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강의 1 아카넷 한국연구재단총서 학술명저번역 579
외젠 비올레르뒤크 지음, 정유경 옮김 / 아카넷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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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술은 결코 죽지 않으므로, 그 원리들은 어느 시대에나 진리로서 남아있다. 인류는 언제나 동일하다. 인류의 풍속과 제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그 정신은 변화하지 않는다... 인류가 사용하는 언어는 다양하지만 그것들은 영원히 동일한 관념들을 표현하고 동일한 욕구들의 충족을 주장할 뿐이다.(p19)

모든 건축적 형태는 나름의 이유를 가지므로 모든 형태의 이유를 물을 것, 그 형태들의 근저가 되는 다양한 원리들의 기원에 주목할 것, 이러한 원리들의 가장 전형적인 전개를 분석함으로써 그 장단점들을 제시하면서 그 논리적 결과들을 추적할 것. 끝으로 고대 예술의 원리들을 현재의 요구에 적용하는 것에 주목할 것. 이것이 내가 건축을 다룰 때 스스로에게 제시하는 기준이다.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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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1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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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16: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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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고구려(高句麗)와 발해(渤海, 大震) 중국역사로 편입시키려는 중국 역사학계의 연구는 마무리되고, 이제는 남아있는 유적(遺蹟)마저 훼손하는 단계에 이른 듯하다. <요동, 고구려 산성을 가다>에서는 이와 같이 사라져가는 고구려 산성의 모습이 잘 그려진다.


 오늘 와서 보다시피 박작성(泊灼城)은 어느 날 갑자기 만리장서 동단의 기점이란 설명하에 호산장성(虎山長城)으로 화려하게 변신을 했다. 고구려 특유의 석성을 벗겨내고 그 위에 명나라의 전형인 벽돌로 쌓은 성으로 완전 탈바꿈했다... 그동안 줄기차게 하북성 산해관(山海關)이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라고 해왔다... 수많은 자료를 무시하고 느닷없이 2009년에 명나라 장성의 동쪽 끝단이 호산장성이라고 발표했다.(p223)... 호산장성이 들어서기 전에만 하여도 단동 관광지도를 보면 그 자리에 "고구려 성터", "고구려 옛 우물터"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졌다고 한다. 지도에서만 없앤 것이 아니라 아예 성은 둔갑을 하였고, 우물을 메워 고구려의 흔적을 지워 버렸다. 이것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오늘에 와서 보는 압록강변의 고구려성들은 이미 그 흔적조차 없다.(p224) <요동, 고구려 산성을 가다> 中


 이제는 다른 나라의 땅에 남아 있는 선조들의 유적들이 소중하게 다루어지지 못한 현실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역사자료는 건축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남아 있는 문헌은 고구려가 요동(遼東)에 위치한 나라였으며, 우리는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임을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음을 생각해본다면, 역사를 왜곡하는 이들의 노력이 궁색해 보이기만 한다. 그 중에서도 최부(崔溥, 1454 ~ 1504)의 <표해록 漂海錄>에서 해당 내용을 살펴보자. 

 

 "당신네 나라는 무슨 비결이 있어서 수/당의 군대를 물리칠 수 있었소?"


 "모신(謨臣)과 맹장(猛將)이 병사를 지휘하는 데 도리가 있었으며, 병졸된 자들은 모두 충성스러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소. 그 때문에 고구려는 작은 나라였으나, 충분히 중국의 백만 대군을 두 번이나 물리칠 수 있었소. 지금은 신라와 백제, 그리고 고구려가 한 나라로 통일되어, 인물은 많고 국토는 광대해져 부국강병하오. 충직하고 슬기로운 인재는 수레에 싣거나 말(斗)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소."(p246) <표해록> 中


 진기 일행이 말했다. "우리 요동성 지역은 귀국과 이웃하여 의(義)가 한집안과 같습니다. 오늘 다행히 객지에서 서로 만나게 되어 감히 약소한 물품로써 예를 표합니다." 내가 말했다. "그대들의 땅은 고구려의 옛 도읍지다. 고구려는 지금 조선의 땅이니 땅의 연혁은 비록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그 실상은 한나라와 같소."(p351) <표해록> 中


