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M.T. 키케로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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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관하여>


 '노년'이라는 말을 들으면, 나는 자연스럽게 부모님이 연상된다.

 인생 80으로 가정하면, 이제 나도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짧은 세대'에 속하다 보니,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그분들을 이제는 어느정도 이해하게 된다. 내가 딸에게 느꼈던 감정을, '나와 동갑이었던' 아버지도 '어린 내'게서 느꼈으리라. 주어진 상황을 다를지라도, 공통된 그 무엇인가를 참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모님 세대'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생각하게 된다.


 흔히들 '세대간' 갈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최근 Brexit(영국의 EU탈퇴)도 세대간 갈등에서 빚어졌다는 분석도 있는 것을 보면, 이미 세계적 현상인 것 같다. '저출산-고령화' 속에서 증가하는 복지부담과 청년실업 문제는 '보수화된 50~60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은퇴를 하지 못하고 비정규직으로 삶을 영위해야하는 노년층들은 노년층 복지 확대를 주장하는 것이 우리나라 세대간 갈등의 현주소라 생각된다.  


  세계적인 경제불황 속에서 다 공감되는 이야기지만, 우리가 알고 있지만, 평소 잊고 지내는 사실이 있다.


 우리가 비판하는 세대는 빠르게는 일제강점하에서 희망없이 지냈으며, 해방 후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한국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었던 세대다. 그리고, 가난을 후세대에 물려주기 싫어서 60년대, 70년대를 악착같이 살아온 세대다. 그들은 독일에서 광부, 간호사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건설노동자로, 베트남에서는 군인으로, 국내에서는 산업노동자로 70년대 '한강의 기적'이라는 산업화를 이루어낸 세대다.

 그리고, 이들이 30년 전 시민 항쟁을 통해 이 땅에 '민주화'를 가져온 세대다.


 그럼에도, 이들은 지금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

 2012년 OECD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연금수급자의 소득은 평균소득 대비 60.1%로, OECD 최하위다.(OECD 평균 86.8%) 또한, 2012년 가계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한 연금수급자 65세 이상 빈곤율은 49.6%로 OECD 1위다.(OECD 12.4%).


 이러한 어려운 경제적 현실 때문에 우리나라의 노년층들은 더 이상 빼앗기면 안된다는 심정으로 말 그대로, 보수(保守)화 된 것은 아닐까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노년에 관한 네 가지 불평


1. 노년에는 큰 일을 할 수 없다.

2. 노년에는 몸이 쇠약해진다.

3. 노년은 거의 모든 쾌락을 앗아간다.

4. 노년이 되면 죽을 날이 멀지 않았다.


 작품에서 마르쿠스 카토의 목소리로 말하는 키케로는 노년에 관한 네 가지 불평에 대해 반론을 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현실에서 노년층들에게 이러한 대(大)카토의 반론이 얼마나 와 닿을 것인지...... 


'젊은 선원들이 하는 일은 하지 않지만, 키잡이가 하는 일은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네. 큰일은 체력이나 민첩성이나 신체의 기민성이 아니라, 계획과 명망과 판단력에 의하여 이루어 진다네.'(17)


'한창 때의 젊은이들은 경솔하기 마련이고, 분별력은 늙어가면서 생기는 법이라네.'(20)


 우리의 부모님 세대가 '우리 시대의 원로'로서 대접받고, '아름다운 노년'을 맞이하고 보낼 수 있는 변화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우정에 관하여>


'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윗사람이 아랫사람과 동등해지는 것이네.'(69)


'가까운 친구들과 친지들 사이에서 윗사람이 아랫사람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듯이, 아랫사람은 윗사람이 재능과 재산과 지위에서 자기를 능가한다고 해서 괴로워해서는 안 되네. 그러나 대부분의 아랫사람은 노상 불평하고 비난한다네.'(71)


'따라서, 우정에서 윗사람은 자신을 친구의 수준으로 낮춰야 할 뿐만 아니라 아랫사람인 친구를 어떻게든 자기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네.'(72)


 내 주변에 '깊이 있는 우정을 나눈' 친구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것은 아마, 내가 마음을 많이 나누지 못해서인듯 하다. 여러가지 내 상황과 주변 여건에 따라 또는 연령, 성, 학력 등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도 벽을 세우고 마음을 열지 못했던 것 같다. 


 키케로는 이 글에서 진정한 우정을 위해서는 같은 위치에 설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진정한 우정이 너의 마음에 들어올 수 있도록 너의 마음을 열었는지 키케로가 물어보는 듯하다. 대답하기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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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29 16: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가까이 있는 사람마저 믿지 못하게 될 것 같습니다. 깊이 있는 우정을 나누고 싶은 순수한 마음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겨울호랑이 2016-06-29 16:50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cyrus님 진정한 사랑이나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거 같네요. 교감하지는 못해도 먼저 저부터 마음을 비워보려고 해요. 그러다보면 `지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올리신 글 읽었습니다. 답답하시겠지만 힘내시고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yureka01 2016-06-30 00: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금의 노년들은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에 공부해본적이 없었습니다.앞으로 늙음에 대한 미학을 배울 세대가 우리들 세대가 아닐까 싶어요..부모세대는 그러지를 못했죠...

겨울호랑이 2016-06-30 04:05   좋아요 2 | URL
안녕하세요? yureka01님 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노인의 빈곤과 복지문제가 더 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