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삶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정말 중요한 것을 고르라고 한다면, 그것은 각자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류의 태반이 이 중요한 행복의 요소를 매우 불완전하게 향유하고 있거나 아니면 그것에 대한 접근이 아예 봉쇄되고 있다. 그런 것이 없다 보니 많은 여성들의 삶은 실패로 끝날 수 밖에 없다. 성공하는 모든 남성들의 삶 뒤편에는 실패에 신음하는 여성들의 삶이 있다. 사회가 아직 어떻게 할 수 없는 환경 때문에 그와 같은 실패가 불가피하다면, 적어도 사회가 그런 실패를 더 키워서는 안 된다. 부모는 무지하고 젊은이들 자신은 경험이 부족해서 또는 마음에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외부 기회가 없어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해야 할 때, 수많은 남성도 마지못해 그런 일을 하면서, 결국 무능한 존재로서 한 인생을 보낼 수밖에 없다. _ 존 스튜어트 밀, <여성의 종속> 中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 ~ 1873)은 <여성의 종속 The Subjection of Women>에서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여성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남성에게도 좋지 않다는 점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밀은 <여성의 종속>에서 어떤 근거로 위와 같은 주장을 하는가?
먼저 사회 전체적인 불이익 문제는 <여성의 종속>에서 인류의 절반이 자신이 불행하다는 감정을 갖고 산다는 것이 사회 전체 이익에 맞지 않는다는 공리주의(功利主義, Utilitarianism)관점에서 설명된다. 또한 남성에 대한 불이익의 경우 여성의 불평등은 자신의 덕성(德性)에 해롭기 때문에 좋지 않다는 점을 말한다. 간략하게, 능력이 뛰어난 여성이 능력이 부족한 남성의 지배를 받는 부조리한 상황은 결국 그의 삶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리주의에 기반한 밀의 주장의 근거는 대체적으로 추상적인 윤리 위에 놓인다.
이에 반해, 칼 마르크스(Karl Marx, 1818 ~ 1883)은 <자본론 Das Kapital>을 통해 남여간의 불평등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산업자본재의 발달로 노동의 난이도가 낮아지면서, 남성이 여성으로, 여성이 어린이로 대체되는 과정은 '동일임금 동일노동'이라는 원칙이 깨졌을 때 생겨나는 중산계급의 붕괴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만연한 남여 간 임금격차의 불평등 문제가 어떤 결과를 갖게 되는가는 <자본론>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능력을 가진 저렴한 노동력(여성)이 있다면 왜 굳이 남성을 써야 하는가? 결국 끊임없이 실질임금 하락의 상황에 몰린다는 것이 <자본론>이 주는 교훈일 것이다.
밀과 마르크스가 사회를 바라보는 접근방식은 서로 달랐지만, 이들은 각기 다른 방법을 통해 불평등 문제의 현실 인식과 개선방향을 조명이라는 큰 틀에서는 대체로 일치된 견해를 보인다. 불평등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시기적으로 하루 늦었지만, 어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불평등의 문제가 직접 당사자 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좋지 않은 우리의 문제임을 생각한다. 당장 남성들의 어머니, 아내, 자매, 딸로서 관계를 맺는 이들이 불행하게 느낀다면 가족으로서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월평균 가구 소득이 줄어든다는 현실적인 문제까지 들지 않더라도 불평등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여성 뿐 아니라, 연령, 인종, 종교, 성 정체성 등 여러 문제로 차별받는 이들이 사회에 없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