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원생활(田園生活)에 대한 책 두 권을 읽게 되었습니다.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와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가 그 책들입니다. 둘 다 전원생활, 시골생활에 대한 이야기지만 주제에 대한 저자들의 입장은 사뭇 다릅니다.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는 서울 생활을 정리한 후 경북 성주로 이주한 엄윤진 작가의 경험담을 다루고 있는데 반해,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는 시골 생활에 다소 부정적인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이번 페이퍼에서는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와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를 통해 시골에 대한 두 작가의 다른 입장을 비교/대조해 봤습니다.


1. 결단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의 엄윤진 작가는 다소 즉흥적으로 성주 이주를 결심합니다. 엄윤진 작가는 다소 즉흥적인 결정으로 제2의 인생을 열지만(물론, 작가는 성공적으로 안착을 합니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의 작가 마루야마 겐지는 시골 생활에 대해 신중한 고려를 조언합니다.


가. 길을 잃고 집은 만나다 : '그 무렵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내가 도시에서 무엇을 누리며 살 수 있을까? 어쩌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우울하게 보내게 될지도 모를 내 상황에 조금 겁을 먹고 있었던 것 같다... 거기서 벗어나고 싶었다. 이유는 단지 그것뿐이었다. 혼자면 어때, 그런 맘도 들었다.... 정말 이상했다. 난 이미 이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p21)


나. 지쳐 있을 때 결단하지 마라 : '모든 것을 접고 시골에 틀어박히기로 마음먹는 것은 정말로 괜찮을까요. 당신은 벌써 여러 번 우려내 맛과 향이 다한 차 같은 존재인가요. 오랜 세월을 축적해온 그 귀한 지식과 경험과 기술과 인관관계를 몽땅 하수구에 버리고 마는 식의 삶은 순수함과는 분명 다릅니다... 시골로 거처를 옮겨 지치고 지친 심신을 충분히 쉬게 하고픈 마음은 압니다만 그런 피로야 반년쯤 쉬면 바로 사라집니다. 다시금 일하고픈 의욕이 솟구칩니다. 그때 당신이 아직 도시에 있다면 재기할 기회는 시골에 비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가장 지쳐 있을 시기에 중대한 결단을 내리는 일은 피해야만 합니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p48)


2. 선택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에서는 아름다운 경치에 마음이 끌려 집을 구매한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그렇지만,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에서는 아름다운 경치에 끌려 내린 결정의 위험을 경고합니다.


  가. 길을 잃고 집은 만나다 : '왠지 모르게 산길이 마음을 끌었다. 편안한 느낌, 그 이상이었다. 산길이 많이 굽어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내려오는데 오른쪽 창으로 한옥의 지붕이 눈에 띄었다.... 그 틈 사이로 살며시 집이 보였다. 고즈넉하니 멋스러워 보였다. 그런데 주인장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빈집이었다. 마당의 잔디는 손을 본 듯하나 그 주위는 온통 나무였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그때 내가 잡목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몇 년째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옷자란 풀이었다. 뒷마당은 언감생심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집이 네 채나 되는데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 (p20)

 

나. 아름답다고 좋은 곳이 아니다 : '자연에서의 현실이란 것을 잘 몰랐던 젊은 시절, 몰래 눈여겨둔 별장지가 있었습니다. 높은 지대에서 바라본 전망은 아름다운 아즈미노에서도 각별했습니다. 그곳에 집을 짓고 살면 구름 위에서 생활하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집필 의욕이 솟구쳐 생각대로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집필 의욕이 솟구쳐 생각대로 소설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설픈 기대에 사로잡혔습니다... 만약 당신이 땅값이 싸다는 점에 눈이 멀어 곧바로 사기로 결정하고 말았다면 이는 중대한 실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도시 땅값과 비교하면 분명하면 분명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쌉니다.  하지만 현지 시세를 감안하면 턱없이 비싼 가격으로 바가지를 씌운 것입니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p33)


3. 불편한 생활


 시골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생각하는 시골 생활에 대한 공통적인 어려움은 불편함일 것입니다.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 에서는 시설에 대한 불편함이 나타나 있고,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에서는 불편함의 의미를 찾아갈 것을 권고합니다.


