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 이래 기독교 역사에서 끊임없이 등장한 저 위대한 지도자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지도자들에게는 종교적 구원의 감정이라는 현상이, 모든 것은 오직 한 객관적 힘의 전유적(專有的)인 작용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이지 절대 그 자신의 가치로 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확고한 의식과 결부되어 있었다. 죄의식에 의해 초래되는 무시무시한 정신적 긴장감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희열에 찬 확신과 그것이 주는 강렬한 감정이 돌연히 그들의 마음에 밀려와, 이 엄청난 은총의 선물은 그 자신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협력한 덕택이라든가 자신의 신앙과 의지의 공로나 특성과 결부될 수 있다는 표상의 모든 가능성을 근절해버린 듯하다'(p178)... 신이 인간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위해 있는 것이며,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오직 신의 위엄의 찬미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p181)'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막스 베버(Maximilian Carl Emil Weber, 1864 ~ 1920)은 프로테스탄티즘의 금욕(禁欲)주의 정신을 자본주의 정신의 기원으로 인식했다. 거칠게 표현해서 프로테스탄티즘의 결과로 자본의 축적이 가능했다면, 당대의 사람들이 금욕으로 인해 억압된 욕구 배출구는 무엇이었을까? 기독교에서 사순기간 직전의 사육제(謝肉祭, carnival)이 욕구를 분출할 수 있는 공식적인 경로였다면, 음악에서는 교회 칸타타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1. 교회 칸타타
'모든 예술에는 서로 대립되면서 밀물과 썰물처럼 오고가는 두 개의 주요한 경향이 있습니다. 첫번째 경향은 대칭에 대한 욕구입니다. 재료를 깎아내고 수정하고, 윤곽을 단순화하고, 명백한 질서를 부여하고 싶어하는 경향 말이에요... 이 경향이 과열된 탓에 또다른 경향이 나옵니다. 생기 없고 단조로운 규칙성에 권태를 느끼고 기하학을 박차고 나온 거죠. 이제 예술은 자연물의 유려함, 식물의 풍부함과 무성함을 모방하려 합니다. 바로크(baroque)적인 기발함을 좃게 된 거에요.(p288)'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 ~ 1750)가 재능을 꽃피운 프로테스탄트 사회는 이미지를 배척했죠. 이탈리아의 신앙이 자기만족을 얻곤 했던 극적이고 시각적인 화려함이나 이교도 신앙에서 차용한 요소들을 모두 거부했어요. 독일 종교개혁이 그 모든 이미지의 세계를 억압하고 금지했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어떤 배출구가 절박하게 필요해졌습니다... 어떤 형상을 만들고 싶은 흥취가 사방으로 갇혀버린 판국에 음악만이 유일한 피난처이자 분출구가 되었던 겁니다. 음악과 시, 연극, 회화의 결탁은 낭만주의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그 싹은 이미 바흐의 훌륭한 칸타타들에 이미 마련되어 있었습니다.(p290)'
'나는 가장 아름다운 작품 중 하나라는 이유에서 바흐의 칸타타 제150번을 골라보았습니다. "주여, 제가 당신께 간구하나이다."라고 성경은 말하고 있는데요. 이 독주들과 합주들을 들어봐요. 특히 경이로운 피날레의 샤콘에서 바흐는 북스테후데의 기악 작곡법을 성악에서 응용하죠. 이탈리아 아리아의 구조들과 슬슬 비슷해지기 시작하는 선율들도 주의깊게 들어봅시다(p292).'
2. 대칭성(Symmetry)과 이(理)
'애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 ~ 1849)가 그랬죠. "탁월한 아름다움에는 항상 묘하게 조화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조화에서 벗어나는 기묘함, 그게 바로 바로크의 기원입니다.(p287)'
<음악의 기쁨>에서 언급된 조화의 아름다움 중 하나인 대칭성은 다음과 같이 '합동성'과 '주기성' 그리고 이들의 배열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음악에서 대칭성의 표현은 주제음과 이들의 '반복'된 형태로 대칭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형태로 구현된다.
'대칭성을 보인 수많은 다양한 대상들이 가진 공통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먼저 합동성과 주기성의 개념부터 이해해야한다. 대부분의 대칭적 대상은 어떤 형태로든 이런 성질이 있으며 이런 성질이 빠지면 대칭성이 축소되거나 사라진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대칭성은 직선을 따라 규칙적으로 형태를 반복해 배치하거나, 어레이(array) 형태로 무늬를 연장하는 것이다. 이론상 이러한 종류의 단순한 배열은 분명 무한히 계속할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요소와 간격이 일정하게 유지될 때만 대칭성을 가지게 된다.(p8)'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자연(自然) 상태에서 이러한 대칭성이 완벽하게 구현되기는 어렵다. 이상(理想)적인 대칭성은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보다 복잡한 모습의 다양한 모습으로 아름다움은 발생한다. 음악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변주곡(變奏曲, Variation)은 '대칭적 아름다움의 현실적인 표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용암이 이상적으로 완벽하게 균일한 물질이었다면 그물망이 아니라 정육각형 패턴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하학적 이상 상태는 여기서도 그렇고 자연의 어느 곳에서도 실현되기 아주 힘들다... 사실 이러한 복잡한 모습이야말로 '이(理)'의 징표다. 완벽하게 질서 정연한 배열은 순수 대칭의 영역에 속한다.(p40)'
3. 깊이 읽기 : 칸타타(Cantata)
'17세기 초엽에서 18세기 중엽까지의 바로크 시대에 가장 성행했던 성악곡의 형식. 이탈리어어의 cantare(노래하다)에서 파샌된 말이다. 보통 독창(아리아와 레치타티보)-중창-합창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독창만의 칸타타도 있고 또 처음의 기악의 서곡이 붙어 있는 것도 적지않다... 처음에는 이탈리아의 영향을 받아 아리아와 레치타티보가 교체되는 독창 칸타타를 길러낸 독일은 18세기에 들어 그리스도교의 교회음악으로서 독일 특유의 칸타타를 발전시켰다. 그것들은 17세기 이래의 교회합창곡과 오페라풍의 아리아, 레치타티보를 융합한 것으로 가사로는 자유로운 종교시에 성서의 구절이나 찬송가(코럴 coral)을 곁들인 것들이 많다... 독일 교회 칸타타의 절정을 이룬 것은 약 200곡에 이르는 바흐의 작품들이다. 형식과 내용의 다양성에 있어서 그것들은 바흐음악의 정수라고 부를 만하다. 바흐 칸타타의 가장 전형적인 형식은 처음에 기악의 서주를 지닌 규모가 큰 대위법적인 합창곡을 두고 거기에 몇 개의 아리아- 레치타티보-중창이 이어지며 단순한 코럴합창단이 전곡(全曲)을 맺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칸타타의 전성기는 바흐와 더불어 막을 내렸다 해도 무방하다.'
'불협화음'으로 대표되는 바로크 음악의 특성은 변주와는 다른 뜻을 가진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중세 스콜라(Schola)철학과 로마네스크(Romanesque)-고딕(Gothic)양식으로 대표되는 신(神)의 절대질서에 대한 소심한 반항이 바로크 음악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대칭성의 파괴라고는 하지만 불협화음 수준을 넘지 않는 '수학적 절대성'이 적용된 음악이었음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오늘 아침 안개가 심하네요. 안개가 심한 것을 보면 오늘은 날이 더울 것 같습니다. 이웃분들 모두 건강한 토요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