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치료법과 논설을 연구할수록 (그 내용이) 경강부회(牽强附會)한 것이어서, 밝히려고 하면 점점 더 어두워지고 바로잡으려 하면 점점 더 잘못되어, 하나라도 쓸 만한 것을 보지 못하니 한단(邯鄲)의 걸음을 배우는 사람처럼 망연해하였다. 난서(蘭書) 가운데 난해한 곳이 10 가운데 7에 이르지만, 한설(漢說)에서는 채용할 만한 것이 10 가운데 1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p71)... 사물(事物)에 그것을 시험해보았더니 취하는 것마다 근원에 이르는 것이 명백하여 불을 보듯 분명하였다. 이에 해부의 책을 가져다 그 통설에 의거하여 해부하여 살펴보니 하나도 어긋나지 않았다... 해부(解剖)의 서적이 옿고 한설은 틀렸다. 오직 <영추(靈樞)> 가운데 "해부해서 보았다"라는 글이 있는데, 한인(漢人)도 옛날에는 반드시 해부의 법이 있었을 것이다. 후세 사람이 그것을 전하지 못하고선 다만 찌꺼기만을 믿고는, 고찰할 수 없는 말만을 하면서 수천 년이 흐르는 동안 끝내 진면목을 알지 못하였으니 어찌 애석하지 않겠는가.(p72) <해체신서> 中


 스기타 겐파쿠(杉田 玄白, 1733 ~ 1817) 등이 저술한 <해체신서 解體新書> 서문은 한의학 漢醫學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한다. 보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해부와 관련한  한의학 내용을 비판하고, 서양의학의 지식을 취한 이유를 서문에서 설명한다. 우리는 서양의학이 르네상스 Renaissance를 거치면서, 쌓여진 해부학 지식을 바탕으로 급격하게 발전해왔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해체신서>의 말대로 전통의학에서는 우리가 취할 것이 없는 것일까. 이번 페이퍼에서는 <황제내경>의 개략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황제내경>으로 표현되는 동양철학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어느 날 황제(黃帝)가 천사(天師)인 기백(岐伯)에게 물었다. "상고(上古) 시대의 사람들은 모두 백 살이 넘어도 동작이 노쇠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쉰 살만 되어도 동작이 모두 노쇠한데, 시대가 달라서 그렇습니까, 아니면 양생(養生)의 도를 잃었기 때문입니까?"(p17) <황제내경> 中


 <황제내경>은 황제와 신하이자 스승 기백과의 문답(問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천수를 누릴 수 있는 방법, 양생에 관련한 질문으로부터 음양오행(蔭陽五行)의 세계관에 이르기까지 의학 전반에 관련한 내용이 설명된다. 


 '생명'이라는 것은 바로 생장, 발육하는 활력을 갖고 있는 자연법칙에 따라 발전, 변화하는 모종의 형태를 가리킨다.(p24)... 양생 養生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 및 정서, 음식, 일상생활, 운동 등의 모든 분야에서 하나같이 화합할 화 和자에 신경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단언해도 좋다.(p164) <그림으로 풀어쓴 황제내경> 中


 <황제내경>은 책 전반에서 조화를 강조한다. 조화의 원리를 설명하는 기본 원리는 음양오행 사상이며, 이러한 사상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장場이 인체 人體이다. 그리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오행의 성질을 담고 있는 장기 腸器와 정 精, 기 氣, 신 神의 조화가 필요함을 <황제내경>은 강조한다.


 옛사람들은 대자연 속의 모든 사물이 하나같이 금, 목, 수, 화, 토 등 다섯 가지 기본요소로 구성됐고 이 다섯 가지 요소의 성쇠에 따라 대자연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했다. 더불어 오행이 사람의 운명에도 영향을 주고 우주만물의 순환과 변화를 초래한다는 점을 깨달아, 얼마 후 오행 상극과 상생 이론이 탄생하게 됐다.(p38)<그림으로 풀어쓴 황제내경> 中


 <황제내경>에서는 병의 원인을 기 氣를 해치는 것으로 설명한다. 지나친 감정의 소비로 인해 몸을 상하게 되면 균형이 깨져 병이 든다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평소 지나침과 모자람이 없는 중용 中庸의 삶이 필요하다. 이러한 원리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주행 시 잦은 속도 변속을 하는 것보다 일정속도로 운전 시 같은 양의 연료로 보다 멀리갈 수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이론의 근거가 될 것이다.


