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이성비판』 강의 원전디딤돌 1
이수영 지음 / 북튜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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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이성비판>에서 칸트가 하고자 하는 바는, ˝선험적 종합 판단의 가능성의 근거를 밝혀내˝고, ˝이런 판단의 모든 종류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A10)을 충분하게 규정하는 일입니다. 이는 ˝형이상학의 성패˝가 달린 중대한 일입니다... ˝선험적 종합판단은 어떻게 가능한가?˝ 라는 물음이야말로 ˝순수이성의 본래적 과제˝(B19)이고, 형이상학의 기반을 확보하는 일이 됩니다. _ 이수영, <순수이성비판 강의>, p63

이수영의 <순수이성비판 강의>는 제목 그대로 칸트(Immanuel Kant, 1724~1804)의 <순수이성비판 Kritik der reinen Vernuft>을 풀이한 해설서다. 혼자 읽기에 결코 만만하지 않은 <순수이성비판>은 상세한 해설과 강의없이는 책의 초반인 초월적 감성론의 시간과 공간으로의 진입마저도 쉽지 않게 한다. 큰 마음먹고 길 없는 곳을 수풀을 헤치고 가는 심정으로 읽다보면 끊임없이 제기되는 오류와 부정 속에서 자신이 어디에 와있는가 헤매기 십상이다. 그런 면에서 <순수이성비판 강의>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오르기 전 지도로 전체 산의 구조를 잘 보여주는 조감도, 지도로 여겨진다.

이성의 본성으로 인해 경험의 한계를 넘어 실증할 수 없는 영역에서 자신의 진리를 주장하는 논란이 한없이 벌어지는데, 이곳이 형이상학이라는 공간입니다. 답은 없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질문하는 공간이 형이상학이라는 거죠. 따라서 필요한 일은 ‘비판‘인데, 이는 지금까지 형이상학이 걸어왔던 그 길, 즉 경험을 초월한 이성의 사용을 인해서 초래된 혼란을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칸트는 이를 ˝이성의 능력 일반˝에 대한 비판이라고 하는데, 바로 여기에 핵심이 있습니다. _ 이수영, <순수이성비판 강의>, p25

시공간이라는 감성의 형식과 범주라는 지성의 형식을 통해 사람의 인식이 형성되지만, 사람의 경험을 넘어선 곳까지 지성을 사용하려는 순수이성의 월권에 대한 비판이 <순수이성비판>의 거친 요약이라면, 이러한 틀 안에서 감성과 지성, 순수이성의 관계와 한계에 대해서 개략적인 개념을 형성할 수 있다면 <순수이성비판 강의>는 충분히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 여겨진다. 이보다 깊은 논의는 <순수이성비판 강의>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이는 원전에 대한 입문해설서의 월권이 되지 않을까를 생각하며 글을 갈무리한다...

PS. 오해가 있을까 싶어 붙이는 글. 입문 해설서로서 <순수이성비판 강의>의 내용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독자들 입장에서 해설서만으로 내용을 이해할 수는 없기에 담을 수 없는 부분을 무리하게 이해하려 하기보다 차라리 원전을 직접 경험하는 편이 더 좋을 듯 싶다...

칸트가 보기에 지금까지 형이상학의 문제는 이처럼 순수지성 개념이 경험적 한계를 넘어(초험적으로) 이성의 요구에 따라 무제한적으로 사용되는 데서 발생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칸트는 이렇게 ˝지성과 이성이 초자연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초월적 변증학이라는 이름으로 비판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초월적 논리학은 경험적 대상에 적용될 수 있는 지성의 사고 규칙을 다루는 초월적 분석학과 그 경험의 한계를 넘는 지성과 이성에 대한 비판에 집중하는 초월적 변증학으로 구성됩니다. _ 이수영, <순수이성비판 강의>, p111

초월적 연역 부분은 <순수이성비판>의 심장부라고 평가됩니다. 초월적 연역의 핵심은 인식 주관(성)이 모든 대상(경험)의 객관성을 정초한다는 주장입니다. 객관성이라고 하면 우리 바깥의 저 객관(대상이 갖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여기서는 우리 주관이 경험의 객관성을 정초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대상을 인식하고 경험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가 우리 인식 주관에 있다는 것입니다. _ 이수영, <순수이성비판 강의>, p168

사실 순수이성은 자기 자신만을 다룹니다. 순수이성에게는 대상들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성 인식들이 주어지기 때문에 오로지 자신의 체계적 통일만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성의 용도는 지성 사용을 촉진하고 지성 사용의 올바름을 보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성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길을 개방함으로써 이성의 경험적 사용을 무한하게 촉진하고 확립합니다. _ 이수영, <순수이성비판 강의>,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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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0-03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이클 샌델의 책에서 칸트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을 읽고 어려워했던 기억이 나네요.

겨울호랑이 2023-10-03 16:27   좋아요 1 | URL
칸트 철학은 서양 철학의 기본이면서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 어려움을 느끼는 거리만큼 철학이 일반인들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북다이제스터 2023-10-03 1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비판하기 위해선
그의 책을 열심히 많이 잘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겨울호랑이 2023-10-03 20:02   좋아요 1 | URL
데이비드 흄을 좋아하시는 북다이제스터님께 칸트의 비판 3부작은 일종의 ‘적전술‘과 같은 의미로 다가올 듯 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