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과 도올, 국가를 말하다
도올 김용옥.박원순 지음, 지승호 기록 / 통나무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박원순과 도올, 국가를 말한다>20169월에 출간된 여러 사회 현안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도올 김용옥 교수간 이루어진 대담(對談) 기록이다. 19대 대통령 선거가 얼마남지 않은 시점(작성일 기준 D-37)에서 우리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후보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서울 시장의 자리에서 행정력을 인정받고 있는 박원순 시장과 원로 철학자 도올 김용옥 교수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어떤 해답을 제시했을까. <박원순과 도올, 국가를 말한다>에 나오는 주제를 크게 경제(經濟)와 정치(政治)로 나누어 살펴보자.

 

1. 경제문제

 

. 농촌문제에 대하여

 

'농촌 같은 것도 어떻게 서스테인너블한(지속가능한) 형태로 재건하느냐, 이것은 참으로 국가존망의 문제입니다. 왜 미국이 농산물의 우위를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하겠습니까? 세계를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무기가 "먹는 것의 컨트롤"이라고 보는 것이죠. 한국의 농촌을 산업화로 파괴시키면 미국은 한국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되는 것이죠.'(p42)

 

'우리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인구가 현실적으로 지금 200만 명밖에는 안돼요. 농촌인구가 4%도 되지 않는다는 이 무서운 현실을 직시해야 되요... 그마저도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40%나 차지하고 있고 농촌고령화가 너무도 심각하기 때문에 농촌이 공동화되어간다는 것이지요.'(p57)

 

. 대기업 문제에 대하여

 

'지금 우리가 해야할 것은 경제 성장이 아니라 고수준의 생존기반의 확보입니다...대기업이나 대형 유통업체들이 중소기업의 창의성을 말살시키는 방향에서만 이윤을 극대화시켰지요... 젊은이들이 창의적으로 벤쳐 기업을 성공시켜도 그 결과물을 대기업이 따먹고 그 싹을 잘라버린다는 것이죠. 그래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에요. 정말 대기업은 망할수록 우리나라가 살길이 있다는 논리가 앞으로 득세할 것 같아요.'(p43)

 

'우리나라 경제가 암담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활력이 점점 죽어가는데다가,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하기 어려운 구조 때문이지요... 이것은 현 소수재벌의 독점구조가 새로운 경제구도를 허락치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 억압구조를 어떻게 푸느냐 하는 것이 경제정의의 핵심과제이겠지요.'(p58)

 

'프랑스에서 부자라는 타이틀은 20년 이상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우리는 부자라는 사이클이 너무 긴 나라에요. 기업이 망한다는 것은 국가로 볼 때 아무런 일도 아니에요. 그러면 반드시 다른 기업이 일어나게 되어 있구요. 대기업이 망한다고 국민들을 겁주는 논리는 대개 기득권층이 사기치는 논리거든요. 기업과 결탁된 권력이 손상되면 자기에게 피해가 온다는 사적 명제일 분이죠. 대기업이 망해도 반드시 그 부분의 부를 복구합니다.'(p104)

 

. 청년실업에 대하여

 

'저는 우리나라 경제의 해결책 중에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핸드메이드 시대"를 만들어 가자는 겁니다. 옛날에 대량생산하는 공장형 생산에서 지금은 핸드메이드 시대로 바뀌고 있어요. 그래서 리사이클링 re-cycling이나 업사이클링 up-cycling이 뜨고, 공예가 뜨고, 목공이 새로 뜨고 있는데요. 그리고 "만들기문화"가 뜨고 있어요. 새로운 "매뉴팩처"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지요... 스타트업 공간도 가보면 참으로 다양한 온갖 프로젝트들을 청년들이 시도되고 있어요. 우리가 이들이 성장하고 꿈을 이룰 그런 플랫폼, 공간, 자금, 기회를 제대로 안 줘서 그렇지, 그런 것만 제대로 제공하면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런던의 핀테크산업단지 같은 것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p208)

 

. 국토개발과 환경 문제에 대하여

 

'우리나라 예산이 총 386조 정도 되는데 그 예산의 많은 부분이, 선생님이 우려하시는 국토를 파괴하고 민생을 침해하는 쪽에 쓰이는 겁니다. 오히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공공성을 높이는 쪽으로 제대로 쓰다고 하면, 대한민국이 5년만 그렇게 해도, 확연히 세상이 바뀔 거예요. 경제발전보다는 예산집행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이죠.'(p170)

 