 황제가 기백에게 물었다. "모든 병은 풍,우, 한, 서와 기쁨, 노여움에서 생겨납니다. 기쁨과 노여움을 절제하지 못하면 오장이 손상되고, 풍사나 우사는 몸의 윗부분을 손상시키며, 한사나 습사는 몸의 아랫부분을 손상시킵니다.(p89)... 황제가 물었다. "나는 이미 모든 병은 기에서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화를 내면 기가 위로 오르고, 기뻐하면 기가 완만해지며, 슬퍼하면 기가 흩어지고, 두려워하면 기가 가라앉게 됩니다.(p94) <황제내경> 中


 이처럼 <황제내경>은 오행의 성격에 신체의 각 부분 특성을 대응시키고, 음양을 통해 적정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신체기관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해부학에 근거하여 설명한 <해체신서>와는 차이점을 보인다. 피 血와 관련한 두 책의 설명은 이들의 차이를 보여주는 일면으로, <황제내경>에서는 관계성에 초점을 두는 반면, <해체신서>에서는 작동원리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인체의 시스템은 오장육부를 중심으로 신과 경락의 작용을 통해 이뤄진다. 구체적으로는 "사람의 삶과 죽음은 신 神, 정 精, 혈 血, 진액 津液, 기 氣, 경락 등에 의해 결정된다.(p30)... 혈과 정, 기는 서로 화생하는 특징이 있다. 다른 점이라면 정은 응집돼 거의 움직이지 않고 혈은 혈관 사이를 흐르고 기는 활력이 비교적 강하다는 것이다. 피는 흐르면서 안으로 장부에 영향을 공급한다. 또 밖으로는 형체에 관개 灌漑하는 역할을 한다.(p218)  <그림으로 풀어쓴 황제내경> 中


 혈맥(血脈)은 부드러우며 박동하지 않는다. 온몸의 동맥(動脈)이 끝나는 지점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시작하는 곳은 미세(微細)하다. 그것이 동맥의 미세한 곳과 교차하면서, 동맥의 혈액을 받는다. 끝나는 곳은 두 줄기의 대간(大幹)으로, 그곳에서 혈액을 크게 모아 우심실(心之右方)로 들여보낸다. 동맥은 순행(順行)하고 혈맥(血脈)은 역행(逆行)한다.(p284) <해체신서> 中


 <황제내경>과 <해체신서>의 차이는 이처럼 사람의 몸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로 정리될 것이다. 그리고, 이로부터 우리는 동양의 개방적 세계관과 서양의 폐쇄적 세계관의 차이로 나갈 수 있다. <황제내경>에서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개인의 조화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음양이 상대적 개념이듯, 조화를 이루기 위해 계절과 때에 맞는 음식섭취와 행동이 있다는 세계관은 상대적이며 유기적 세계관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화는 개인의 삶 뿐 아니라, 사회윤리로도 확대될 수 있음을 우리는 확인하게 된다. <황제내경>로 대표되는 동양의 세계관에서는 나와 자연, 사회가 다르지 않기에, 일이관지一以貫之 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 修身齊家治國平天下 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에 반해, <해체신서>안의 세계관은 절대적이며 고정적인 세계관이다. 보편법칙과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 세계. 이것이 두 책을 둘러싼 배경의 차이가 아닐까. 


