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손

오래전 어느 해
가장 뜨거운 여름날
내가 잘 아는
전신마비 장애인을 방문했다

무엇을 줄까 궁리하다
‘그래 더위를 식힐 부채 하나 좋지‘하며
가장 크고 멋진 것을 준비해 갔다
그러나 내가 웃으며 선물을 건넸을 때
그는 웃지 않고 말했다
‘잊으셨어요? 제가 손도 불편하다는 걸?
이 손으로 어찌 부채를 부치라고!‘
실망 가득한 그에게 나는
미안하다 미안하다 되풀이하며
전에도 몇 번 보긴 했지만
불편한 게 내 손이 아니다 보니
그의 손을 잠시 잊었다 했다. - 부끄러운 손 - 중

시인의 생각과 마음이 줄여서 표현된 것이 시이기에 어렵게 느껴지는 시집에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많은 설명에도 자신의 뜻을 담기가 쉽지 않은데, 그것을 짧고 인상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시를 읽을 때 온전하게 그 안에서 편안히 쉬고 싶다. 짧은 문장 속에 담겨있는 강한 느낌 표현이나 인상도 좋을 수 있겠지만, 요즘은 일상에서의 숨김없는 표현을 통해 시 안에서 쉬고 싶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이해인 수녀님의 시는 일상에서의 작은 느낌을 전하며 온전하게 채워준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니의 책다방 2020-10-18 1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해인 수녀님 시집 저도 너무 좋아해요♡ 수녀님의 시를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져요

겨울호랑이 2020-10-18 14:36   좋아요 1 | URL
^^:) 수녀님의 시는 생활에서 오는 순수함이 잘 느껴집니다. 이 부분이 독서 생활님께서 느끼시는 따뜻함과 연결된다 여겨지네요. 독서 생활님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0-10-18 1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수녀 님의 산문집을 예전을 읽고 좋아했어요.

겨울호랑이 2020-10-18 19:25   좋아요 0 | URL
수녀님의 글은 예전부터 많은 이들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아옴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