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칭성을 가진 물체는 몇 가지 조작을 해도, 예를 들어 회전시키거나, 거울에 비춰 보거나, 한 부분을 바꿔치기해도 처음과 같은 모양을 갖는다. 예를 들면, 메노라 양쪽 끝에 있는 똑같이 생긴 초를 서로 바꾸어 끼워도 아무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또 십자가를 거울에 비춰 보아도 원래의 십자가와 다를 바 없다. _ 리사 랜들, <숨겨진 우주> , p241/623


 톰 리들과 해리 포터.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이들은 대칭성을 갖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다른 사분면에 위치한 많은 공통점을 갖는 인물들이다. 그들이 갖는 태생, 능력, 성향, 외모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지킬박사와 하이드 처럼 선(善)-악(惡)의 축을 중심으로 반대편에 위치한다. 때문에 이들은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이이기도 하다.


 리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곧 애써 끔찍한 미소를 지어냈다.

"그렇단 말이지. 네 어머니가 너를 구하려고 죽었다. 그래, 그건 강력한 반격 마법이지. 이제 알겠군. 결국 너한테는 특별한 게 전혀 없었어. 있지, 난 궁금했어. 너랑 나 사이에는 이상하게 닮은 점들이 있잖아, 해리 포터, 너도 분명 알아챘을 거야. 둘 다 머글 집안의 피가 섞인 데다, 고아에, 머글 손에서 자랐지. 아마 위대한 슬리데린 이후 호그와트에 입학한 파셀마우스는 너와 나 둘 뿐일거야. 우린 심지어 생긴 것도 어딘지 비슷해....... 하지만 어쨌거나 네가 나한테서 살아남은 건 그저 군이 좋았기 때문이야. 내가 알고 싶었던 건 그게 전부야." _ J.K. 롤링,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 p361


 이러한 대칭성의 특성은 J.K 롤링( J. K. Rowling, 1965 ~ )보다 물리학자인 리사 랜들(Lisa Randall, 1962 ~ )이 보다 상세하게 잘 설명해주는 듯하다. 랜들은 저서 <숨겨진 우주 Warped Passages: Unraveling the Mysteries of the Universe's Hidden Dimensions>에서 대칭성을 활용해서 우리는 보다 쉽게(최소한 한 개 이상의 변수를 줄이면서) 우릭가 속한 세계를 설명할 수 있음을 설명한다.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톰 리들이 해리 포터의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갖는 대칭성 때문일 것이다. 


 대칭성은 예술과 건축 뿐만 아니라 인간의 개입이 없는 자연에서도 나타난다. 이런 이유로 당신은 물리학에서 대칭성을 종종 보게 된다. 물리학의 목표는 서로 다른 물리량들을 연관지어 관측에 기반한 예측을 하는 데에 있다. 이 과정에서 대칭성은 자연스럽게 어떤 역할을 한다. 물리계가 대칭을 갖고 있다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적은 관측값에 기초해 계를 기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동일한 성질을 갖는 두 물체가 있을 때, 한 물체의 움직임을 이미 측정했다면 곧바로 나머지 하나의 움직임을 지배하는 법칙도 알 수 있다. 두 물체가 동일하기 때문에 그 물체도 같은 식으로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_ 리사 랜들, <숨겨진 우주> , p243/623


 빈 공간에서는 모든 방향이 동등함을 말해 주는 회전 불변성(rotational invariance)이나 모든 위치가 동등함을 말해 주는 병진 불변성(translation invariance) 같은 여러 대칭성들이 보존된다. 하지만 실제 공간, 즉 우주는 비어 있지 않다. 별이나 태양계 같은 구조가 특정한 위치에 특정한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대칭성은 완벽하게 보존되지 않는다. 대칭성은 원리적으로 모든 곳에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 어디에나 있을 수는 없다. 대칭성은 반드시 깨질 수밖에 없다. 다만 세계를 기술하는 물리 법칙 속에 잠재되어 있을 뿐이다. _ 리사 랜들, <숨겨진 우주> , p259/623


 그렇지만, 바로 다음에서 랜들은 이론과는 달리 실제 세계에서 대칭성은 깨어질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확률적으로 이길 확률이 50%라는 사실이 우리에게 실제 확률 50%를 보장해줄 수 없듯이.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톰 리들과 해리 포터의 깨어진 대칭성은 선택(Choice)에서 나온다. 출생(Birth)와 죽음(Death) 사이에 위치한 것이 선택인 것을 생각하면, 선택은 우리 인생(Life)에서 무한의 자유도(freedom of degree)로 가지게 하는 결정적인 변수인지도 모르겠다.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하나를 취한다면, 이 부분을 갖고 싶다. 다른 부분은 독서를 하는 이들의 몫으로 남겨두도럭 하자.