 양생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자연 변화에 순응하는 것이다. 사계절의 추위와 더위의 변화에 따라 일하는 시간과 휴식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자연계의 기후 변화에는 특히 주의를 해야하고 봄과 여름이는 양기 陽氣를 많이 보강해야 한다. 가을과 겨울에는 음정 陰精을 많이 보충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p20) <그림으로 풀어쓴 황제내경> 中


 군주가 현명하지 못하면 12개의 장부가 위태로워지고, 길이 막혀 소통할 수 없게 되어 형체가 크게 상하게 됩니다. 이런 방법으로 천하를 다스린다면 종묘사직이 크게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p31) <황제내경> 中


 건강이라는 개념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신체 및 정신, 사회 복지적 차원에서의 완벽한 상태를 가리킨다. 단순히 육체적으로 질병이 없고 허약하지 않은 상태는 '건강한 상태'가 아니다.(p64) <그림으로 풀어쓴 황제내경> 中


 이처럼 우리는<황제내경>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서로 소통하는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인간에 의한 자연 정복이라는 서구의 가치관과는 반대되는 것으로, 이러한 반대의 입장은 '정신-신체'의 관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꿈 dream과 관련헤서 <황제내경>은 신체의 의사표현으로 바라보는 반면,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 ~ 1939)는 <꿈의해석 Die Traumdeutung>에서 꿈을 무의식의 작용으로 바라보고 있다. 신체 body의 증상이 정신 mind의 표현에 불과하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우리는 이원론(dualism)의 전형을 확인하게 된다. 


 꿈은 대단히 복잡한 현상이다. 더불어 꿈의 생성 원인 역시 매우 복잡하다... 사실 병리학적 각도에서 보면 많은 육체적, 정신적 질병은 잠복 기간 동안에는 그 증세가 그다지 뚜렷하지 않다. 더구나 낮에는 대뇌가 활동하고 뇌세포가 항상 흥분 상태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체내에 잠재된 병변이 뇌세포에 전달하는 미약한 자극을 감지하지 못한다. 따라서 신체는 꿈을 통해 사람들에게 건강이 나빠졌다는 사실을 알려줄 수밖에 없다.(p204) <그림으로 풀어쓴 황제내경> 中


 이제는 꿈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활동들이 더 이상 꿈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낮에도 활동하는 무의식적 사고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해야 한다. 셰르너의 주장대로 꿈이 아주 다양한 상징을 이용해 신체를 묘사하는 것처럼 보이면, 우리는 이것이 다분히 성적 충동에 굴복했을 무의식적 공상들의 활동이라는 것을 안다. 이 같은 공상들은 꿈에서뿐 아니라 히스테리성 공포증과 다른 증상들에서도 표출된다. 꿈이 낮의 작업을 이어받아 해결하고 가치 있는 생각들을 직접 밝혀 내는 경우, 우리는 정신 깊숙한 곳에 있는 미지의 힘들이 조력한 징표와 꿈-작업의 활약으로 보고 꿈의 위장을 벗겨 내기만 하면 된다. (p704) <꿈의 해석> 中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우리는 <해체신서>로 표현되는 서양사상과<황제내경>에 나타난 동양사상의 차이를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배타적인 내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평소 우리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때에 맞는 행동과 음식을 섭취해야 할 것이며, 이 경우에는 <황제내경>의 내용이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우리가 앓아 누운 경우에는 <해체신서>의 지식을 활용한 빠른 치료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때에 맞는 적절한 처방 지혜를 우리가 갖고 있기에 과학 science의 시대에 한의학 韓醫學이 오늘날에도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며 페이퍼를 갈무리한다...


PS. 고속도로 주행 시 크루즈(cruise) 기능은 정말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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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 김영사 모던&클래식
존 스타인벡 지음, 안정효 옮김 / 김영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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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를 봐도 미친 듯 싶었다. 형성되어가는 이 나라에 사는 모든 사람은 저마다 안전과, 이익과, 미래를 위해서 다른 모든 사람들과 닥치는 대로 싸웠다. 아메리카인은 땅이 소중한 줄을 알지 못해서, 그 땅을 마구 파헤치고, 약탈하고, 때로는 파괴하기까지 했다... 가족이 이루어지자 그 가족은 다른 모든 가족과 맞섰다. 마을이 이루어지자 그 마을은 다른 모든 마을과 맞섰다.... 불가피한 필요성에 따라 데려온 사람들은, 불안정하고 궁핍하지만 힘센 자들의 새로운 무리를 이루었고, 그들은 저항과 미움의 대상이 되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또다시 새로운 다른 사람들의 무리가 몰려온 다음에야 겨우 이웃이 되었다.(p88).. 그래도 한 세대나 두 세대, 그리고 아무리 오래 걸려도 세 세대가 지나가기 전에 모든 인종 집단은 예외없이 그들의 복수성 複數性, pluribus을 상실하지 않은 채 한 덩어리 속으로 흡수되었다.(p89)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 中


