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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 1 ㅣ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3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미학 오디세이> 시리즈는 요즘 미학(美學 : aesthetic) 교수보다 시사평론가로서 더 유명한 진중권 교수의 미학 입문서(入門書)다. <미학 오디세이1> 에서는 에셔(Maurits C. Esher, 1898 ~ 1972)의 작품세계를 전체 이야기의 큰 줄기로 잡고 있으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화 형식으로 고대(古代)에서 헤겔(Georg Friedrich Hegel, 1770 ~ 1831)시대까지의 예술을 다루고 있다.
먼저, 내용의 큰 줄기인 에셔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자. 저자는 에셔의 작품 세계를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1) 여러 세계를 넘나듦, 2) 평면의 균등분할, 3) 거울에 비춘 상, 4) 변형, 5) 칼레이도치클루스와 나선형, 6) 3차원 환영의 파괴, 7) 불가능한 형태, 8) 무한성에의 접근, 9) 이율배반, 10) 이상한 고리(뫼비우스의 띠)
다양한 위의 주제를 관통하는 내용은 '수학적 계산'과 '순환'이다. 그리고, <미학 오디세이1>에서도 '비례', '기하학'과 같은 수학 관련된 내용이 '이성'과 '감성'이라는 주제와 맞물려 반복된다. (다행히, 수식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에셔는 교묘한 수학적 계산에 따라 작품 활동을 했는데, 특히 '이상한 고리(뫼비우스의 띠)'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였다.' (p15)
[그림1] <도마뱀> 에셔, 석판(1943) [출처 : http://egloos.zum.com/sand/v/743561#none]
[그림2] <뫼비우스의 띠2 : 불개미> 에셔(1963) [출처 : http://egloos.zum.com/sand/v/743561#none]
<미학 오디세이1>에서는 고대부터 각 시대별로 에셔의 작품 세계의 주제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었는가를 대화체(對話體)로 쉽게 풀어간다. 대화를 끌어가는 두 철학자가 철학(哲學)에 대한 입장이 대립적이기 때문에 내용전개가 명쾌하다. <미학 오디세이>의 이러한 구성은 저자가 '지은이의 말'에서 밝힌 바와 같이 더글러스 호프스태터(Douglas R. Hofstadter)의 <괴델, 에셔, 바흐 - 영원한 황금 노끈 ( GODEL, ESCHER, BACH , an Eternal Golden Braid)>의 영향을 받고 있다. 두 작품을 비교한다면, <미학 오디세이1>에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야기를 끌어가고 주로 미술을 다루는 반면, <괴델, 에셔, 바흐>에서는 거북이와 아킬레스가 이야기를 주도하며, 미술, 논리학, 음악, 인공지능을 주제로 다루고 있어, 주제의 넓이와 깊이 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이 책의 성격이 입문서임을 감안한다면 이는 저자의 적절한 책의 난이도 조절이라 생각이 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서양(西洋)의 미학이다. 우리가 동양문화권에 살고 있음을 비춰 본다면, 동시대의 문화 비교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이러한 문명의 교류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곰브리치(E.H. Gombrich)의 <서양미술사(The story of art)>가 부분적으로나마 동양, 인도의 미술도 다루고 있다는 것과 비교했을 때 입문서임을 고려해도 다소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미학 오디세이1>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칸트 이전 시대의 미학의 특성을 한 문장으로 축약한다면 '예술과 정신 세계의 미분화(未分化)'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는 깊이 있는 미학공부를 위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노선이 나온다. 이 노선은 영국의 취미론에서 시작되어 칸트에서 완성된다. 이들에 따르면, 미는 "인식"이 아니라 "쾌감"이며, 예술의 본질은 "진리 내용"이 아니라 "형식"에 있다. 예술은 "이성"의 산물이 아니라 "상상력의 유희"며, 예술가는 고정된 법칙에 따르지 않고 "영감"에 따라 자유로이 창작을 한다. 이런 생각을 "형식미학"이라고 부르기로 하자.'(p247)
이 책의 성격이 입문서임을 감안한다면, 깊이 있는 미학 공부를 위해서는 철학사(哲學史) 공부와 미술사(美述史)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배경지식이 있어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 고대사회가 '제정일치(祭政一致)' 사회라는 점과 중세 철학을 '신학(神學)의 시녀(侍女)'라고 여겨짐을 감안한다면, 고대 신화와 기독교 '신학(神學)'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미학 오디세이1>에서는 이처럼 내용적으로 에셔의 작품 세계와 헤겔 이전의 서양미술사를 쉽게 정리해 주며, 보다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한 공부 포인트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초보입문자들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ps. <미학 오디세이1>에 나오는 플라톤의 대화는 듣는 이들을 잘 배려해서 쉽게 알아듣게 해준다. 이에 반해, 플라톤이 쓴 대화편의 소크라테스는 그다지 친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