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랑케 & 카 :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 ㅣ 지식인마을 7
조지형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평점 :
<랑케 & 카 :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는 지식인 마을 시리즈 중 근대역사학의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책에서는 실증사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랑케'와 우리에게 <역사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E.H 카'의 역사관을 개략적으로 제시하며, 추가적으로 최근 '포스트모던 역사학'에 대한 내용도 소개한다.
랑케(Leopold von Ranke, 1795~1886)는 실증사학의 주창자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실증사관은 과거의 사실이 진실로 어떠했는가를 밝히는 것이 역사학이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책에서는 실증 사관의 이해를 위해 고대 역사학자인 헤로도토스, 타키투스의 저사인 <역사>,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통해 고대와 근대 역사관의 차이를 살펴보고, 랑케의 저서 <라틴 및 게르만 제(諸) 민족의 역사 1494 ~ 1514> 서문을 중심으로 객관성을 강조한 실증사학을 비교조명하고 있다.
객관적인 사실을 강조한 랑케의 사상은 불완전한 사료, 남겨진 사료의 객관성, 역사가의 해석 등의 제약으로 인해 역사가에 의해 재해석될 수 밖에 없음을 강조하는 '반(反)실증사학'의 비판을 받게 된다. 이러한 '실증 사학 - 반실증 사학'의 조화를 강조한 것이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작품이다.
카(E.H. Carr, 1892~1982)는 이 저서를 통해 역사는 '과거 사실'과 이러한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는 '역사가' 의 역할에 대해 주목한다. '단순한 과거'가 아닌 역사가에게 '의미가 부여된 과거 사건'이 바로 '역사'가 된다는 사실을 통해 '역사는 과거(사실)와 현재(역사학자)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주장을 한다.
<랑케 & 카 :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에서는 E.H 카 이후의 최근 연구방향흐름인 포스트모던(Post-modern) 역사학에 대해서도 소개를 한다. 포스트모던 역사학에서는 최근 학문의 흐름인 '융합(融合)'의 영향으로 기호학, 언어학 등의 인접 학문과 연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 중에서도 '언어학-역사학'의 관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언어학자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 ~ 1913)의 시니피앙(le signifiant 지시어)와 시니피에(le signifie 지시 대상)를 통한 언어학과 역사학의 접목에 대해 설명한다.
<랑케 & 카 :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는 역사(歷史)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사학(史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 전반을 통해서 '역사'라는 학문이 단순한 과거 사실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재해석되는 과정을 거치는 현재의 학문임을 강조하기 때문에, 서양 근대이후 역사학 입문서로서 좋은 책이라 생각이 든다.
주로 서양역사학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와 관련이 없는 이야기로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랑케의 실증 사관은 우리나라 역사와도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일본 개화기에 랑케의 제자인 루트비히 리스(Ludwig Riess)의 지도하에 근대 역사학의 방법론이 도입되었고, (출처 : <우리 안의 식민 사관> 이덕일) 이러한 방법론에 기초하여 조선의 식민사관이 성립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랑케의 실증 사관이라는 방법론을 이해하는 것은 '식민사관 극복'이라는 과제를 가지고 있는 국내 역사학 연구에 있어 기본이 되는 일이라 생각된다.
누군가의 말처럼 의도적으로 자랑스러운 역사를 후대에 남겨주기 위해 사실을 왜곡해서도 안되겠지만, 올바른 상식과 양심의 눈을 가지고 우리의 역사를 바라보기 위해서도 개인의 역사관의 수립은 필요한 일이다. 이 책은 개인의 역사관 수립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단편적인 지식을 제공해준다고 생각된다.
PS. 책의 안내를 위해 소개된 영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羅生門)>(1950)은 역사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한 번은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된다.(영화 전문가들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