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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붕괴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05년 11월
평점 :
<문명의 붕괴 Collapse>는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1937 ~ )교수의 문명의 붕괴 원인에 대한 저술이다. 전작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에서 문명의 기원(起原)에 대해 살펴보았다면, <문명의 붕괴>에서는 과거 문명(文明)의 붕괴 원인을 파헤치고 있다. 그리고, 과거 문명의 붕괴 원인을 거울삼아 우리가 당면한 위기(특히, 환경 위기)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도출하고자 하는 목적이 담겨있다.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도출한 문명 붕괴의 5가지 요인은 무엇이며,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지 이번 리뷰를 통해 살펴보자.
1. 문명 붕괴의 5가지 요인
'한 사회가 전적으로 환경 파괴로 인해 붕괴하는 것만은 아니다. 다른 요인들도 있다. 이 책을 처음 기획했을 때는 나는 그런 복합적 요인들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환경에 따른 붕괴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반드시 고려해야할 다섯 가지 요인을 찾아냈다. 그중 네 가지, 즉 환경 파괴, 기후 변화, 적대적인 이웃, 그리고 우호적인 무역국은 한 사회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섯 번째 요인, 즉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은 언제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p25)
<문명의 붕괴>에서는 사회 변화를 초래하는 다섯 가지 요인인 환경 파괴, 기후 변화, 적대적인 이웃, 우호적인 무역국,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를 제시한다. 대부분 문명의 붕괴에는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중에서도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은 문명의 붕괴를 설명하는데 핵심적 요소다. 아놀드 토인비 Arnold Joseph Toynbee(1889~1975) 의 <역사의 연구 A study of history>에서 '도전과 응전의 역사'로 인류 역사를 설명하듯 저자인 다이아몬드 역시 제대로 응전하지 못한 문명의 도태(淘汰)를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한다.
'사회는 발전해나가는 전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문제에 부딪힌다, 또 문제 하나하나의 출현이 구성원들에게는 어떤 시련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하는 도전이 된다.' - <역사의 연구 역사의 연구 A study of history> 아놀드 토인비 Arnold Joseph Toynbee(1889~1975) -
문명의 붕괴는 보통 다섯 가지 요인의 복합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그 중에서도 붕괴에 미친 주요 원인별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가) 환경 파괴 : 이스터섬
[그림] 이스터섬 (출처 : http://blog.daum.net/byhkmgkht/4600)
'모아이(Moai)'로 유명한 칠레의 이스터 섬의 문명은 인간의 환경 파괴로 인해 섬 전체의 생태계가 파괴되었고, 그 결과 섬 전체가 멸망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저자의 기준에 따른면 이스터 섬의 경우 환경 파괴, 우호적인 무역국의 부재로 인한 고립, 그리고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이 문명 붕괴의 주요 원인이 될 것이다.
'이스터 섬은 삼림 파괴의 결과를 보여주는 태평양 지역에서, 아니 세계 전체에서 가장 극단적인 예이다. 삼림 전체가 사라졌고, 모든 수종이 멸종되었다. 그 결과는 곧바로 섬사람들에게 미쳤다. 천연자원이 턱없이 부족했고, 살코기를 제공하던 야생 동물까지 크게 줄어들었으며, 식량 생산까지 곤두박질쳤다. 천연자원의 감소로 나무와 새에서 얻던 것, 예컨대 목재와 밧줄, 천을 만들던 나무껍질, 깃털까지 사라지거나 크게 줄었다. 큰 나무와 밧줄이 사라지면서 석상을 운반해서 세울 수도 없었다. 바다로 나갈 카누조차 만들 수 없었다.'(p153)
'이스터섬의 붕괴를 부추긴 요인으로는 두 가지가 남는다. 하나는 인간으로 인한 환경 훼손, 특히 삼림 파괴와 조류의 멸종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 사회, 종교적 요인이다. 이스터 섬은 외딴 섬이어서 이주를 안전판으로 삼을 수 없었고, 앞에서 거론한 이유 때문에 석상의 조각에 전념했으며, 더 큰 석상을 세우려는 씨족들 간의 경쟁으로 더 많은 나무와 밧줄과 식량을 필요로 했다.'(p169)
나) 기후 변화 : 노르웨이령 그린란드
[그림] 그린란드 ( 출처 : https://pixabay.com)
