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SOPHOKLES>에 수록된 <오이디푸스 왕 Oidipous Tyrannos>, <안티고네 Antigone>,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Oidipous epi Kolonoi>를 읽고.
자기의 불행한 운명을 깨닫고 여행을 떠나는 내용의 <오이디푸스 왕>, 딸과 함께 방랑을 떠나 아테나이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오이디푸스가 그려지는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오이디푸스 아들, 딸들의 죽음과 그 사이의 비극이 다루어지는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 3부작'으로 내용적으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비극(悲劇)의 원인이기 때문에, 우리는 주인공 오이디푸스를 비난하기보다 그의 슬픈 운명에 공감(共感)하게 된다. 오이디푸스 3부작을 읽으면서 발견하게 된 Shakespear 비극(tragedies)의 모습이 있어 이를 옮겨본다.
1. <오이디푸스 왕>과 <Macbeth> : 주인공을 향해 다가오는 공포
<오이디푸스 왕>에서는 오이디푸스가 출생의 비밀을 알려주는 사자, 목자 등을 만나면서 자신의 비극을 알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짧게 쏟아지는 오이디푸스의 질문은 알고 싶지 않은 진실로 접근하는 상황과 불안한 주인공의 심리가 잘 드러난다.
<오이디푸스 왕>
'오이디푸스 : 포이보스의 신탁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이오.
사자: 부모님 때문에 죄인이 될까 두려우시다는 말씀인가요?
오이디푸스 : 그렇소. 바로 그거요. 노인장. 나는 그게 늘 두려웠소.
사자 : 그렇다면 그대의 두려움이 전혀 근거가 없다는 건 알고 계신가요?
오이디푸스 : 어째서요? 나는 그분들 아들이고 그분들은 내 부모님인데.
사자 : 폴뤼보스 님은 결코 그대와 한 핏줄이 아니니까요.'(1011 ~ 1017)
'목자 : 그 아이가 가여워서 그랬사옵니다. 주인님. 나는 그가 그 아이를 자기 나라로 데려갈 줄 알았는데, 그 아이를 구해 가장 큰 불행을 가져왔나이다. 만인 그대가 이자가 말하는 그 사람이라면, 알아두소서, 그대는 불운하게 태어났사옵니다.'(1178 ~ 1181)
한편, <Macbeth>에는 반란에 직면한 맥베스가 마녀들의 예언을 들으면서 안심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일이 일어났을 때에야 맥베스는 파멸할 것이라는 예언은 맥베스에게 안도감을 준다. 그리고, 생각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충격은 예상했을 때보다 더 크게 된다. <Macbeth>의 여러 장면에 흩어져있는 상황 대신 마녀들의 예언을 옮겨본다.
<Macbeth>
'SECOND APPARITION : Be violent, bold and firm. Laught at the power of other men, because nobody born from a woman will ever harm Macbeth.'(p137)
'THIRD APPARITION : Be brave like the lion and proud. Don't even worry about who hates you, who resents you, and who conspires against you. Macbeth will never be defeated until Birnam Wood marches to fight you at Dunsinane Hill.'(p139)
결국 마녀들의 이러한 예언이 실현되어 맥베스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욕심에 충실한 맥베스에게도 동정심이 생긴다. 오이디푸스는 '운명(運命)'이라는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살아갔기에 동정심이 느껴질 수 있겠지만, 자신의 권력욕에 눈 먼 맥베스에게도 동정심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마도, 나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내 안에도 맥베스와 같은 욕심(慾心)이 있기 때문이 아닌지 아니면 단순한 안타까움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른 한 편으로 극 중에서 자신의 배우자 죽음을 맞이한 두 주인공의 모습에도 눈이 간다. <오이디푸스 왕>에서 자신의 남편이 자신의 아들이었음을 알게된 이오카스테와 <Macbeth>에서 불안감에 미쳐버린 맥베스의 아내 모두 자살(自殺)을 택하게 된다. 자신의 동반자를 잃은 절박한 상황에서 두 주인공의 대응은 사뭇 다르다. 오이디푸스는 절망하여 두 눈을 찌르고, 자신의 지위를 포기하지만, 맥베스는 포기하지 않고 나가다가 결국 죽임을 당한다. 자신의 불행에 대응하는 방식이 이렇게 달랐던 것은 자신의 '선택(choice)'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두 인물의 성격 차이에서일까.