 계면(戒勉)이라는 승려가 나에게 말했다. "소승은 본래 조선인 혈통인데 소승의 조부가 이곳으로 도망쳐 온 지 이미 3대가 되었습니다. 이 지방은 조선의 경계와 가까운 까닭으로 이곳에 와서 거주하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이 지방은 옛날 고구려의 도읍으로, 중국에 빼앗겨 예속된 지 천 년이 되었습니다. 우리 고구려의 풍속이 아직도 남아 있어 고려사(高麗祠)를 세워 근본으로 삼고, 제례(祭禮)를 올리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으니 근본을 잊지 않기 때문입니다."(p496) <표해록> 中


 정작 중요한 것은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유적 훼손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히려, 우리가  옛 문헌에 수록된 우리 역사를 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더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열하일기 熱河日記>의 저자 박지원(朴趾源, 1737 ~ 1805)은 요동을 지나면서 우리의 역사 인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탄식하고 있다.


 우리나라 선비들은 요동이 본시 조선의 옛 땅이고, 숙신 肅愼, 예맥 濊貊 등 동이 東彛(彛는 夷와 통해서 쓴다)의 여러 나라들이 모두 위만조선 衛滿朝鮮에 복속되었던 사실을 모르고, 오랄 烏剌, 영고탑 寧古塔, 후춘 後春 등의 땅이 본래 고구려 영토인 줄도 모른다.(p84) <열하일기 1> 中


 비록 반도 안에서 삼국을 합병했으나 그 강토와 국력은 고구려의 강대함에 결코 미치지 못했건만, 후세의 앞뒤가 꽉 막힌 학자들은 평양의 옛 이름만 마음으로 글워하여 한갓 중국의 역사 기록에만 기대고 수나라, 당나라의 옛 자취에만 흥미를 느껴 '이곳이 패수이다, 이곳이 평양이다'라고 한다. 이미 실제 사실과 다르고 차이 나는 것을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형편이니, 이곳이 안시성이 되는지 봉황성이 되는지 어찌 분변할 수 있겠는가?(p88) <열하일기 1> 中


 혼(魂)과 백(魄). 고구려의 백(魄)이 건축물, 미술품 등 유물이라면, 고구려의 혼(魂)은 문헌 속에 담긴 정신이 아닐까. 백(魄)이 죽은 후 3년이 지나면 흩어지는 것처럼, 유물은 세월의 흐름에 사라지더라도, 문헌 속에 담긴 뜻을 새긴다면 그 혼은 우리 안에서 불멸(不滅)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이는 잃어버린 땅 회복이라는 거창한 명분보다 더 절실하고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 여겨진다...


PS. 지금은 러시아 칼리닌그라드(Калининград)가 된 쾨니히스베르크(Königsberg). 이 곳이 배출한 유명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를 러시아 철학자로 만들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면 자신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만들고 싶어하는 민족의 본성(本性)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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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07: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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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08: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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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09: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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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15: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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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10: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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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16: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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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들 프랑스인들은 독일인에 비해 온건하다. 당신들은 기껏해야 왕을 참수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왕은 당신들이 머리를 자르기 전에 이미 머리를 상실했다... 막시밀리앵 드 로베르스피에르를 이마누엘 칸트와 비교한다면, 그것은 로베스피에르를 너무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p165) <독일의 종교와 철학의 역사에 대하여> 中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1797 ~ 1856)의 <독일의 종교와 철학의 역사에 대하여 Zur Geschichte der Religion und Philosophie in Deutschland>에서 프랑스 대혁명(Revolution francaise, 1789 ~ 1799)에 필적할 만한 독일혁명이 다가오고 있음을 프랑스인들에게 경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독일의 종교와 철학의 역사에 대하여>에서 하이네가 말하는 독일 혁명은 어떤 것일까. 그 이야기는 프랑스와 독일의 차이로부터 시작된다.


 일찌기 카이사르(Gaius Julius Caesar, BC 100 ~ BC 44)가 <갈리아 원정기 Commentarii de bello Gallico>에서 밝혔듯이, 프랑스인들과 독일인들은 그들의 선조들인 갈리아 인들과 게르마니아 인들만큼 다른 민족이었기에 독일의 혁명은 프랑스 혁명과는 같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이네는 독일 혁명이 어떻게 이루어진다고 보았을까?