 존 스타인벡 (John Ernst Steinbeck, 1902 ~ 1968)은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 America and Americans>에서 미국의 기원을 이주자와 이전 거주자들의 대립으로부터 찾는다. 1492년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 1451 ~ 1506)년 산타마리아호(La Santa Maria와 3척의 배를 타고 중남미로 건너갔을 때부터, 1620년 메이플라워호(Mayflower)가 청교도 개척자들을 싣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갈 때부터 대립은 시작되었다. 


[사진] 메이플라워호(출처 : https://www.britannica.com/topic/Mayflower-ship)


 여러 가지 보편적인 특성이 많지만, 그것들은 상반되는 특성들 때문에 서로 상쇄한다. 아메리카인들은 모순 속에서 살아가고 숨을 쉬고 힘을 발휘하지만, 우리들이 스스로 엮어낸 신화에 대한 열정적인 믿음만큼 모순이 심한 측면은 또 없다.(p116)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 中


 그렇지만, 미국은 이러한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집단과 갈등을 조화롭게 해결하는 대신 새로운 이주자 또는 적에 대항하여 단결하는 방편을 택한다. 성조기(星條旗, Stars and Stripes)의 깃발 아래 현재의 모든 문제는 수면 아래로 끌어내려지고, 눈앞의 문제만이 중요한 사회가 된 것이다.


 아메리카인들이 한 민족으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직면한, 가장 중대하다고까지는 못하더라도 아주 심각한 문제를, 내가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회피했거나, 적어도 뒤로 미루어왔다는 생각이 든다.(p265)... 인간은 독립적인 개성이 강하면서도 무리를 지어 다니며, 사람이 우글거리는 도시와 집단 주택의 소음과 불편 속으로 떼를 지어 다니며, 사람이 우글거리는 도시와 집단 주택의 소음과 불편 속으로 떼를 지어 몰려든다.(p267)... 우리는 홀로 있기가 두렵고, 같이 있기도 두렵다. 우리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뿌리가 깊고, 필연적이고, 제멋대로 날뛰는 그 무엇 때문이다.(p268)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 中


 산업혁명기를 거치면서 부유해진 미국이 과거로부터 쌓여온 모순을 해결하기는 더 어려웠다. 그리고, 스타인벡은 이러한 풍요로운 미국에서 오히려 미래없는 사회 모습을 발견했다. 풍요로움이 가져온 공허함. 이것이 스타인벡이 발견한 미국의 문제점이다.


 모두가 평등하고, 평범하고, 민주적이고, 대부분이 신교도이고, 물질주의적이고, 속되게 하나같이 잘 먹고 잘 살아가던 19세기에 돈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부유해지자, 우리들이 한때 거부하고 몰아냈던 화려함과, 치장과, 의식과, 멋진 명칭과, 풍채와, 예절에 대한 깊은 갈망이 머리를 들었으리라. 그런 갈망이 존재했으므로 우리들은 그것을 해결하려고 했다.(p184)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 中


