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전집 5 - 테아이테토스 / 필레보스 / 티마이오스 / 크리티아스 / 파르메니데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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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메니데스>는 소크라테스와 제논, 파르메니데스 간 형상(形相)과 하나(一者)에 관하여 논의한 대화편이다. 그게 형상이론 부분과 하나에 대한 논의로 나뉘어지며, 대강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다른 대화편과는 달리, 소크라테스가 파르메니데스에 의해 깨우침을 받는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1. 형상(形相) 이론


가. 제논의 역설 : 만물은 하나

1) 존재하는 것들이 여럿이라면 그것들은 같기도 하고 같지 않기도 해야하지만, 

같지 않은 것이 같을 수 없고, 같은 것이 같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은 불가능함(127e)


나. 소크라테스의 반론

1) '같음'의 형상과 '같지 않음'의 형상이 그 자체로 존재함(129a)

2) 형상(여럿과 하나, 정지와 운동)들의 섞임과 분리를 통해 만물이 생겨남(129e)


다. 파르메니데스의 비판

1) 정의, 아름다움, 좋음 등은 형상이 존재하지만, 무가치한 것들의 형상은 존재하지 않음(130a-130e)

2) 형상 전체는 하나이며, 여러 개의 분리된 개체 안에 존재할 수 없음(131a)

3) 만약. 형상들을 부분들로 나눌 수 있다면, 각각의 사물 안에 존재하는 것은 '형상 전체'가 아닌 '형상 부분'임(131c)

-> 부분은 전체보다 클 수 없기 때문에 모순이 발생함(131e)


라. 소크라테스의 형상(形相)에 대한 수정된 정의 : 형상은 혼 안에서만 존재하는 사유(noema)(132b)


마. 파르메니데스의 반론

1) 사유는 존재하는 것에 대한 사유임(132c)

2) 사유가 형상이라면, 모든 사물은 생각해야 함-> 소크라테스에 대한 논박(132c)


바. 소크라테스의 재수정된 형상(形相)에 대한 정의 : 형상은 자연에서 본보기로서 존재하고, 다른 것들은 형상을 닮고 모방함(132d)


사. 파르메니데스의 재반론

1) 형상들은 절대적인 것이며 고유한 본성을 가지고 있음(133d)

2) 사물과 형상은 같은 이름을 갖지만 서로 관련되지 않은 별개의 것임(133d)


"우리는 우리 사이의 권위로는 신들을 지배하지 못하고, 우리의 지식으로는 신적인 것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오. 같은 이유에서 신들은 우리의 주인들도 아니며 인간사도 알지 못하오. 그들은 신이니까."(134e) 


'형상'에 관한 첫 번째 논의를 통해 우리의 현상계과 이데아의 세계는 별개의 이원화(二元化)된 세계임이 논의된다. 


2. 하나(一者) : '여럿이 존재한다면'이라는 가설의 검증을 통한 하나의 존재 증명


가. 첫 번째 가설 : 만약 하나(一者)가 존재한다면


1) 첫 번째 연역 

가) 하나는 전체여서도 안되고, 부분을 가져서는 안됨(137d)

나) 하나는 한정되지 않은 것이며, 형태도 없음(137e)

다) 하나는 어디에도 없음(138b)

라) 하나는 어떤 방식의 운동도 하지 않으며, 어떤 것 안에도 있을 수 없음(139a)

마) 하나는 다른 것이나 자신과 같은 것일 수 없고, 자신이나 다른 것과 다른 것일 수도 없음(139b)

바) 하나는 자신이나 다른 것과 동등하지도 않고 부동(不同)하지도 않음(140b)

사) 하나는 시간에 관여하지 않으며(140e), 하나는 존재에 관여하지 않음(141e)

아) 하나는 이름도 없고 설명될 수도 없으며, 지식이나 감각적 지각이나 의견의 대상이 될 수 없음(142a)


2) 두 번째 연역 

가) 하나는 존재에 관여할 수 없으며, 하나의 존재는 하나와 같지 않음(142b)

- 존재한다는 것은 존재에 관여한다는 의미(142c)

나) 하나는 언제나 존재를 내포하고, 존재는 하나를 내포함(142e)

다) 하나가 있다면 수(數)도 있어야 하며, 수는 무한히 많기 때문에 존재에 관여함(144a)

라) 존재는 수많은 사물에 배분되어 있으며, 많은 종류로 나뉘어 있음(144b)

마) 하나는 존재에 의해 부분들로 나누어진 만큼 다수이고 수가 무한함(144e)

바) 하나는 모두 그 자체의 부분들이고, 부분들 전체 이상도 아니고 이하도 아님(145c)

사) 하나는 전체이므로 다른 것 안에 있으며, 모든 부분이므로 자신 안에도 있음(145e)

아) 하나는 언제나 자신 안에도 있고 다른 것 안에도 있으므로 언제나 움직이기도 하고 정지해 있기도 함(146a)

자) 하나는 다른 것들과도 다르고 자신과도 다를뿐더러 다른 것들과도 같고 자신과도 같은 것임(147b)