2.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와 <King Lear>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서는 자신의 딸 안티고네와 헤어질 운명에 처한 오이디푸스의 모습이 그려진다. 자신의 처남이자 외삼촌인 크레온에게 딸 안티코네를 빼앗길 처지에 처한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의 대화는 다음과 같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크레온 : (자기 부하들에게) 이 소녀가 순순히 따라가지 않으면, 너희들이 억지로라도 끌고 갈 때가 된 것 같구나.
안티고네 : 가련한 내 신세! 나는 대체 어디로 달아나야 하나? 어디서 신들이나 인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
오이디푸스 : 얘야, 내게 손을 내밀어 다오.... 아아, 나야말로 불쌍하고 가련하구나!'(826 ~ 846)
한편, <King Lear>에서는 전투에 패하고 포로로 잡힌 코델리아와 리어왕 사이에 부녀간 가슴아픈 대화가 이어진다. 자신의 운명을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어진 부녀(父女)간 대화를 읽으니 마음이 아프다. 특히, 딸 가진 아빠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King Lear>
'CORDELIA : (to LEAR) At least we're not the first ones in our position. 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 But I'm worried about, my poor King. If it were only me, I would just wait out my bad luck. Should we meet with my sisters?'
'LEAR : My Cordelia, even the gods admire how much you've sacrificed for me. Have I hgged you yet? Anyone who wants to separate us will have to smoke us out of the cave of our togetherness like foxes. Wipe your eyes.' (p279)
3. <안티고네>와 <Romeo and Juliet> : 부녀지정(父女之情)
<안티고네>에서는 아버지의 뜻으로 인해 약혼자 안티고네를 잃게 된 하이몬의 비극적인 죽음이 그려지고, <Romeo and Juliet>에서는 우리가 잘 알려져 있듯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엇갈린 사랑과 죽음이 작품에 나타난다.
'사자 : 그래서 우리는 안절부절못하시는 통치자의 명령대로 정황을 알아보러 갔지요. 그리고 우리는 무덤의 맨 안쪽에서 목을 매단 소녀를 보았는데, 입고 있던 고운 린넨 천을 찢어 올가미를 만들었더군요. 한편 하이몬 도련님은 두 팔로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쓰러진 채 세상을 떠난 신부의 죽음과 아버지의 행위들과 자신의 불운한 사랑을 슬퍼하고 있었어요.'( 1219 ~ 1225)
두 작품의 차이는 내용을 전달하는 관점의 차이겠지만, 두 작품 모두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비애(悲愛)가 잘 나타난다.
<Romeo and Juliet>
'ROMEO : Should I believe that death is in love with you, and that the awful monster keeps you here to be his mistress? I don't like that idea, so I'll stay with you. And I'll rest here forever. I'll forget about all the bad luck that has troubled me.'(p269)
'JULIET : Oh, noise? Then I'll be quick. Oh, good, a knife! My body will be your sheath. Rust inside my body and let me die.( she stabs herself with Romeo's dagger and dies).'(p275)
4. 그리고, <Hamlet> : Oedipus Complex
사실 <Hamlet>과 '오이디푸스 3부작'에는 이와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내용이 없다. 그렇지만, 어느 심리학자의 말에 따르면(잘 기억나진 않지만), 햄릿이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한) 아버지이자 작은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원수를 죽이는 극(劇) 이전 상황이 '오이디푸스 왕'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설명된다. 그렇게 본다면 <Hamlet> 역시 '오이디푸스 3부작'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소포클레스 전집>의 '오이디푸스 3부작' 과 Shakespear의 작품을 통해서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한계와 이로부터 빚어지는 여러 슬픔등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과 원인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서 우리에게 와닿는 것은 우리 삶의 모습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게 된다.
PS. Shakespear 작품은 영문(英文)으로 된 책만 있어, 저의 어설픈 번역 대신 영문대로 옮겼습니다. 대신, 고어(古語) 대신 현대어로 해석된 부분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