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호와 러스티
백수현 지음 / 미메시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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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3 


시호가 낮잠을 자러 들어가면 총총 따라와서 발치에 자리잡고, 또 시호가 낮잠에서 깨면 꼬리를 흔들면서 핥아 주고, 시호 장난감에 입을 대기는 커녕 자기 장난감을 물고 와 시호한테 놀자고 하고, 시호가 거실이나 방에서 울기라도 하면 부엌에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 와서 불안한 몸짓으로 알려 준다.

그냥, 고맙다, 러스티. 널 만난 건 행운이야. (p52)


 <시호와 러시티>는 육아 일기다. 아이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이 담긴 에세이라 편안하게 읽힌다. 지은이가 아기 시호를 키우면서 느꼈던 감정이 담겨 있는 이 에세이 속에서 아이와 강아지가 함께 성장하는 일기의 한 페이지가 어린 시절의 추억과 함께 마음에 다가온다. 

 

 

 1970년대 후반의 어린 시절. 많은 시간들을 강아지와 함께 했었다. 당시 엄마는 마당에 개털이 날린다고 싫어하셨지만, 내게 녀석은 항상 함께 해주는 고마운 친구였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녀석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껏 놀 수 있었던 기억이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인상 깊게 마음에 남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추억을 아이와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2015년 여름에 그러한 기회가 찾아왔다. 

 아내가 시골학교 발령을 받아 시골관사로 이사하게 된 것이다. 비록 나의 출퇴근 거리가 멀어진다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리라는 생각에 아내는 시골학교로 자원했고, 그렇게 시작된 전원생활. 이러한 결정에서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은 연의의 어린 시절을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머리속으로 그린 청사진 속에는 연의처럼 어린 강아지와 함께 뛰어노는 연의의 모습도 담겨 있었다. 


 동물과 함께 커간다는 의미는 사람과 함께 노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자신과 다른 동물이 같은 감정(感情)을 가질 수 있다는 점, 기쁘거나 슬프거나 자신을 따라주는 한결같은 친구가 생긴다는 점 등 부모가 대신하거나 가르쳐 줄 수 없는 부분도 반려동물은 알려 줄 수 있을 것이었다. 삶의 희노애락(喜怒愛樂) 뿐 아니라, 조금은 슬프겠지만, 죽음(死)까지도. (그런 의미에서는 십장생 十長生을 키우는 것은 좀 그렇다.)


 관사생활을 시작할 때 개를 키우려 했으나, 막상 이사를 와 보니 옆 관사의 선생님 가족들이 먼저 개를 키우고 계셔서 잠깐이나마 개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조금은 큰 개였기에 선뜻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연의 모습을 보면서 다른 기회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중에 함께 개를 키운다면 어린 시절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아빠가 어린 시절 강아지와 함께 했던 추억을 가졌듯이, 연의가 초등학교 유년기 또는 중고등학교 청소년기 어느 시기에 함께 하는 사람과는 다른 동식물 추억을 가지길 기대해 본다. 


 <시호와 러스티>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의 소소한 모습이 많은 사진과 함께 담아낸다. 그래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부모에게는 아이에 대한 기대를,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이미 아이를 키운 부모들에게는 추억을 선물하는 책이라 생각된다. 


ps. 연의의 다음 동물친구는 지금은 번데기가 되어 성충이 되길 장수풍뎅이. 장수풍뎅이는 연의에게 기다림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겠지만, 연의는 요즘 인형뽑기하느라 바빠 장수풍뎅이를 잊은지 꽤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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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8 1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8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2-28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달 뒤면 성충을 볼 수 있겠군요. 풍뎅이를 기다리는 유일한 사람이 호랑이님이네요. 아이들 반려동물까지 보살피다가 반려동물에 정 드는 아버지들이 많아요. 저희 아버지도 처음에 반려견을 싫어했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어머니보다 반려견을 더 좋아했어요. ^^

겨울호랑이 2018-02-28 13:45   좋아요 0 | URL
^^: 지금은 호기심이 많아 잠시 장수풍뎅이를 잊고 있어도, 성충이 된 후에는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cyrus님 말씀을 듣고보니 첫인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2018-03-01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01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01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01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8-03-02 21: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수풍뎅이는 나중에 크기가 어느 정도나 될까요. 무척 클 것 같은데요.^^
오늘 대보름입니다. 올해도 건강하고 좋은 한해 되세요.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03-02 21:11   좋아요 2 | URL
장수풍뎅이가 성충이 되면 장수풍뎅이 특집 페이퍼 올리겠습니다 ㅋㅋ 서니데이님도 견과류 부럼과 함께 따뜻한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