현재 덴마크의 영토인 그린란드는 원래 바이킹(viking)에 의해 개척이 시작되었다. 노르웨이인들에 의해 개발이 시작된 그린란드는 '소빙기(小氷期)'의 추위에 의해 붕괴되었다. 노르웨이령 그린란드의 경우 붕괴원인은 기후 변화, 우호적인 무역국의 부재,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이 붕괴 원인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린란드에 정착한 노르웨이 사람드에게 닥친 운명도 논란이 분분하기는 했지만 주로 한 가지 요인으로 설명되어왔다. 가장 그럴듯한 이론은 바로 기후 변화였다. 고고학자 토머스 맥거번(Thomas McGovern)의 표현을 빌리면 "너무 추워졌고, 그래서 모두가 죽었다."'(p301)
'1300년경 북대서양의 기후가 점점 추워지고 해마다 변덕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소빙기"가 시작되면서 1800년 대까지 지속되었다. 1420년경 소빙기가 절정에 이르면서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를 잇는 바다에 여름에도 유빙(流氷)이 늘어났다. 이때문에 그린란드의 노르웨이인들은 완전히 고립되고 말았다.'(p310)
다) 적대적인 이웃 : 마야 문명
[그림] 마야 문명 (출처 : http://www.koreadaily.com/)
다른 문명에 비해 마야 문명의 붕괴원인은 보다 복합적이다. 환경 파괴, 기후 변화, 적대적인 이웃,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 등 네 가지 원인이 마야 문명의 붕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결국 10세기 정도에 마야 문명은 멸망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때 당시 마야 문명이 위기를 극복했다하더라도, 16세기 에스파냐의 침략으로 멸망한 잉카, 아즈텍 제국과 마찬가지의 운명을 맞이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마야 문명의 붕괴는 적대적인 이웃에 의한 멸망으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사회적 붕괴 요인으로 제시한 다섯 가지 요인 중에서 마야 사회는 네 가지 조건을 충족시킨다. 그들은 삼림 파괴와 그에 따른 침식으로 환경을 훼손시켰다. 기후 변화, 즉 가뭄도 마야의 붕괴에 한 몫을 했다. 마야 사회 내에서의 내홍도 큰 역할을 했다. 끝으로 정치/문화적 요인, 특히 왕과 귀족이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쓰지 않고 경쟁적으로 전쟁을 치르고 기념품 건립에만 몰두한 것도 마야를 붕괴로 몰고 간 중대한 원인 중 하나였다. 다섯 가지 요인 중 남는 것은 외부 사회와의 우호적인 교역이다. 그러나 이 요인은 마야 사회의 부침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한 듯하다.'(p228)
'이스터 섬, 망가레바, 아나사지 사회가 그랬듯이 마야에서도 환경 문제와 인구 문제가 전쟁과 내분으로 발전했다. 또한 이스터 섬과 차코캐니언에서 그랬듯이 마야에서도 인구가 정점에 이른 직후부터 정치/사회적 붕괴가 시작되었다. 이스터 섬은 농지를 해안의 저지대에서 고원지대로 환대시켰고, 밈브레스는 범람원에서 언덕으로 농지를 확대시켰다. 이와 마찬가지로 코판의 주민들도 범람원에서 환경적으로 취약한 산허리로 농지를 확대시켰다. 그러나 인구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오히려 산허리에서의 농사가 파국을 맞는 비극이 닥쳤다.'(p251)
라) 우호적인 무역국 : 핏케언 섬, 헨더슨 섬
[그림] 핏케언 제도 ( 출처 : http://kr.wsj.com/posts/2014/07/11/)
팟케언 제도의 섬들인 핏케언 섬, 헨더슨 섬의 경우 인간 정착 후 발생한 대대적인 삼림 파괴와 토양 침식들의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우호적인 무역국과의 교역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외부와의 교역이 끊어지게 된 결과 이들 문명은 멸망할 수 밖에 없었다. 고립된 섬들인 폴리네시아 지역의 섬들에서 나타나는 '외부와의 고립' 문제는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환경 파괴가 세계적인 문제가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고립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헨더슨 섬과 외부 세계의 접촉이 중단된 이유는 무엇일까? 망가레바 섬과 핏케언 섬에서 일어난 환경 변화의 결과였다. 폴리네시아 전역에서,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홀로 성장해왔던 섬들에 인간이 정착하면서 생태계에 충격을 주었고, 많은 동식물이 멸종당하는 위기를 맞았다.(p187) ... 피케언 섬에 닥친 환경 변화에 대해서는 훨씬 덜 알려지기는 했지만 와이슬러가 이 섬에서 부분적으로 시행한 고고학적 발굴에 따르면 대대적인 삼림 파괴와 토양 침식이 있었더 것으로 여겨진다... 환경 훼손이 정치, 사회적 혼란 및 카누용 목재의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동남폴리네시아의 교역까지 끊어졌다. 팟케언 섬과 헨더슨 섬에서 사람들이 완전히 사라진 이유는 그들의 생명줄이던 망가레바 섬과의 교역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p189)
