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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학 원리 1 - 사회철학에 대한 응용을 포함하여 ㅣ 나남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276
존 스튜어트 밀 지음, 박동천 옮김 / 나남출판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정치 경제학 원리-사회철학에 대한 응용을 포함하여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 with Some of their applications to social philosophy>는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 ~ 1873)의 정치 경제학 사상을 정리한 책이다. 제1편에서는 생산, 제2편에서는 분배, 제3편에서는 교환, 제4편에서는 사회 및 정부가 생산/분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제1편은 생산과 더불어 저자가 <정치 경제학 원리>를 쓴 목적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이번 리뷰에서는 <정치 경제학 원리>를 관통하는 주제인 '부(wealth)의 생산과 분배'와 '생산'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나는 왜 이 책을 썼는가 ? 부(富)의 생산과 분배
가. 부(富)란 무엇인가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부=돈'의 공식은 잘못된 것이다. 돈의 가치는 오로지 편리함에서 비롯된 것기 때문이다. 밀에 따르면 '부'는 도구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자세히 풀어보면 '부'는 노동이나 대가 없이 원하는 만큼 얻을 수 있는 것을 제외한 모든 유용하거나 유익한 물건을 뜻하기 때문에, 밀에 따르면 돈은 부가 될 수 없다.
'통상적 담론에서 부는 항상 돈으로 표현된다. 한 사람을 두고 얼마나 부자인지를 묻는다면 몇 천 파운드를 가지고 있다는 식의 대답이 돌아온다. (p30)... 누구에게든 돈의 가치란 자기에게 지금 무엇이 얼마나 들어오든지 나중에 가장 적당한 시기가 되었을 때 자기에게 유용한 형태로 전환될 수 있도록 편리한 형태로 받는다는 점에 있다. 돈을 가진 나라와 돈이 없는 나라 사이에 차이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 차이는 오직 편리함의 차이일 뿐이다... 그러므로 돈을 곧 부로 혼동하는 것은 그대의 집이나 토지로 가는 지름길을 집이나 토지 자체로 혼동하는 셈과 같다.(p34)'
'부라는 것이 "도구"를 의미한다고 정의하자는 제안이 있다. 이때 도구란 단지 연장이나 기계만이 아니라 개인이나 공동체가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소유하는 모든 수단의 총합을 뜻하는 의미라고 한다.(p37)... 밀은 밀가루를 얻는 수단이 되므로 하나의 도구이고, 밀가루는 빵을 얻는 수단이므로 하나의 도구이다. 빵은 배고픔을 채우는 수단이자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므로 하나의 도구이다. 생명에 도달해서야 무언가 다른 것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바람직한 어떤 것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부란 교환가치를 갖는 모든 유용하거나 유익한 물건, 달리 표현하면 노동이나 대가 없이 원하는 만큼 얻을 수 있는 것을 제외한 모든 유용하거나 유익한 물건을 뜻한다고 정의할 수 있겠다.(p38)'
나. 부의 생산과 분배
밀은 <정치 경제학 원리>를 통해서 외부의 자원과 인간의 도구를 결합하여 '부'를 만드는 행위를 '생산'으로 정의하고, 인간의 제도를 통해 생산된 '부'를 나누는 행위를 '분배'로 정의한다. 그리고, <정치 경제학 원리>의 목적은 생산과 분배의 과정에서 적용되는 사회과학적 법칙을 도출하는 것에 있다.
'부를 생산하는 일, 다시 말해서 지구의 물질적 자원에서 인간의 생존과 열락을 위한 도구를 추출하는 일이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 여기에는 필연적인 전제 조건들이 있다... 외부의 자연에 관한 사실에다 인간의 본성에 관한 진리들을 결합함으로써 정치경제학은 2차적 파생적 법칙을 추적하려고 시도한다. 그 법칙을 찾을 수 있다면 현재와 과거에 부와 빈곤이 왜 그렇게 다양한지를 설명할 수도 있게 될 것이고, 미래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부의 증가가 어떤 근거로 예비되는지도 해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생산의 법칙과는 달리 분배의 법칙은 부분적으로 인간 제도의 소산이다. 어떤 주어진 사회에서라도 부가 분배되는 방식은 성문법 또는 그 사회 안에서 자리를 잡은 관행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생산과 분배의 법칙, 그리고 그러한 법칙으로부터 연역되는 실제적 결과에 관한 법칙이 지금부터 전개되는 논의의 주제이다.(p55)'
2. 생산(生産, production)
가. 생산의 요소 : 노동과 자연물
저자는 생산의 요소를 노동과 자연물로 구분하고 있으며, 생산되는 것은 '부'다. 여기서 '부'는 물질적인 의미이며, 생산노동은 물질적 대상 안에 구현된 효용을 생산하는 종류의 노력을 의미한다.
