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가 탄식하여 말하였다. "나는 무슨 죄로 이에 이르렀는가?"

마문거가 말하였다. "폐하는 종묘를 어기어 버리고 돌아다니며 놀기를 그치지 아니하였으며, 밖으로는 정벌이나 토벌을 부지런히 하고, 안으로는 사치하고 음란하기 그지없어서 정장(丁壯)들로 하여금 화살과 칼날에 다 없어지게 하였고, 여자와 약한 사람이 구렁텅이를 메우게 하였으며, 사민(四民)은 직업을 잃고 도적들은 벌떼처럼 일어났습니다. 오로지 망령되고 아첨하는 사람만을 신임하며 잘못을 수식하고 간하는 사람을 거절하였습니다. 어찌하여 죄가 없다고 하십니까?"

황제가 말하였다. "나는 실로 백성들에게 빚을 졌지만 너희들에게 이르러서는 영화와 봉록을 아울러 지극하게 하였는데, 어찌하여 마침내 이와 같이 하는가? 오늘의 일에서는 누가 우두머리인가?"

사마감덕이 말하였다. "뭇 하늘 아래 있는 사람이 다 같이 원망하고 있으니, 어찌 한 사람에게 그치겠습니까?"

애초에, 황제는 스스로 반드시 어려움에 이를 것을 알고 항상 병에 독약을 넣어서 스스로 가지고 다니면서 아끼는 여러 희첩들에게 말하였다. "만약에 도적이 도착하거든 너희들은 마땅히 먼저 이것을 마시고, 그런 다음에 내가 마실 것이다." 난이 이르자 돌아보아 약을 찾았으나 좌우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도망하여 흩어져서 끝내 얻을 수 없었다

왕이 말하였다. "요(堯)·순(舜)·탕(湯)·무(武, 주 무왕)는 각기 그 시절을 이용하여 다른 방법을 취하였으니, 모두가 그들의 지극한 정성을 미루어서 하늘의 뜻에 호응하고 사람들의 뜻에 순응하였지, 아직은 하(夏)와 상(商)의 말기에 반드시 당(唐)과 우(虞)의 선양을 본받았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다.

만년현(萬年縣, 장안의 동쪽 반)의 법조(法曹)인 무성(武城, 하북성 고성현 서남쪽) 사람 손복가(孫伏伽)가 표문을 올려서 말하였다. "수는 그의 허물을 듣는 것을 싫어하여 천하를 망쳤습니다. 폐하께서는 진양(晉陽, 산서성 태원시)에서 용처럼 날고 멀고 가까운 곳에서 호응하여 아직 1년이 채 안 되어 황제의 자리에 오르셨습니다. 다만 이것을 얻는 것이 쉽다는 것만 알았지 수가 이것을 잃는 것이 어렵지 아니하였다는 것을 모릅니다. 신이 생각하건대 의당 그 전철(前轍)107을 밟는 일을 바꾸고 아랫사람들의 마음을 다 헤아리는데 힘쓰십시오. 무릇 인군의 말과 행동은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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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遼東)의 전쟁 때에는 거두어들이는 세금이 아주 여러 가지였고, 사자(使者)들은 길에 널려서 군과 현을 질책하니, 백성이 명령을 견뎌내지 못하였는데, 오직 귀향에 있는 촌락만큼은 동요되지 않고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통하게 하여 그 힘을 다 없애지 않고도 찾는 것을 모두 주었다.

어떤 사람이 굴돌통에게 항복하도록 유세하자, 굴돌통이 울면서 말하였다. "나는 두 주군을 섬겨 오면서 은혜와 돌봄을 받은 것이 아주 두텁다. 다른 사람의 봉록을 먹고서 그가 어려운 것을 못 본 체하는 일은 나는 하지 않는다!" 매번 스스로 그의 목을 쓰다듬으면서 말하였다. "응당 국가를 위하여 칼을 한 번 받아야 한다!" 장수와 병사를 위로하고 격려하는데 일찍이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적이 없었고, 다른 사람 또한 이것을 가지고서 그를 가슴 속에 품어 두었다.

이연이 불러서 그에게 물으니, 이세민이 말하였다. "지금 군사는 대의로써 움직이는 것이어서 나아가서 싸우면 이기고, 물러나 돌아오면 흩어집니다. 무리가 앞에서 흩어지면 적은 뒤에서 틈을 탈 것이어서 죽고 망하는 것이 며칠 없으니,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연이 마침내 깨닫고 말하였다. "군대가 이미 출발하였는데, 어찌 하는가?" 이세민이 말하였다.
"우군(右軍)은 엄하게 하여 아직 출발하지 않았고, 좌군은 비록 떠났으나 계산하여보면 또한 멀지 않으니, 청컨대 스스로 그 뒤를 쫓겠습니다."
이연이 웃으며 말하였다. "내가 성공하고 실패하는 것이 모두 너에게 달려있으니, 다시 무엇을 말해야 할지를 알겠으며, 오직 네가 시행하라."