 

 21 (1) 게르마니족의 관습은 갈리족과는 아주 다르다. 그들은 종교적 업무를 주관할 드루이데스들도 없고, 제사에도 관심이 없다. (2) 그들이 신으로 여기는 것은 태양신, 불의 신, 달의 여신처럼 눈으로 볼 수 있고 확실히 이익을 가져다주는 존재들뿐이다. 다른 신들에 관해서 그들은 소문조차 듣지 못했다.(p196)... 24 (1) 전에는 갈리족이 게르마니족보다 더 용감하여 먼저 공세를 취하는가 하면, 인구 과잉과 경작지 부족으로 레누스 강 동쪽으로 이민단을 보낸 적도 있었다... (6) 패배하는 데 점점 익숙해진 갈리족은 전투에서 여러 번 패한 뒤에는 자신들이 용기에서 게르마니족의 적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25 (4) 이쪽 게르마니아에는 설사 60일을 걸었다 해도 이 숲의 동쪽 끝에 이르렀다거나 또는 이 숲이 어디서 끝나는지 들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p199) < 갈리아 원정기> 中


 하이네는 독일 혁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종교와 철학에서 혁명 원리가 도출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 1729 ~ 1797)가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 Reflections on the Revolution in France>에서 지적했듯 사상의 부재는 가져온 프랑스 혁명의 실패 원인 중 하나였다. 그렇지만, 독일 혁명은 종교와 철학의 완성자가 있었기에 프랑스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이네는 주장한다. 먼저 종교를 살펴보자.

 

 자유로운 정부를 형성하는 작업은, 즉 자유와 억제라는 이 반대 요소를 조정하여 하나의 일관된 작품 속에 가두는 일은 많은 사려, 깊은 성찰, 현명하고 강력하며 결합하는 정신을 필요로 한다.(p375)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 中 


 독일에서는 혁명의 원리가 토속적이며 독일적인 철학으로부터 나오지 않는 한, 그리고 그러한 철학의 힘으로 보편화되지 않는 한, 어떠한 혁명도 불가능하다.(p100) <독일의 종교와 철학의 역사에 대하여> 中


 독일 철학은 전 인류의 문제와 관련된 중요한 사건이며... 우리와 같은 방법론적인 민족은 개혁으로 시작해서 이를 바탕으로 철학을 세우고, 오직 이를 완성한 이후에야 정치적 혁명으로 이행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p238) <독일의 종교와 철학의 역사에 대하여> 中


 정신주의는 물질을 파괴하고 정신을 찬미하는 사유이고, 감각주의는 정신의 지배에 맞서 물질의 자연권을 옹호하고자 하는 사유이다.(p54) <독일의 종교와 철학의 역사에 대하여> 中


 독일에서 가톨릭에 대한 투쟁은 다름 아닌 정신주의가 일으킨 전쟁이었다. 정신주의는 지배라는 타이틀만을 가지면서 법적으로만 지배했고, 반면에 감각주의는 오랜 은신처를 기반으로 현실적 지배력을 행사하며 실제로 지배했다... 17 ~ 18세기 프랑스에서 있었던 가톨릭에 대한 투쟁은 독일과는 반대로 감각주의가 일으킨 전쟁이었다.(p55) <독일의 종교와 철학의 역사에 대하여> 中


   <독일의 종교와 철학의 역사에 대하여>는 종교 혁명의 완성자로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 ~ 1546)를 제시한다. 하이네가 바라본 루터는 단순한 종교 혁명가가 아니라, 독일어 성경을 보급을 통해 독일 정신을 세운 선구자다. 루터의 독일어 보급 이후 크리스티안 볼프(Christian Wolff, 1679 ~ 1754)에 의해 비로소 독일어로 철학책이 씌어질 수 있었기에, 루터의 업적은 과소평가될 수 없다.


