에서 작가가 제기한 물음을 떠올리게 된다. 과연 우리는 해방을 했는가? 또는 해방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코젤렉(Reinhart Koselleck, 1923 ~ 2006)의 개념사 중 9번 째 주제인 '해방'을 바그너(Richard Wagner)의 정의에 따라 생각해보자.


 '해방'은 운동이자 목표의 개념이며, 결국에는 성취의 개념이 되었다. 그래서 이 개념은 [우선] 그것의 의미가 펼쳐진 두 가지 의미 축을 지니고 있다. 말하자면 과거와의 단절과 해방이 강조되거나, 아니면 미래 지향성과 목표, 즉 자유에 집중했다... 둘째로 이 개념은 항시 해방을 실행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위상을 지녔다. 말하자면 해방은 승인되거나, 쟁취될 수 있었다. _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9 : 해방> , p44 


 해방이 일본의 직접 통치로부터 벗어난 것을 의미한다면 1945년 일제의 정치적 지배로부터 우리는 해방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우리가 1940년대의 문제로부터 자유롭게 우리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면 그때에도 우리가 해방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이와 같이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의 해방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PS. <인천상륙작전 6>에는 노래 <단장의 미아리 고개>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한 가정의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죽은 딸과 죽어가는 아내를 바라보는 참혹한 심정을 어떻게 노래에 다 담아낼 수 있을까. 그럼에도 참 마음이 아프다...


 미아리 고개의 원래 이름은 '되너미 고개'. 병자호란 때 되놈들이 넘어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후 일제 강점기에 공동묘지가 생기며 사람이 죽으면 이 고개를 넘으니 이별을 상징한 고개가 되었고,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창자를 끊는 듯한 생이별의 고통을 받아야 하는 통곡의 고개가 되었다. 1956년 반야월은 <단장의 미아리 고개>라는 곡을 발표한다. 홀로 피난길을 떠났다가 돌아와 보니 아내는 영양실조로 누워 있고 네 살 난 딸은 죽어 있었다. _ 윤태호, <인천상륙작전 6>,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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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2-24 14: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헬로키티 얼굴을 하시구선 이런 슬픈 글을 올리시다니 ㅠㅠ소년병. 단어만으로도 정말 슬픕니다. ㅠ

겨울호랑이 2021-02-24 18:28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인천상륙작전> 안에는 소년병들의 나이가 징집 대상 연령 미만인 15 ~17세이고, 3,000 여명 중 2,400명이 전사했다는 이야기도 함께 있는데 참 마음이 아픕니다..ㅜㅜ

레삭매냐 2021-02-24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해방이 다시는 전제주의적
군주제 시스템으로 돌아가지 않
게 되었다는 차원에서 하나의
해방은 성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어진 분단으로 인해 새로
운 단절을 낳게 되지나 않았나 싶
요.

대단한 해석과 적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관내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네요.

기회가 된다면 가서 빌려다
보고 싶어지네요.

겨울호랑이 2021-02-24 18:39   좋아요 2 | URL
레삭매냐님 의견에 동의하면서 동시에 ‘해방‘이라는 주제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특히 우리의 근현대사와 관련해서는요. 레삭매냐님께서도 <인천상륙작전>을 읽으신다면 보다 의미있는 독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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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서란 무엇을 뜻하는가? 진보라는 것은 한눈에도 그 뜻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우리가 인간 사회의 부족한 것 중의 하나로 진보를 말할 때 이는 개선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정도면 그 뜻이 어느 정도 분명하다. 그러나 질서라는 말은 경우가 다르다... 질서를 가장 좁게 정의하자면 복종이라는 말과 통한다... 진보만이 가진 독특한 정신 요소, 그 진보를 절정에 이르게 해주는 본질적인 요소는 바로 독창성이나 창의력이다. _존 스튜어트 밀, <대의정부론> 中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 ~ 1873)의 표현 처럼 진보(進步, progess)를  개선(改善, frformation)으로 바라보는 것은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사전에 나오는 같은 의미를 갖는 독일어 Fortschritt 역시 동일하다고 볼 것인가? 코젤렉(Reinhart Koselleck, 1923 ~ 2006)의 개념사 시리즈를 읽으면서 얻은 점은 이에 답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같은 뿌리를 갖는 언어권 내에서도 미묘하지만 분명한 의미 차이를 알게 되면서, 특히 '개념어'에 해당하는 언어 사용과 번역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보다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일부 개념어(예를 들면, 문화 kultur / 문명 civilisation)들은 다른 유럽어권 언어와 다른 의미를 갖지만, 다행히 '진보'라는 단어에는 심하게 다른 요소는 없어 보인다. '진보'가 문화권의 영향보다는 서구 사상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단어이기 때문일까. 


