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트베르펜에서 이 모든 요소들이 화려한 꽃을 피웠다. 그것이 오늘 우리의 모습을 잉태했다. 예술, 보험, 투자, 천재성, 권력의 거창한 허세, 세상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 등등... 그러나 이들이 비롯된 그 빛을 우리는 함부로 ˝암흑기(dark age)˝라고 불렀다. 이들이 비롯된 핵심 요소를 우리는 ˝세상 끝 변두리(The edge of the world)˝라고 불렀다... 이제 마땅히 그들의 몫을 인정할 때가 되었다.(p256)

「북유럽 세계사」1, 2권은 북유럽 역사에게 생소한 우리에게 바이킹, 한자동맹, 도시 등의 단편 주제를 통해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현대 생활의 많은 제도가 북유럽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게 된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 부분이 이 책의 한계라 여겨진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독일 북부에서 개발된 은광으로 인해 도시가 발달했으며, 도시를 기반으로 한자동맹을 비롯한 상인세력이 성장하고, 주식회사 제도가 만들어졌음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북유럽 외부의 영향은 극히 제한적인 반면, 북유럽이 주변에 끼친 영향은 과장된 부분이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북유럽에서 은광이 개발된 것은 가진 것이 없던 이들이 외부와 교역하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사실, 이들이 자본을 축적한 것은 우수한 문화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대구나 청어 등의 수산물 수출을 통해서였다는 사실, 무엇보다 이들이 대항해시대를 통해 정착된 주식회사 제도가 사실은 동방무역이 이슬람에 의해 막히게 되어 선택한 고육지책의 결과였음을 이 책에서는 말하지 않는다.

대신, 유럽이외 지역이 유럽에 미친 영향은 의도적으로 무시된다. 남유럽을 제외한 몽골인들은 주정뱅이 야만인으로 그려지고 있으며(제2권), 이슬람과 아프리카는 언급되지도 않고 있다. 일방적으로 세계가 북유럽에 의해 혜택받았다는 내용으로 전개된 이 책은 비유럽인들이 내용적으로 공감하고 읽기 어렵다. 마치 지난 해 개봉했던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를 보는 느낌이랄까.

다만, 읽는 이가 이러한 세계사를 보는 관점의 한계를 인식하고, 북유럽의 역사가 세계와 어떤 면에서 관계를 맺어왔는가를 가벼운 마음으로 확인하는 목적의 교양역사서로는 시간이 될 때 읽을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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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1 17: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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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1 1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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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랑 2018-03-11 1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만적인 주정뱅이 혼자서 세계를 쥐락펴락 할수는 없었을텐데...
본인이 뛰어나거나, 참모진이 뛰어나고, 수많은 병사들이 우수했기에 가능한 역사일텐데 편협한 작가네요. 아니면, 진짜 세계사 공부를 다시 해야 될 저자네요.
성공하지 못한 십자군 원정에 약올라 유럽이외 세계사는 그냥 무시하는 걸까요?

겨울호랑이 님 말씀대로 ‘비유럽인‘ 1인으로써 다른 작가의 글을 읽는게 낫겠어요.

겨울호랑이 2018-03-11 19:01   좋아요 3 | URL
책에서 몽골인들의 장점으로 뛰어난 참모제도, 기마 능력, 신무기 등을 간략하게 언급합니다만, 전체적으로 ‘술에 절어 비틀거리는 야만인‘수준입니다. 영화 「300」에서 페르시아왕 크세르크세스를 그린 정도의 왜곡을 하고 있어서, 서구인들의 역사인식 수준을 알게 됩니다...

2018-03-11 22: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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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06: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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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12: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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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12: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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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13: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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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14: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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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19: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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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20: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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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18-04-04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이네요. 서평보니 읽어보고 싶네요.

겨울호랑이 2018-04-04 10:48   좋아요 0 | URL
^^:) 북유럽인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어떤 관점에서 보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NamGiKim님께서 쉽게 읽으실 수 있는 책이라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