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소위 자유세계라는 말은 1917년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전세계를 포괄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주의권 국가들에서의 극적인 실험 결과, 자본주의는 지구상의 대단히 광범한 지역으로부터 사라졌다. 따라서 오늘날의 세계는 연속성과 동시에 불연속성을 보이며 이 모순은 이제 내가 차례로 살펴볼 여러 문제들의 지평에 자리잡게 된다. 장기지속 구조로서의 자본주의, 사회적 복합체의 한 부분로서의 자본주의, 생존이냐 아니냐의 기로에 있는 자본주의 (그러나 만일 자본주의가 사라진다면 그와 동시에 우리 사회의 불평등도 함께 사라질 것인가?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긴 연구의 핵심적인 증거가 되는 것으로서 시장경제와 구분되는 영역으로서의 자본주의 등이 우리가 살펴볼 문제들이다. - P853

다른 한편, 19-20세기의 자유주의적인 자본주의 또는 경쟁적인 자본주의에 대해서 무엇이라고 말하든 간에 독점 (monopole)은 자신의 권리를 잃지 않았다. 독점은 단지 다른 형태를 띠고 나타났을 뿐이다. 그것은트러스트(trust)와 지주회사(holding)로부터 1960년대에 해외지사의 수가 세 배로 늘어난 유명한 미국의 다국적 기업(multinational firm)에 이르기까지 여러 형태들을 가지고 있다.  - P855

요컨대 오늘날에든 과거에든 자본주의의 중요한 특권은 선택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특권은 사회 내에서의 지배적인 위치, 대자본, 차입의 능력, 정보망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강력한 소수집단 구성원들(비록 그들이 경쟁 때문에 분열되어 있다고 해도)간에 일련의 법칙과 인적 관계를 만드는 연결망 같은 것들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 P855

자본주의를 단순히 "경제체제"로만 상정한다면 그것은 그 어느것보다도 큰 실수이다. 실제로 자본주의는 사회질서를 근간으로 하여 살아가며, 또 적대적이든 우호적이든 국가라는 그 거추장스러운 존재와 (거의)동격의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이것은 늘 그래왔던 현상이다. 동시에 자본주의는 사회적 건조물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모든 문화적 원조를 이용한다. 왜냐하면 문화는 아무리 불평등하게 향유되고 있고 또 모순적인 흐름들이 관류하는 실체라고 해도 결국은 기존 질서의 유지에 최상의 공헌을 하기 때문이다. - P857

이곳은 각 단위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동시에 서로 의지하는 진정으로 "경쟁적인" 세계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이원하는 모든 것들을 시내에서 만들고 저장하고 그리하여 얼마든지 제공했던 수천 개의 소기업들이 축출되어버리자 뉴욕 시는 해체되기에 이르렀다. 이 세계를 파괴하고 대체하여 시 바깥의 거대한 생산단위에 유리하도록 만든 것은 대기업들이었다. 뉴욕 시의 오래된 옛날 기업이 이곳의 학교에 빵을 만들어 공급하던 것이 이제는 뉴저지 주에서 만들어져들어온다. 이것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나라의 핵심부에서도 경쟁적이었던 경제가 어떻게 변모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 P86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 온난화에 대한 증거(빙하코어에서 볼 수 있는)의 요점은 우리가 식물이나 바다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크게 초과하여 너무 많은 이산화탄소를 방출함으로써 자연의 미묘한 균형을 파괴했다는 사실이다.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지난 몇 년 동안에 나타났다. 온실효과를 모사하는 기후모델에 따르면 성층권(고도 10 킬로미터 이상의 상층 대기권)이 냉각되고 대류권(고도 10 킬로미터 미만의 하층 대기권)은 온도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우주 탐사선이 측정한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결국 우리는 다른 모든 용의자(앞에서 언급된)를 배제할 수 있다. 태양열은 1940년 이래로 증가가 아니라 감소해왔으며, 우주선, 메탄, 화산가스, 기타 그 어떤 잠재적 원인의 증가도 없었다. 문제를 직시하라. 인간이 문제다.

마지막으로 지구 온난화에 대한 논쟁이 과학적이라기보다 순전히 정치적인 논쟁임을 말해주는 강력한 증거로 창조론자들과 기후 변화 부정론자들의 회원 명부가 상당 부분 겹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은 지구 온난화의 과학적 진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다. 2006년과 2007년에 33개국의 3만3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국민의 90%가 기후 변화를 심각한 문제로 간주하고 있었으며,37 80%는 인간이 기후 변화의 원인임을 인식하고 있었다.38 창조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미국은 과학적 진실을 수용함에 있어서 세계의 다수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공기 부피의 약 99%를 차지하는 질소와 산소는 기본적으로 적외선 복사를 투과시킨다. 그러나 온실가스는 적외선 복사를 흡수한 후 여러 방향으로 방출한다. 온실가스가 없었다면 적외선 복사는 지표면으로 재흡수 되지 않고 모두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갔을 것이다.