 나는 국가를 파괴하는 요인으로 안락함과, 풍요와 안정을 열거했다. 거기에서 권태롭고 짜증스러운 냉소주의가 자라나며, 그런 냉소주의로 인해서 현존하는 세계와 현재의 나 자신에 대한 반발이 무기력한 자기만족 속에 잠겨버린다.(p285)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 中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에서 스타인벡은 대립과 갈등으로부터 시작한 사회가 자신의 모순을 해결하지 않고 계속 미루다가 20세기의 풍요로움 속에서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는 자신이 속한 미국사회의 모습을 결코 밝게 보고 있지 않다. 그런 면에서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은 비극이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이 지난 세기와 21세기 초반에 거친 세계패권국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비극이기도 하다. 구대륙에서 꿈과 희망을 잃고 신세계로 떠난 이들이 이룬 것이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 아닌, 전쟁의 제국이었다는 사실은 인류 모두에게 아픔이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가 실천해야 할 의무도 없고, 충족시킬 목적도 없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고 믿는다. 인류에게는 최초의 목적이 우호적이지 못했던 자연계에서 끊임없이 생존하려는 것이었다... 우리의 필요성은 충족시키기가 불가능할 만큼 컸다. 우리의 꿈은 너무나 터무니가 없어서, 그 실현성은 천국에서나 찾아야 했다.(p278)... 우리는 절대로 길을 잃지는 않았다. 과거의 길들이 끝났으며, 우리는 아직 미래로 향하는 길을 찾아내지 못했다.(p284)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 中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을 통해 우리는 스타인벡의 뛰어난 통찰과 함께 그가 지적한 문제들이 지금도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확일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에게 좌절감을 던져주기도 하지만, 스타인벡의 말처럼 지금 이 순간이 아무도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찾는 시작점이 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이 리뷰의 마지막은 <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의 전체 내용을 요약하되, 청교도 이주로 시작된 미국에 맞게 해당 성경 구절로 끝내려 한다. 해당 구절들은 대립으로 시작한 기원과 신생국에서 세계 패권국으로까지의 성장, 그리고 물질문명의 종착점에서 미국 지성인들이 던지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구절들이라 생각한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이제부터는 한 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세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맞서고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맞설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딸이 어머니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맞서 갈라지게 될 것이다." (루카 12 : 51 ~ 53) 中


 처음에는 보잘것없겠지만 나중에는 훌륭하게 될 것일세.(욥 8 : 7) 中


 허무로다, 허무! 코헬렛이 말한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태양 아래에서 애쓰는 모든 노고가 사람에게 무슨 보람이 있으랴?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지만 땅은 영원히 그대로다.(코헬 1: 2 ~ 4)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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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0-03-20 0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청교도 정신으로 시작한 나라
가 새로운 시기에 접어 들어서는
기득권 탐욕의 나라로 시대적
전환을 맞이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03-20 09:05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이제는 탐욕의 제국이 되버린 미국입니다. 다른 한 편으로 박해받거나 본국에서 밀려난 이들이 피해의식을 가지고 세운 나라이기에 태생적 한계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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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꼬꼬(Rococo)는 '예술을 위한 예술(l'art pour l'art)의 한 극단적인 형태를 발전시킨다. 로꼬꼬의 '예술을 위한 예술'은 어떤 점에서 19세기의 그것보다 오히려 더 순수하고 본원적인데, 그것은 예술의 품속에서 휴식을 취하려는 경박하고 피곤하고 수동적인 사회에서 저절로 우러난 자연스러운 태도이기 때문이다. 로꼬꼬는 미의 원리가 무제한의 지배권을 가지는 사교문화의 마지막 국면을, 또 아름답다는 것과 예술적이라는 것이 동의어로 통하는 최후의 양식을 대변한다.(p68)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3> 中 


 아르놀트 하우저 (Arnold Hauser, 1892 ~ 1978)가 내린 로코코에 대한 표현 - 예술을 위한 예술과 사교문화 - 에 따르자면,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 d'Autriche, 1755 ~ 1793)를 로코코의 여왕으로 표현한 슈테판 츠바이크 (Stefan Zweig,1881 ~ 1942)의 평가는 적절하다 생각된다. 츠바이크는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Marie Antoinette>에서 로코코 문화를 정점으로 이끈 그녀의 삶을  일반적으로 알려진 악녀(惡女)의 이미지가 아닌 다른 관점에서 보여준다.