 토마스 아퀴나스 Thomas von Aquin의 이론은 약간의 차이를 보이긴 해도 진보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비슷한 틀 안에서 움직였다. "자연의 완성은 사실 세상의 시작에 내재해 있었다. 진정한 영광의 완성은 세상의 종말에 있을 것이다. 또한 영광의 완성은 시작과 끝을 매개하는 중간자다. 그래서 예수는 세상의 한 가운데로 온 것이다." _ 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 : 진보>, p39

 

 중세 스콜라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4 ~ 1274)의 말 속에서 우리는 신에 의한 창조된 세계, 피조물로서 자연과 인간의 법칙이 하나이며 순환적 세계관  - "나는 알파이며 오메가이고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시작이며 마침이다. (요한 묵시록 22:13)" - 을 발견한다. 중세의 진보가 신의 절대적/영속적 시간 속에서 이뤄진 발전을 의마한다면, 근대 이후 '이성 理性'을 가진 존재로서 역사의 주체인 인간의 진보는 방향성과 영속성 면에서 차이가 있다.


 진보 개념의 관철에서 척도가 된 것은 이성과 현세적 시간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의 지양이었다. 이성의 사용이나 이성을 통한 발견과 새로운 고안들은 시간과 함께 증가되었다. 결국은 이성 자체가 시간성을 띠게 되었다. 노화가 이전에는 노쇠의 진행 현상에 비유되었다면 이제는 이성의 사용의 확장으로 이해되었다. _ 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 : 진보>, p52


 신의 시간이 영원(永遠)이라면 그 자체로 완성(完成)을 의미하기에 중세의 진보는 신이 만든 세계 내에서의 순환을 의미하겠지만, 시간의 한계를 갖는 인간에게 진보는 보다 직선적이고 상향(上向)의 의미를 갖는다. 이런 면에서 '진보'는 시대에 따라 다른 방향성을 갖는다는 사실과 함께, 순환적인 자연의 법칙과 비순환적인 인간의 법칙의 차이를 발견한다.


 홉스 Thomas Hobbes는 자연과학에서의 진보와 이를 좇지 못하는 도덕 간에 벌어진 괴리를 정확하게 묘사했다. 그는 도덕론에서 기하학적 정리처럼 규칙성과 예측성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학문적 발전과 이에 상응하지 못하는 도덕적 수준의 비대칭에서 생겨난 이러한 요구는 이후에 진보에 대한 논의에서 단골 주제가 되었다._ 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 : 진보>, p91


  비순환적인 인간의 법칙에서도 '진보'에 대한 문제는 계속된다. 홉스(Thomas Hobbes,1588 ~ 1679)의 지적처럼 과학으로 대표되는 학문의 진보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윤리의 문제는 일반적인 '진보'에 대한 물음을 제기했다. 또한, 개별 사건에서 발견되는 역사의 퇴보는 또한 어떻게 설명될 것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진보'를 바라보자는 시각이 새롭게 제시된다. 개별 사건으로는 퇴보가 되었을지라도, 보다 큰 흐름 속에서 개선된다는 역사의 법칙은 여전히 유용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진보는 이중의 역사 해석을 필요로 했다. 개별 사건이나 역사적 사실은 혼란스럽고 뒤죽박죽일 수 있다. 하지만 진보의 관점에서는 위기와 혁명 자체도 크게 봤을 때 개선의 도구가 되는 것이다. 쉽게 얘기 하자면 현재에 나쁜 일로 타격을 받는 운명을 겪더라도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말이다.(p102)... 역사의 이중 해석이 개선과 합리적 발전이라는 가설을 성립하게 했다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진보 과정에서 시간 경험의 차이가 또 다른 명제를 이끌어냈다. 가속화의 명제가 그것이다_ 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 : 진보>, p103 


 이로써 모두에게 공통적이었던 진보의 경험은 이제 관점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어야 했다. 종종 내걸던 진보의 법칙은 경험적으로는 결코 공통분모를 가질 수 없었다. 왜냐하면 진보의 행위자나 관련자는 시간상 서로 다른 단계에 있다고 평가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개인을 초월한 경험적 명제는 부분적으로만 확인될 수 있었고 보편적 증거라는 것도 그때그때 다양한 관점에서 본 것이었다._ 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 : 진보>, p123 