 가. 푸세식은 힘들어 : '진짜로 급한 게 뭐냐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첫째, "화장실이랑 세면장!"하고 소리쳤다. 정말이지 난 밤에 "푸세식" 화장실에 가는 것이 무서웠고 샤워도 쪼그리고 앉아 씻는 게 아니라 서서 하고 싶었다. 두 번째, 겨울에도 따뜻한 방! 작고 아늑한 방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에가 고치를 틀듯 말이다. 세 번째, 환한 주방 만들기. 그리고 노후한 전기와 보일러 시설 손보기.'<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 (p33)


 나. 불편함이 치유다 : '시골에서는 내 일은 내 힘으로 한다는 강한 마음가짐과 체력이 필요합니다. 이주하고 나서 도시의 편리함과 비교하며 불평을 해 본들 소용이 없습니다. 어떤 것이든 스스로 해내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으면 굳이 불편한 곳에서 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불편함이, 너무 편리한 도시 생활로 흐늘흐늘해진 당신 심신을 달련시켜 줍니다. 불편함이, 당신 뇌를 계속 지배해 온 싸구려 이미지를 말끔히 제거하고 가혹한 현실과 대치하는 묘미를 알게 해 줍니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p185)


4. 이웃과의 관계


 시골에서 이주했을 때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이웃과의 문제일 것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는 이웃과의 관계를 친밀하게 하는 반면,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에서는 되도록 관계를 가지지 않는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가. 세상사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  '연(蓮) 밭을 만들면서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으면서 사는 비결은 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나는 마을 어른들과 큰 소리를 내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여쭈었다. 방법을 말씀하실 때마다 수용할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을 말씀드렸다. 다행히 그런 자세 때문에 어르신이 웃으면서 그러셨다.'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p53)


나. 친해지지 말고 그냥 욕먹어라 :  '시골 생활을 시작할 때 그 지역 주민들과 접촉하는 정도를 미리 정해 두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아주 중요한 문제에는 단호한 양자택일밖에 없습니다. 말하자면 긴밀히 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둘 중 하나만 있습니다...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어울리지 않고 미움을 사는 편이 어울리고 나서 미움을 사는 편보다 원망이 훨씬 더 적다는 점입니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p129)


 <우리 시골에서 살아볼까?>,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모두 시골 생활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시골 생활을 보는 관점은 반대입니다. 아마 현실은 그 중간 어딘가 있을 것입니다. 시골생활이란 두 얼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골에서 자기만의 주택을 가졌을 때 위의 작은 연못과 같은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아래 사진과 같은 분위기 있는 공간을 가질수도 있고(다소 잡초가 많네요) 이를 통해 여유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아마 이러한 여유는 도시의 아파트 생활에서는 가질 수 없는 부분이고 많은 이들이 이러한 여유를 가지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모든 권리에는 의무가 따르는 것은 자연법이 지배하는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의무가 권리보다 큰 것 또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상황과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위의 연못을 5분만 바라보면 곧 질리게 됩니다만, 관리하기 위해서는 해야할 일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금새 자라는 잡초를 보면서 자연의 무한한 생명력에 감탄함과 동시에 빨리 제거해야하는 의무감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시골 생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낭만적이지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시골 생활과 아이를 키운다는 것의 공통점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나가는 어린 아이를 보면 누구나 웃음을 지으며 예뻐하지만,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것처럼 시골 생활도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많은 이들이 이런 것을 알면서도 시골 생활을 그리는 것은 아마도 우리 조상들의 삶의 공간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며칠 전 많은 비가 오고 난 후 하늘과 공기가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나고 있습니다. 이웃분들 모두 환절기 건강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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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6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6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8-26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움을 말하긴 했지만 두 분 다 낭만적인 글이네요. 리얼한 경험담 들어보면 분투기죠. 비 오고 자고 나면 훌쩍 자라는 잡초 정리에 쉴 틈이 없고 텃밭 관리, 집 주위 정리도 고역이라 연못 메워 버렸다는 분도 다반수. 겨울철 난방비가 50~100만원 이상, 주말이면 이 사람 저 사람 놀러 온다고 하는 터에 그 수발에 정리에 또 지치고,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편의점이라도 갈라 치면 차타고 5분 이상 나가야 되는 온갖 귀찮음... 무턱대고 갈 게 아니라 얼마 간 살아보고 결심할 일이죠. 농사나 손재주 있는 분들 아니면 노년엔 더 피해야 할 게 시골 생활이라는 게 인터넷중론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8-26 22:24   좋아요 1 | URL
네 그렇지요^^: 도시에서는 당연하게 갖춰진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어느 정도의 마음 가짐이 우선 필요할 것 같아요^^:

yureka01 2017-08-27 08: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도시가 게으른 이유가 피곤 때문입니다. 직장이란 조직은 사람의 심신을 파먹죠. 시골의 부지런함은 심신이 보충하거든요. 바람.물.공기.심지어 하늘에 구름 마저도 경이롭다 라면 시골이 맞을 것이고, 그래서 모든 불편을 행복으로 바꾸죠. 도시는 반대로 돈을 행복으로 바꾸려 들거든요. 이 차이점입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시골가서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주거에 대한 제품들이 워낙 잘 나오니 시골에서도 도시의 아파트 처럼 깔끔하게 얼마든지 만들수 있죠. 건축을 좀 알면 시골 생활도 훨씬 주거환경도 자유롭거든요....시골은 뭐든지 가급적 자체해결의 재미를 못느끼면 시골 가면 망합니다. 환경을 유지 보수 설계할 기술이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거든요..그러니 시골 갈려면 도시인들보다 더 많이 배워야 합니다. 이게 안되니 시골가서 전원의 낭만을 찾다가는....못버티죠..

겨울호랑이 2017-08-28 14:43   좋아요 0 | URL
^^: 유레카님의 ‘시골은 불편을 행복으로 바꾸고, 도시는 돈을 행복으로 바꾼다‘라는 표현 정말 공감되는 멋진 표현입니다! 말씀하신대로 불편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단순한 도피처로 생각하는 것이 귀향이 실패하는 주된 이유라 생각되네요. 유레카님 행복한 일요일 보내시고, 마음에 드시는 멋진 사진을 찍으시길 바랍니다.^^:

커피소년 2017-08-28 14:40   좋아요 2 | URL

장문의 댓글을 스마트폰으로 작성했으나 댓글이 지워져서 폰에서 북플을 아예 지워버렸습니다..ㅎㅎ

유레카님의 도시가 게으른 이유에 대해서 매우 공감되더군요.. 감정 에너지소모... 이게 상당히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더군요... 육체노동보다 더 한 피로함이 몰려오더군요... 그래서 감정 노동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사람이 사람을 이롭게 하기보다 해롭게 하기 때문에 비교적 사람이 없는 시골로... 산으로.. 가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시골에서의 삶도 도시와 같으면 무의미하겠지요... 위에 포스팅에서도 나오죠.. 관계를 맺어서 서운해지는 것보다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낫다고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밀착되면 밀착될수록... 본질은 흐려지거든요... 보통 고마움은 멀리.. 안 보일 때 생각나는 법이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과의 거리를 멀리해야겠지요... 도시는 매일 사람이 붙어 다니니... 심신을 파먹을 수밖에요.. 시골 가니 사람 한 번 만나려고 하면 한참을 가야 한 사람 만날 정도죠... 사람이 귀하니... 속은 몰라도 겉으로라도 다 친절함을 베풀더군요..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 편할 수 있다면... 그러한 삶도 나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