 로코코, 이 지나치게 세련되고 섬세를 극대화한 고대적 문화의 개화(開化), 이 한가로운 손과 도락을 즐기는 유약한 정신의 세기는 몰락하기 직전에 하나의인물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이 여인의 세기는 왕비의 모습 속에서 구체적으로 묘사될 수 있는 세기였고, 이 로코코의 여왕으로서 이상적인 여자가 바로 마리 앙투 아네트였다. 근심 없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근심 없고, 낭비가들 중에서도 가장 낭비가 심하고, 멋지고 애교있는 여자들 중에서도 가장 사랑스러운 멋쟁이이며 애교 덩어리였다.(p122) <마리 앙투아네트 : 베르사유의 장미> 中


 <마리 앙투아네트 :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슈테판 츠바이크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죄과를 두 가지로 나누어 평가한다. 용서 받을 수 있는 죄과와 용서 받을 수 없는 죄과. 츠바이크는 역사 속 인물의 삶에 대한 평가가 한 개인과 역사 속 지위에 따라 다르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림] 마리 앙투아네트(출처 : 위키백과)


 너무나도 경솔하게 역사의 엄청나게 거대한 사명 앞에 나선 것, 유약한 마음으로 가장 격렬한 세기의 논쟁 속에 휘말려들어간 것은 그녀의 죄과, 부인할 수 없는 죄과이다. 그러나 용서 받을 수 있는 죄과이다. 보다 강한 성격이라고 하더라도 거의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의 시험이었기 때문이다.(p120)... 이러한 부박한 인생관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의심할 여지없이 그녀의 죄과이지만 동시에 그녀가 산 시대 전체의 죄과이기도 하다. 바로 그 시대정신에 완전히 휩쓸려들어감으로써 마리 앙투아네트는 전형적인 18세기의 대표자가 된 것이다.(p122)  <마리 앙투아네트 : 베르사유의 장미> 中


 용서 받을 수 있는 죄가가 준비없이 나약하게 역사의 흐름에 선 것이라면, <마리 앙투아네트 : 왕비의 비밀 일기 Marie-Antoinette: Carnet secret d'une reine >에 담긴 다음의 대목은 용서 받을 수 있는 죄가의 한 표현이 될까.


  1775년 6월 25일, 베르사유. 무엇보다도  루이와  프랑스에 후계자를 안겨주어야만 나의 지위가 확고해진다는 것을 물론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남편은 계속해서 침실에 들어오지 않고 나는 그이가 남편으로서 의무를 다해주기를 절망적으로 기다리고 있다. 갑자기 부담을 안겨주지 않으려 조심하면서 다정하고 매력적으로 남편을 대하고 있지만, 하루하루 세월이 흐르니 심리적인 압박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 : 왕비의 비밀일기> 中


 아내로서, 다른 한 편으로서 왕비로서 자신의 위치를 고민하는 한 인간의 나약함을 츠바이크는 용서할 수 있는 죄가로 표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용서받을 수 없는 죄가는 무엇일까. 그것은 앙시앵 레짐(Ancien Regime)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잘못이 아닐까. 결국, 츠바이크의 평가에 따르자면 인간적인 부족함은 용서받을 수 있는 죄(罪)이지만, 역사에 선 공인(公人)의 부족함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가 되는 듯하다. 


 1789년 6월 7일, 베르사유. 루이와 나는  날이 갈수록  힘드는 새로운 시련에 직면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상황이 쉴새 없이 나빠지고 있으니 슬픔에 잠겨 있을 수만은 없다. 왕에게는 지금 어느 때보다도 왕비인 나의 지지가  필요하다. 전국에 기근이 창궐하고, 삼부회 의원들의 영향을 받은 백성은 점점 더 과격해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폭력성을 드러내고 있다. 당장라도 폭동이 일어날 듯한 이 위태로운 분위기를 견딜 수 없다. 남편은 프랑스의 국왕이고, 그것은 신의 의지다. 그의 백성 중  누구도 왕을 대신해서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 <마리 앙투아네트 : 왕비의 비밀일기> 中


 1789년의 사람들은 프랑스인뿐 아니라 인간 전체를 해방시키고자 했다. 그들의 시도에는 데카르트가 자신에 앞서 사고된 모든 것을 기피했던 것과 유사한 것, 즉 불합리함과 특수성이라는 낙인이 찍힌, 그들 이전의 프랑스사에 대한 부정이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사회를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문자 그대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프랑스 합리주의 철학과 결부되어 있으므로 프랑스혁명에 선행하는 것이었다.(p146)... 프랑스에서 구체제에 대한 관념에 특별한 힘이 부여하게 될 시간적 연속성의 단절에 대한 그토록 강렬한 느낌은 1789년의 사람들의 합리주의적이고 의지주의적인 급진주의와 불가분의 것이었다. 그들이 하고자 한 것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이성 위에 사회를 재창설하는 것이었다.(p147) <기억의 장소 3 : 프랑스들 1> 中


