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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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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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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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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간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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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열린책들 세계문학 229
알베르 카뮈 지음, 최윤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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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양을 째야 했고,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열십자 모양으로 매스를 두 번 그으면 피가 섞인 멀건 죽 같은 고름이 흘러나왔다. 환자들은 능지처참을 당하듯이 사지를 벌린 채 피를 흘렸다. 하지만 곧이어 배와 다리에 반점들이 나타났고, 멍울들은 더 이상 곪지 않는가 싶더니 곧이어 다시 커졌다. 대부분의 경우 환자는 지독한 악취를 풍기며 죽었다.(p51) <페스트> 中


[그림] La Peste(출처 : https://www.wikiart.org/fr/arnold-bocklin/la-peste-1898)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 1913 ~ 1960) 의 <페스트 La peste>는 흑사병이 덮친 알제리의 소도시 오랑(Oran)를 배경으로 한다. 처음에 쥐들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죽음은 서서히 소도시의 사람들을 덮쳐오면서 퍼지는 불안감과 공포. 그리고, 페스트의 창궐(猖獗)이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를 이 소설은 매우 실감나게 묘사한다.


 불과 사흘 만에 열병 발병율은 네 배나 뛰어올랐다. 사망자가 열여섯에서 스물넷으로, 스물여덟로, 서른둘로 증가했다. 나흘때 되던 날, 당국은 어떤 유아원에 임시 병동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시시한 농담으로 자신들의 불안을 감춰 오던 우리 시민들은 예전보다 더 풀이 죽어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p83)... 8월 한복판에 이르자 사실상 페스트가 모든 것을 뒤덮어 버렸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되자 개인의 운명이란 더 이상 없었고, 페스트라는 집단의 역사와 모두가 똑같이 느끼는 감정들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극심한 것은 이별과 유배의 감정이었으며, 거기에는 공포와 분노가 담겨 있었다.(p215) <페스트> 中


 갑작스레 자신의 삶을 침범당한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한다. 페스트를 위협요소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었다. 자신이 안전한 존재라고 느꼈을 때, 사람들은 이기적인 유전자의 개체(個體)로 행동한다.

 재앙이란 사실 공동의 문제이지만, 일단 닥치면 사람들은 쉽사리 믿으려 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전쟁만큼이나 페스트가 있어 왔다. 그렇지만 전쟁이든 페스트든 사람들은 늘 속수무책이다.(p53)... 우리 시민들은 자신들에게 닥쳐오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이별이라든가 두려움이라든가 하는 공통의 감정이 있기는 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개인적 관심사를 우선순위에 놓고 있었다.(p102) <페스트> 中


 그렇지만, 물러설 곳을 잃었을 때 사람들은 변하게 된다. 성문들이 닫히며, 도시가 개방계(開放系)에서 폐쇄계(閉鎖系)로 바뀌면서 이기적 유전자들이 생존을 위해 이타적인 행동을 선택하는 순간이 된다. 사랑하는 이/존재와 이별을 해야하는 상황에 부딪혔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외부에서 온 침입자를 적(適)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제 추상적인 존재인 '페스트'는 구체적인 불행으로 내부에서 실재화(實在化)된다. 사람들은 페스트와의 싸움을 통해 점차 고통을 겪으면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도시로 통하는 성문들이 폐쇄되는 순간부터 페스트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전까지 시민들은 자신들이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런 상태는 의심의 여지 없이 계속될 것 같았다. 그러나 일단 성문이 닫히고 나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서술자는 물론이거니와 그들 모두는 마치 한 배에 탄 꼴이 되었고 어떻게든 맞춰 나가야 했다... 성문들이 폐쇄되자 벌어진 일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p89) <페스트> 中


