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 ~ 2018)은 그의 저서 <시간의 역사>를 통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현대 물리학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The illustrated a brief history of Time>(1988)과 <호두껍질 속의 우주 The Universe in a nutshell>(2001)을 통해 저자가 생전에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바를 살펴보고자 한다.


 저자는 이 두 권의 책 속에서 보편적인 물리법칙(통합이론)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씌여진 <호두껍질 속의 우주> 속에는 분자, 원자, 전자들의 세계에 적용되는 양자역학(quantum theory)과 거시세계에 적용되는 상대성이론을 통합하는 이론으로 끈이론과 M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초대칭 끈이론(super symmetric string theory)라고 불리는 이론이 중력과 양자이론을 통합시킨 유일한 방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명칭과 마찬가지로 끈은 1차원적으로 확장된 물체이다. 끈은 오직 길이만을 가진다. 끈이론에서 끈은 배경시공(background space-time) 속에서 움직인다. 이 끈 위에 나타나는 파문(ripple)이 입자로 해석된다.(p52)... p-브레인은 p-차원에서 확장된 대상이다. 그 특수한 경우가 p=1인 끈과 p=2인 막이다. 그러나 p 값이 그보다 높은 10차원이나 11차원의 시공(M이론)일 수도 있다.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4차원을 뺀 나머지 6차원이나 7차원이 워낙 작은 크기로 말려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차릴 수 없다.(p54).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는 설명은 여분의 차원들을 포함하는 모형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그 모형들 사이에서 이중성(duality)이라고 불리는 예상치 못한 관계들의 망(Web)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성은 그 모형들 모두가 본질적으로 등가(等價)라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그 모형들은 그 밑에 내재하는 동일한 이론의 서로 다른 측면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내재하는 이론에는 M-이론(M-theory)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p57)


 물리학에서 다루고 있는 4가지 힘(전자력, 중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중 중력을 제외한 다른 힘들은 4차원 속에서 움직이는 반면, 중력은 다른 힘들과는 달리 4차원을 넘어서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중력(重力)의 구분되는 특징 때문에, 물리학 통합 이론에서 중력이론에 대한 부분은 현재까지도 미해결과제로 남아있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는 <시간의 역사>를 통해 중력으로 논의의 범위를 좁혀가게 된다.


 큰 여분의 차원들이라는 개념은 궁극적인 모형이나 이론을 찾는 우리의 탐구에서 무척 놀랍고 새로운 진전이다. 이 개념은 우리가 브레인 세계(Brane world), 즉 4차원의 표면이나 보다 고차원의 시공 속에 있는 브레인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함축한다.(p180)... 물질, 그리고 전기력과 같은 중력이 아닌 힘들은 이 브레인에 속박될 것이다. 따라서 중력을 포함하지 않는 모든 것은 4차원 속에 있는 것처럼 움직일 것이다.(p181)... 다른 한편, 휘어진 시공의 형태 속에서 중력은 그보다 높은 차원의 시공 전체로 퍼져나간다. 이것은 중력이 우리가 경험하는 여타의 힘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뜻한다.(p181)


 이러한 브레인 세계 모형들은 현재 연구가 한창 진행중인 뜨거운 주제다. 이 모형들은 지극히 사변적이지만, 관찰에 의해서 검증될 수 있는 새로운 움직임들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그것들은 왜 중력이 그렇게 약한지를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 이론에서는 중력이 매우 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분의 차원들 속으로 중력이 전파된다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브레인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중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뜻한다.(p199)


 이로부터 <시간의 역사>는 중력을 중심으로 논의를 펴나간다. 중력 문제에 있어 중요한 논점사항은 우주의 출발점인 빅뱅(Big Bang)문제와도 연결이 된다. 빅뱅 이후 시간과 공간의 팽창(inflation) 문제는 중력법칙과 관련이 있기 때문인데, 저자는 <시간의 역사>를 통해서 시간-공간 중에서 '시간'에 초점을 두고 중력의 문제를 풀어 나간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시간의 화살' 개념을 도입한다. 