 그렇지만, 역사 속에서 한 인물의 위치를 인간적인 측면과 공적인 측면으로 완전히 분리해서 평가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한 개인의 사상이 그가 가진 사회적 위치에서 행동으로 표현되고, 역사에 발자취로 남긴다고 본다면, 이들을 분리해서 바라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다시 마리 앙투아네트의 일기를 살펴보자. 이 일기에는 고대하던 어머니가 된 마리의 기쁨이 표현되며, 우리는.이 일기를 읽으면서 마리가 (왕비로서) 큰 일을 완수했고, 수고한 자신을 위해 작은 선물을 마련한 느낌을 받는다.


[사진] Chateau de Versailles (출처 : https://www.systemair.com/hr/o-nama/reference/chateau-de-versailles-france/)


 1785년 6월 25일, 베르사유.  어머니께서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행복해하셨을까! 왕비의 임무를 완수한 이래 나는 드디어 나 자신이 되었다. 얼마 전부터는 친구들과 함께 트리아농에  내 거처도  만들었다.  모든 것이  새롭게 배치되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이 되었다... 심지어 거기에 너무도 매력적인 작은 마을도 만들었다. 농부 부부도 고용해서 염소와 양, 수탉과 암닭,  멋진 암소 등 진짜 농장에서 볼 수 있는 가축도 모두 기르게 했다!! 이런 전원의 삶이, 짐승 소리와  꽃피는 자연이  나를 감동하게 한다. 궁정의 예법이나 위선 따위와 멀리 떨어진 이곳의 삶은 무척 평화롭다. <마리 앙투아네트 : 왕비의 비밀일기> 中


 그렇지만, 그녀에게 '작은 선물' 은 결코 작은 선물이 아니었다. 개인의 감수성을 위한 왕가의 과도한 지출은 프랑스 재정을 파탄으로 이끄는데 일정부분 기여를 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츠바이크가 말한 용서받을 수 있는 죄과와 용서받을 수 없는 죄과의 경계는 모호하다 여겨진다. 전원의 삶을 동경하여 작은 마을을 조성한 왕과 왕비의 취향은 베르사유를 더 화려하게 물들이며 로코코 문화를 정점으로 이끌었고, 그들 자신들의 삶과 함께 사라져갔고, 그 사이 파탄난 프랑스 재정은 수많은 이들을 굶주림과 죽음으로 이끌었다. 왕과 왕비의 취향과 감정으로 인해 고통을 원치 않았던 수많은 이들의 삶도 격랑 속으로 내처졌음을 생각한다면 용서의 경계는 과연 존재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마리가 얻은 명성과 그로 인해 지불해야 했던 대가를 비교해본다면 과연 개인적으로도 성공적인 삶이었을까 하는 의문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계몽주의 말기에 신고전주의와 전(前) 낭만주의 감수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두 얼굴이다. 1774년에서 1789년까지 베르사유를 지배한 젊은 부부에 의해 도입된 이런 두 사조들은 베르사유를 놀랍게 변화시켰다. 고상하고 세련된 개조는 루이 16세 덕분이다. 서가, 모형선박과 전기나 증기기관 수집품들, 위대한 인물들의 조상들, 동양철학자들과 경제활동에 대한 헌정품들, 수제품 작업장 등. 다른 한편 그리스풍인 동시에 양탄자 일색으로 꾸미기 위해 계속 보수된 내실들은 왕비의 취향이다. 또한 일드프랑스의 작은 마을이 베르사유에 옮겨져 재조성된 것도 그녀의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작은 마을은 사람들의 말처럼 리본으로 장식된 가짜 초가집이 아니었다. 그곳은 시골영주의 저택에 딸린 실제 촌락에서 일하면서 명사들과 더불어 소일거리를 즐기는 생활을 재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농가와 젖 짜는 곳, 낚시터, 물레방아, 비둘기장 등과 함께 실제로 농경이 이루어지고 별도의 바이이(bailli)와 순찰대가 다스렸다.(p209) <기억의 장소 2 : 민족> 中