 인간 본성과 (그들이 말하는 대로) 자연적 이성은 천성적으로 미신적이고 앞서 주어진 법과 행위에 의해 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울어져 있고, 여기에 추가해서 모든 지상의 입법자들 관행에 의해 같은 생각으로 길들여져 있고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이 행위의 종살이에서 벗어나 신앙의 자유를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주님이 우리들을 이끌어주고 가르침 받은 자, 즉 신께 순종하는 자들로 만들고 그 자신이 우리 마음에 그가 약속한 것처럼 법을 새겨주도록 기도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는 한, 행함은 우리에게 속한다.(p350) <그리스도인의 자유에 대한 논설> 中


 앞에서 나는 우리가 그를 통해 어떻게 가장 위대한 사유의 자유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서술했다. 하지만 마르틴 루터는 단지 운동의 자유만이 아니라 운동의 수단도 가져다 주었다. 말하자면 그는 정신에 육체를 부여했다. 그는 사유에 언어를 입혔다. 그는 독일어를 창조했다.(p74) <독일의 종교와 철학의 역사에 대하여> 中


 종교가 철학에 도움을 바라는 순간부터 종교의 몰락은 피할 수 없다. 종교는 자신을 옹호하려 애를 쓰며 지껄여대다가 점점 더 깊이 파멸로 빠져들었다.(p135) <독일의 종교와 철학의 역사에 대하여> 中


 종교가 철학에 자리를 내주고 난 후, 독일 철학은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 ~ 1831)에 의해 완성되었다. 하이네가 칸트(Immanuel Kant, 1724 ~ 1804)보다도 높게 평가한 헤겔 철학은 <역사 철학 강의 Vorlesungen uber die Philosophie der Geschichte >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혁명을 세계사적 사건으로서 살펴보아야 한다. 형식적인 자유의 대립과는 별도로 이 혁명은 그 내실로 볼 때 세계사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는 모든 라틴국가(로마 가톨릭 세계) 즉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을 지배하는 사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윽고 이르는 곳마다 자유주의는 파산한다.(p430)... 라틴 제국에 대립하는 것으로서는 특히 프로테스탄트 제국이 있다... 독일은 프랑스군의 침략을 받을 뻔했으나 국민의 힘으로 그 압박을 물리쳤다. 명목뿐인 왕국은 완전히 소멸하고 몇 개의 주권국가가 탄생했다. 봉건제도는 폐지되고 재산과 개인의 자유가 근본원리가 되었다. 고매한 군주를 갖는 것은 국민에게는 커다란 행복이지만, 강력한 이성에 지탱이 된 대국에 있어서 그것은 그다지 커다란 의미를 갖지 않는다.(p433) <역사 철학 강의> 中


 역사에 등장하는 민족이 잇따라 교체하는 가운데 세계사가 그와 같은 발전과정을 더듬고 거기에서 정신이 실제로 생성되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틀림없는 변신론(辯神論)이며 역사 가운데 신이 존재함을 증명하는 사실이다.(p434) <역사 철학 강의> 中


 헤겔이 칸트와 피히테를 훨씬 능가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는 칸트처럼 명민했고, 피히테처럼 힘이 있었다. 동시에 그는 근본적으로 평화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헤겔은 라이프니츠 이후 독일이 낳은 가장 위대한 철학자였다.(p230) <독일의 종교와 철학의 역사에 대하여> 中 


 발전하는 역사의 흐름에서 이를 주도하는 민족은 교체되는 것이 신의 섭리이며, 과거 프랑스 혁명으로 대표되는 라틴 제국의 패권은 독일을 포함한 프로테스탄트 제국으로 교체되는 것이 필연임을 주장하는 <역사 철학 강의> 를 통해 하이네는 독일 민족의 위대한 혁명의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독일 혁명을 예고하는 결연한 문장을 읽다보면 우리는 피히테(Johann Gottlieb Fichte, 1762 ~ 1814)가 <독일 국민에게 고함 Reden an die deutsche Nation>의 결론을 떠올리게 된다. 동시에,  <독일의 종교와 철학의 역사에 대하여>의 마지막을 읽다보면, 약소국의 슬픔과 밝은 미래에 대한 간절함 또한 느낄 수 있다.