 "기숙사 배정 모자는 너를 그리핀도르에 넣었다. 이유는 너도 알고 있어. 생각해 보려무나." " 모자가 저를 그리핀도르에 넣은 건 단지......." 해리가 자포자기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슬리데린에 넣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인데요......." "바로 그거야." 덤블도어가 다시 한 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게 너와 톰 리들의 큰 차이점이다.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 주는 건 말이다, 해리, 우리가 가진 능력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선택이란다." _ J.K. 롤링,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 p382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미나리마 판이 갖는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책의 팝업 일러스트레이션에 숨겨진 여분의 차원이라 생각한다. 리사 랜들의 <숨겨진 우주>에서는 여분의 차원을 중력의 세기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미나리마 판 일러스트레이션의 숨겨진 차원은 추상적인 상상의 세계를 시공간과 보다 긴밀하게 연결시켜 준다는 점에서 에드워드 홀 (Edward T. Hall, 1914 ~ 2009)의 <숨겨진 차원 The Hidden Dimension>에서 고정 형태의 공간에 반대되는 반고정 형태의 공간과 가깝다 생각된다.


 여분 차원 이론의 흥미로운 면들 중 하나는 각각 다른 규모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결론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 이론들에서 중력은, 말려 있는 차원보다 짧은 거리, 즉 곡률이 너무 작아서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작은 규모에서 보이는 행동과, 차원이 보이지 않거나 비틀림이 중요해지는 커다른 규모에서 다른 행동을 보인다. 이로써 우리는 여분 차원이 결과적으로 우주론에서 발견되는 수수께끼 같은 성질들을 해결해줄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_ 리사 랜들, <숨겨진 우주> , p536/623


 고정 형태의 공간은 개인과 집단의 활동을 조직하는 기본적인 방식 중 하나로서 인간이 지구상에서 움직일 때 행동을 지배하는 물질적인 현상뿐만 아니라 감추어지고 내면화된 구도를 포함한다. 건물은 고정 형태를 표현하는 하나의 패턴이지만 또한 특징적인 방식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마을, 도읍, 도시의 배치, 그리고 사이사이의 시골 풍경도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화하는 계획을 따른 것이다. _ 에드워드 홀, <숨겨진 차원> , p164


  우리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우리를 만든다는 말에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면서 쓸데없는 일만 벌이는 '누군가'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미나리마 판 <해리 포터> 시리즈는 우리의 추상과 작가의 세계를 보다 긴밀하게 연결시키며 작품 몰입도를 높여준다. 2차원 면에 표현된 텍스트의 내용을 3차원의 시공간에 표현한 예쁜 책. 미나리마판이 갖는 매력은 이렇게 정리될 수 있을 듯하다.




 고정 형태의 공간에서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행동이 형성되는 틀이라는 점이다. 윈스턴 처칠 경이 "우리는 건물의 모양을 만들고 건물은 우리의 모양을 만든다"고 말했을 때 지적한 것은 다름 아닌 공간의 그러한 측면이었다. _ 에드워드 홀, <숨겨진 차원> , p168


 ps. 글을 마치기 전에 떠오른 생각. '누군가'로 표현했는데, 그런 내 자신을 보니 <해리 포터>에서 볼드모트를 두려워하는 이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굳이 '누군가'의 이름을 명확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은 이유를 엄밀히 하자면 두렵기보다는 짜증이 나기 때문이지만, 여기서 '누군가'는 윤석열임을 굳이 밝히며 글을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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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23-01-06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물리학에서의 대칭성은 인간의 양면성에 비견될 수도 있겠네요. 말씀처럼 차원의 추가는 사고의 풍성함을 가져오지만 그 이상의 차원을 생각하면 언제나 머리에 쥐가 날것 같아요. 리사랜들은 책만 어렵게 쓰는 줄 알았는데, 저번에 이비에스에서 얘기하는 걸보고 느꼈습니다. 이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딱히 설명이라는 걸 할 생각이 없구나- (:-)

겨울호랑이 2023-01-06 09:37   좋아요 1 | URL
갱지님 말씀처럼 차원의 추가는 고려해야 할 요소를 승(乘)으로 증가시켜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리사 랜들 교수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브라이언 그린, 미치오 카쿠 교수와는 달리 은유를 사용하지 않고 되도록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편이라 여겨집니다. 보다 명확한 설명이 장점인 반면 그 명확함을 이해하기는 참 쉽지 않네요... ㅜㅜ

갱지 2023-01-06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랜들교수 머릿속에선 아마도 명징할 것으로...

겨울호랑이 2023-01-06 10:04   좋아요 1 | URL
^^:) 분명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니데이 2023-02-07 2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3-02-07 22:5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항상 감사합니다. 제가 처음 서재활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한결같이 꾸준하게 이웃을 배려하시는 서니데이님께 고마움과 함께 많은 것을 배웁니다. 평안한 밤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