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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어던 1 - 교회국가 및 시민국가의 재료와 형태 및 권력 ㅣ 나남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241
토마스 홉스 지음, 진석용 옮김 / 나남출판 / 2008년 8월
평점 :
<리바이어던 Liviathan>은 토머스 홉스 (Thomas Hobbes, 1588 ~ 1679)의 저서(著書)이며, '만인(萬人)에 대한 만인의 전쟁 The war of all against all'의 출처로 일반에게 유명한 책이다. 다른 고전과 마찬가지로 이름만 유명한 <리바이어던>은 1권과 2권으로 나뉘는데, 1권에서는 인간과 코먼웰스(commonwealth)에 대해, 2권에서는 기독교 코먼웰스와 어둠의 나라에 대해 언급한다.
'나는 통치자를 리바이어던(Liviathan)에 비유했는데, 이 용어는 <욥기> 마지막 2개 절[33~34]애서 가져온 것이다. 하느님은 "리바이어던"의 강대한 힘을 일컬어, 교만한 자들의 왕이라고 하였다. "땅 위에는 그것과 겨룰 만한 것이 없으며, 그것은 처음부터 겁이 없는 것으로 지음을 받았다. 모든 교만한 것들을 우습게보고, 그 거만한 모든 것 앞에서 왕 노릇을 한다.'(p412)
[그림] 리바이어던 (출처 : http://starplace1.tistory.com/entry)
1. 리바이어던의 탄생
그렇다면, 리바이어던은 왜 등장하게 되는 것일까? 홉스는 이것을 인간이 미래를 걱정하는 것에서 원인을 찾는다. 그리고, 이러한 걱정은 '종교'가 생겨난 자연적 원인이기도 하다.
'인간은 누구나, 특히 남달리 신중한 사람은 프로메테우스(신중한 사람)와 같은 상태에 놓이게 된다. 프로메테우스는 광막한 코카서스 언덕에 결박된 채 날마다 독수리 한 마리가 그의 간을 쪼아 먹는다. 밤이 되면 독수리에게 쪼인 만큼의 간이 다시 회복된다. 앞날을 멀리 내다보고 걱정하는 인간 역시 프로메테우스와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된다. 죽음이나 빈곤이나 혹은 이런 저런 재앙의 공포 때문에 잠시라도 편할 날이 없다... 마치 어둠에 있는 것처럼 원인들에 대해 알지 못하는한, 항상 인간을 따라 다니는 이 영원한 공포는 어떤 대상을 필요로 한다.'(p150)
공포는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인간은 항상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다. 여기에 '인간의 평등성'이라는 문제가 추가된다. 홉스는 인간들 간에는 '도토리 키재기식'으로 육체적, 정신적 능력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절대우위(絶對優位)의 상태에 있지 못하기 때문에 상호 불신감은 더 커져간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에 빠지게 되는데, 우리는 이를 영화 <배틀로얄 Battle Royal(2002)>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고등학교 한 학급 친구들끼리 죽고 죽이는 상황을 소재로 한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의 비참함을 깊이 느끼게 된다.
[사진] 영화 배틀로얄( 출처 : http://www.koreafilm.co.kr/movie/review/battle_royale_review.htm)
'자연은 인간이 육체적, 정신적 능력의 측면에서 평등하도록 창조했다. 간혹 육체적 능력이 남보다 더 강한 사람도 있고, 정신적 능력이 남보다 뛰어난 경우도 있지만, 양쪽을 모두 합하여 평가한다면, 인간들 사이에 능력 차이는 거의 없다.'(p168)
'이와 같이 상호간에 불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예상되는 위협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안전하게 보존하기 위한 합리적 조치를 강구하게 된다. 그것은 곧 폭력이나 계략을 써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오랫동안 지배하여 더 이상 자신에 대한 위협이 되지 못하도록 무력화하는 일이다.(p170)... 이로써 다음과 같은 사실이 분명해진다. 즉 인간은 그들 모두를 위압하는 공통의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는 전쟁상태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전쟁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이다.'(p171)
그 결과 사람들은 자신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른 이들을 지배하는 수단을 생각하게 된다. 그 수단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법(law)'이다. 홉스에 의하면 '법(法)'은 사회구성원간 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한 공인된 규칙이다.
