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록
아우구스티누스 지음, 성염 옮김 / 경세원 / 2016년 4월
평점 :
품절


<고백록>은 가톨릭의 교부 성(聖)아우구스티누스의 인생 회고와 천지 창조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담긴 책이다. 1권부터 10권까지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여, 라틴 문학과 수사학에 열중하던 시기, 마니교에 심취하던 시기, 기독교로 개종하기까지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11권부터 13권까지는 기독교의 창조론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담겨 있다.


10권까지의 신앙 고백에 대해서는 많은 리뷰가 있기에, 11권부터 13권까지의 내용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11권에서는 "태초에 하느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창세기 1:1)"는 구절을 통해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론이 주된 내용으로 다루어진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생각하는 '시간'이라는 개념은 신(神)적인 개념이 아니라, 인간의 개념이다. 하느님(神)의 시간은 영원이며 불변이다.

 '시간'과 '공간'마저 창조된 것이기 때문에, '창조 이전의 시간'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시간은 인간에게 있어, '현재'로 존재한다. 인간에게만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영혼 안에서 시간을 재게 되고, '미래->현재-> 과거'라는 일련의 흐름으로 통해, 생명의 확장이 일어나게 되고, 끊임없는 시간의  확장을 통해 하느님께  영혼이 흘러간다는 것이 아우구스투스의 '시간론'이다.


"차라리 시간은 셋인데 과거에 대한 현재, 현재에 대한 현재, 미래에 대한 현재라고 하는 편이 적절하다. 이 셋은 영혼 속에 존재하는 무엇이고 다른 곳에서는 이것들이 안 보이며, 과거에 대한 현재는 기억(記憶)이고 현재에 대한 현재는 주시(注視)이며, 미래에 대한 현재는 기대(期待)다.(11권 20,26)"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기대에 해당하는 영역은 짦아지고 기억에 해당하는 영역은 길게 연장된다.(11권 28.38)"


12권은 "태초에 하느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땅은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는데 어둠이 심연을 덮고 하느님의 영이 그 물 위에 감돌고 있었다. (창세기 1:1 ~2)"에 대한 주석이다. 이 부분에서 '하느님께서 만드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이 나온다. 


"주님, 당신께서는 무형의 질료로부터 세상을 만드셨습니다.... 모든 날 이전에 만드셨던 무형의 질료에다 보이는 형상을 부여해서 만드신 것입니다.(12권 8,8)"


여기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질료형상론에 의해, 질료와 형상이 시간의 선후를 설명하는 것은아니어서(태초 이전의 시간은 없었으니까), 두 존재는 함께 창조된 것이라고 해명한다.(해제 p45)


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원인론'에 근거하여 "말씀(logos)"을 '창조의 도구인(道具因)'으로 설정하여, 결국 말씀을 통해 무형의 질료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천지가 창조되었다는 이론이 성립하게 된다.(해제 p46)


13권은 '6일 창조'에 대한 명상이 주된 내용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6일 동안 피조물들이 순차적으로 창조되고 나서,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는 구절에 대한 주석이 이루어진다. 하느님은 선(善)하기에, 그 분이 만드신 모든 것은 선한 것이고, 이것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논리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게 되고, 이를 통해 '선'을 향해 갈 수도, '악'을 향해 갈 수도 있다.) 이에 반하여, 하느님의 자유는 하느님의 사랑에 상응하며, 이에 따르면 창조 역시 하느님의 사랑이 된다. 의지와 사랑은 동일한 것이므로, "사랑하시기 때문에 창조하셨다."는 해답이 나온다. (해제 p49)


여기서, 하느님의 '창조'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이 모두 '하느님의 사랑'으로 표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아울러, 하느님의 영(靈)이 창조계를 정화시켜 근원으로 복구시키는 역할을 묘사함으로써 특유한 '성령론'을 진술하기도 한다.(해제p47)


"달려가거라! 내가 안고 오리라. 내게 데려오리라. 거기서 내가 안고 오리라!(6권 16,26)"


<고백록>은 사실 이번에 두 번째로 읽는다. 

 처음에는 고(故) 최민순 신부의 번역본으로 읽었는데, 많이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아름다운 고문체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주석이 거의 없어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에 대한 이해가 어려웠던 반면, 성 염 교수의 <고백록>은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사상적 영향을 준 신플라톤주의와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에 대한 설명과 주석 등이 수록되어 있다. 10권까지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기존 번역본으로도 큰 무리가 없지만, 11권부터 시작하는 고백록의 후반부 이해에는 주석 등 별도의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책을 읽기 전 앞의 해제가 전체적인 뼈대를 잡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신(新)플라톤주의의 영향을 받았으며, 마니교의 기본 사상인 '선-악 이원론' 극복이 핵심이다. 그래서, '악(惡)'은 실존하지 않으며, 단지 '선의 결핍' 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창조주가 선(善)하기 때문에, 창조된 것도 선한 것이다.