이들 쟁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보면 이들이 과학적 증거를 거부하는 듯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대중은 과학 연구를 존중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조사 대상의 84퍼센트는 과학이 인간사회에 유익한 지식을 제공했다고 믿는다.

지구 온난화는 결국 공공보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모기 같은 감염원의 지리적 분포가 확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륙 봉쇄는 영국 무역을 겨냥한 광범위한 정치적·경제적·군사적 조치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대륙 체제는 유럽을 위한 새로운 정치적·제도적·경제적 조직에 대한 나폴레옹의 관념을 반영했다. 물론 나폴레옹이 생각하는 새로운 유럽 조직에서 프랑스는 최상의 경제적 우위를 누릴 것이었다. 이 두 가지 개념은 동일한 게 아니었다. 대륙 봉쇄는 해상 경쟁자를 약화시키고자 육상 강국이 실행하는 경제 정책이었다. 나폴레옹의 칙령은 해상에서 영국의 우위와 영국 항구를 상대로 고전적인 봉쇄조치를 시행할 수 없는 프랑스 해군의 능력 부족을 암묵적으로 인정했다. 반면에 대륙 체제는 개념적으로 볼 때 유럽에서 새로운 정치적·경제적 실체를 창출하는 것이었고 대륙에 훨씬 더 큰 구조조정을 수반했다.

비록 나폴레옹 제국은 일시적인 것으로 드러나게 되지만 나폴레옹은 언제나 대륙에 대한 정치적 비전을 품고 있었다. "나는 하나의 유럽 체제, 유럽 법전, 유럽 사법부를 창설하고 싶었다. 유럽에는 오로지 하나의 국민만이 있을 것이었다"라고 그는 나중에 유배 생활 중에 주장했다. 하지만 훗날 여러 세대의 작가와 저자들에 의해 대중화된 이 ‘유럽 합중국’이라는 비전은 유럽연합의 초기 판본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회원국들 간의 평등이나 자유무역과 [상품과 사람의] 제한 없는 이동이라는 요건을 갖춘 경제 연합의 창설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와 반대로 나폴레옹은 프랑스의 이해관계를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시하고─"프랑스를 최우선으로"라고 그가 지적했듯이─상품의 이동을 제한하는 옛 관세를 부활시킴으로써 프랑스의 상업을 보호할 계층화된 경제체제를 구상했다.

나폴레옹의 실패 원인은 이 체제를 충분히 긴 기간 동안 철저하게 유지하지 못한 데 있다. 이런 측면에서 여러 요인들이 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첫째, 에스파냐에서 나폴레옹의 패착과 더 중요하게도 러시아에서의 패착은 이 체제에 결정타를 가했다. 둘째, 영국의 국가적·경제적 안보는 봉쇄에 대처해 스스로를 조정한 영국 재정 시스템의 유연성 덕분에 진정으로 위협받은 적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해군은 영국의 제해권을 위협하거나 유럽 대륙에서 영국 상품을 배제할 수 있는 봉쇄를 실효적으로 강제할 만큼 강하지 않았다.

궁극적으로 대륙 봉쇄 체제가 실패한 원인은 그 내부적 모순에 깊이 뿌리 박혀 있다. 사실 영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대단히 높고 프랑스는 한마디로 영국을 대체할 능력이 없으니 영국 상품이 유럽 시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란 불가능했다. 더욱이 나폴레옹의 정책들은 그 정책들을 견디도록 강요받은 이들로부터 자연히 커다란 불만과 분노를 자아냈다. 전에는 번영을 누렸던 많은 지역들의 경제, 특히 네덜란드와 한자 도시들의 대형 상업 중심지들은 봉쇄로 인한 피해가 심각했다

더욱이 틸지트 조약 체결 이후로 15개월 동안 유럽 지정학에서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난 터였다. 사실 틸지트의 초창기 희열은 증발해버렸고 양측에는 이제 차가운 현실주의가 들어섰다. 러시아는 분명히 나폴레옹과의 동맹의 장단점을 따지고 있었고, 나폴레옹은 나폴레옹대로 영국과의 대결에서 여전히 프랑스의 중요한 맹방인 오스만 제국과 관련해 러시아에 양보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1808~1809년의 사건들은 에스파냐에서 벌어진 전쟁의 경로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나폴레옹의 전역 이후에 프랑스는 에스파냐 중부와 북부 대부분을 다시 장악했지만 많은 지역들에서 계속해서 힘겨운 싸움에 직면했다. 카탈루냐와 안달루시아, 에스트레마두라 일부 지역들은 프랑스군에 강력히 저항했고 도시들의 용감한 방어는 에스파냐 저항 세력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을 뿐이었다.