차) 하나는 다른 것들과 접촉하지 않고, 다른 것들은 하나와 접촉하지 않음(149e)

카) 하나는 다른 것들이나 자신과 동등하기도 하고 동등하지 않기도 함(149e)

타) 하나는 생성되기도 하며 존재하기도 하므로, 자신보다 더 젊지도 더 늙지도 않으며, 자신보다 더 젊어지지도 않고, 더 늙어가지도 않음(152e)

파) 하나는 시간에 관여하여 과거, 현재, 미래에 존재와 생성됨(155d)


3) 세 번째 연역  

가) 하나는 관여하기도 하고 관여하지도 않기도 함(155e)

나) 하나는 생성되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하며, 정지해있다가 움직이기도 하는 등 모든 상태를 경험함(157b)


나. 두 번째 가설 : 만약 하나(一者)가 존재한다면 다른 것들은 무엇을 경험하는가?


1) 첫 번째 연역

가) 다른 것들은 부분을 갖기 때문에 하나와 다름(157c)

나) 부분은 전체라고 부르는 어떤 형상의 부분(157e)

다) 전체와 부분 모두 하나에 관여해야 하며,하나와 다른 것들은 여럿이 존재함. 하나에 관여하는 것들은 그 수(數)가 무한함(158b)

라) 하나와 다른 것들은 서로 같기도 하고, 같지 않기도 함(158b)


2) 두 번째 연역

가) 하나는 다른 것들과 떨어지지 않고, 다른 것들은 하나와 떨어지지 않음(159b)

나) 하나와 다른 것들은 같은 것 안에 있지 않고(159c), 다른 것들은 하나에 관여할 수 없으며, 다른 것들은 자신 안에 하나를 가질 수 없음(159d)


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가설의 결론


만약 하나가 존재한다면, 하나는 모든 것이고 자신과 다른 것들과 관련해서 하나조차 아님(160b)


라. 세 번째 가설 : 만약 하나(一者)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1) 첫 번째 연역

가) 하나의 경우 하나에 관한 지식이 존재하며, 다른 것에 관한 지식도 존재함(160d)

나) 하나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하나는 많은 것들에 관여함(161a)

다) 하나는 다른 것들과 '같지 않음'을 갖게 됨(161b)

라) 하나는 다른 것들과 동등하지 않으며, 다른 것들과 부동(不同)함(161c)

마) 말하는 것들은 모두 존재하므로 '존재하지 않는 하나'는 존재함(162a)

바) 존재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음에 관여하고, 존재하지 않은 것은 존재함에 관여하므로 하나도 반드시 존재함(162b)

사) '존재하지 않은 하나' 는 정지하기도 하고, 움직이기도 함(162e)

아) '존재하지 않은 하나' 는 생성되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하며, 생성되지 않기도 하고, 소멸하지 않기도 함(163b)


2) 두 번째 연역

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존재할 수 없고, 다른 방법으로 존재에 관여할 수도 없음(163c)

나) 하나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존재에 관여할 수 없으며, 변할 수 없음(163e)

다) 하나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상태에 있지도 않음(164b)


마. 네 번째 가설 : 만약 하나(一者)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1)  첫 번째 연역

가) 사유를 통해 파악되는 존재는 반드시 작은 조각으로 나뉘어져 파악되어야 함

나) 하나가 없다고 하더라도 사람에 따라 하나로 파악되기도 하고, 여럿으로 파악되기도 함(165c)

다) 하나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하나가 가진 속성은 나타남(165e)


2) 두 번째 연역

가) 하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여럿'으로 판단할 기준도 없게 됨(166b)


바. 하나(一者)에 대한 결론


1) 만약 하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음(166c)

2) 하나는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함(166c)


 "하나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하나도 다른 것들도 자신들과 관련해서든 서로와 관련해서든 온갖 방법으로 모두 다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하며,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166c)


하나(一者)에 대한 논의는 이해하기가 까다롭다. 처음에 정리하다 보니 '하나...... 존재...... 같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라는 내용만 반복되는 것 같아 많이 답답한데, 반복되는 내용을 바탕으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되는 것 같다.


'하나(一者)'는 사물의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변화 한다고도 말할 수 없고, 생성한다고도  말할 수 없는 모호함을 가진다. 마찬가지 이유로, 크다고도 작다고도 말할 수 없으며, 움직임이 있다고도 또는 없다고도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하나가 없다면 다른 존재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는 존재한다....


<파르메니데스>에서 나오는 논의가 어렵다고 생각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파르메니데스의 사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대표적인 내용 몇 가지를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1. 이분법적 사고

- 제3의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양자택일'의 상황 속에서 진행되는 논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나의 적(敵)의 적(敵)은 친구다'라는 논리구조와 같다고 생각되지만, 쉽게 공감되지 않기에 따라가기가 어렵다.