"무엇이 존재하든 선하고, 악이란 실체가 아니니 만일 실체라면 선일 것이다...그렇게 해서 당신께서 모든 것을 선하게 만들었음과 당신께서 만들지 않으신 실체는 아예 아무것도 없음을 내가 깨달았고 그 점은 내게 확실히 드러났습니다.(7권 12,18)"


<고백록>을 읽으면서 '악은 선의 결핍'으로 규정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설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악'이 '선의 결핍'이라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주장에 따르면, 선(善)은 측정할 수 있는 정량(定量)적인 개념이 될 것이고, '최고선'인 하느님과 '아주 미미한 선'으로 세상을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한한 인간은 결코 '최고선'인 하느님처럼 생각과 행위를 할 수 없을테니, 끊임없이 '차선'을 선택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렇다면,(아담이 선악과를 따먹어 죄인이 된다는 원죄설은 논외로 하더라도) '악은 선의 결핍'이기 때문에 인간은 끊임없이 악(惡)을 행할 수 밖에 없는 죄인(罪人)이라는 이야기가 성립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독교 고전인 <고백록>을 일반신자에 불과한 내가 몇 번 읽어서 모든 것을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신앙을 가지지 않는 일반인들에게는 와 닿지 않은 책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독자층의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권의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한 '모든 시간은 현재로 존재한다.'는 명제는 신앙의 문제가 아닌 이성의 문제로 일반인들도 충분히 고민할한 문제라고 생각된다. 최소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바로 지금이고, 지금 이 순간 열심히 살자!'는 것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달려가거라! 내가 안고 오리라. 내게 데려오리라. 거기서 내가 안고 오리라!(6권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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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3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6-07-13 12:56   좋아요 2 | URL
안녕하세요? 오거서님^^ 아 그렇게도 현실적용이 되겠네요.ㅋㅋ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르면 `선`을 채우는 것을 통해, 밝은 길로 갈 수 있다고 하는데, 그 분의 경우에는 좀처럼 `선`을 채우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거서 2016-07-13 12:58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하겠어요. 그리고 늘 채워진 상태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할 테니.

겨울호랑이 2016-07-13 13:00   좋아요 2 | URL
^^네 채우는게 중요한데 저는 `밑빠진 독`이라 좀처럼 채워지지가 않네요.. 재빨리 빠져나가기 전에 채워야 겨우 쌓일 것 같아요 ^^

오거서 2016-07-13 13:05   좋아요 2 | URL
겨울호랑이 님은 차서 찰랑거리는 것 같아요. 그보다 저가 더 걱정이 됩니다. 채우려고 노력한 적이 없어 비어있을 테고 서둘러 채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도 좋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6-07-13 13:06   좋아요 2 | URL
^^ 항상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모자란 저를 격려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오거서 2016-07-13 13:11   좋아요 2 | URL
매번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지만 좋은 글을 써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는 행복하고요, 겨울호랑이 님께서도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clavis 2016-08-13 2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끊임없는 차선을 향해 용맹정진하겠습니다^^아..그러려면 먼저 잠부터 이뤄야할텐데요ㅠㅠ

겨울호랑이 2016-08-14 00:52   좋아요 1 | URL
많이 더운 날이 계속 되어 다들 지치는 것 같아요..지금은 잘 쉬는 것이 `가장 좋은 차선`인 것 같네요. 하느님께 수면 천사를 청해보시는 것은 어떨 까요. ^^; 주님 품안에서 편한 밤 되세요.

clavis 2016-08-14 0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댓글을 받으려고 여태 불면의 천사께서 제 곁을 지키셨던듯ㅋㅋ

clavis 2016-08-14 0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이현주 목사님의 좋은 책 좀 추천해주셔요ㅠ수면 천사님을 부르는 화살 기도 한 방과 함께요

겨울호랑이 2016-08-14 01:06   좋아요 1 | URL
제가 이현주 목사님 저서를 잘 몰라서요... clavis님께서 편하게 주무시도록 화살기도는 쏘겠습니다... 쏟아지는 유성우처럼 좋은 밤 되세요, clavis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