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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뿌리들 ㅣ 소운 이정우 저작집 5
이정우 지음 / 그린비 / 2012년 5월
평점 :
이 책은 서양철학을 중심으로, 중심이 되는 개념의 미묘한 차이를 설명해 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원리/원인, 자연, 운명/필연/우연, 존재/실재/실체/본질, 하나와 여럿, 무한과 유한, 범주, 인식/진리, 영혼/정신, 인성, 덕, 선/악, 국가/법, 정의, 기예/창조이며, 이러한 주제에 대해 시간적, 공간적으로 분석을 하고 있다.
이 책의 구조는 마치, 베틀에서 날줄과 씨줄을 통해 베를 짜는 것처럼, 개념을 머리속에서 정리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시간적인 분석을 예를 들면, 파르메니데스의 `the one`과 플라톤의 `Idea`의 차이를 들 수 있다. 파르메니데스는 세계의 참된 모습을 `the one`으로 설명하고 있다. 유일부동한 일자(一者)라는 의미인데, 파르메니데스는 존재만 인정하는 반면, `무`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p176) 이에 반해, 플라톤은 이데아를 이야기하지만, 그 이데아가 하나의 존재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다자성을 이야기하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p178) 는 내용으로 철학자들이 생각하는 `존재론`의 차이를 밝혀주고 있다.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이 거의 동시대여서, 시간적인 분석 차이라 하기에는 좀 무리한 점도 있는것 같다.)
이러한 방식으로 동일 주제에 대해 고대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로부터 시작해서, 비교적 현대철학에 속하는 미셸 푸코, 니체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의 정의(定意)를 폭넓게 비교제시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그들의 주장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 점이 장점이다.
공간적인 분석은 서양 철학에서의 개념차이만 아니라, 여기에 동양철학을 비교제시 하는 방식을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도와준다. 예를 들어, 이 책 2강 자연에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동북아의 리기(理氣) 이원론에 해당한다고 한다면, (理는 형상-form-에 해당하고, 氣는 질료-matter-에 해당한다(p101)`는 설명을 통해 동/서양철학을 비교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보다 쉽게 개념 접근이 가능하도록 도와 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러한 구조로 되어 있어 철학 입문자들의 입문서적으로 좋다는 생각이 든다. 철학사전을 보더라도, 이러한 주요 개념에 대해 설명이 자세히 되어 있는 경우는 드물기에, 큰 틀을 짜는 측면에서 유용한 책이다.
다만, 입문자를 대상으로 한 저작의 특성상 각 철학파들의 한계 및 비판점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약한 점을 감안하여, 이 책만 읽고서 여기에 나오는 내용이 철학자 및 철학학파의 모든 것이라 생각하는 판단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