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 & 버클리 :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지식인마을 2
최훈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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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 & 버클리>는 서양 근대 인식론(Epistemology)을 대표하는 데카르트와 버클리 사상 입문서다. 특히, 이 책은 여태까지 읽은 지식인 마을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편안하게 기술된 책이라 생각된다. 인식론이라는 주제가 어렵고 따분하게 흐를 수 있음에도 현실과 밀접한 설명이 되어 있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개략적으로 두 실재론자의 이론을 살펴보자.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 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데카르트를 '회의주의자(懷疑主義者)로 알고 있다. 그와는 달리 데카르트는 '방법론적 회의'를 사용하여 '의심할 수 없는 것'을 찾으려 노력한 반(反)회의주의자임을 책에서 설명한다. 데카르트의 <성찰 Moditationes>(1641)을 통해 그의 성찰을 따라가면서, 그가 '꿈 논증'과 '악마에게 속는 논증'을 극복하면서 의심할 수 없는 하나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Cogito, ergo sum'이라는 사실을 이 책에서 설명한다. 그리고, 이로부터 데카르트의 정신과 물질에 대한 이원론(dualism)도출을 통해 데카르트적 사유가 근대 과학 철학의 근간이 되는 사실 또한 설명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영국 경험주의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로크(John Locke, 1632~1704)의 1차 성질, 2차 성질 설명을 통해 '표상적 실재주의'에 대한 추가 설명도 되어있어, 대륙의 합리론자과 영국의 경험론자들의 주장을 접할 수 있다.

  

버클리(George Berkeley, 1685~1753) Esse est percipi 존재하는 것은 지각되는 것이다.


데카르트, 로크 등의 표상적 실재론자들은 외부세계가 우리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외부세계에 따라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맞는지 틀리는지가 결정된다.(p106) 데카르트의 이원론적 사고는 정신과 물질을 구분하여 과학적 세계관을 여는 것에는 성공하였으나, 외부세계를 증명하는 것에는 순환논증에 빠져 실패하게 된다. 외부세계 증명을 위해 버클리는 그의 저서 <인간 지식의 원리론 Treatise Concerning the principles of Human Knowledge>에서 '우리에게 지각되는 것은 관념밖에 없다'는 주장을 한다. 그의 주장은 'Esse est percipi'라는 명제를 통해 잘 나타나는데 존재는 지각되는 것이며, 세상은 나에게 지각될 때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이를 통해, 버클리 '신(神) 존재'를 통해 세계의 계속성을 설명하면서 실재론을 옹호한다.


<데카르트 & 버클리>는 근대 과학 정신과 인식론에 대해 쉽게 풀어 놓은 좋은 입문서라고 생각된다. 책에서는 영화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논의를 전개하기 때문에 흥미롭게 다가 온다. 또한, 근대 철학에 초점에 맞춰져 있지만, 배경으로 소크라테스(플라톤)에 대한 설명을 사전에 하기 때문에, 근대를 알기 위해서는 그 이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사전 공부가 필요함을 알게 해준다. 


'데카르트적 방법론'을 통해 나온 결론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는 화이트헤드(Whitehead)와 러셀(Russell)이 그들의 <수학 원리(Principia Mathematica)>에서 "1+1=2"라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그들의 수리철학적 사고를 확장시킨 것처럼 데카르트에게 끊임없는 회의는 그의 사상을 위한 초석(礎石)이었다는 사실이며, 다른 하나는 'Cogito, ergo sum'을 통해 도출된 그의 결론은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 존재 증명 -다섯 가지 길'을 연상시킨다는 사실이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다섯가지 길'을 통해 당시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을 '의심할 수 없는 사실'로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 것처럼, 데카르트도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의심했지만, 두 철학자 모두 현대 우리에게 '객관성'을 보여 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플라톤으로부터 시작되어 버클리로 이어진 '관념론'은 이후 B. Russell의 기술이론(description Theory)에 의해 깨지기까지는 아직 200여년의 시간이 더 남아있다.


PS. <데카르트 & 버클리>를 읽기 전 영화 <매트릭스(1999)>, <토털리콜(1989)>을 이미 알고 있다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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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8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8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6-10-18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 제가 `믿지 못하는 놈들` 속에 저 자신도 포함됩니다.^^

겨울호랑이 2016-10-18 12:23   좋아요 0 | URL
마립간님께서는 회의를 극단까지 밀어붙이시는군요^^: 데카르트보다 한 수 위이신듯합니다.^^: 감사합니다.

마립간 2016-10-18 13:10   좋아요 1 | URL
제가 알라딘에 남겼던 댓글 중의 하나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하지만, 실재하는 걸까?`입니다.

겨울호랑이 2016-10-18 14:26   좋아요 0 | URL
어려운 문제네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하지만, 실재하는 걸까?`

`자신이 생각한다`는 사실이 존재(存在)를 설명하지만, 실재(實在)를 증명하지는 못한다는 말씀이시지요...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실상(實像)인지, 허상(虛像)인지는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의 관조, 조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그래서, 표상적 실재론자들에게 외부세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따르면 버클리는 그 개념을 `신(神)`에서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직 공부가 부족하여 현대철학에서는 어떻게 설명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추가적인 과제가 부여된 것 같습니다. 깊이 생각할 수 있게 알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립간님^^: 즐거운 오후 되세요.

오거서 2016-10-19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정말 데카르트는 그렇게 말했을 것 같아요. ㅋㅋ 데카르트는 자신도 못미더워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믿지 않을 수 없었지요. ^^;

겨울호랑이 2016-10-19 20:36   좋아요 1 | URL
인식론과 실재론은 어려운 것 같아요. 끝없는 미궁에 빠지는 느낌이랄까, 뫼비우스띠 주변에서 서성이는 느낌이 드네요^^-: 아직 가야할 길이 머니 차근차근 배워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