 불행 속에는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추상적인 것이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할 때, 바로 그 추상과 제대로 붙어야 한다.(p115)... 리유는, 또한 무엇보다도 새로운 각도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과 페스트라는 추상적 관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를 테면 우울한 투쟁과도 같은 것, 오랜 기간 동안 우리 도시의 삶 전체를 지배한 그 투쟁을 계속 추적할 수 있었다.(p119) <페스트> 中


 외부로부터 다가와 도시 전체를 뒤흔드는 이 불행이 우리에게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자제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부당한 고통만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그것은 우리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괴롭히도록 했고, 그렇게 우리로 하여금 고통과 한편이 되도록 만들었다. 바로 이것이 우리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질병이 갖는 수법의 하나이다.(p99) <페스트> 中


 이제 군중들은 페스트를 적으로 인식하고 힘든 사투(死鬪)를 시작한다. 사람들은 아폴로에 의지하여 싸움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절망적인 싸움의 끝을 알 수 없는 시점에 이르러 사람들은 아폴로 대신 디오니소스에게 자신을 의탁한다. 중세 페스트가 유럽 전역에 퍼져나갔을 때 유럽을 감싸던 광기(狂氣)가 작은 시 오랑에 넘쳐나게 된다. 낮에는 불안, 밤에는 위안이 이어지면서 공포에 담금질 되던 사람들은 서서히 바뀌어간다.


 수많은 군중이 기도 주간에 참여했다. 평소 오랑 시민들의 신앙심이 두터워서가 아니었다. 이렇듯 갑작스러운 종교로의 귀의가 그들을 빛으로 인도한 것도 아니었다... 다른 한편으로 시민들을 매우 특별한 심리 상태에 처해 있었는데, 그들에게 충격을 주는 믿기 어려운 사건들을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무언가 변화가 있음은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페스트란, 오긴 왔지만 결국엔 떠나가 버릴 불쾌한 손님일 뿐이었다.(p121) <페스트> 中


 무더위에 침묵까지 가세하자 겁에 질린 우리 시민들의 마음속에서는 모든 것이 훨씬 더 심각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하늘의 빛깔과 대지의 내음이 모든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영향을 주었다... 기력을 소진해 버린 봄이 지천으로 활짝 핀 수천의 꽃들 속에서 마지막 힘을 다하다가 페스트와 무더위라는 두 배의 무게에 눌려 서서히 뭉개지려 한다는 걸 누가 봐도 확연히 알 수 있었다.(p146) <페스트> 中


 오랑 시민들이 이 전염병을 다른 병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던 초기에는 종교가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안 이상, 그들은 쾌락의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낮이 되면 사람들 얼굴에서 생생히 드러나는 불안이, 붉게 타오르는 먼지투성이 황혼 녘에는 일종의 격렬한 흥분과도 같은 것, 모든 사람들을 열의에 들뜨게 만드는 어설픈 자유로 용해된다.(p157) <페스트> 中


 그리고 거짓말처럼 힘든 싸움의 끝이 다가왔을 때, 사람들은 그토록 원하던 순간이 왔음에도 이를 기쁨으로 받아들이지를 못한다. 이는 페스트와의 싸움이 그들 자신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전염병의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후퇴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민들은 선뜻 기뻐하지 않았다. 지난 몇 달간의 시간이 자유에 대한 욕망을 키우면서도 그들에게 신중함을 가르쳐 주었고, 그럼으로써 전염병이 불원간 끝날 것이라는 기대를 점점 버리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새로운 소식이 모두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사람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커다란 희망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p343) <페스트> 中


 통계 수치가 가장 희망적이던 바로 그 시기, 우리 시민들은 모순되는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해서 그들은 흥분과 의기소침이 번갈아 연이어 나타나는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사실 그 시기에 탈출했던 사람들은 본능적인 감정에 굴복했다. 어떤 사람들에게 페스트는 깊은 회의주의를 심어 두었고, 그들은 그것을 제거하지 못했다. 희망이 그들에게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심지어 페스트의 시대가 다 끝나 가던 바로 그 시기에도 그들은 여전히 페스트의 원칙에 따라 살아가고 있었다.(p347) <페스트> 中


 페스트는 외부에서 왔고 다시 외부로 돌아갔지만, 페스트와 싸운 사람들 마음에 페스트의 씨앗을 뿌렸다. 그리고, 그 씨앗은 언제라도 다른 형태의 '페스트'가 닥쳤을 때 다시 싹을 틔울 것이다. 그들은 페스트를 물리쳤지만, 동시에 페스트를 받아들인다.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저버렸음을 리유를 제외한 군중은 결코 알 수 없었다.