' <네이처>지의 과학적 평가에 의하면 헥타르 당 산호초의 가치는 $6,075인데, 강하구의 가치는 4배 가량이나 높은 $22,832이죠. 그런데 그것을 경작지로 만든다 할 때 논의 가치는 불과 $92밖에 안돼요. 새만금에는 영양염순환 nutrient cycling이 이루어지며, 모든 오염이 정화되며, 어마어마한 생명의 탄생이 이루어지며, 서해안/남해안 연안의 모든 어장의 먹이 뿌리가 형성되는 곳이죠... 바로 그 모든 죄가 박원순 시장님과 같은 진보세력의 죄라는 얘기죠. 진보를 자처하는 자들이, 돈벌겠다고, 잘 살아보자고, 박정희 식 개발독재의 유습을 유감없이 발현한 것이죠.'(p218)

 

. 세금 문제와 의료복지에 대하여

 

'세금은 어떻게 잘 징수해서 시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을 위해 잘 쓰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이구요. 규제 역시 확 풀되 공공성, 사회정의, 약자보호를 위한 규제는 반드시 강화해야 하는 거구요... 서민이나 중산층에 대한 세금은 오히려 줄이고 그 대신 부자들에 대한 담세비율을 높이는 등 조세체계의 혁신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것이 우리 사회 최대의 현안, 즉 최악의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지름길이기도 하구요.'(p231)

 

'우리나라의 의료비 중에 환자 본인 부담률이 41.3%, OECD 국가 중에 멕시코 다음으로 높다고 해요. 네델란드의 경우 9%밖에 안되요. 이것은 그만큼 의료보장체계가 취약하다는 방증이죠. 또 의료보험의 직장 가입자와 지역가입자에 대한 이원화된 부과체계로 말마암아 생기는 문제도 많구요... 결국은 부자나 경제적 부담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고, 이것은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부담능력이 적은 사람에게 불리한 것이죠.'(p236)

 

2. 정치 문제

 

. 참여민주주의에 대하여

 

'실상은 민중의, 시민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를 가져올 수 있는 첩경이라고 저는 생각하지요... 그게 실상은 바로 "참여민주주의"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제도 외로, 무엇보다도 "풀뿌리 민주주의"가 살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p54)... 아까 말씀하신 투표라든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체적으로, 제도적으로 실현시키려면 한국 사회의 성숙된 시민의식이 깔려 있어야겠지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그러한 제도에 우선 참여하고, 자유롭게 발언하는 것이 정당한 시민의 권리이고 가치라는 생각이 부족하다는 거예요.'(p75)

 

. 헌법과 개헌 문제에 관하여

 

'결국 민주주의라는 것은 우리 민족 스스로 그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고, 우리의 지혜를 짜내서 창조해 나가는 것일 뿐이지요. 우리나라 헌법은 1948년 제헌국회에서 급격하게 만들어졌고, 우리나라 헌법이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요... 역사적 공감성이나 시대정신과의 밀착성을 결여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나쁜 것이라 말할 수는 없어요. 해석의 문제가 남아 있을 뿐이지요.'(p65)

 

'개헌은 오히려 진보진영의 입지를 좁히게 되어 있습니다. 대통령의 임기에 관한 의미없는 조항의 개수를 허락하는 척 하면서 그 댓가로 이러한 우리 사회의 훌륭한 원칙을 모두 폐기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음모를 잘 깨닫고 있어야 합니다.'(p65)

 

'저는 우리나라 헌법 조문 중에서 가슴에 새겨둔 위대한 명언이 있습니다. 23,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조항이죠... 대한민국 국민은 재산권을 갖되,그 재산권의 행사는 반드시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죠. 돈이 있다고 돈을 마음대로 쓰는 것은 위헌이라는 얘기에요.'(p231)

 

'아마도 우리나라의 "개헌" 운운하는 자들은 이 23조의 조항을 없애려고 벼라별 로비를 다할 거에요. 국민들은 알아야 해요. 우리가 헌법 제23조의 공공복리조항과 제119조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사수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p232)

 

. 선거 참여에 관하여

 

'젊은이들이 선거에 가장 많이 참여한다고 하면, 이 땅의 모든 정치가 젊은이들의 눈치를 보면서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는 것이죠. 젊은이들이 정치를 외면하고, 자기들의 신념과 주장을 밝힐 수 있는 수단이 더 이상 길거리 데모가 아닌 선거인데, 그것을 외면한다? "선거"는 너무도 확실한 정권교체의 가능성이잖아요? 그것은 단순한 합리적 문제가 아니라 "혁명"의 가능성이잖아요? 우리 국민이 깨어만 있다면 "무혈의 혁명"이 얼마든지 가능하잖아요?'(p78)

 

. 남북문제에 대하여

 

'시정되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가 "휴전협정'이라는 말 자체이지요... 우리는 반드시 휴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돼요.. 거족적으로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는 것만이 인생의 유일한 활로지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남북문제가 민생 해결의 첩경이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계도시키고, 선전하느냐에 비상한 관심을 쏟아야 해요. 이것이 국민들의 새로운 가치의 축이 될 수 있도록 한고비를 넘기기만 한다면, 경제의 안정, 유통산업의 새로운 활로, 민주의 세계적 시야가 생겨나고 풀려나가게 되는 것이죠.'(p138)