'망가레바 섬, 핏케언 섬, 헨더슨 섬의 주민들은 그들의 환경을 크게 훼손했고, 삶에 필요한 자원들을 파괴했다. 망가레바 섬에서는 끔찍한 사건들이 상습적으로 일어났고, 삶의 수준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주민의 수가 많아 어떤 형태로든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다... 망가레바 섬이 쇠락하면서 그들에게 수출할 여력을 상실하자, 핏케언 섬들과 헨더슨 섬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영웅적인 투쟁을 벌였디만 마지막 한 사람까지 섬에서 죽음을 맞아야 했다.'(p191)
마)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 : 노르웨이령 그린란드
저자가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환경 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 문제는 모든 문명의 공통된 붕괴 원인이며 '자연의 도전(挑戰)'에 대한 '문명의 응전(應戰)'이 실패했을 때 문명은 붕괴하게 된다.
'기후가 변하고, 해마의 상아에 대한 유럽의 수요가 변했을 때, 더구나 이누이트족이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을 때,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그들의 몫이었다. 그들이 환경에 미친 영향도 변화의 한 요인이었다.(p348)... 그린란드에 정착한 노르웨이 사람들은 적어도 세 가지 방향에서 환경을 훼손했다. 1) 초목의 파괴, 2) 토양 침식의 유발, 3) 떼의 남용이었다.'(p349)
2. 우리의 과제
저자는 <문명의 붕괴>에서 문명의 주요 붕괴 원인으로 다섯 가지 요인을 제시하지만, 무엇보다도 '환경 파괴'와 여기에 대한 '문명의 대응'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현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는 '온난화 현상'일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온난화 현상' 은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불연속적으로 발생한 문제였기에 비교적 최근에 심각성을 인식한 인류 전체의 과제로 이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
'한 사회가 문제를 인지하는데 실패하는 가장 흔한 상황은 위기 상황이 느린 형태로 진행되는데다 기복의 변화 폭이 넓어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 때이다. 현재 여가에 가장 잘 들어맞는 경우가 온난화 현상이다... 변동 폭이 크고 불규칙했으므로 결과적으로 매년 평균적으로 약 0.01도씩 상승해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p581)
<문명의 붕괴>에서는 이러한 문제점과 함께 성공적인 사회의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하의상달(bottom-up)', '상의하달(top-down)' 방식의 의사 결정 체계를 적절하게 적용하여 현재 위기를 우리가 직시(直視)한다면 우리의 미래가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성공한 사회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면에서 대조적인 두 가지 형태의 접근법이 가능함을 알려주고 있다. 두 접근법에 각각 하의상달(bottom-up), 상의하달(top-down) 방식의 접근법이라는 이름을 붙여보자.(p388) ... 작은 섬, 혹은 소규모의 땅을 점유하고 있는 작은 사회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의상달 방식의 접근법을 채택할 수 있다. 땅이 넓지 않아 모든 거주민이 지역 전체를 잘 알고, 섬 개발이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정체성과 공동의 이해관계를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기 때문이다.(p389)... 이와 반대되는 접근법이 상의하달 방식으로 폴리네시아 통가처럼 중앙집권적인 정치 조직을 가진 대규모 사회에 적합하다. 통가 섬은 그 규모가 너무 커서 일개 농부가 군도(群島) 전체는 말할 것도 없고 섬 하나도 잘 알기가 힘들다.'(p390)
'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한테 닥친 문제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문제들을 결코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설득하는 데 남은 삶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p717)
온난화 현상에 대한 원인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온난화 현상이 인류에 의한 환경 파괴가 원인인지, 아니면 기온 변화가 일종의 순환 주기(循環 週期)인지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난화 현상이 우리가 당면한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문명의 붕괴>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에 대한 답을 직접하지는 않는다. 다만, 과거 사례를 제시하면서 우리 스스로가 답을 찾도록 제시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우리의 미래를 전망한 <문명의 붕괴>는 보다 설득력있게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면에서 일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