 리유는 기뻐하는 군중이 모르는 사실, 즉 책에서 알 수 있듯이 페스트균은 결코 죽지도 않고 사라져 버리지도 않으며, 가구들이며 이불이며 오래된 행주 같은 것들 속에서 수십 년동안 잠든 채 지내거나 침실, 지하 창고, 트렁크, 손수건 심지어 쓸데없는 서류들 나부랭이 속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때를 기다리다가, 인간들에게 불행도 주고 교훈도 주려고 저 쥐들을 잠에서 께워 어느 행복한 도시 안에다 내몰고 죽게 하는 날이 언젠가 다시 오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p396) <페스트> 中


 그는 단지 페스트를 경험했고 추억한다는 사실을, 우정을 경험했고 추억한다는 사실을, 인간의 정을 알게 되었고 언젠가는 추억해야 한다는 사실만을 얻었을 뿐이었다. 인간이 페스트와 인생이라는 싸움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은 그것을 깨달았다는 것과 그것을 기억한다는 것뿐이다.(p372) <페스트> 中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깊은 불안을 던져 주고 있는 지금 시점에, 카뮈의 <페스트>는 질병이 어떻게 인간을 무력화시키는 것인지 잘 보여준다. 페스트를 비롯한 전염성 질환이 무서운 이유는 그 자체의 위험보다 서로가 자신을 주위로부터 격리시키고 스스로 고립되는 유배의 감정을 가져오기 때문이라는 카뮈의 통찰은 지금 우리에게도 분명 의미있게 다가옴을 느끼며 리뷰를 갈무리한다.


 그는 오랑 시민들이 보여 주는 모순을 가감 없이 평가하고 있다. 그들은 서로를 가깝게 하는 따뜻한 인간애를 절실히 원하면서도 동시에 서로를 멀어지게 하는 경계심 때문에 선뜻 나아가지 못한다. 누구든 자기 이웃을 믿을 수 없고,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그 사람이 페스트균을 옮겨서 자신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p253) <페스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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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02-04 2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저도 이 책이 읽고 싶어 도서관에서 대여해 놓았어요~~
곧 읽어 보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02-04 23:02   좋아요 1 | URL
때가 때인지라 몰입이 잘 되네요. 페넬로페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
 

 

인류의 근대사에서 주요 사망 원인이었던 천연두, 인플루엔자, 결핵, 말라리아, 페스트, 홍역, 콜레라 같은 여러 질병들이 동물들의 질병에서 진화된 전염병들이다. 역설적이지만 유행병을 일으키는 이 세균들은 대부분 오늘날 거의 인간들에게만 감염되고 있다.(p287)...  대중성 질병들은 반드시 대규모의 조밀한 인구 집단이 형성되어 있어야만 발생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인구 집단은 약 10000년 전에 농업의 발생과 더불어 시작되었고 지금으로부터 몇천 년 전에 도시의 발생과 더불어 가속화되었다.(p299) <총, 균, 쇠> 中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1937 ~ )의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는 인류에게 치명적인 질병이 가축 사육으로부터 유래되었으며, 신석기 혁명으로 형성된 도시 발달은 이들 질병을 전염성 질병을 가져왔음을 밝힌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자면, 문명(文明 cultivation)은 질병(疾病 disease)을 발전시킨 것으로, 이들을 동반자 관계로 해석된다. 현대인의 많은 질병이 스트레스성 질환이라는 사실은 이와 같은 관계를 뒷받침하지만, 동시에 문명과 질병은 서로 죽고 죽이는 경쟁관계이기도 하다. 한스 지거리스트(Henry Sigerist, 1891 ~ 1957)는 <문명과 질병 Civilization and Disease>은 경쟁관계에서 이들을 조명한다.


