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운(水雲) 최제우의 종교 체험과 신비주의 문명텍스트 32
성해영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서양인을 인의(仁義)를 모르는 존재로 간주하는 동양인들이나, 동양을 문명화할 야만으로 여기는 서양인들 모두 자신을 중심으로 삼아 타자를 주변화하는 태도로서, 이는 천도에 반하는 것이었다. 수운은 이런 자기중심적 편견이, 모든 인간은 한울님을 모신 존귀한 존재이므로 궁극적인 우주의 중심이라는, 상제가 전해 주고 자신이 직접 체득한 오심즉여심의 무극대도(無極大道)에 어긋난다고 믿었던 것이다. _성해영, <수운(水雲) 최제우의 종교 체험과 신비주의> , p214

깨우친 이들 또는 종교인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신비로운 체험을 한다. 하늘의 목소리 또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며 깨어나는 경험을 하고 이를 통해 이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거듭나는 체험. 우리는 역사 속에서 종교적 체험의 사례를 적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종교적 체험에서 이뤄지는 계시는 큰 줄거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계시는 종교체험자가 '선택받은 자'로서 새로운 사명을 부여받고, '선택받은 자'는 그를 따르는 '선택받은 집단'을 이끌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든다는 결론으로 흐른다. 대체로 큰 종교의 창시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경험은 '선민'과 '비(非)선민'의 구별이라는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대표적인 유일신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에 나타는 배타주의는 구별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최제우의 동학(東學)의 진행 방향은 조금 다르게 흘렀다. 같은 계시, 다른 결론. 수운 최제우의 종교적 체험은 이전 선지자들과는 어떤 점에서 달랐던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리뷰에서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뜻밖에도 사월에 마음이 선뜩해지고 몸이 떨려서 무슨 병인지 알 수도 없고 말로 형언하기도 어려울 즈음에 어떤 신선의 말씀이 있어 문득 귀에 들리므로 놀라 캐어물은즉 대답하시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 세상 사람이 나를 상제(上帝)라 이르거늘 너는 상제를 알지 못하느냐?" 라고 하셨다.(p90)... 너는 무궁 무궁한 도에 이르렀으니 닦고 단련하여 그 글을 지어 사람을 가르치고 그 법을 바르게 하여 덕을 펴면 너로 하여금 장생하여 천하에 빛나게 하리라." _ 성해영, <수운(水雲) 최제우의 종교 체험과 신비주의> , p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상은 온수(溫水, 수도인 平城에서 서남쪽으로 80㎞ 지점)의 서쪽에 학관을 설치하여 700여 명을 가르쳤는데, 상상이 상과 벌에 관한 조항을 세우니, 제자들이 그를 섬기는 모습은 엄한 임금에게 하는 것 같았다. 이로부터 위의 유학의 기풍이 비로소 진작되었다.(p42/110) - P42

유아는 자주 재난이나 이변을 가지고 고윤에게 물었는데, 고윤이 말하였다.
"음양(陰陽)·재난(災難)·이변(異變)은 알기가 대단히 어렵고, 이미 이를 알더라도 누설될까 두려우니, 알지 못하는 것만 못합니다. 세상에는 묘한 이치가 대단히 많은데 어떻게 이러한 것을 묻습니까?"
유아가 마침내 중지하였다.(p44/110) - P44

《역(易)》에서 ‘군자는 이전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많이 알아서 그 덕을 쌓는다.’라고 하였습니다. 공자께서는 ‘말이란 뜻이 통하게 할 뿐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역사란 것은 유학의 일부분이며, 문학이란 유학의 찌꺼기인데, 노자(老子)·장자(莊子)의 허무(虛無)에 이르러서는 진실로 가르침이라고 여겨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무릇 학문이란 것은 도(道)를 탐구하는 것인데, 천하에 두 개의 도가 없으니, 어찌 사학(四學)이 있겠습니까."(p29/110) - P29