 

이 책에서 나는 중력(gravity)을 지배하는 법칙들에 특별히 초점을 맞추었다. 그 이유는 네 가지 힘(중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전자기력)들 중에서 가장 약하면서도 우주의 대규모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바로 중력이기 때문이다. 중력법칙은, 극히 최근까지도 옳은 것으로 생각되었던, 우주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는 견해와 양립할 수 없었다.(p231) ... 중력이 항상 인력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우주가 팽창하거나 수축하거나 둘 중 하나임을 암시하기 때문이다.(p232)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합시킬 때, 이전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능성이 나타나는 것 같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space-time)이 함께, 특이점이나 경계가 없는 유한한 4차원 - 지구 표면과 흡사하지만 좀더 고차원인 - 공간을 형성할지 모른다는 가능성이다.... 대규모에서의 균질성 그리고 은하, 별, 심지어 인간과 같이 소규모에서 나타나는 비균질성으로부터의 출발이 그런 특성들이다. 이 개념으로 우리가 관찰하는 시간의 화살(arrow of time)도 설명할 수 있다.(p232)


 시간의 화살의 개념을 통해 저자는 '열역학적 시간 = 심리적 시간 = 우주론적 시간'을 주장하며, 먼저 열역학적 시간과 심리적 시간이 같다는 것을 엔트로피(Entropy)법칙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시간에 따라서 무질서도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은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고 시간에 방향을 부여하는 이른바 '시간의 화살'이라는 것의 한 예이다. 시간의 화살에는 최소한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번째로 무질서도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시간의 방향을 가리키는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thermodynamic arrow of time)이 있다. 두번째는 심리적 시간의 화살(psychological arrow of time)인데, 이것은 우리가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는 방향,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기억하는 방향이다. 마지막으로 우주론적 시간의 화살(cosmological arrow of time)이 있다. 이것은 우주가 수축하는 것이 아니라 팽창하는 시간의 방향이다.... 나는 심리적 시간의 화살이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에 의해서 결정되며, 이 두 개의 화살이 반드시 항상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고 주장할 것이다.(p185)

 

[그림] 세 가지 종류의 시간의 화살(출처 : <시간의 역사>)


1. 심리적 시간 = 열역학적 시간 : 엔트로피(Entropy)

 

 저자에 따르면 심리적 시간은 열역학적 시간에 의해 인간의 뇌(腦)에서 결정되는 시간이다. 열역학 제2법칙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결정되는 법칙이기 때문에, 심리적 시간 역시 열역학적 시간의 흐름에 영향을 받게 된다. 


 컴퓨터의 냉각 팬에서 뿜어내는 열은 컴퓨터가 메모리에 하나의 항목을 기록할 때 우주의 무질서의 총량이 증가한다는 것을 뜻한다. 컴퓨터가 과거를 기억하는 시간의 방향은 무질서가 증가하는 방향과 동일하다. 따라서 시간의 방향에 대한 우리의 주관적인 느낌, 즉 심리적 시간의 화살은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에 의해서 우리의 뇌속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순서대로 사물을 기억해야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질서가 증가하는 까닭은 우리가 무질서 증가하는 방향으로 시간을 측정하기 때문이다.(p189)


 심리학적 시간을 외부 사건의 주관적인 인식으로 정의한 저자의 주장은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 1859 ~ 1938)의 <시간의식>의 다음 구절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고 여겨진다.


 지각의 객체는 주관적 시간 속에서 나타나고, 기억의 객체는 기억된 주관적 시간 속에서, 상상의 객체는 상상된 주관적 시간 속에서, 기대된 객체는 기대된 주관적 시간 속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이 주목되어야 한다. 지각, 기억, 기대, 상상, 판단, 감정, 의지 - 요컨대 반성의 객체인 이 모든 것은 동일한 주관적 시간 속에서 나타나며, 더구나 지각의 객체들이 나타나게 되는 동일한 주관적 시간 속에서 나타난다. (p213) 


2. 열역학적 시간 = 우주론적 시간 : 약한 인류 원리


 저자는 우주론적 시간을 팽창(inflation)으로 규정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질서도가 증가한다는 열역학적 시간과 우주는 팽창한다는 우주론적 시간의 방향이 같아지는 이유는 '약한 인류 원리'에 의해 설명된다. 즉, 인류와 같은 지적 생물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생명 활동이 이루어지고, 이는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방향과 일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방향성은 시간-공간이 팽창하는 국면에서만 존재가 가능하기 때문에, 열역학적 시간과 우주론적 시간의 방향성은 같아진다. 결국, 우리의 존재 자체가 이에 대한 증거가 되는 것이다.