이것은 소름 끼치도록 비인간적인 열성과 총체성을 띤 전쟁, 〈전쟁의 참상Los desastres de la guerra〉이란 제목의 고야의 잊을 수 없는 연작 판화에서 그토록 생생하게 묘사된 전쟁이었다. 이 전쟁은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폴레옹이 극복할 수 없는 난관들을 제기했다. 프랑스는 개혁, 점령, 협력, 억압을 조합한 전통적인 수법에 의존했고 다른 지역에서는 이 수법이 통했다. 하지만 에스파냐에서 그들은 "프랑스가 에스파냐를 피 흘리게 할 수 있는 것보다 프랑스를 더 피 흘리게 하면서" 전쟁의 끔찍한 희생을 치를 각오가 된 상대와 맞닥뜨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본주의는 계급을 세분화하고 이들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반(反)자본주의적 운동을 잠재워왔다. 가령 "철도 파업에 수험생들 ‘발 동동’"(최지인 「제대로 살고 있음」)이라는 구절에서 볼 수 있듯, 철도 파업이 무엇에 저항하는지는 가린 채 그것이 노동자들과 무관해 보이는 이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에 집중하게 하는 방식이다. "마르크스는 시간이 흐르면서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균일한 존재 조건을 공유"하게 되며 "자본주의의 계급 구조가 점차 단순"해질 것이라 예상했고, 따라서 노동계급은 자본주의에 맞설 응집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러한 예측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비록 자기 노동력을 판매하는 임금소득자로서 노동계급이 폭넓게 정의되고 구성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노동자들의 경험은 대단히 파편적이기 때문에 공통된 계급 정체성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낸시 프레이저(Nancy Fraser)는 ‘계급투쟁’을 보다 넓은 의미로 재정의하여 자본주의와 맞서기 위해 필요한 세력을 연합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간주하자고 주장한다. 계급운동이 특수한 노동자집단의 경제적 이익만을 대변하는 개별적인 투쟁으로 치부될 때, 자본주의에 맞서는 일에 다수가 동참하기는 어려워진다.

고봉준 역시 "지금 한국시의 주력으로 평가되는 젊은 시인들의 시에서 ‘분노’의 감정이 표면에 드러나는 장면을 찾기" 어려워진 사정이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달라진 주체화 방식, 즉 주체성의 위축에서 기인한다고 해석한다.

마크 피셔(Mark Fisher)는 지금의 자본주의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로 ‘자본주의 리얼리즘’을 든다. 이는 자본주의가 "문화의 생산뿐 아니라 노동과 교육의 규제도 조건 지으며, 나아가 사고와 행동을 제약하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까지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자본주의는 선택 가능한 체제 중 하나가 아니라 대안 없는 유일무이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자본주의가 이데올로기로 인식조차 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자본주의를 향해 부정적 정서를 표출하는 작업은 어떤 감응도 창출해내기 어렵다. 게다가 자본주의가 초래한 극심한 불평등을 그대로 재현하는 일은 도리어 그것이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질서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자본주의를 향한 직설적인 비판이 오히려 자본주의는 공고하며, 혁명은 무모하고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강화하게 되는 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뜨거운 지구, 역사를 뒤흔들다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남경태 옮김 / 씨마스21 / 2022년 3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12월 22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2년 06월 28일에 저장

바다의 습격- 인류의 터전을 침식하는 해수면 상승의 역사와 미래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최파일 옮김 / 미지북스 / 2017년 8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22년 06월 28일에 저장

선사시대 인류의 문화와 문명
브라이언 페이건.나디아 두라니 지음, 이희준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2년 3월
30,000원 → 30,000원(0%할인) / 마일리지 300원(1% 적립)
양탄자배송
12월 22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2년 06월 28일에 저장

고대 문명의 이해
크리스토퍼 스카레 외 지음, 이청규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15년 3월
35,000원 → 35,000원(0%할인) / 마일리지 350원(1% 적립)
양탄자배송
12월 22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2년 06월 28일에 저장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