 

'결론을 얘기하자면 저는 남북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결국 "상호 인정 mutual recognition"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다른 존재 방식을 서로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야 대화를 하든 뭘 하든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그들의 체제, 그것을 우리가 개입해서 변화시키려고 하지 말고, 우선 그 체제를 인정하고, 대화를 하고, 교섭을 하면서 서로가 자연스럽게 스스로 변해가는 방식을 택해야지요.'(p150)

 

. 교육개혁에 대하여

 

'교육은 자율이라고는 하지만, 타율성이 없으면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제도적 폭력이 피교육자의 자율적 사고를 억제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국가이념이 개인의 정신영역을 조작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교육자(교사)가 교육커리큘럼의 내용을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p222)

 

'사립대학은 자체의 흥망성쇠를 걷되 그 규제는 사립대학연합기구에 의하여 자율적으로 조정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는 확고한 예산을 수립하여 현 서울대학을 제외한 국립대학 전체를 균등하게 발전시키고 민족교육대계의 틀을 짬으로써, 서울과 지방의 문화적 격차를 없애고 지방재정의 서울유입을 막아야 합니다.'(p225)

 

. 지방자치에 대하여

 

'국토부 역시 역할이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차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이제 토건중심의 경제발전의 시기는 지났다는 것이고, 둘째는 다른 선진국도 환경부가 훨씬 권한과 역할이 크다는 사실입니다... 환경부는 모양만 환경부일 뿐 여전히 개발 중심 논리에 밀리고 잇지요. 그러니 국토가, 환경이, 제대로 지켜질 리가 없지요. 미래 후손들에게 물려줄 환경과 국토를 위해서 개발 중심의 부서보다는 환경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p227)

 

'중앙정부의 역할을 축소하자는 것입니다. 대신 지방정부를 강화해야 합니다...지금 우리나라 예산구조를 보면 정부가 80 지방이 20인데, OECD 평균은 50 50 입니다... 예산 비율을 6040까지는 조정해야 합니다. 중앙정부가 예산과 조직을 지방에 대폭 이전하면 놀랄만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봅니다.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입니다.'(p229)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파면이 이루어지고, 19대 대통령 선거도 37일밖에 안 남은 현재 시점(20174)과 글이 쓰여진 시점은 여러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책에서 비판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인 창조경제’,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 등은 더 이상 논의거리가 되지 않는다. 또한, 당시만 해도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박원순 시장은 불출마선언으로 이번 대선과는 거리가 있는 존재가 되버렸다. 그럼에도,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 현안마저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4월 중순이면 각 당()의 대선 후보가 최종 확정되고, 여러 후보들은 공약(公約)을 제시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어떠한 물음을 후보들에게 던져야 하는가? <박원순과 도올, 국가를 말한다>는 그런 면에서 우리가 어떤 물음을 던져야 하는가를 제시한 책이라 생각된다. 책에 나온 여러 대안들은 독자들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겠지만, 이들의 발제(發題)를 통해 후보들의 답을 찾는다면 우리는 이번 대선에서 보다 의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7-04-02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손 봐야할 정치부서가 너무 많아요. 특히 제대로 개편해야할 부서는 환경부, 여가부, 문체부라고 생각해요.

겨울호랑이 2017-04-02 21:35   좋아요 0 | URL
저는 구체적으로 부서 개편안까지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cyrus님께서 말씀하신 부서를 보니 그 의미는 이해할 것 같습니다^^:

커피소년 2017-04-03 1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니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도시와 농촌의 양극화 문제, 대기업과 경제양극화 문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 양극화 문제 등등 헬 조선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것이 균형이 맞지 않고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네요.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이라 공평하게 나뉘어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겨울호랑이 2017-04-03 12:39   좋아요 2 | URL
^^: 김영성님 잘 지내고 계시지요? 김영성님 말씀대로 국가 전체적으로 결코 가난하다고 볼 수 없지만, 가진 이들의 탐욕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문제가 오늘날 우리문제의 거의 전부라 생각됩니다... 정치적으로는 박정희, 경제적으로는 대기업이 오늘날 우리 나라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논리 대신 우리 모두가 함께 이루었기에 이에 대한 정당한 청구권이 있다는 인식이 다음 정권과 헌법에 반영되면 좋겠네요^^:

bookholic 2017-04-03 1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5월에는 기대해 봐도 되겠죠?^^

겨울호랑이 2017-04-03 14:14   좋아요 3 | URL
^^: 이제는 국민들도 많이 알고 있으니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다만,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을 우리가 얼마나 참고 갈 수 있을지, 종편의 가짜뉴스에 얼마만큼 현혹되지 않을지는 제 자신부터 확신하기 어렵네요. 계속 깨어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