 아마도, 이러한 보편적 역사의 법칙으로서 '진보'는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 1820 ~ 1903)의 <진보의 법칙과 원인 Progress : Its Law and Cause>에 잘 나타난 듯하다. 그는 자연법칙의 진화(進化 evolution)를 인간 사회로 가져오면서 보편 법칙으로서 사회적 진화를 말한다. 엔트로피(entropy 무질서도) 증가 속에서도 일어나는 진화, 그리고 진보. 20세기 대부분의 시기를 지배한 사회적 진화론의 논리를 우리는 여기에서 발견한다.

 

 현재의 모든 사건에서 그러한 것처럼 태초로부터 모든 작용력들이 여러 힘으로 분해되어 영속적으로 더욱 복잡성을 창출한다는 것도 예상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복잡성의 증가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이 틀림없다. 진보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고, 인간이 좌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유익한 필수과정이다._ 허버트 스펜서, <진보의 법칙과 원인>, p90


 코젤렉은 책의 마지막에서 '진보'라는 개념에는 언제나 정치적인 논리가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A보다 B가 더 나은 상태이니, 이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진보의 가치판단이라면, 그 근거는 정치적인 것일 수밖에 없을 테니. 그런 면에서 '진보'라는 단어의 정의는 간단하지만, 그 안에 내포된 의미는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코젤렉이 서두에서 말한 진보의 포괄적 개념을 마지막으로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과거에 있었던 진보를 통해 이제 우리는 우리들의 새 시대를 향해 질문을 던지게 되지만 과거를 돌아보면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어떤 관점이든 관계없이 진보의 개념에는 예측의 잠재력이 내재하고 이것은 언제나 정치적 입장을 띨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_ 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 : 진보>, p144


ps. 밀은 <대의정부론>에서 '질서 = 복종' 이라고 했는데, 스펜서의 복잡성 증가는 복종하지 않는 사회에서도 끊임없이 진보가 일어난다는 답도 포함된 것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된다... 

진보는 스스로 역사의 주체가 된 보편적 인류와 관련된 개념이 되었고, 때로는 개별적인 영역 혹은 구체적 행위 일체와 관련되었다... 진보 자체는 주체적 개념으로 가끔 더 나빠지는 것을 표현할 때도 있지만 보통 개선을 향한 움직임을 뜻한다. 또한, 진보는 비순환적 진행을 가리키며, 종종 가속화 Beschleunigung 를 의미한다. 진보의 목표는 유한한 범위 내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것과 그 목표를 무한하게 연기하는 사이에서 동요한다.(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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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 - 진보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
라인하르트 코젤렉 외 지음, 라인하르트 코젤렉 외 엮음, 황선애 옮김, 한림대학교 한림과학 / 푸른역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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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의 주제는 ‘진보‘다. 과거보다 더 나아진 상태를 의미하는 진보는 개선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진보했다는 표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준 시점과 비교 시점이 필요하다. 기준 시점 대비 비교 시점이 ‘개선‘되었다고 할 경우에 우리는 어느 요소에 가중치를 두고 이를 판단할 수 있을까? GDP가 우리 삶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없듯이, 우리는 객관적으로 ‘진보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던지게 된다...

‘진보‘는 순수하게 역사적인 어떤 시간을 개념화해야 했다. 물론 이 ‘시간화‘는 이론적 어려움을 초래했지만 무엇보다 정치적 언어 사용에서 이데올로기 개념으로 해결되었다... 진보는 스스로 역사의 주체가 된 보편적 인류와 관련된 개념이 되었고, 때로는 개별적인 영역 혹은 구체적 행위 일체와 관련되었다... 진보 자체는 주체적 개념으로 가끔 더 나빠지는 것을 표현할 때도 있지만 보통 개선을 향한 움직임을 뜻한다. 또한, 진보는 비순환적 진행을 가리키며, 종종 가속화 Beschleunigung 를 의미한다. 진보의 목표는 유한한 범위 내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것과 그 목표를 무한하게 연기하는 사이에서 동요한다.... 이 모든 의미 규정들은 서로 보완하거나 지지하면서 ‘진보‘ 개념을 정립시켰다. _ 라인하르트 코젤렉,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 : 진보>,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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