'인간이 그러한 가혹한 상태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가능성의 일부는 인간의 정념에서, 일부는 인간의 이성에서 생겨난다... 이성은 인간들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적절할 평화의 규약(規約 article)들을 시사한다. "자연법"(Laws of Nature)이라고 불러도 좋을 이러한 규약들...'(p175)
'법은 공인된 규칙이기 때문에 그 효용은 인민의 자유의사에 따른 활동을 구속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충동적인 욕구나 성급함, 경솔함으로 인해 다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그들을 지도하고, 그들의 행동을 제한하는데 있다.'(p446)
그리고, 인간은 법을 통해 하나의 자연인 또는 사회적 인격에 그 힘을 집결시킬 때 가장 큰 힘을 획득하게 된다. 그 결과로 사회적 합의에 의해 때 군중의 의사를 위임받은 괴물 '리바이어던'은 탄생하게 된다. 마치 상법(商法)에서 회사(會社)에 법인격(法人格)을 부여하는 것처럼 리바이어던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생명이 된다. (이런 면에서 자본주의 한국사회에서 리바이어던은 '재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인간의" 힘(power)은 미래에 분명히 선(善)이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을 획득하기 위하여 그가 현재 가지고 있는 수단이다.(p121)... 인간의 힘 중 가장 큰 것은 다수의 인간이 동의하여 단 한 사람의 자연인 또는 사회적 인격에 그 힘을 결집하는 경우이다.'(p122)
'군중은 한 사람 또는 하나의 인격에 의해서 대표될 때, 만약 그것이 그 군중 개개인 전부의 동의에 의해 그겋게 된 경우, 하나의 인격이 된다. 왜냐하면 "하나의" 인격을 이루는 것은 대표자의 "단일성(unity)"이지, 대표자의 단일성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격을, 그것도 유일한 인격을 지니는 것은 대표자이다. 그렇지 않으면 군중의 "단일성"은 이해될 수 없다.'(p221)
2. 홉스의 기본 전제와 로봇 공학 3원칙
홉스는 '인간은 평등하다'는 기본 전제와 더불어 다음의 2가지 원칙을 추가로 제시한다. '평화를 추구하라'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자신을 방어하라'는 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다음과 같은 이성의 계율 혹은 일반적 원칙이 등장한다. "모든 사람은, 달성될 가망이 있는 한, 평화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평화를 달성하는 일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어떤 수단이라도 사용해도 좋다." 이 원칙의 앞부분은 자연법의 기본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서 "평화를 추구하라"는 것이고, 뒷부분은 자연권의 요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자신을 방어하라"는 것이다.'(p177)
아이작 아시모프((Issac Asimov)의 '로봇공학의 삼원칙(Three Laws of Robotics)'을 연상시키는 홉스의 원칙 속에서 사회적 인격체 리바이어던은 탄생된다. 상식에서 괴물이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 속에서 우리는 한나 아렌트( Hannah Arendt, 1906 ~ 1975)가 말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아시모프의 로봇공학 3원칙은 다음과 같다.
제1원칙 : 로봇은 인간에 해를 가하거나, 혹은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해가 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
제2원칙 : 로봇은 인간이 내리는 명령들에 복종해야만 하며, 단 이러한 명령들이 첫 번째 법칙에 위배될 때에는 예외로 한다.
제3원칙 : 로봇은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만 하며, 단 그러한 보호가 첫 번째와 두 번째 법칙에 위배될 때에는 예외로 한다.
3. 공포와 사회계약의 이행
홉스는 사회계약을 이행하기 위해서 '공포'를 유발하는 것이 필요하며, 자유롭게 이루어진 계약과 마찬가지로 공포에 의해 이루어진 계약 역시 유효하다고 판단한다. 그런 의미에서 '강압에 의해 이루어진 행위는 결격사유가 있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고 보는 현대법의 사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말의 힘만으로는 인간이 스스로 맺은 신의(信義)계약을 이행하도록 만들 수 없다... 결국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정념은 공포심 하나뿐이다.'(p193)
'코먼웰스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강도의 협박에 못 이겨 돈을 주기로 한 경우에는, 시민법이 그 강요된 채무를 면제해 주기 전까지는 그 돈을 지불할 의무가 있다. 자유의사에 의해 어떤 일을 하기로 계약한 것이 합법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공포 때문에 어떤 일을 하기로 계약한 것도 역시 합법적인 것이다. 계약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진 이상, 그 계약을 위반하는 것은 합법적인 일이 아니다.'(p189)
홉스의 기본전제는 부분적으로 오늘날 우리 헌법에도 반영되고 있다. '인간의 평등성'(헌법 11조)과 '인간의 평화추구'(헌법 98조 평화통일), '개인의 방어권'(헌법 37조 자유와 권리 보장)' 등의 형태로 반영되는 홉스의 전제는 개별적으로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와 같이 전투적인 어휘는 다분히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sm)을 연상케 하며, 이러한 극단성으로부터 '리바이어던'이 도출된다고 생각된다.
'이 자연법 속에 정의(正義 justice)의 원천이 있다. 신의계약이 성립되기 전에는 어떠한 권리도 양도된 것이 아니며, 따라서 만인이 만물에 대하여 권리를 가지기 때문에 어떤 행위도 불의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신의계약이 맺어지면 이것을 깨뜨리는 행위는 "불의(不義 injustice)란 간단히 말해서 "신의계약의 불이행"을 말한다. 불의가 아닌 것은 무엇이든 정당한 것이다.'(p194)
비록, 홉스의 사상이 이런 극단성으로부터 도출되었지만, <리바이어던>을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만은 아니다. <리바이어던1>에는 인간의 자연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인간의 이성 추구, 학문 목적, 개인의 감정 등을 설명하고 있으며, 1권 전체 내용의 3분의 1정도의 양을 할애하고 있다. 기회가 되면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 ~ 1626)의 <학문의 목적>, 스피노자(Benedictus de Spinoza, 1632 ~ 1677)의 <에티카>과 함께 내용을 비교해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이외에도, 사회 계약 측면에서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
'대리인 또는 대표자에게 위임된 권한이 무엇인지 모르고서 그와 신의 계약을 체결하는 자는 위험을 감수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느 누구도 자기가 본인이 아닌 신의계약에 대하여는 의무를 지지 않으며, 따라서 위임한 권한에 반하여 혹은 그 범위를 넘어서서 체결한 신의계약에 대해서도 의무를 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p218)
대의민주주의 제도에서 우리가 대표자에게 무엇을 위임하는 지도 모르고 그에게 권한을 위임한다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홉스는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 이 리뷰를 쓰는 시점은 2017년 5월 대선을 눈 앞에 둔 시점이다. 지금 시점에 홉스의 경고는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시대를 넘어선 충고가 담겨있기에 <리바이어던>은 우리 시대 고전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