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간단히 말하려고 그저 ‘죽음’이라고 하지만, 세상에는 사람들만큼 많은 죽음이 있다. 전속력으로 모든 방향에서 달려오는 죽음, 이런저런 사람을 향해 운명이 보낸 능동적인 죽음,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것을 볼 수 있는 감각이 없다.(p7/339) - P7

알베르틴과의 삶은 내가 질투를 느끼지 않을 때는 권태로웠고, 질투를 느낄 때는 고통스러웠다. 행복한 순간이 있었다 해도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발베크에서 캉브르메르 부인의 방문이 있은 후 그렇게도 행복했던 저녁에 내게 영감을 주었던 그런 현명한 정신에서, 나는 우리의 관계를 계속해 봐야 별 소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와 헤어지기를 소망했다. 그렇지만 지금도 여전히 내가 그녀에 대해 간직할 추억은, 피아노 페달에 의해 연장되는 일종의 진동과도 같은 이별의 순간이라고 상상했다. 그래서 나는 이런 감미로운 이별의 순간을 택하고, 그 순간이 내 마음속에서 오래 진동할 수 있기를 열망했다.(p253/339) - P253

사건이란 사건이 일어난 순간보다 훨씬 거대해서, 그 순간 속에 완전히 담기지 못하는 모양이다. 사건은 물론 우리가 간직하는 기억을 통해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만, 사건이 일어나기 전 시간에도 그 자리를 요구한다. 물론 사람들은 그때 우리가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고 말하겠지만, 추억 속에서도 사건은 변경되지 않던가?(p262/339)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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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8-06 14: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P7 - 내년 또는 내일 자신의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받아들이기 힘들죠. 가능한 일인데 말이죠.

P253 - 마음속에서 오래 진동하는 이별, 이란 표현이 참 좋네요.

P262 - 살면서 과거의 사건이 마음속에서 많이 변경되는 걸 경험하죠. 특히 제가 특별한 어떤 경험을 했을 때 그 사건에 대한 시각이 달라짐을 느낍니다. 옳았던 게 틀린 게 되고, 틀렸다고 여긴 게 옳았음을 경험하기도 하죠.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인간은 비합리적이고 어리석다, 입니다.

문장을 잘 뽑으신 것 같습니다. ^^**

겨울호랑이 2021-08-06 15:45   좋아요 0 | URL
모든 종교의 기원은 ‘죽음‘에서 비롯되었다고 누군가 말했던 생각납니다. 죽음이 주는 불안과 공포가 결국은 언제 올지 모르는 시간의 문제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죽음의 문제는 시간의 문제와도 연관됨은 생각하게 됩니다. 또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시간 속의 사건의 의미를 찾는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들 문장이 독립적인 듯 유기적으로 잘 연관되어 있다고 여겨집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프루스트의 문장들 하나하나가 나름의 의미를 지니면서 전체적으로 얼마나 잘 조화되는지 책을 읽을 때마다 느낍니다. 페크님 감사합니다! ^^:)

바람돌이 2021-08-06 1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겨울호랑이님!
자치통감도 매일 읽으시고 이 책도 매일 읽으시고...
어려운 책은 다 읽으시면서 다른 책도 만만치않고, 도대체 이 내공은 어디서 나오는 것입니까? ^^

겨울호랑이 2021-08-06 16:49   좋아요 0 | URL
에고 아닙니다... 한 번에 다 읽은 것은 아니고, 조금씩 정리해 둔 것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읽긴 하지만 아직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아 채워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바람돌이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