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권력에 관한 것, 즉 누가 권력을 쥐어야 하고, 권력은 어떻게 통제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지만, 모든 권력관계가 정치적 관계인 것은 아니다.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 대한 페미니스트의 지적은 본래적으로 정치적인 본성을 둘러싼 것이라기보다는 그 관계를 다루는 데서 보이는 정치의 태만을 둘러싼 것이다. 현재까지 다양한 형태를 취해온 정치권력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특유하게 친밀한 관계에 대한 적절한 매개 변수를 설정하지 못했다. 정치권력의 태만은 많은 점에서 지적할 수 있다.
다문화 사회에서 다른 집단이 품고 있는 문화적 가치관에 대한 경의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것은 중요한 선(善)의 하나다. 아울러 정치적 올바름을 약화시키는 것에 굴복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문화가 자유와 평등?특히 여성을 위한 자유와 평등?에 적대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 설령 그렇게 하는 것이 불쾌감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더라도 아주 강력하게 그 문제성을 주장하기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나는 앞에서 우리가 페미니즘과 다문화주의를 정치철학의 오랜 물음들을 대체하는 것으로서 볼 것이 아니라 그런 물음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하는 것으로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로서는 이제 그런 견해가 정당화되었기를 바란다. 페미니스트와 다문화주의자들은 우리에게 정치권력, 자유, 민주주의, 그리고 정의에 관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생각하도록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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