 의학은 농업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생명을 보존하고 더 안전하게 만들려는 노력의 소산이다. 계속 살펴보았듯이, 의학의 역사는 문명 전체의 발전과정을 반영한다. 문명이 진보함에 따라, 질병에 맞서 싸우는 힘이 점점 더 커지고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투쟁에서 의학은 가장 주된 무기였다.(p373) <문명과 질병> 中


  <문명과 질병>에서 인류는 문명의 고도화를 통해 개체의 생명을 연장하고 사회를 안정화시키려는 노력을 해왔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질병은 퇴치해야할 적이다. 지거리스트는 본문에서 특히 사회과학으로서 의학이 지향해야 하는 목표에 대해 강조한다. 지거리스트가 바라보는 의학의 목적은 개체 치료가 아닌 사회 치료다.


 의학의 목표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을 사회의 의미 있는 일꾼으로 되돌려주는 것, 또는 질병이 환자를 덮쳤을 때 재정비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의학의 임무는 환자의 신체적인 회복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병이 나기 전에 누리던 사회적인 위치에 복귀하거나 필요하다면 새로운 자리를 찾을 때까지 계속되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의학이 기본적으로 사회과학인 이유다.(p134) <문명과 질병> 中


 지거리트는 <문명과 질병>에서 역사 속에 나타난 치명적인 질병인 흑사병(黑死病, Black Death)등을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나타난 질병보다 이러한 질병이 등장하게 되는 사회적 배경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한다. 여러 질병에 취약한 계층을 줄이는 것. 이것이 진정한 예방의학이며, 궁극적으로 의학이 지향해야할 방향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건강상태는 매우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 그가운데 매우 중요한 한 가지가 사회적, 경제적 요인이다. 빈곤은 인류에 대한 저주다... 처방은 명백하다. 서방의 몇몇 부유한 국가들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지역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어떤 나라든 다른 나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또 어떤 계층이 다른 계층들을 희생시키며 번영을 누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적어도 사회생활의 기본과정과 생산, 분배, 소비 등에 과학적 원리를 적용하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그리고 과학적 방침에 따라 전 세계적 규모로 사회생활을 계획한다면, 지구촌 주민들의 생활수준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건강상태는 교육수준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무지 역시 질병의 중요한 원인이다.(p384) <문명과 질병> 中


 질병으로 환자는 노동력을 일시적으로 또는 영구적으로 빼앗기며 그에 따라 경제적인 재앙이 생기므로 환자와 그 가족들은 전적으로 사회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많은 질병은 예방할 수 있고 또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예방과 치료에는 돈이 든다. 사회는 의사, 공중보건 담당자, 치과의사, 간호사 등 의료종사자들의 생활을 보장해주어야 한다.(p128) <문명과 질병> 中


 사회적 차원에서 예방의학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부의 불평등 문제, 교육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함께 역량이 집결되어야 한다. 그래서, 사회에서 질병에 취약한 계층이 점차 사라진다면 지금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Coronavirus)와 같은 대규모 전염성 질환에 대한 걱정도 한층 줄어들 것이고, 질병의 사회적 비용 또한 감소될 것이다.


