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전집 1 - 소크라테스의 변론 / 크리톤 / 파이돈 / 향연, 2017년 개정판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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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톤>은 사형 선고 이틀 전 친구 크리톤과 소크라테스간 이루어진 대화다. 

 

먼저, 크리톤은 소크라테스에게 탈옥을 권유한다. 소크라테스가 크리톤의 입장과 평판, 경제적 부담, 탈출 후 처신, 자기 자식들의 교육 문제 등 여러 면에서 걱정하겠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득한다.

 

 '자네와 내가 당할 불행이 한 가지가 아닐세. 나는 두 번 다시는 구하지 못할 친구를 잃을 뿐 아니라, 자네와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돈을 썼더라면 자네를 구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테니 말일세.'(44c)

 '자네를 구출해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겠다는 사람들에게는 큰돈을 주지 않아도 되니까.... 또한 자네가 아테나이를 떠나면 어떻게 처신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한 자네의 법정 진술에도 신경 쓰지 말게..... 또한 소크라테스, 자네는 구출될 수 있는데도 자포자기하려고 하는데, 나는 자네의 그런 행위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네.... 게다가 내가 보기에, 자네가 하는 짓은 자네 아들들을 배신하는 행위인 거 같네. 자네 아들들을 양육하고 교육시킬 능력이 있는데도 자네가 그 애들을 버리고 그 애들 곁을 떠나니 말일세.'(45d)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전문가의 권위가 대중의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모든 사람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들의 의견들은 존중하되 다른 사람들의 의견들은 존중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옳은 말이라고 생각되지 않나?'(47a)
'체력 단련을 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의 칭찬이나 비난이나 의견에 신경 써야 하는가, 아니면 단 한 사람, 즉 의사나 트레이너의 칭찬과 비난과 의견에 신경 써야 하는가?'(47b)

 

이이서, 소크라테스는 '국법'과 '국가'를 의인화시켜 소크라테스의 도주가 불의하다며 비난하는 내용으로 크리톤을 논박한다.

 

'불의한 짓을 저지르는 것도, 불의한 짓을 앙갚음하는 것도, 해를 입은 사람이 앙갚음으로 자기를 지키는 것도 결코 옳지 못하다는 전제를 우리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겠는지 말일세.... 어떤 사람이 누구에게 정당한 것을 약속했을 때 그것을 이행해야 하는가, 아니면 약속을 어겨도 좋은가?'(49e)
'우리가 이곳에서 도주할 채비를 하고 있을 때 국법과 국가 공동체가 다가와 우리를 막아서며 다음과 같이 묻는다고 가정해보세. "소크라테스, 이런 일을 기도함으로써 그대는 우리둘을, 즉 국법과 국가 전체를 파괴할 작정인가?"'(50a)
'그대는 시민으로서의 모든 활동에서 우리들 국법을 준수하기로 합의해놓고 계약조건과 합의사항을 어기고 도주하려고 기도하는데, 그것은 가장 천한 노예나 할법한 짓이라네.'(52d)
 
이렇게 해서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소크라테스의 말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대중의 의견보다 권위있는 전문가 한 사람이 더 옳다면 그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47b)면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을 선고한 대중(아테나이 배심원들)보다, 전문가(양심에 따라 행동한 소크라테스)의 말에 따라 판결에 불복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적어도,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했을테니까.)

 그리고, 여태까지 국가나 국법이 옳다고 하더라도, 특정사안에 있어서는 옳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여태까지 다른 내용에 대해 불만없이 합의했기 때문에, 불의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불만없이 따라가야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다분히 개인보다 국가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전체주의'적인 시각이라 생각된다.

 

 <크리톤>은 짧은 대화편이다. 그렇지만, 그 안에는 플라톤의 '엘리트주의(대중보다 전문가의견 중요)'와 '전체주의(국가 공동체 중시)'가 아주 잘 나타난 대화편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크리톤>의 논리 전개로 볼때, 플라톤에게 있어 '엘리트 주의'는 '전체주의'를 위한 기본 조건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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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6-06-30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채링 크로스 84번지를 읽고 플라톤을 한번 읽어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리뷰쓰신 것 보니까 역시 어렵네요. 대화 한마디 한마디를 고민해보며 읽으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어요. 그래도 언제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ㅎㅎ

겨울호랑이 2016-06-30 10:56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북깨비님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도움이 될까 해서 적어봅니다. 저도 처음에는 머리에 하나도 안들어왔는데 러셀의 「서양철학사」로 줄기를 잡고 다시 읽으니 조금 낫네요. 한번 고려해 보셔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제 코가 석자라 좀 부끄럽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syo 2016-06-30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러셀의 서양철학사가 더 어려웠어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6-06-30 11:1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syo님 감사합니다. 사실은 저도......ㅋㅋ 지금도 플라톤을 보며 내 머리는 돌인가보다고 절망하고 지내요. 그래도 아마 몇 번 들여다보니 돌에 글이 새겨져 비석이 되듯이 좀 나아진것 같네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