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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의 이해 (수정판)
데이비드 파렐 지음, 전용주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21년 8월
평점 :
선거일에 우리 유권자는 투표하며, 그 후 승자와 패자는 누구인지, 각 정당등은 몇 석을 얻었는지, 그 결과를 기다린다. 바로 여기서 득표수를 계산해 의석수로 전환시키는 것이 바로 선거제도의 기능이다. 이제 선거제도를 정의해보자. 선거제도는 공직자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표를 의석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_ 데이비드 파렐, <선거제도의 이해>, p24
데이비드 파렐 (Farrell, David M.)는 <선거제도의 이해 Electoral Systems>에서 선거제도를 '유권자가 행사한 표를 의석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정의한다. 이는 개인이 명시적으로 표시한 의사표시를 전체 집단의 의지로 해석하는 여러 방법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문제는 '집단 의지'에서 어디까지를 집단으로 볼 것인가 하는 부분이라 여겨진다. 유권자의 다수만을 집단으로 볼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소수 의견까지 집단으로 포함시켜야 하는가의 문제. 이로부터 비례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득표수를 의석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기준으로, '비례적(proportional)' 결과와 '비(非)비례적(non-proportional)' 결과를 낳는 선거체제로 분류하는 것이다. 비례적 선거제도의 핵심은 각 정당의 의석수를 자신들이 얻은 득표수에 가능한 한 근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반대로 비(非)비례적 선거제도에서는 한 정당이 다른 정당보다 더 많은 표를 확실히 얻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강력하고 안정된 정부를 구성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_ 데이비드 파렐, <선거제도의 이해>, p24
저자는 본문을 통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다른 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한 제도임을 말한다. 그렇지만,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또한 단점을 갖고 있다. 유권자는 자신의 후보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며, 특히 폐쇄식 정당명부제의 경우에는 이러한 문제가 극대화된다. 부분으로 개인 의지와 전체로서 집단 의지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개인의 선택이 오히려 제약받게 된다는 점은 최선의 선거제도를 도출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여러 형태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선거 공학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선거제도라는 사실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이 제도는 분명히 정당 지도부에게 상당한 정도의 통제력을 부여한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제도 개혁가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비례성이 매우 높고,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여성이나 소수 인종 집단의 대표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우수성을 감안한다면, 언젠가 모든 국가가 결국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_ 데이비드 파렐, <선거제도의 이해>, p149
특정 선거제도의 비례성과 정부나 정치체제의 안전성 정도 사이에 존재할 것이라고 추측되었던 상반관계는 대부분의 경우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눈길을 끈다. 나아가 비례대표제에서 정부 안전성 정도가 높다고 결론짓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인다. _ 데이비드 파렐, <선거제도의 이해>, p351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선거법과 관련한 주요 논쟁은 정당의 이해관계 범위를 크게 넘어서지 못하는 듯하다. 선거법 개선을 말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도 크게 군소정당의 입지를 늘리자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진정한 선거제도 개혁의 초점은 정당이 아닌 유권자에게 맞춰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를 생각하게 된다.
비례대표제를 병립형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연동형으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겠지만 그 이전에 선출되는 대표가 누구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라 여겨진다. 다소 극단적으로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왜 우리는 공간(空間)으로 구획된 지역대표만 선출해야 하는가? 시간(時間)으로 구획된 세대별 대표를 선출할 수는 없는 것일까? 20대와 30대 유권자를 대표할 수 있는 의석 수를 해당 세대에 맞게 배부하고 이에 대해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선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 성별 비율도 함께 접목시켜 의원을 선출한다면 보다 근원적인 대의제가 확립될 수 있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스치듯 지나가는 아이디어라 이러한 생각에 문제점이 있으리라는 점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대표없는 곳에 과세 없다(No Taxatioin without Representation)'는 말처럼 의무만 부담하고 권리를 행사할 방안을 갖지 못하는 계층, 집단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함을 선거법 개정과 관련한 논란을 보며 마음 깊이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