  2020년 2월 1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국내 확진 환자가 12명으로 늘은 현 시점에서 사회 불안은 한층 커진 듯하다. 실시간 중계방송 하듯 피해상황을 보도하는 언론과 이를 정쟁거리로 만들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언행이 12명의 확진자를 가져온 질병보다 더 크게 사회를 흔드는 현실은 병을 고치는 왕의 능력에 대한 이야기 <기적을 행하는 왕 Les Rois thaumaturges>을 연상시킨다. . 결핵성 경부 임파선염(scrofule)인 연주창을 치료하는 왕의 기적을 분석한 마르크 블로크(Mark Bloch, 1886 ~ 1944)의 글 안에서 우리는 극한 현실에 담긴 인간의 신념을 확인하게 된다. 연주창이 아닌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에 담긴 누군가의 신앙이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있다면 그 신앙은 무엇일까.


 왕의 기적은 무엇보다도 최고의 정치권력을 나타내는 어떤 관념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p67)... 연주창은 왕의 병으로 불리는데, 그것은 왕이 손대면 병을 줄 수도 있고 치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p69)... 무서운 질병이 왕들의 손과 접촉하고 나면 치료된 것처럼 보이거나 때때로 정말로 치료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모두 거기에 신성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기적에 대한 신앙을 만든 것은 거기에 기적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대를 거듭해 증언이 축적되었고 점점 증가했으며 사람들은 경험에 근거해서 말했으므로 그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존엄하신 분의 손가락과 접촉했음에도 병이 지속되는 경우는 꽤 많았을 텐데, 이러한 경우 사람들은 그것을 빨리 잊어버렸다. 이렇듯 왕의 기적에 대한 신앙에는 집단적 오류의 결과이외에 다른 것은 없다.(p475) <기적을 행하는 왕> 中


 사실, 이러한 의도와 무관하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큰 희생없이 이번 위기가 넘어가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도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과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과 (아직은 결정되지 않은)피해자를 남기고 마찬가지로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마도 다른 변종 바이러스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에도 우리는 여전히 불안과 공포에 떨며 지내야 할까.


 아니면, 우리는 종편 방송의 수많은 건강관련 프로그램과 몸에 좋은 식품 소개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깨닫고, 질병에 취약한 계층을 줄여 사회 체질을 강화시켜 진정한 사회 공동체 차원의 예방의학 정책을 실시할 수 있을까. 질병을 통해 문명의 문제를 다시 고민하게 된다는 점에서 질병은 문명의 동반자임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질병의 치료에서 인간의 심리가 가져오는 효과에 대해 <문명과 질병>의 한 대목을 옮기며 페이퍼를 마무리한다. 

 

 오늘날 우리는 암시라는 심리적 메커니즘에 대해 알고 있고 의식적으로도 그것을 사용하고 있다. 암시와 자기 암시가 특정 질병의 어떤 증상들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신념이나 종교적 열정에 의한 긴장이 치료에 가장 적합한 마음의 상태를 만든다.(p232)... 근대적 경험은 신경증뿐만 아니라 특정한 기질적 질병도 암시나 다른 종류의 심리치료에 의해 완전히 낫지는 않아도 현저히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p234) <문명과 질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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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와 현실
임석재 지음 / 북하우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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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와 건축
임석재 지음 / 북하우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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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국적 추상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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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와 현실 임석재 교수의 1990년대 한국현대건축사 3
임석재 지음 / 북하우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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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하원형성은 이 가운데 자연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의 대지조건 속에서 그 의미를 갖는다. 건축은 자연 속에서 인간만의 보호공간을 축조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연과 인간세계 사이의 중간매개가 필요하다. 기하는 이러한 중간매개의 대표적 예이다.(p113)... 이와 동시에 기하는 인간의 사고와 논리에 의해 자연으로부터 추출된 것이기 때문에 강한 인공성도 함께 갖는다.(p115) <기하와 현실> 中


