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노동일이 6시간의 필요노동과 6시간의 잉여노동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한 사람의 자유로운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매주 6 * 6, 즉 36시간의 잉여노동을 제공한다. 이것은 그가 1주 중 3일간은 자기 자신을 위해 노동하고, 3일간은 자본가를 위해 공짜로 노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실은 직접 눈으로 알아차릴 수 없다. 잉여노동과 필요노동이 서로 하나로 합쳐져 있기 때문이다... 1주일 중 3일간의 잉여노동은, 그것이 부역노동이든 임금노동이든, 여전히 노동자 자신에게는 아무런 등가물도 주지 않는 노동이다. 그러나 잉여노동에 대한 탐욕은 자본가의 경우에는 노동일을 무제한으로 연장하려는 충동으로 나타난다. _ 마르크스, <자본론 1-(상)>, p315


 지난 주에 간병인을 급히 채용해야할 일이 생겨 이와 관련한 협의를 했다. 어느 경우에나 가장 민감한 부분은 급여 수준과 조건. 임금은 1주일에 *만원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큰 무리는 없었지만, 휴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간병인은 일주일 이상 간병을 할 경우 유급 휴일이 1일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면서, 만약 안된다고 하면 쉬지 않고 해도 된다는 말씀을 덧붙였기 때문이었다. 법적으로도 일주일 노동을 제공하게 된다면 휴일은 보장되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노동자는 노동과정의 일부 기간에서는 오직 자기 노동력의 가치[즉 자기에게 필요한 생활수단의 가치]를 생산할 뿐이다. 그의 노동은 사회적 분업체계의 일부를 구성하기 때문에, 그는 자기의 생활수단을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수한 상품의 형태로 자기 생활수단의 가치와 동등한 가치, 또는 그가 생활수단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화폐와 동등한 가치를 생산하는 것이다.(p287)... 나는 1노동일 중 이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부분을 필요노동시간이라고 부르며, 이 시간 중에 수행하는 노동을 필요노동이라고 부른다. _ 마르크스, <자본론 1-(상)>, p288


  간병인이 내게 이런 말씀을 먼저 꺼낸 것은 이전에 휴일없이 계속 근무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또는 휴일이 있다면 무급으로 해야한다는 요청이 있었으리라는 추측을 해본다. 그렇지만, 일반 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에도 유급 휴일제도가 적용되는 현실에서 단기계약직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면 이것은 차별이 아닐까. 휴일없이 근무하거나, 무급휴일을 강요한다면 이는 재생산 비용을 노동자에게 강요하는 19세기 산업자본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맑스의 사회는 한편에서는 노동을 동력으로 생산되지만 다른 한편에서 그것은 교환과 화폐를 통한 추상과정을 매개로 생산되는 결과물이다. 사회에서 노동의 가치는 노동력의 가치로,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데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으로 나타난다. 맑스는 잉여가치의 사회적 창조가, 중상주의자들이 말하는 유통이나, 중농주의자들이 말하는 자연적 노동이나, 고전 정치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기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사회적 노동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_ 조정환, <인지자본주의>, p490


 만약, 노동가치설(勞動價値說, Theories of Labour Value)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노동의 가치는 노동자의 휴식에서 나올 것이다. 휴식을 통해 노동의 재생산이 가능하다고 본다면, 오히려 생산과정은 노동의 가치이전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사용한 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대가는 사용자가 지불해야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으려는 생각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그 결과 나이키의 아웃소싱(Out sourcing)이 성공적인 기업 혁신 사례로 인정받고, 위험의 외주화가 보편적인 현상이 되버리게 되었다.


 우리는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 정규직 문제를 말하며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지만, 정작 우리들 자신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부르디외가 <구별짓기>에서 지적한 '아비투스'의 말처럼 개인의 이기적인 태도가 오늘날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만들어낸 것이라면, 우리는 이 모든 잘못을 글로벌 대기업이라는 모호한 대상이 만들어낸 적폐(積弊)로 모든 문제를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아비투스 habitus는 아리스토텔레스의 'hexis' 개념에서 발전된 것으로, 원래는 '교육 같은 것에 의해 영향받을 수 있는 심리적 성향'을 가리키는 것이었으나, 부르디외는 사회구조(즉 장)와 개인의 행위(즉 실천) 사이의 인식론적 단절을 극복하는 매개적 매커니즘으로서 개념화한다. 즉 아비투스는 일정방식의 행동과 인지(認知), 감지(感知)와 판단의 성향체계로서 개인의 역사 속에서 개인들에 의해서 내면화(구조화)되고 육화(肉化)되며 또한 일상적 실천들을 구조화하는 양면적 매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습관'은 반복적이며, 기계적이고, 자동적이며, 재생산적인데 반해서, 아비투스는 고도로 '생성적 generateur'이어서 스스로 변동을 겪으면서 조건화의 객관적 논리를 생산하는 경향이 있다. _부르디외, <구별짓기> , p30 해제 中


 간병인을 구하면서 너무 많은 생각을 했지만, 결론은 간병인 분은 지난 주말에 쉬셨고, 내가 주말 하루를 대신 간호를 했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부르디외의 '아비투스'에 대해서는 지식인 마을 시리즈의 <부르디외 & 기든스 : 세계화의 두 얼굴>에서 정리하는 것으로 하고 이만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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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10-13 2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법에 주휴일 의미를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20-10-13 23:11   좋아요 0 | URL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유휴수당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막상 지급하는 입장에 서면 이를 외면하게 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속성임을 다시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상황이겠지요...

페크pek0501 2020-10-14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친정어머니가 몇 년 전에 입원하셨을 때 제가 항상 곁에 있을 수 없어 간병인을 두었었어요.
그 간병인의 말씀이 잘 부탁한다며 덤으로 돈을 더 주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약속한 돈보다 적게 주는 사람도 있다더군요. 인간은 참 다양한 것 같았어요.

겨울호랑이 2020-10-14 22:02   좋아요 1 | URL
제 경우에도 간병인께서도 근무조건과 급여 수준이 경우에 따라 다르다고 하시더군요. 사람들마다 요구조건이 달라서 대체로 수용하시는 편이라고 하시는 것을 보면, 표준 근로조건과 표준 임금 등이 정해지지 않은 업종이 아직도 많이 있음을 실감합니다. 대체로 정해지지 않은 업종에 종사하는 분들의 처우가 열락하기에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함께 해 봅니다...