"무릇 위에 있는 사람이 선(善)하다는 것은 마치 구름이 움직여서 비가 내리면 만물이 그 내려준 것을 받는 것이며, 그가 악하게 되면 마치 하늘이 찢어지고 땅이 흔들려서 만물이 놀라는 것과 같은 것이니, 누군가 그것을 알지 못하고 그 누가 그것을 못 보겠는가? 어찌 한 사람의 몸을 죽이고, 한 남자의 입을 다물게 한다고 물리치고 도망칠 수 있으며 복종시켜서 없앨 수 있겠는가? 이는 모두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도리어 병을 키운 것이다.(p60/110) - P6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생애 가장 큰 축복 - 성석제 짧은 소설
성석제 지음 / 샘터사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운전 기사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 이제 학생은 지금까지의 나하고 같은 운을 갖게 된 거야.... 자연스럽게 학생도 여러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귀신처럼 재수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게 되겠지. 마치 운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라도 되는 양. 그런다고 너무 좋아하지는 말게. 나 또한 그런 운수를 믿고 내 일을 게을리 해서 여직 평범한 삶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까.˝ _ 성석제, <내 생애 가장 큰 축복>, p68

성석제의 <내 생애 가장 축복>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길지 않은 분량의 각 이야기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내용이기에 잔잔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읽게 된다. 어떤 이야기는 운(運) 좋게 끝나기도 하고, 다른 이야기는 운 나쁘게 흘러가기도 하지만 모두 삶을 송두리째 바꿀 극적인 이야기들은 아니다. 책을 읽으며 삶 속에서 있으면 좋을 행운, 없다고 해도 크게 아쉬울 것 없는 운들은 우리의 삶을 즐겁게 해준다는 것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앞서 택시 기사가 놓쳐버린 일상의 깨달음이 아닐까. 살아가면서 얻는 깨달음이 어떤 운보다 더 소중한 것임을<내 생애 가장 큰 축복>을 통해 배워 간다...

같이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서로를 닮아간다. 서로에게 거울이 되어주고 무언의 대화 상대가 되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깨달음을 준다. 삶에서 얼마 되지 않을 ‘개좋은‘ 만남을 놓치지 말고 누리라는 것을, 살아 있는 동안 사랑할 수 있는 존재를 사랑하라는 것을, 길드는 게 길들이는 것임을. 산소(개 이름)를 만나기 전까지, 진정 난 그걸 몰랐었다. _ 성석제, <내 생애 가장 큰 축복>, p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왕혜룡이 말하였다.
"살고 죽는 것은 천명에 달렸으니 저들이 또한 어찌 나를 해칠 수 있겠느냐? 내가 인의(仁義)를 가지고 막고 감싸고 있는데 또한 무엇을 근심하겠는가?"
마침내 그를 놓아주었다.(p28/158) - P28

최호가 말하였다.
"예전 태조가 하늘에 순응하여 천명을 받아 대(代)·위(魏)를 겸하여 부른 것은 은(殷)·상(商)
을 본받았던 것입니다. 국가가 공덕을 쌓아서 마땅히 만억(萬億)년을 향유해야 하는 것이지 명칭을 빌려 써서 이익이 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p40/158) - P40

병오일(20일)에 고구려 왕 고련(高璉)이 사신을 파견하여 들어와서 위에 공물을 바치고 또한 국휘(國諱)를 하겠다고 청하였다. 위의 주군은 황제의 계보와 휘자(諱字)를 기록하게 하여 그에게 주고, 고련을 도독요해(遼海)제군사·정동(征東)장군·요동군공(遼東郡公)·고구려왕으로 임명하였다. 고련은 고소(高釗)의 증손자였다.(p88/158) - P88

"불교의 교화가 중국을 뒤덮은 지가 이미 4대를 지났는데, 불상과 사탑(寺塔)이 있는 곳이 수천입니다. 최근에 오면서 마음은 들뜬 말초적인 것을 공경하고, 정성을 지극하게 하지 않으며, 다시 사치스럽게 경쟁하는 것을 중하게 여기니, 재목과 대나무, 구리와 비단을 써버리고 없애는 것이 끝이 없는데, 신기(神祇)에게도 관계가 없으며 사람들의 일에도 누가 되니 이것을 막지 아니하면 흘러 다니는 폐단은 쉬지 않을 것입니다."(p91/158) - P9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을 비우고 최대한 널리 하며 신중히 하여 기쁨과 노함을 남에게 덧붙여서는 안 된다. 능히 선한 것을 선택하여 이를 따를 수 있게 되면 아름다움은 스스로 자기에게 돌아올 것이며 뜻을 오로지하여 스스로 결정하여 혼자서 결단한 것이 똑똑했다고 자랑해서는 안 된다.(p24/91) - P24

무릇 나라를 흥성하게 하는 주군은 먼저 인사(人事)를 정비하고 그 다음으로 지형의 이점을 다한 후에 천시(天時)를 살피는 것이니, 이런 연고로 만 번 일을 일으켜도 만 가지가 다 완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p40/91) - P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