 독일의 천둥소리는 물론 독일적이다. 그것은 매우 민첩하지 않고 천천히 다가온다. 하지만 천둥은 울릴 것이다. 그리고 당신들 프랑스인들이 언젠가 그 천둥소리를 듣게 될 때, 세계사에서 결코 울린 적이 없는 그런 천둥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p241) <독일의 종교와 철학의 역사에 대하여> 中

 

 나의 목소리에는 아득한 옛날부터의 여러분의 조상들, 물밀듯이 밀려오는 로마인의 세계 지배에 맨몸으로 대항하여, 지금은 외국인의 악랄함에 맡겨져 있는 여러분의 산하와 평야의 독립을 위해 피 흘려 싸운 조상들의 목소리가 섞여 있다고 생각하라.... 또한 우리들은 신의 세계 계획에 의해 신성해지고 고무받은 사람들로 생각된다. <독일 국민에게 고함> 中


  이처럼 하이네의 <독일의 종교와 철학의 역사에 대하여>에서는 루터 이후 독일 종교와 철학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시대가 왔으며, 독일 민족의 혁명이 멀지 않았음을 말한다. 또한,  이러한 독일 사상의 흐름 외에 강대국 프랑스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약소국민의 슬픔이 잘 나타나, 아픈 현대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1919년 <기미 독립선언서> 중 하이네나 피히테의 목소리가 느껴지는 부분을 마지막으로 이번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아아, 新天地(신천지)가 眼前(안전)에 展開(전개)되도다. 威力(위력)의 時代(시대)가 去(거)하고 道義(도의)의 時代(시대)가 來(내)하도다. 過去(과거) 全世紀(전세기)에 鍊磨長養(연마 장양)된 人道的(인도적) 精神(정신)이 바야흐로 新文明(신문명)의 曙光(서광)을 人類(인류)의 歷史(역사)에 投射(투사)하기 始(시)하도다. 新春(신춘) 이 世界(세계)에 來(내)하야 萬物(만물)의 回蘇(회소)를 催促(최촉)하는도다. 凍氷寒雪(동빙한설)에 呼吸(호흡) 을 閉蟄(폐칩)한 것이 彼一時(피 일시)의 勢(세)ㅣ라 하면 和風暖陽(화풍 난양)에 氣脈(기맥)을 振舒(진서)함은 此一時(차 일시)의 勢(세)ㅣ니, 天地(천지)의 復運(복운)에 際(제)하고 世界(세계)의 變潮(변조)를 乘(승)한 吾人 (오인)은 아모 躊躇(주저)할 것 업스며, 아모 忌憚(기탄)할 것 업도다.我(아)의 固有(고유)한 自由權(자유권)을 護全(호전)하야 生旺(생왕)의 樂(낙)을 飽享(포향)할 것이며, 我(아)의 自足(자족)한 獨創力(독창력)을 發揮(발 휘)하야 春滿(춘만)한 大界(대계)에 民族的(민족적) 精華(정화)를 結紐(결뉴)할지로다. <己未 獨立 宣言書(기미독립선언서)  원문> 中


PS. 라인강의 간격이 현해탄만큼 넓다는 것을 <독일의 종교와 철학의 역사에 대하여>를 통해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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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7-12 09: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득 요즘 호랑이님의 도서 목록이 빡세(?)다는 생각을 했는데, 좀만 더 생각해보니 이분은 사시사철 그래왔던 분이시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9-07-12 09:38   좋아요 1 | URL
에고, 제 독서 스타일이 다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향이 있어 syo님께서 빡세다는 생각을 하셨나 봅니다. 나이가 들면 독서가 넓이가 아닌 깊이가 있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을 보면 부족함이 많아서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독서 목록 빡센 것으로는 syo님만한 분도 없을 것이라 쑥쓰럽네요 ㅋ 감사합니다.

syo 2019-07-12 09:45   좋아요 2 | URL
아, 호랑이님께서 ˝깊이가 없다˝고 말씀하셔서 깊이라는 단어의 정의에 대해 한참을 생각합니다..... 혹시 무슨 사전 보세요? 제 거랑 너무 다른 것 같아서ㅎㅎㅎ

대뜸 한 마디만 툭 던지고 예의도 갖추지 않았었네요. 좋은 페이퍼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겨울호랑이 2019-07-12 10:36   좋아요 1 | URL
^^:)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syo님의 재치는 따라갈 수 없네요. 그런 재치와 자유로움이 참 부럽습니다. 이제 시헙도 잘 마무리하셨으니, 좋은 글 부탁드려요. 즐거운 금요일, 주말 시작하세요!