'생산의 요소에는 두 가지가 있다. 노동과 적절한 자연물이다. 노동은 육체적일 수도 정신적일 수도 있다. 이 구분을 보다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표현으로 바꾸면 근육의 노동과 신경의 노동이라 일컬을 수 있다... 생산의 다른 요소, 즉 적절한 자연물에 관해서는, 자연물 중에는 인간의 필요에 알맞도록 스스로 존재하거나 저절로 자라는 것도 있다는 점에 유의할 만한다.(p59)'
'통상적으로 이해할 때 생산된다는 것은 효용이 아니라 부라고 나는 생각한다. 생산노동이란 부를 생산하는 노동을 뜻한다.(p93)... 나는 이 책에서 부에 관해 이야기할 때 이른바 물질적 부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생산노동은 물질적 대상 안에 구현되는 효용을 생산하는 종류의 노력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할 것이다.(p98)... 생산과 비생산의 구분은 노동뿐만 아니라 소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소비는 비생산적으로도 이뤄지고 생산적으로도 이뤄진다. 생산에 직접적으로나 간적접으로나 기여하는 바가 없는 사람은 비생산적 소비자다. 오로지 생산적 노동자만이 생산적 소비자가 될 수 있다.(p102)'
나. 생산의 요소 : 자본
추가적으로 자본은 노동이 산물이 남겨져 축적된 결과로 형성된다. 자본은 산업의 한계를 정하는 기능을 가지고, 저축의 결과로 생겨난 것이며, 자본은 소비된다는 특징을 가진다. 상품에 대한 수요가 노동에 대한 수요가 아니라는 네 번째 명제는 생산이 고정자본과 유동자본(노동을 포함한)의 결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많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기계류(고정자본)를 더 많이 투입하여 생산해야 할 경우 노동(유동 자본)에 대한 수요는 이보다 작게 된다.
'생산에는 일차적이고 보편적인 요소인 노동과 자연물 이외에 세 번째 요소가 있는데, 이 세 번째 요소는 바로 이전에 이뤄진 노동의 산물이 남겨져 축적된 결과다. 노동의 산물을 이렇게 축적한 결과를 자본이라고 부른다.(p107)'
'자본에 관한 첫 번째 명제는 산업의 한계가 자본에 의해 구획된다는 점이다. 인간의 노력을 어떤 특별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행위는 그 방향의 산업으로 "자본을 적용한다"는 문구로서 서술된다.(p120)... 자본에 관한 근본적 정리 두 번째는 자본이 생기는 원천에 관한 것이다. 자본은 저축의 결과이다.(p128)... 자본에 관한 근본적 정리의 세 번째는 방금 논의한 정리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으로서, 저축된 것이고 저축의 결과지만 그래도 자본은 소비된다는 것이다.(p130)... 자본에 관한 네 번째 명제는 생산노동을 부양하고 고용하는 것은 노동을 작업에 투여하기 위해 사용되는 자본이지, 작업이 완결되었을 때 노동으로써 생산된 물건에 대한 구매자들의 수요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상품에 대한 수요는 노동에 대한 수요가 아니다.(p143)'
<정치 경제학 원리> 제1편에서는 이와 같이 생산 요소를 노동, 자본, 자연으로 정의하고 각 생산요소의 특징과 이들의 결합, 적용되는 법칙들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정치 경제학 원리>를 통해서 여기에서 언급된 여러 논의가 현재 주류 경제학의 기초가 됨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책을 읽어감에 따라 생산성의 향상을 위한 여러 조건과 노동과 자본의 법칙에 대한 논의를 통해 현대 경제학 원론에서는 기본 공리(公理)로 받아들여졌던 내용이 증명되기에 이 책은 고전 경제학 또는 일반적인 주류 경제학의 고전(Classics)이라 말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책을 읽는 과정에서 우리는 시대를 넘어선 밀의 통찰력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정자본의 증가를 통해 노동자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음을 지적한 다음의 단락에서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 속에서 인공지능(AI)에 의해 대체되는 인간 노동의 문제가 이미 19세기에 제기되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생산과정에 종사하면서 기능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즉 한번 사용됨으로써 수행하는 자본을 유동자본이라고 한다...내구적 형태로 존재하며, 내구성에 상응한 기간동안 수익이 분산되어 돌아오는 자본을 고정자본이라고 한다.(p162)... 유동자본을 희생한 대가로 발생하는 고정자본의 증가는 모두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노동자들의 이익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이로부터 나오게 된다.(p165)'
