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문학의 기적적인 것은 완전히 기이한 것과 모험적인 것으로 해체되고 그 개별적 내용들로 인해 종종 완전히 부조리로 빠져든다. 하지만 동화문학이 현실적으로 작가가 의도한 내용을 갖고 있는 한, 그 기적적 요소도 우리가 앞에서 부정확함에 대해 다루었을 때 돌려주어야 했던 그런 상징적 진실성은 갖는다. 이런 상징성은, 즉 어린이의 부드러운 환상을 통한 이념의 반영은 진정한 동화와 자연스럽고 윤리적인 삶의 커다란 힘들을 본능적으로 조화시킨다.(p316) <추의 미학 醜의 美學> 카를 로젠크란츠(Johann Karl Friedrich Rosenkranz, 1805 ~ 1879)


 <추의 미학>에서 저자 카를 로젠크란츠는 동화의 환상적인(fantastic) 요소를 부조리하다고 비판을 한다. 또한, 동화는 상징성을 가지고 어린이들에게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세계의 동화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100편의 동화와 민담>은 원래 아이에게 들려줄 생각으로 구입했지만, 이 책을 읽고난 후 생각을 접게 되었다. 그것은  동화 속에서 아름다움이 내 기대와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유럽 전래 동화와 민담으로 구성된 이야기 속에서 행복한 결말은 대부분 악인들의 비참한 최후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인과응보(因果應報)라고 말하는 이야기 구조 속에서 악인들은 그야말로 처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사람들은 마녀를 말의 꼬리에 매달아 들판으로 끌고 다녔다. 마녀는 이곳에서는 팔이 부러지고 저곳에서는 다리가 부러졌다. 저곳엔 도랑이, 이곳엔 바위가 도사리고 있었다. 마녀는 덤불과 나무에 부딪혀 머리는 박살이 났다. 새들은 날아와 마녀의 살점을 쪼아 먹었고, 바람은 일어 마녀의 뼈를 흩날렸다. 결국 마녀에 대한 어떤 기억이나 흔적은 한 자락도 남지 않았다.(p365) - 하얀 오리 中-


 거인과 마법사는 절망감에 빠져 손을 비비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고약했던 그들의 지배 기간이 끝났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잭은 단칼에 그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그 순간 마법사는 하늘로 올라가 회오리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드디어 마법이 풀렸고, 그토록 오랫동안 새나 야수의 모습으로 변해 있던 모든 기사들과 처녀들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으며, 성은 연기구름 속에 사라졌다.(p269) - 거인을 죽인 잭 中 -


 셋은 모두 만족했다. 왜냐하면 사냥꾼은 늑대의 가죽을 벗겨 그것을 갖고 집으로 갈 수 있었고, 할머니는 빨강모자가 가지고 온 케이크와 포도주를 드시고 다시 기운을 차렸으며, 빨강모자는 다음과 같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엄마가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말아야 해. 앞으로 다시는 길에서 벗어나 혼자서 숲으로 들어 가지 않을 거야.'(p337) - 빨강 모자 中 -


 <세계의 동화> 속의 많은 이야기에는 마녀, 거인, 난쟁이, 마법사들이 악인(惡人)으로 나온다. 대부분이야기들의 결말은 주인공들은 행복해지는 반면, 악인들은 사악한 존재이기 때문에 비참한 결말을 맞게 된다.(성냥팔이 소녀 제외) 이른바 해피 엔딩(Happy Ending)의 구조 속에서 마녀, 거인, 난쟁이, 마법사들은 진실하지 않고, 사악(邪惡)하며, 추(醜)한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진선미(眞善美)의 삼위일체가 최고 덕목이라면, 이들은 정확히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과연 이야기가 전해오는 것처럼 사악한 존재였을까? 작품 속에서 이들이 사악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개연성(蓋然性)있는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들은 '마법사', '마녀', '거인'으로 불리는 순간 사악한 존재로 낙인찍히고, 공식처럼 이들은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악마적인 존재들은 주문을 외고 마법의 약을 만들고, 그 밖에도 태곳적부터 존재해 왔던 여러 가지 마법을 부리는 능력이 있다.... 흑마술은 남자(마법사)와 여자(마녀) 모두가 부린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있음에도, 뿌리 깊은 여성 혐오증은 처음부터 사악한 존재들을 여성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마녀들은 주문을 외는 것은 물론이고, 본격적인 주연에 탐닉하며 육욕의 상징으로서 염소의 형상을 한 악마와 성관계를 가진다고 알려져 있었다. 결국 빗자루에 올라탄 마녀의 이미지는 확실히 남근 숭배와 관련이 있다. 전설은 아무런 근거 없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이른바 마녀들이라고 불리던 여자들은 약초와 미약들을 꿰고 있다고 주장했던 나이 많은 <현명한 노파들>이었다... 임상적인 사례들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마녀들은 대중적 하위문화의 한 형태를 대표했다.(p203) <추의 역사 Storia della Bruttezza>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1932 ~ 2016) 