2019-07-12 12: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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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2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4 10: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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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16: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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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9-07-12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럽 나라들이 붙어 있다보니 참 옥신각신할 일이 많았던 거 같은데 1차 세계대전도 사실상 유럽 내전이었잖아요. 민족주의도 눈에 보이지 않는 국경만들기에 적절한 방법이었겠지요. 이게 효과가 좋은지 전세계적으로ㅎㅎ;;

겨울호랑이 2019-07-12 18:40   좋아요 1 | URL
AgalmA님 말씀처럼 누구를 위한 민족주의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민족주의 뿐 아니라 다른 사상도 누군가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고대에 대한 열정 - 슐리만 자서전
하인리히 슐리만 지음 / 일빛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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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읽은 '트로이'와 관련된 <일리아드 Iliad>를 읽고 꿈을 키워오다가 미케네와 트로이 문명을 발굴한 슐리만의 자서전. 어렸을 적 자신의 꿈을 붙들고 이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슐리만의 모습은 위인전으로 접했던 어린 시절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비록, 유럽 어족(語族)이 동일 계통이라 상대적으로 익히기 쉬웠던 이유도 있겠지만, 수십 개에 달하는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 그가 기울인 노력은 어린 시절 느꼈던 감동의 크기를 짐작하게 한다... 

 

 [사진] Heinrich Schliemann (출처 : https://www.scinexx.de/dossier/heinrich-schliemann/)


 아버지가 호메로스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활약이나 트로이 전쟁 때의 사건들을 감동적으로 들려줄 때 나는 언제나 트로이에 대한 열렬한 옹호자가 되었다. 따라서 아버지로부터 트로이가 완전히 파괴되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몹시 서글픈 생각에 사로잡혔다.(p20) <고대에 대한 열정> 中


 이 곳에서 내가 주로 만나는 사람들은 사회의 최하층 사람들이었다. 나는 새벽 5시부터 밤 11시까지 정신 없이 일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공부할 여유는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p30)... 나는 호메로스의 시구 가운데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선율적인 그리스 어 리듬에 더없이 깊은 감동을 받았으며 나의 불행한 처지를 생각하며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p31) <고대에 대한 열정> 中


 나는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열의를 불태우며 영어 학습에 몰두했다. 그리고 공부를 계속해 나가는 사이 자연스럽게 모든 언어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요령을 터득했다. 그 방법을 소개하면 일단 어학 공부는 해석에만 매달리지 말고 끊임없이 되풀이해서 소리내어 읽어야 한다. 그리고 날마다 1시간씩 꾸준히 공부하고 언제나 흥미로운 대상에 대해 작문을 해 본다. 그리고 그것을 교사의 지도를 받아 내용을 암기한 뒤 다음 수업 시간에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외우는 것이다.(p37) <고대에 대한 열정> 中


 나는 언제나 지나친 흥분으로 잠을 충분히 잘 수 없었기 때문에 밤중에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이용해서 저녁에 읽은 내용을 다시 한 번 반복했다. 원래 낮 시간보다 밤에 훨씬 집중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반복 연습에는 효과적이었다. 나는 이 방법을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 어쨌든 나는 이런 방법으로 반년만에 영어의 기초지식을 완전히 익힐 수 있었다.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프랑스 어도 약 반 년만에 끝낼 수 있었다.... 이렇게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나의 기억력은 1년만에 눈에 띄게 향상되어 네델란드 어, 스페인 어, 이탈리아 어, 포르투갈 어도 쉽게 배울 수 있었다. 이러한 외국어로 유창하게 이야기하고 쓰는 데 6주 이상 걸리지 않았다.(p38) <고대에 대한 열정> 中