이세민은 마침내 이건성과 더불어 밤으로 좌군 뒤를 좇아가서 다시 돌아오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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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정말 그런 줄 여기고 혹 그 사자를 매질하면 망령된 말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이로 말미암아 도적이 해내(海內)에 두루 퍼졌고 군현은 함락되어 없어졌으나, 황제는 그것을 모두 알지 못하였다. 양의신이 황하 북쪽에 있는 도적 수십만을 깨뜨려 항복시키고 상황을 나열하여 보고하자 황제가 탄식하며 말하였다. "나는 처음에 소식을 듣지 못하였는데 도적이 갑자기 이와 같아서 양의신이 항복시킨 도적이 어찌 이리 많은가!"

소위가 말하였다. "다른 날에는 도적이 장백산(長白山, 산동성 추평현 남부)을 점거하였지만 지금은 가까이 사수(?水, 하남성 형양현 서북 비수진)에 있습니다. 또 지난날에 있었던 조세와 전부(田賦) 그리고 부역하던 정남(丁男)은 지금 모두 어디에 있습니까! 어찌 그 사람들이 모두 변하여 도적이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근래 도적에 관한 주문(奏文)을 보건대, 모두 사실대로 하지 않아 드디어 지원하는 계책에서 빠뜨려 때에 맞추어 자르고 없애지 못하였습니다. 또 옛날에 안문(?門, 산서성 대현)에서 요동(遼東) 정벌을 그만 두는 것을 허락하시고 지금 다시 징발하니 도적이 무엇으로 잠잠해지겠습니까!" 황제는 기뻐하지 않고서 해산하였다.

이세민이 사이를 틈타 사람을 물리치고 이연에게 유세하였다. "지금 주상은 무도하고 백성은 곤궁하며 진양성(晉陽城, 산서성 태원시) 밖은 모두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대인(大人)께서 만약 작은 절개를 지키면 아래로는 노략질하는 도적이 있고 위로는 엄격한 형벌이 있어서 위태롭고 망하는 것은 몇 날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민심을 따르고 의로운 군사를 일으켜 재앙을 돌려 복으로 만드는 것만 못하니 이것은 하늘이 주는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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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오일(28일) 밤 이경(二更)40에 황제가 비밀리에 제장을 소집하여 군사를 이끌고 귀환하게 하니, 군사물자·기계(器械)·공격용 도구가 쌓인 것이 마치 언덕이나 산과 같았으며, 군영의 보루와 장막(帳幕)은 고정되어 있어서 움직여지지 않았으므로 그것을 모두 버리고 갔다. 무리들의 마음은 흉흉하고 두려워하여 다시 부대별로 구분을 이루지 못하고 여러 길로 분산되었다.

지금 저 이밀이 바른 말을 하고자 하나 오히려 두 사람의 뒤를 좇게 될까 두려우며, 아첨하며 생각을 따르는 것은 또한 저 이밀의 본 의도가 아닙니다.

왜 그렇습니까? 군사를 일으킨 이래로 비록 다시 빈번하게 승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군과 현에 이르러서는 아직 좇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동도에서 지키고 방어하는 것이 오히려 강하다고 하나 천하의 구원병이 더욱더 도착하고 있으니, 공은 마땅히 몸을 던져 힘써 싸워서 일찍이 관중(關中, 섬서성 중부)을 평정해야 하는데 자주 일찍 스스로를 높이려고 하는데 이르렀으니, 어찌 넓지 못하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하십니까?"

양현감이 웃으면서 중지하였다.

가을, 7월 계축일(17일)에 거가가 회원진(懷遠鎭, 요녕성 요중현)에 이어졌다. 당시 천하는 이미 혼란해졌고, 징발된 군사는 대부분 기약한 날을 지키지 못하거나 도착하지 않았으며, 고려 또한 피곤하고 피폐하였다.

봄, 정월 정축일(2일)에 조서를 내려서 천하의 군사들을 징소하여 탁군(?郡, 북경시)에 집결하게 하였다. 처음으로 백성을 모집하여 ‘교과(驍果)’라고 하고 요동(遼東)의 옛 성을 수축하고 군량미를 비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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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은 상상된 정치적 공동체로서, 본성적으로 제한적이며 주권을 지닌 것으로 상상된다. 민족은 상상되었다(imagined). 가장 작은 민족의 일원들조차도 같은 겨레를 이루는 이들 절대 다수를 알거나 만나보지 못한다. 그들에 대한 얘기를 들어볼 일조차도 거의 없으리라. 그럼에도 각자의 가슴속에는그들의 교감(communion)에 대한 심상이 살아 숨쉬고 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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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2 2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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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2 21: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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