"하나가 다른 것들과 다르고 다른 것들이 하나와 다른 한, 둘 모두에 '다르다'가 사용된다는 점에서 하나와 다른 것들은 다른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상태에 있네. 그리고 같은 상태에 있는 것은 같은 것일세."(148a)


"자네는 '다르다'와 '둘 중 하나다'를 동의어로 여기지 않는가?" "나는 그렇게 여깁니다."(164c)


2. 존재의 조건

- 파르메니데스는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존재한다고 가정한다. 심지어, '존재하지 않음'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하면서 논의가 진행된다. 영어를 비롯한 서구권에서는 'nothing' 이라는 단어가 존재하기 때문에, 파르메니데스의 논리처럼 진행이 가능하다. 'Nothing exists' 라고 하면 말이 되지만, 문화권이 다른 우리는 이해하기 어려울 뿐이다.


"우리가 참말을 하고 있다면 우리가 말하는 것은 분명 존재하는 것들일 테니까. 그러나 우리는 참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므로 우리가 말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들이라고도 주장해야 할 걸세."(161e)


"따라서 하나가 존재하지 않고 계속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려면, 자신이 존재하지 않도록 강제할 존재하지 않음의 존재를 가져야 하네. 이는 존재하는 것이 완전하게 존재하려면 존재하지 않음의 존재하지 않음을 가져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세."(162a)


3.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

- 파르메니데스는 이분법에 근거하여,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 큰 것과 작은 것이 하나(一者)에 내재되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해 모순적인 성격을 언급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모순적인 것이 아니라 상태 변화가 아닐까. 물이 끓게 되면 액체에서 기체로 변화하게 된다. 이것을 파르메니데스는 '액체이기도 하면서 기체이기도 한, 액체도 아니면서 기체도 아닌'으로 묘사한 것 같다.(그렇다고 고체도 될 수 없는 것이, 파르메니데스의 세계는 2원적 세계이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파르메니데스>를 읽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많은 논의에 비해 허무한 결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논의를 요약하면, 우리의 세계 밖에는 형상(idea)의 세계가 존재하며, 이 세계는 우리가 말로 규정짓기 어려운 여러 특성이 있다는 결론이 아닐까.

 

어렵게 논의를 이어가다보니, 아킬레우스와 거북이의 달리기 시합으로 유명한 '제논의 역설'이 생각났다. 제논의 역설에서 결코 아킬레우스는 거북이를 이길 수 없다고 하지만, 실제 달리기 시합의 결과는 그렇지 않다. 사실과 무관한 논리싸움인 '제논의 역설'이 <파르메니데스> 작품속에서도 나타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고대 그리스 이후 많은 철학자들이 <파르메니데스>를 가지고 많은 고민을 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직은 잘 알지 못하지만, 더 깊은 공부를 한다면, <파르메니데스>의 깊은 맛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만약 어떤 것이 어떤 것 안으로 들어간다면, 그것은 필시 들어가고 있으니 아직은 그 안에 없고, 벌써 그 안으로 들어가고 있으니 아직 전적으로 바깥에 있는 것도 아니겠지? 어떤 것이 이런 일을 겪는다면, 그것은 부분들을 가진 것일 수밖에 없네. 그것의 일부가 벌써 다른 것 안에 있고, 나머지는 바깥에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부분들을 갖지 않는 것은 전체가 어떤 것 안에 있는 동시에 전체가 어떤 것 밖에 있을 수 없네."(138e)

"하나는 자신과 같지도 않을 걸세. 하나의 본성은 분명 같은 것의 본성과 같은 것이 아닐세. 어떤 것이 어떤 것과 같으면 하나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지. 하나가 여럿과 같아지면 하나는 아마도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될 걸세. 그러나 하나와 같은 것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면, 어떤 것이 같은 것이 될 때마다 그것은 언제나 하나가 될 것이고, 하나가 될 때마다 같은 것이 될 걸세. 그러므로, 하나가 자신과 같아진다면 자신과 하나가 되지 못할 것이고, 따라서 하나이면서 하나가 아닌 걸세. 하지만 그것은 분명 불가능 하네."(139d)

"만약 하나가 존재한다면, 존재할 수는 있지만 존재에 관여할 수는 없는가? (관여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하나의 존재는 하나와 같지 않을 걸세. 만약 같다면 하나의 존재는 하나의 존재일 수 없고, 하나는 하나의 존재에 관여할 수 없을 테니까."(142b)

"하나가 있다면, 존재는 분명 그 안에 있네. 그러나, 존재한다는 것은 다름 아니라 과거나 미래에 존재와 함께 했고 함께하게 될 것처럼 현재 존재에 관여하는 것을 의미하네."(151e)

"하나가 많은 것들에 관여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네. 만약 존재하지 않는 것이 그 하나이고 다른 것이 아니라면, 하나는 오히려 그렇게 해야 하네."(160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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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6-08-09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 님, 매번 슬쩍 글만 보고 가다가 인사차 댓글을 남깁니다.

독서충동, 충만히 받고 갑니다.^^

겨울호랑이 2016-08-09 15:1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립간님 저도 마립간님의 독서기록을 눈팅만 했네요 ^^;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비가 오네요. 시원한 오후 보내시기 바랍니다.^^

서니데이 2016-08-09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