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직전 한국GM에서  군산공상 폐쇄를 일방통보하면서 군산지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GM 경영진을 만나 공장폐쇄등 관련 현안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 야권인 자유한국당에서는 GM문제를 낮은 생산성문제로 말하면서 노조를 비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기사 :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590394


과연 이러한 주장이 맞는 주장인지 살펴보자. 먼저,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낮은가?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낮은 수준이다.


[그림] 2015년 기준 OECD 주요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출처 : e-나라지표 http://www.index.go.kr/potal/stts/idxMain/selectPoSttsIdxSearch.do?idx_cd=2890&stts_cd=289005



시간당노동생산성 : 1인당국내총생산/총노동시간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시간당 노동 생산성이 약 30달러 수준으로 65달러 수준에 달하는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우리는 노동생산성에서 분모에 주목해야 한다. 분자가 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GDP는 일정 기간 동안 한 국가에서 생산된 재화와 용역의 시장 가치를 합한 것을 의미하며 보통 1년을 기준으로 측정하게 된다. 생산을 위해서는 자본, 노동, 기술 등 여러 요소가 투입되는데, 노동은 이들 여러 요소중 하나일 뿐이다. 이를 사전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노동생산성 勞動生産性 labour productivity


어떤 생산부문 또는 어떤 생산자의 노동의 생산력이나 생산성은 일정 시간 내에 생산되는 생산물의 수량에 의해 측정된다. 다만 이 경우 노동의 강도는 일정불변으로 가정한다. 노동의 생산력을 특히 규정하는 것은 노동자의 숙련의 평균 정도, 과학 및 그 기술적인 응용가능성의 발전단계, 생산과정의 사회적 결합, 생산수단의 범위 및 작용능력, 자연적 사정(인종, 농산물의 풍흉, 광물의 매장량 등)이다. 노동의 생산력이 변하여도 일정 기간내에 생산되는 상품의 총가치는 영향이 없다.


 노동생산성을 결정하는 것은 노동자의 숙련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본과 기술은 물론 사회적, 지리적 요인도 고려된 사회의 생산물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측정하기 때문에, 단어 그대로 '노동의 생산능력'으로 해석되어서는 곤란하다. 특히, 시간당노동생산성의 경우 1인당 국내총생산을 총 노동시간으로 나누게 되면 생산성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OECD에서도 두번째로 긴 노동시간은 측정단위에서 분모가 되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이기보다 오히려 낮추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관련기사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8/15/0200000000AKR20170815071000002.HTML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경영자들은 낮은 생산성의 문제를 노동자의 숙련도 문제로 돌리고, 낮은 숙련도로 노동투입시간을 늘리는 것과 해외 이전을 합리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영자들은 노동생산성문제로부터 자유로운가?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 ~ 1790)의 <국부론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의 유명한 분업(分業)과 관련한 문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종류의 작은 공장을 본 적이 있다. 거기에는 10명만이 고용되어 있었고, 따라서 약간의 노동자들은 두세 가지 서로 다른 조작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매우 빈곤했고, 따라서 필요한 기계를 거의 가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힘써 일할 때 하루 약 12파운드(5.4kg)의 핀을 만들 수 있었다. 1파운드는 중간 크기의 핀 4,000개  이상이 된다. 그러므로 10명이 하루에 48,000개 이상의 핀을 만들 수 있고 한 사람은 하루에 4,800개의 핀을 만든 셈이 된다. 그러나 그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완성품을 만든다면, 그리고 그들 중 누구도 이 특수 업종의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면, 그들 각자는 분명히 하루에 20개도 만들 수 없을 것이며, 어쩌면 하루에 1개도 만들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상이한 조작들의 적당한 분할과 결합이 없다면, 그들 각자가 지금 생산할 수 있는 것의 1/240은 물론 아마 1/4,800도 만들 수 없을 것이다.(p9)


 상이한 조작들의 적당한 분할과 결합에 따라 노동의 생산성이 극명하게 달라지는 사례를 우리는 <국부론> 속에서 이미 확인할 수 있다. 이 경우 노동생산성의 차이는 노동자의 성실성보다는 노동력의 적절한 배치에 달려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은 노동자가 아닌 경영자가 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경영자에게는 일반 노동자보다 많은 보수가 주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은 생산성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 또는 노조에게 돌리는 것은 비겁한 변명 수준을 넘지 못한다.


 결국, 낮은 노동생산성 문제는 노동자만의 책임이 될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가 자기계발을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회사에서는 경영자의 노력이,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낮은 노동생산성을 노동자만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사실의 왜곡이라 볼 수 밖에 없다. 공군 파일럿 1명의 전투력이 육군 보병 1명의 전투력보다 높다고 해서, 파일럿이 자신이 조종하는 전투기를 제공하지 못한다. 이를 제공하는 것이 나라라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기업과 국가의 몫이다.


 GM이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문제는 복잡한 문제다. 글로벌 기업의 세계전략을 '낮은 노동생산성'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지나치게 문제를 단순화하는 것이다. 백보 양보해서 낮은 노동생산성 문제라고 하더라도 이는 적절한 철수 이유가 되지 못한다. 낮은 노동 생산성의 책임은 경영진에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높은 경영진 보수 문제를 제외하고 노동생산성의 정의(definition)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정치권에서 노동생산성을 언급한다면 보다 정확한 의미를 파악한 후 사용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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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2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2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2-22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동생산성 수준이 낮은건 노동자가 아닌 경영층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에게 생산성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일인입니다. ㅎㅎ
넘 비인간적이잖아요, 우리가 기계도 아닌데...ㅠㅠ

겨울호랑이 2018-02-22 21:1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거슬러 올라가면 문제는 모든 것을 계량화하여 측정하는 과학적 사고 역시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정량화된 근거와 자본이 결합한 자리에는 인간적인 면이 배제되는 것 같네요... 그런면에서 칼폴라니는 좋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서니데이 2018-02-24 1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주말 기분 좋은 토요일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02-24 19:41   좋아요 1 | URL
^^: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