 나는 이 저술을 끝내면서 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발굴을 통한 역사 연구가 앞으로 더 발달해 하루라도 빨리 위대한 그리스 민족의 어둠에 싸인 선사 시대가 남김 없이 밝은 태양 아래 드러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발굴을 통한 연구로 숭고한 호메로스의 시가 결코 허구가 아니라 실제한 사실에 근거한다는 점이 명백해지기를 바란다.(p157) <고대에 대한 열정>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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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2: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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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2: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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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3: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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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3: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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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3: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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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9: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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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1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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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4 16: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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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포스 Topos - 장소의 철학 철학의 정원 11
나카무라 유지로 지음, 박철은 옮김 / 그린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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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과 과학의 구조를 ‘주어(주체) - 술어‘의 관계로 정의하고, 주체 중심의 서양 철학 대신 일본어의 특징인 ‘술어(장소)‘ 중심의 철학을 강조한다. 여러 주체가 어울어지는 장소, 배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분법(dualism)대신 포용과 상생을 니시다의 철학을 중심으로 풀어간다. 언어면에서 일본어와 동일한 통사구조를 가진 우리에게도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도식적으로 말하면 역사나 전통이 무거운 짐이 되어 공동체가 붕괴해 가는 추세 속에서 결국은 토포스(장소, 기억의 집적)가 부정되어 상실되어 가는 동안 고전 레토릭적인 기억술은 룰루스의 ‘결합술‘(Ars combinatoria)을 거쳐 데카르트적인 ‘방법‘으로 전화되어 갔다.(p33)


대우주가 뉴턴적인 절대공간에서 유기적 코스모스로 회귀한 것은 ‘장소‘ 문제의 일환으로서 자연과학적 공간관의 변천을 보아온 우리들에게 실로 의미 깊은 사건이다. 본래 그것과 결부된 새로운 진공관쪽은 그러한 내용이므로 진공이라고 말하기보다 오히려 ‘무의 장‘이라고 말하는 쪽이 좋을 것이다.(p56)

마투라나와 바렐라에 의하면 생물학이 우리들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인간이라는 것의 독자성은 전면적으로 ‘언어 사용‘을 통해 일어나는 사회적/구조적인 결합에 있다는 것이다.(p70)

신체는 의식적 자아 혹은 정신의 기체이자 장소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것은 마음과 몸, 혹은 정신과 신체를 실체적으로 구별해서 전자가 후자 속에 머물거나 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 말하자면 의식 혹은 정신이란 ‘신체의 변양의 관념‘(스피노자)이다.(p87)

프레게에 의하면 명제를 성립시키고 있는 것은 ‘불포화‘ 즉, 술어적인 것이다. 불포화(Ungesattigtheit)란 비완결성 혹은 보완의 필요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명제는 주어적 실체본위가 아닌 술어적 관계성에 있어서, 술어는 채워야 할 공백을 포함한 일종의 장소로서 파악되고 있는 것이다.(p104)

우리들 인간의 지식 체계 그 자체가 이러한 구체적 일반자의 무한한 층의 중첩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으로 주어적 판단의 극한에 무한히 깊은 직각적인 일반자가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술어적 방향의 극한에 거기에 있는 전부를 포함한 무한히 큰 일반자가 보인다.(p108)

왜 니시다는 이렇게 술어면을 중시하게 된 것일까. 그것은 그가 ˝의식의 범주는 술어성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에 주목했기 때문이다.(p109)

언어에 의해 사물을 생각하려고 할 때 우리는 누구든지 어떤 자연언어가 형태짓는 체계, 즉 어떤 국어(랑그)속에서, 또 그것에 의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p112)... 이러한 견지에서 유럽인의 언어활동을 재파악해 보면, 그것은 강한 실체화의 경향을 가지고 있고 모든 사상을 ‘S - P‘, 즉 ‘S is P‘(주어 - 술어) 에 의해 파악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p113)... 미카미 아키라는 영어에 비해 일본어는 ‘주제 - 술어(T - P)‘로 표현된다고 했다.(p115)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서양의 전통 논리학, 이른바 형식 논리학은 주어적인 논리, 주어 본위의 논리였다. 그것에 비해 일반적으로 술어적인 논리는 그 역전으로서 술어 본위의 논리가 된다.(p120)

장소 혹은 장이 추상적인 공간과 다른 것은 시간성의 유무이전에 균질적이지 않고 방향성을 가졌다는, 즉 의미를 띄고 있다는 것에 있다.(p126)... 실체적으로 생각하면 의미는 존재에 의해, 의미정보는 에네르기의 중개로 물질에 의해 지탱되지만, 장소적으로 생각할 때에는 존재는 의미에 의해, 물질은 에네르기를 매개로 해서 의미정보에 의해 지탱되는 것이다.(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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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0 1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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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0 2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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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0 21: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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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0 21: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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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3: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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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9: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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