[그림] <마녀들의 집회 Witchers' Sabbath> 프랜시스 고야(출처 : 위키피디아)


  마법사, 마녀로 대표되는 이들은 이유없이 그렇게 불리우는 순간부터 없애야 할 대상이되고, 주인공들의 잔혹한 행동 역시 아름다움(美)과 영웅적 행동으로 승화된다. <헨델과 그레텔>에서 이들 남매가 마녀를 죽이는 행위가 단지 마녀가 사악하다는 이유로 합리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는 전래동화 속 악인이 억울할 수 있겠다는 측면을 제시해준 의미있는 책이라 여겨진다.)


 결국 <세계의 동화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100편의 동화와 민담> 속의 아름다움은 보편적으로 우리에게 받아들여지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반추(反醜)에서 나오는 '상대적 '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누군가는 추한 존재로 되어야만 하는 동화를 지속적으로 들려주면서 사회화(社會化)시키는 과정 속에서 인류 역사가 지속되어 왔다면, 지금 우리 사회가 대립과 갈등하는 이유가 옛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것은 아닐런지. 그런 면에서 아이들에게 <세계의 동화>를 들려주는 것은 주저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책은 가치가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된다. <세계의 동화>에 담겨있는 동화와 민담 속에는 역사 속의 여러 모습이 담겨있다. 다른 민족, 마법사, 마녀, 거인, 난쟁이 등으로 표현되는 추(醜)와 악(惡)을 통해서 우리는 현재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내려져 있는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음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세계의 동화>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자성(自省)의 계기로 삼을 때 이 책은 가치가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세계의 동화>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읽혀주기보다 어른이 되었을 때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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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8 15: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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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8 15: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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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3-08 16: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근대 이전의 아동은 ‘작고 미숙한 어른’으로 취급받았어요. ‘작고 미숙한 어른들’이 즐겨 읽었던 전래동화는 ‘어른을 위한 동화’나 다름없죠. 이때 동화는 어린이 동화에서 볼 수 있는 권선징악 결말이 없었을 거예요. ‘아동’의 개념이 확립되면서 동화의 형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면 흥미로울 것입니다. 고야의 퍼스트 네임은 ‘프란시스코’입니다. ^^

겨울호랑이 2018-03-08 16:49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동화‘와 ‘아동‘의 변천사도 함께 고려해서 보면 cyrus님 말씀처럼 재밌을 것 같네요. 좋은 관점 제시 감사합니다.^^:)

AgalmA 2018-03-11 0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성 경우 차를 여성 이미지로 취급하잖아요. 뭘 타기만 하면 반대의 성을 끌어오는 거 보면 인간 사고방식의 패턴 같기도 해요^^; 성행위와 유사성으로 보는 거니까.

프로이트 경우도 신경증이나 꿈 이미지를 성의 유사성으로 많이 해석했잖습니까.

겨울호랑이 2018-03-11 09:12   좋아요 2 | URL
AgalmA님께서 말씀하시는 부분은 사람은 해석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한다는 일종의 ‘은유‘에 해당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동화 역시 당대 세계관의 은유적 표현의 결과라 여겨지네요. 그렇다면, 동화에 대한 수동적 해석이 아닌 현대 관점에서 재해석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2018-03-12 1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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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2 2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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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3 1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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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3 13: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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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3 16: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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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3 20: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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