 어느 시대에서 보더라도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이 되는 대신 그녀는 자기 시대의 특질을 여실히 보여주는 역할을 했다. 자신의 내면의 힘을 무의미하게 써버리는 동안에도 사실 하나의 의미를 실현시켰다. 즉 그녀 가운데서 18세기가 완성되고 그녀와 더불어 18세기가 끝났다.(p123)  <마리 앙투아네트 : 베르사유의 장미> 中


 용서할 수 있는 죄과와 용서할 수 없는 죄과의 문제는 사실 마리 앙투아네트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잘못은 루이 16세의 잘못이기도, 당시 지배계급이었던 귀족과 성직자들의 잘못이기도 하다. 체제의 문제 속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작은 곁가지에 불과하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정도는 지나친 것은 '로코코의 여왕'이라는 시대의 상징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만일 어느 시골 귀족의 부인으로 살았더라면, 같은 인성(人性)을 가졌더라도 역사에 미친 파급력을 훨씬 작았을 것이다. 물론, 역사적 사건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역사의 층위들이 교차해야 하기에 개인의 역할은 제한적이겠지만...


 마리 앙투아네트의 일기와 평전을 통해 역사적 인간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엄중한 재판정에 서는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오늘날의 지도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더 무겁게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사마천(司馬遷, BC 145 ? ~ BC 86 ?)의 <사기열전 史記列傳>의 일부를 옮기며 이번 페이퍼를 마무리한다...


 몽념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하늘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잘못도 없이 죽어야 한다는 말인가!" 한참 있다가 천천히 말했다. "내 죄는 실로 죽어 마땅하다. 임조에서 요동에 이르기까지 장성을 1만여 리나 쌓았다. 공사 도중에 어찌 지맥 地脈을 끊어놓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이것이 바로 나의 죄다." 그러고는 약을 삼키고 자진했다.(p732)... 태사공은 평한다."... 진나라가 처음 제후들을 멸할 때는 천하의 민심이 아직 안정되지 못했다. 전쟁의 상흔도 채 가라앉지 않았을 때였다. 몽념은 명장으로서 이런 때에 백성의 궁핍을 구제하고 노인과 고아를 부양해 모든 백성을 안온하게 만드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강력하게 간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황제의 야심에 영합해 공사를 일으켰다. 이들 형제가 죽임을 당한 것 또한 마땅하지 않은가! 어찌 지맥을 끊은 탓으로 돌릴 수 있겠는가?" <사기열전 1 : 몽념 蒙恬열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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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 굿모닝북스 투자의 고전 5
찰스 P. 킨들버거.로버트 Z. 알리버 지음, 김홍식 옮김 / 굿모닝북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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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풍요감에 들뜬 기간에는 자산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데 기초한 투자소득보다는 부동산 가격과 주가의 상승에서 발생하는 단기 자본 이득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점점 늘어나게 된다... 이어서 하나의 사건이 터지는데, 정부정책 변화나 어제까지만 해도 성공적이라고 여겨지던 회사가 별다른 설명도 없이 파산하는 사건과 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자산가격은 상승 행진을 중단한다. 자산의 매입을 대부분 차입금으로 조달했던 일군의 투자자들은 결국 대출자금에 대한 이자 지불액이 자산에서 나오는 투자소득보다 커지는 순간,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이나 주신의 투매자로 돌변한다... 이들의 투매는 자산가격의 급락을 초래하게 되고, 패닉과 붕괴가 뒤따를 수도 있다.(p37)

코로나 19바이러스 팬더믹(Pandemic)에 세계자산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붕괴되고 있는 모습이다. KOSPI 지수가 1600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이제는 시장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비가 내리면 공장에서 몰래 버리는 오염수에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것처럼, 코로나19가 당긴 방아쇠가 위태롭게 달리던 세계경제를 패닉에 빠뜨리고, 이로 인해 민간경제가 큰 타격을 받는 것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당분간은 집값을 잡기위한 추가적인 부동산 대책은 필요 없을 것 같다는 정도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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