 왜 우리는 열역학적 화살과 우주론적 화살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것을 관찰하게 되는가? 또는 다른 말로 하면, 왜 무질서는 우주가 팽창하는 시간의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증가하는가? 우리는 약한 인류원리를 기반으로 이 의문에 답할 수 있다. 즉 수축 국면에서의 조건들은 '왜 무질서가 우주의 팽창과 같은 시간의 방향으로 증가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지적 생명체의 생존에 부적절하리라는 것이다... (우주의 초기 단계에서는) 이미 우주가 거의 완전한 무질서 상태에 있기 때문에, 무질서는 더 늘어날 수 없다. 그러나 지적 생명체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강한 열역학적 화살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적 생명체는 우주의 수축 국면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이로써 우리가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과 우주론적 시간의 화살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으로 관찰하는 이유는 설명된다.(p194)


 저자인 스티븐 호킹은 이와 같이 <시간의 역사>와 <호두껍질 속의 우주>를 통해 비교적 현대까지의 물리학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들은 11개 차원과 존재하는 4개의 힘을 통합하려는 물리학자들의 노력을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으며, 특히 4개의 힘 중에서 '중력' 그리고 시공간 중에서 '시간'에 대한 많은 내용을 접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시간의 역사> 속에서 3개의 시간의 방향성을 통해서는 열역학2법칙과 우주 팽창, 그리고 진화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우주가 무경계성을 가지고 끊임없이 팽창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넌지시 알려준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블랙홀(Black hole), 시간여행 등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를 통해 독자들을 끝까지 이끌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비록, 그 시도는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못한 것 같지만, 폭넓은 논의를 대중들에게 알기쉽게 설명하고자한 저자의 노력은 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가를 설명한다.

 

얼마전 호킹 박사의 별세(別世) 소식을 접하면서, 그동안 미뤄두었던 <시간의 역사>, <호두껍질 속의 우주> 페이퍼를 작성해 본다. 그의 책 중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 1931 ~ )와 함께 토론한 내용을 담은 <시간과 공간에 관하여 The Nature of Space and Time>은 로저 펜로즈의 <실체에 이르는 길 The Road to reality>을 마저 읽은 후 정리할 계획이다. 다만, <실체에 이르는 길>을 읽으면서 호킹 박사가 생전에 일반 대중에 대한 배려를 잘 해주었는가를 끊임없이 느끼게 된다. <실체에 이르는 길> 속에서 여름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처럼 많은 수식을 보고 나면, 수학에 약한 일반 대중을 배려한 호킹 박사의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마음을 깊이 느끼게 된다.


 <시간의 역사>를 읽으면서 허(虛)시간과 유클리드 시공을 이론의 배경으로 설명한 다음의 구절이 가장 인상깊었기에, 이를 마지막으로 이번 페이퍼를 마무리하며 이제는 우리 곁에 없는 호킹 박사를 다시 생각해 본다.


 우리는 아직까지 양자역학과 중력이론을 결합시키는 완벽하고 모순이 없는 이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통일이론이 갖추고 있어야 하는 일부 특성들을 상당히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러한 특성들 중 하나는 양자이론을 역사총합에 의하여 정식화하자는 파인먼의 제안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허시간(imaginary time)이라고 부르는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입자 역사의 파동들을 합해야 한다.(p172)... 궁극적인 이론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두번째 특징은 중력장이 휘어진 시공으로 표현되다는 아인슈타인의 개념이다. 파인먼의 역사총합이론을 아인슈타인의 중력관에 적용시키면, 입자의 역사에 해당하는 것은 우주 전체의 역사를 나타내는 완전히 휘어진 시공(時空)이 된다. 역사들을 실제로 총합하는 데에서 부딪치는 기술적인 어려움을 피하려면, 이 휘어진 시공은 유클리드 시공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시간은 허시간이고 방향 면에서 공간과 구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야 한다.(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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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9 1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19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3-19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ㅎ 그 흔한 중력이 문제고 가장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

겨울호랑이 2018-03-19 21:02   좋아요 0 | URL
^^:) 네 그래서 영화 <그래비티 gravity>도 우리에게 재밌고 대단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ㅋ

雨香 2018-03-19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소개 감사합니다.
진작에 읽었어야 했는데, 몇 번 손에 들었다 놓기만 했습니다. 이제서야 그에 대한 책을 찾아보려 하고 있습니다.

˝폭넓은 논의를 대중들에게 알기쉽게 설명하고자한 저자의 노력은 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가를 설명한다.˝

겨울호랑이 2018-03-19 22:40   좋아요 1 | URL
우향님 감시합니다. 저 역시 내용 정리를 계속 미루다 호킹 박사님을 보내고 나서야 뒤늦게 정리하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