 기하는 추상적 환원경향을 대표하는 매개방식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기하는 단순성과 본질성을 기본특성으로 갖는데 이런 특성들은 추상의 환원적 경향과 잘 부합된다. 기하 역시 환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갖는다는 의미이다... 사물의 형상에는 기하적 구성이 직접 드러나 있지는 않다. 예술을 사물로부터 이러한 기하적 구성을 찾아낸 뒤 이것을 더욱 환원시켜 가장 기본적 상태로 보여주는 작업이라고 정의한다.(p163) <기하와 현실> 中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면서 다른 한편으로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축. 때문에, 건축에는 자연과 인간의 모습이 함께 표현된다. 건축의 예술미(美)는 자연의 법칙을 건물에 표현함으로써 표현되는 동시에, 인간의 실용성을 고려해야한다는 점에서 인공(人工)의 작품임을 느낀다. 그렇지만, 기하조작의 최상이 음(陰)과 허(虛)를 잘 활용한 것임을 생각한다면, 실용성 역시 자연법칙의 일부에서 온 것임을 깨닫는다.


 기하는 건축을 담기 위해 각색된다. 건축 가운데 기하적 각색의 목적이 되는 것은 기능이다. 기능은 단순히 실용성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행동과 행태에서 파생된 연계성을 가지며 존재를 위한 포괄적 조건으로 정의된다(p97)... 기하조작은 그 과정에서 음 陰적인 여백이 만들어져 고형적 윤곽과 조화를 이룬 상태가 가장 바람직하다. 이것은 곧 사용과정에서 사용자들이 몸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됨을 의미한다.(p132) <기하와 현실> 中


<기하와 현실>은 원리주의와 파생주의가 여러 기법으로 표현된 한국건축과 그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독자들을 실용성과 작가의 세계관이 잘 어울어진 건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건물 전체의 구조와 부분이 이루는 주제와 변주가 무엇인가로 안내한다. 



 기하가 분화되고 변신하는 정도에 따라 원리주의와 파생주의를 구별할 수 있다. 원리주의와 파생주의는 큰 차이를 갖는다. 기본목적부터 다르다. 원리주의가 기하원형이 갖는 본질적 가치에 의존한다면 파생주의는 기하가 갖는 변신능력과 이것의 포괄성에 의존한다. 원리주의가 현실 초월성을 기본 입장으로 갖는데 반해 파생주의는 가능한 한 현실과 닮으려는 입장을 갖는다.(p39) <기하와 현실> 中


 중첩, 파편, 반복 등의 조형기법은 이러한 중립성을 얻는 대표적 처리방식이다... 완전히 동일한 요소의 반복은 안정감을 바탕으로 한 규범성을 준다. 주제와 변주 개념으로 서로 일정한 차이를 갖는 동일 요소의 반복은 가변적 에너지를 느끼게 해준다.(p125) <기하와 현실> 中


 [사진] 재건축이 예정된 서울 둔촌주공아파트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집의 시간들'. [사진 KT&G 상상마당] (출처 : https://news.joins.com/article/23080773)


 만약 우리가 시대를 살아간 건축가의 사상이 담긴 건물과 건물들이 모여 형성된 거리가 하나의 역사(歷史)임을 깨닫는다면, 부동산 재개발을 둘러싼 정치, 경제 이권을 둘러싼 다툼이 얼마나 서글픈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압축근대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80년대 주공아파트 역시 하나의 시대 표상, 상징임을 생각한다면 이를 래미안, 힐스테이트로 바꾸는 공사가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의 발전인 것인가를 생각하며 리뷰를 갈무리한다... 


 압축 근대화라는 한국 현대사의 왜곡된 구조가 낳은 부정적 결과는 여러 분야에 걸쳐 복합적 상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을 단순 육면체와 라멘 구조로 단순화시킨 해석은 집중력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부정적 상황에 대한 대안은 단순히 건물형태를 바꾸는 데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건축이 사회에 대해서 갖는 존재론적 의미를 재정립하는 데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는 기하를 형태적 차원에서 해석하는 데에서는 찾아질 수 없다.(p92) <기하와 현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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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30 1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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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30 1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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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31 17: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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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31 17: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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