[그림] 4차 산업혁명과 노동 시장 문제(출처 : 중앙일보)
그리고, <정치 경제학 원리>에서 언급된 '자본의 성장'을 통해 출산인구가 감소되고 노령화 인구가 증가되어 전체적으로는 노동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속에서 주류 경제학이 과거와 같이 답을 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도 던지게 된다.
'시대가 바뀌는 와중에서 자본이 계속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보존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속적 재생산에 의해서다. 자본의 모든 부분은 일반적으로 생산된 후 머지 않아서 사용되고 파괴된다. 다만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그 사이에 더 많은 산물을 창조하는 생산에 고용되는 것이다. 자본의 성장은 인구의 성장과 비슷하다. 태어난 개인은 모두 죽는다. 그러나 해마다 태어나는 숫자가 죽는 숫자를 초과한다. 그러므로 비록 현재 인구를 구성하는 사람 중 누구도 비교적 가까운 과거 이전에는 살지 않았지만 인구는 항상 증가한다.(p136)'
[그림]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현황과 문제점(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drryuhk&logNo=220847070654&categoryNo=0&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kr%2F)
<정치 경제학 원리>를 통해 현대 우리에게도 유용한 밀의 통찰력과 함께 주류 경제학의 한계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의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요즘의 현실 속에서 고전학파 경제학의 기본 전제를 잘 정리한 이 책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모든 고전(古典)이 당대 현실의 산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고전의 내용이 우리의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그보다는 <정치 경제학 원리>에 깔린 저자의 사상적 배경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며 생산적이지 않은 모든 업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해주는 공동체의 능력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한 목적을 위해서 그토록 많은 여분이 있어서 실제로 사용된다는 것은 축하할 일일 따름이다. 애석하게 여겨져야 할 일, 그리고 고칠 수 있는 방법도 없는 일은 이 여분의 분배와 관련하여 엄청난 불평등이 발생하고, 그 여분 중에서도 대부분이 별로 가치가 없는 쪽에 투여되며, 받는 대가에 상응하여 아무것도 되돌려주지 않는 부류의 많은 사람들에게 그 중에서 많은 부분이 돌아간다는 점이다.(p105)'
<정치 경제학 원리>의 많은 내용이 현대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에 이러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이 현대와는 다른 생산구조를 가진 근대 산업혁명기(期)에 당대의 현실을 진단하고 부의 불평등한 분배 등에 대한 해결책을 내리고자 했다는 저자의 의도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비판은 다소 과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전의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당대의 현실 속에서 저자의 의중을 염두에 두고, 이의 현실적인 적용을 고려하는 것은 아닐런지. 이러한 생각을 <정치 경제학 원리>를 통해 해보면서 이번 리뷰를 마친다.
ps. 존 스튜어트 밀이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1872 ~ 1970)의 대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또 하나의 수확이다. 러셀의 대부인 밀이 <정치 경제학 원리>를 통해 '부가 수단'이라는 점을 명시했다면 대자인 러셀은 <행복의 정복>을 통해 행복의 의미에 대해 탐색하고 있다. 이들의 책을 통해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부(富가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