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오일(28일) 밤 이경(二更)40에 황제가 비밀리에 제장을 소집하여 군사를 이끌고 귀환하게 하니, 군사물자·기계(器械)·공격용 도구가 쌓인 것이 마치 언덕이나 산과 같았으며, 군영의 보루와 장막(帳幕)은 고정되어 있어서 움직여지지 않았으므로 그것을 모두 버리고 갔다. 무리들의 마음은 흉흉하고 두려워하여 다시 부대별로 구분을 이루지 못하고 여러 길로 분산되었다.

지금 저 이밀이 바른 말을 하고자 하나 오히려 두 사람의 뒤를 좇게 될까 두려우며, 아첨하며 생각을 따르는 것은 또한 저 이밀의 본 의도가 아닙니다.

왜 그렇습니까? 군사를 일으킨 이래로 비록 다시 빈번하게 승리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군과 현에 이르러서는 아직 좇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동도에서 지키고 방어하는 것이 오히려 강하다고 하나 천하의 구원병이 더욱더 도착하고 있으니, 공은 마땅히 몸을 던져 힘써 싸워서 일찍이 관중(關中, 섬서성 중부)을 평정해야 하는데 자주 일찍 스스로를 높이려고 하는데 이르렀으니, 어찌 넓지 못하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하십니까?"

양현감이 웃으면서 중지하였다.

가을, 7월 계축일(17일)에 거가가 회원진(懷遠鎭, 요녕성 요중현)에 이어졌다. 당시 천하는 이미 혼란해졌고, 징발된 군사는 대부분 기약한 날을 지키지 못하거나 도착하지 않았으며, 고려 또한 피곤하고 피폐하였다.

봄, 정월 정축일(2일)에 조서를 내려서 천하의 군사들을 징소하여 탁군(?郡, 북경시)에 집결하게 하였다. 처음으로 백성을 모집하여 ‘교과(驍果)’라고 하고 요동(遼東)의 옛 성을 수축하고 군량미를 비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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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은 상상된 정치적 공동체로서, 본성적으로 제한적이며 주권을 지닌 것으로 상상된다. 민족은 상상되었다(imagined). 가장 작은 민족의 일원들조차도 같은 겨레를 이루는 이들 절대 다수를 알거나 만나보지 못한다. 그들에 대한 얘기를 들어볼 일조차도 거의 없으리라. 그럼에도 각자의 가슴속에는그들의 교감(communion)에 대한 심상이 살아 숨쉬고 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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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2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2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때 천하에는 무릇 군(郡) 190개, 현(縣) 1천255개, 호(戶)가 8백90여 만이 있었으며, 동서로 9천3백 리이고 남북으로는 1만4천815리이었다. 수씨[수]의 융성함은 여기에서 극에 달하였다.

황문시랑 배구(裴矩)가 황제에게 유세하였다. "고려는 본래 기자(箕子)가 책봉 받은 땅으로 한(漢)과 진(晉)이 모두 군현(郡縣)으로 삼았습니다."

두건덕이 손안조에게 말하였다. "문(文) 황제 때에는 천하가 부유하고 번성하였지만 1백만의 무리를 징발하여서 고려를 쳤다가 오히려 패배하였소. 지금 홍수가 재앙이 되어 백성들은 곤궁하며, 이에 더하여 지난해에는 서쪽으로 정벌하러 갔고[토욕혼 정벌군], 간 사람은 돌아오지 아니하고 아픈 상처는 회복되지 않았소.

애초에, 아홉 개의 부대가 요하를 건너서 무릇 30만5천 명이었는데, 돌아와서 요동성까지 도착한 사람은 오직 2천700명뿐이며, 군용물자와 무기가 거만(巨萬)을 헤아렸는데 잃어버리고 없애서 다 없어졌다. 황제가 크게 화가 나서 우문술 등을 쇠사슬로 묶었다. 계묘일(25일)에 이끌고 돌아왔다. 애초에, 백제왕(百濟王) 부여장(扶餘璋, 백제 30대 무왕)이 사신을 파견하여 고려를 토벌해줄 것을 요청하였는데, 황제가 그로 하여금 고려의 동정(動靜)을 엿보게 하였더니, 부여장이 안으로 고려와 몰래 내통하고 있었다.

봄, 정월 을사일(1일)에 조서를 내려서 하북(河北, 황하 이북)에 있는 여러 군사 1백여만을 징발하여 영제거(永濟渠)1를 뚫었는데, 심수(沁水)의 물을 끌어서 남쪽으로 하(河, 황하)에 도달하게 하고, 북쪽으로 탁군(?郡, 북경시)으로 통하게 하였다. 정남(丁男)이 공급되지 못하자 처음으로 부인을 부렸다.

신축일(6일)에 황제가 급사랑(給事郞) 채징(蔡徵)에게 말하였다. "옛날부터 천자는 순수(巡狩)하는 예의(禮儀)가 있었다. 그러나 강동(江東, 남북조의 남조)의 여러 황제들은 대부분 연지와 분을 바른 것을 좋아하며 깊은 궁궐에 앉아있기만 하고 백성들과 더불어 서로 만나지 않으니 이 무슨 이유인가?" 대답하였다. "이것이 그들이 오래가지 못하였던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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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근대의 민족 ‘국가‘ 개념이 아닌 ‘역사공동체‘로서 ‘중국‘, ‘한국‘을 바라보고 그 사이 독자적인 문명으로 ‘요동‘을 바라본다. 저자의「요동사」는 통해 중국과 한 문명을 중개하거나, 위협하면서 독자적인 문명으로 ‘요동‘ 을 독자에게 보여주며, 이를 통해 독자들은 황하문명과 다른 독자적인 홍산문명을 기초로 ‘고조선-고구려‘에서 기원하여, ‘발해- 요-금-원-청‘으로 이어지는 요동 지역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이 (단일)민족주의 사관에 익숙한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대를 살아갔던 이들의 시각에 가까운 역사독법이 아닌가를 생각하게 된다...


‘중국‘이 특정한 국가의 국호이기에 앞서, 특정한 문화와 역사적 체험을 공유한 일정한 범주를 가리켜왔듯이, ‘삼한‘ 등도 특정한 국가의 이름이 아니라, ‘중국‘의 그것과는 다른 고유한 문화 양식과 정치 체제 및 역사적 경험 등을 공유한 지리적, 역사적범주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즉 ‘중국‘이 중국인들의 나라‘ 이름이라면, 삼한‘ 등은 한국인들의 나라‘ 이름이었다. - P49

요약하건대 역사상 ‘중국‘이 중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한인(漢人)이라는  특정한  인적  집단을  중심으로 하여 화하(華夏)의 고유한 문화를 창조하고 향유하면서, 특수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 하나의 역사공동체였다면, 이와 대응하거나 대립한 역사상 ‘요동‘도 또 다른 하나의 역사공동체로 이해될 수 있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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